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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5화
PAYLUA ORIGINAL · 제5화

5화. 마왕도 열은 내릴 수 없다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6,009자

오프라인 책장
나는 불을 지배한다. 용암 속에서 잠들 수 있고, 대륙의 산맥을 녹일 수 있으며, 원한다면 인간 왕국의 겨울을 여름으로 바꿀 수도 있다. 그런데 내 앞에서 잠든 아기 하나의 열은 내릴 수 없었다. 엘라가 레온의 이마에 깨끗한 천을 올려놓았다. “호흡은 조금 안정됐어. 하지만 계속 살펴야 해.” “내 마력을 쓰면 어떤가?” “어떻게?” “열을 가져오거나 태워 버리는 것이다.” “애 몸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면서?” 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노파였고 인간이었다. 내 앞에서 수많은 장수가 무릎을 꿇었지만, 엘라는 명령받은 적이 없는 사람처럼 말했다. 처음에는 기분이 나빴다. 그러나 내 손보다 그녀의 손이 레온의 몸 상태를 제대로 알아보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었다. “너는 왜 나를 무서워하지 않느냐?” “무서워.” 뜻밖의 대답이었다. 엘라가 천을 정리했다. “마왕이라고 들었을 때 겁이 안 날 리 없지. 하지만 난 지금 겁먹는 일을 할 수가 없어. 아픈 아기가 눈앞에 있으니까.” 나는 한동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말이 어쩐지 마음에 남았다. *** 엘라는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시간을 정해 기록하게 했다. 체온, 호흡, 우유를 먹은 양, 기저귀를 적신 횟수. 나는 처음에는 그런 일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마법으로 생명력을 읽으면 되지 않나?” “이상한 마법 때문에 아픈지, 그냥 병이 난 건지 아직 모르잖아. 같은 걸 계속 재서 변화를 봐야 해.” 그래서 나는 궁정의 기록관 열 명을 불러 모았다. 그들은 금세 아이의 침대 옆에 진을 쳤다. 첫째는 호흡을 세고, 둘째는 우유량을 적고, 셋째는 피부 온도를 살폈다. 넷째는 시간을 알렸고 다섯째는 앞선 넷의 기록을 검토했다. 엘라는 그 광경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이 사람들 다 내보내.” “기록을 정확히 하려는 것이다.” “아기가 사람들 때문에 못 쉬잖아. 기록할 사람은 한 명이면 충분해.” 나는 기록관 아홉 명을 돌려보냈다. 남은 하나가 침대 옆에서 깃펜을 꺼냈다. 사각, 사각. 레온이 움찔했다. “……너도 나가라.” 그날부터 내가 기록을 맡았다. 생각해 보면 참으로 우스운 일이었다. 대륙의 국경선을 긋던 손으로 우유 몇 숟가락을 받아먹었는지 적고 있었다. 하지만 차이가 있었다. 국경선 하나가 잘못 그어지면 수만 명이 죽는다. 우유량 하나를 잘못 적으면 눈앞의 이 작은 아이에게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중요하지 않은 일이 아니었다. 나는 글씨를 더 또박또박 적었다. *** 해가 기울 무렵, 레온의 왼쪽 어깨가 다시 빛났다. 초승달 문양이 몸속에서 달궈지는 것처럼 은은하게 붉어졌다. 며칠 전 신성 추적대의 종소리에 반응했던 자리였다. “바르톨, 순명의 종을 가져와라.” 그는 곧장 고개를 숙였다. “전하. 회수한 성기사들의 장비 중에서 종 두 개를 확보했습니다.” “울리지는 마라.” 나는 아이 방을 봉쇄했다. 그리고 바르톨이 들고 온 은종을 두 겹의 유리관 안에 넣었다. 검은 방벽을 씌우자 종에서 미세한 금빛 가루가 흘러나왔다. 엘라가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게 아이를 부른 물건이야?” “정확히 말하면 표식이 이 물건의 호출에 반응한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나는 종의 무늬를 살폈다. 태양 문양 아래 아주 가느다란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귀환, 순응, 인도.' 인간들이 종교의 언어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그러나 마력의 눈으로 보면 세 단어는 단순한 명령식이었다. 대상을 부르고. 의식을 누르고. 지정된 장소로 이동시킨다. “이건 신성한 인도가 아니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납치 주문이다.” 엘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내 손자도 이걸 듣고…….” “그 아이 이름이 뭐였지?” “유진.” 그녀가 조심스레 대답했다. “열세 살이 됐을 거야. 살아 있다면.” 나는 그 이름을 마음속에 적었다. 유진. 스무 해 전부터 선택받은 아이들을 데려가던 사람들. 신성 추적대. 흰 종 수도원. 이것들은 하나로 이어져 있었다. *** “인장을 뜯어 내면 되지 않습니까?” 바르톨이 말했다. 나는 잠시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그런 말을 한 이유는 안다. 몸에 붙은 봉인이 문제라면 지우는 게 가장 빠르다. 마족의 전장에서는 자연스러운 방식이다. 하지만 나는 레온의 조그만 어깨를 보았다. “모른다.” “무엇을 말씀이십니까?” “흉터가 피부에만 붙었는지, 생명과 연결됐는지. 우리가 모르잖아.” 바르톨은 입을 다물었다. “내가 지우겠다고 달려들었다가 저 아이가 다치면, 그게 무슨 보호냐?” 나는 종을 내려놓았다. 그동안 나는 강하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 강한 자는 정답을 선택한다고도 믿었다. 하지만 힘은 선택을 대신해 주지 않는다. 내가 강하다는 것은, 잘못된 선택을 했을 때 더 큰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인장은 건드리지 않는다. 먼저 술식을 알아낸다.” 바르톨이 고개를 숙였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가 돌아가려는 순간 엘라가 불렀다. “잠깐. 종을 가까이 하지 말고, 아이가 편하게 쉴 수 있게 해 줘. 그리고 저 문양이 다시 달아오르면 나부터 불러.” 마왕과 대악마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 순간 참 이상한 조직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군주의 명령보다 산파의 지시가 더 빨리 전달되는 성. 그래도 그 편이 옳았다. *** 밤에는 아이가 잠깐 잠에서 깼다. 열에 지친 얼굴이었다. 옷자락에 작은 손을 문지르더니 입을 벌렸다. “아…….” “그래. 여기 있다.” 나는 침대 옆에 앉았다. 레온의 눈이 내 얼굴을 쫓았다. 아직 제대로 말도 못 하는 아기가 나를 알아본다는 사실이 기묘하게 느껴졌다. “넌 내가 누구인지 모를 것이다.” “으…….” “알아도 달라질 건 없겠지만.” 나는 물에 적신 천을 다시 짰다. 엘라가 알려 준 순서대로 아이의 몸 상태를 확인했다. “내가 너를 죽이려 했다는 사실을 언젠가 알게 된다면…….” 말끝이 끊겼다. 아이는 대답할 수 없다. 하지만 언젠가는 대답할 날이 올 것이다. 그때 나는 뭐라고 해야 할까. 죽이려 했지만 마음을 바꾸었다고? 복수하려 했지만 귀여워서 참았다고? 그런 말로 용서받을 수 있을까. 나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지금은 모르겠다.” 아이에게, 아니 어쩌면 나 자신에게 말했다. “하지만 적어도 앞으로는 너에게 부끄러운 행동을 조금이라도 덜 하겠다.” 그것이 내게 가능한 최선이었다. *** 나는 레온이 잠든 동안 미아와 아이 방의 조명도 바꾸었다. 원래 천장에는 녹색 귀화가 수십 개 떠 있었다. 마족에게는 편안한 빛이지만, 인간 아이가 잠드는 데 지나치게 밝다고 엘라가 지적했다. 그래서 우리는 작은 등 하나만 남겼다. “전하. 밤마다 이렇게 직접 살피시면 낮에는 어떻게 하시려고요?” 미아가 물었다. “나는 잠을 적게 자도 된다.” “안 주무시는 것과 쉬지 않으시는 건 달라요.” “괜찮다.” “어제도 같은 말씀을 하셨고, 그제도요. 그러다 아이가 우는 소리를 듣고 벌떡 일어나 벽에 머리를 부딪치셨잖아요.” 그건 잊고 싶었던 사건이었다. “누가 보았나?” “저와 바르톨 장군님이요.” “바르톨에게 입조심하라고 전해라.” 미아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이 싫지 않았다. 나는 밤을 나누어 지키는 표를 새로 만들었다. 미아가 첫 순서를 맡고, 엘라가 상태를 살피고, 내가 마지막 순서를 맡기로 했다. 돌봄을 누군가 한 사람의 힘으로 해내려던 생각이 잘못이었다는 것을 그제야 이해했다. 한밤중에는 바르톨이 작은 상자를 들고 찾아왔다. “전하, 군수 창고에서 쓰지 않는 담요를 골라 왔습니다.” 상자를 열자 보드라운 흰 천이 들어 있었다. “용가죽이 아니군.” “예. 이번에는 인간 상인이 납품한 면직물입니다. 미아 님에게 먼저 확인받았습니다.” 나는 담요를 손끝으로 만졌다. 특별한 마력도, 방어 술식도 없었다. 가볍고 따뜻할 뿐이었다. “좋다.” 그 한마디에 바르톨이 환하게 웃었다. 이토록 작은 성취를 부하와 나눠 본 적이 있었던가. 병사들이 무기를 잘 다루는지, 성벽이 얼마나 튼튼한지 묻던 나에게, 오늘은 천의 감촉이 중요했다. 나는 아이를 안아 올리고 창가에 앉았다. 바깥에서는 눈이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마계의 겨울은 길고 어둡다. 북부의 검은 숲에서는 며칠씩 해가 들지 않기도 한다. 그런 곳에서 나는 평생 겨울을 이겨 내는 방법만 생각했다. 더 많은 석탄을 모으고, 더 강한 결계를 쌓고, 추위를 못 견디는 병사들을 교체하면 된다고 여겼다. 지금은 창문의 틈새로 바람이 들어오는지만 신경 쓰였다. “내가 너를 너무 약하게 키우는 건가?” 나는 아이에게 물었다. 레온은 대답 대신 하품을 했다. “미래의 너는 성벽을 단숨에 넘어왔다. 눈보라 속에서 열세 밤을 쉬지 않고 행군했지. 이런 담요 하나에 의지하는 놈은 아니었는데.” 나는 그 말을 하다가 멈췄다. 아니. 어쩌면 내가 알던 레온은 그렇게 살아야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누군가 따뜻한 담요를 줬다면, 추위에 익숙해지는 훈련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 가능성을 생각하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동안 나는 미래의 레온이 어떻게 강해졌는지 궁금해했지만, 그 힘을 얻기 위해 무엇을 잃었는지는 묻지 않았다. 아이가 내 팔꿈치에 얼굴을 기대었다. “그래. 강해지는 건 나중에 생각해도 되겠지.” 나는 담요 끝을 정리했다. “지금은 그냥 따뜻하게 자라.” 그날 밤늦게 궁정 마법사가 종의 술식과 초승달 문양 사이에서 같은 문자를 발견했다. 나는 보고를 받자마자 기록실로 향했다. 젊은 마법사 마렌이 책상 위에 종을 놓았다. 그녀는 오래된 문자 해독을 전문으로 하는 궁정 연구자였다. “전하. 종에 새겨진 명령식은 아주 오래된 천계 문자입니다. 다만 이상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무엇이지?” “신성 문자라면 마지막에 보통 기원의 뜻이 붙는데, 이 술식에는 계산 결과를 기록하는 공간이 있습니다.” “계산?” “예. 누군가 종을 울릴 때마다 대상의 반응을 측정해서 값으로 남기는 구조입니다.” 마렌이 종 표면의 무늬를 확대했다. 작은 칸에 숫자들이 새겨져 있었다. 1. 2. 3. 마지막은 12였다. “열두 번 사용됐다는 뜻이냐?” “열두 개의 서로 다른 개체를 대상으로 시험한 기록 같습니다.” 나는 노파의 손자를 떠올렸다. 유진은 어딘가에서 살아 있을까. “열세 번째 칸은?” 마렌이 아무도 손대지 않은 종의 안쪽을 보여 주었다. 열세 번째 칸은 비어 있었다. 하지만 그 옆에 이름 하나가 이미 새겨져 있었다. '레온.' 등 뒤가 서늘해졌다. 내가 이 아이를 찾기 전부터, 누군가는 레온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마렌이 창밖을 가리켰다. “그리고 전하. 붉은 별이 이상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나는 창을 보았다. 그 별은 처음 나타났던 위치에서 조금 낮아져 있었다. 마렌은 창가에 작은 모래시계를 놓았다. “지난 사흘 동안 별의 크기를 매번 같은 시각에 측정했습니다. 보통 천체라면 이 정도 변화가 생기지 않습니다.” 그녀가 보여 준 표에는 밤마다 커진 붉은 원의 지름이 적혀 있었다. “혹시 착시가 아닌가?” “그 가능성도 확인했습니다. 성밖 전망탑 셋에서 동시에 관측했는데, 모두 같은 방향으로 변했습니다.” 나는 모래시계 옆에 놓인 금빛 자를 집었다. 전쟁에는 첩자가 필요하다. 적군의 움직임을 측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하늘이 적의 본영일지 모른다. 싸우는 방식 자체를 바꿔야 했다. “그렇다면 멈추는 순간도 기록해라. 그리고 아이가 잠드는 시각과 문양이 반응하는 시간도 대조해 봐.” 마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기록이 중요하다는 말씀이군요.” “아직 모른다. 하지만 우연이라고 넘기기에는 이상한 일이 너무 많다.” 마렌이 책상 위에 낡은 천문도를 펼쳤다. “저것은 별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무슨 뜻이냐?” “매일 우리를 향해 가까워지고 있으니까요.” 나는 레온의 이름이 적힌 종을 다시 보았다. 하늘에서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아이들을 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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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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