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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4화
PAYLUA ORIGINAL · 제4화

4화. 인간 시장에서는 정복하지 말고 계산하라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6,351자

오프라인 책장
인간계 회색다리 시장의 첫인상은 최악이었다. 비가 내렸다. 길은 진창이었고, 수레들이 좁은 골목을 막고 있었으며, 사람들은 서로 어깨를 부딪치면서도 사과하지 않았다. 어디선가 구운 빵 냄새가 났고, 그 맞은편에서는 생선을 손질하는 비린내가 올라왔다. 나는 코끝을 찡그렸다. “이런 곳에 산파가 있다는 말이냐?” 옆에 선 바르톨이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노파 엘라는 시장 북쪽 끝에서 약초 가게를 운영한다고 합니다.” 그는 인간 병사의 제복 대신 낡은 가죽 외투를 입고 있었다. 뿔은 가면 마법으로 숨겼지만, 키가 지나치게 컸다. 행인들은 그를 보며 길을 비켜 주었다. “자꾸 사람들이 피하잖아.” “전하의 위엄이 새어 나오는 듯합니다.” “네 키가 문보다 커서 그렇다.” “그렇다면 자세를 낮출까요?” 바르톨이 등을 구부렸다. 조금 나아졌다. 다만 이제는 수상한 거인처럼 보였다. “그냥 걷자.” 시장 입구에는 성왕국 병사들이 서 있었다. 그들 뒤로 신전이 새긴 종 모양의 휘장이 걸려 있었다. 병사들은 수레를 세워 짐을 검사했고, 우유통을 가진 상인에게는 문서를 요구했다. 나는 한순간 모든 병사를 기절시킬까 생각했다. 그러나 미아가 출발하기 전에 들려준 말이 떠올랐다. '싸움을 벌여 길을 막으면 엘라 할머니가 돌아올 길도 막혀요.' 옳은 말이었다. 나는 병사 앞에 서서 품속에서 통행증을 꺼냈다. 바르톨이 밤새 위조한 것이었다. “성명?” “칼.” “직업?” “아이를 키우는…….” 나는 말을 멈췄다. 병사가 고개를 들었다. “뭐라고?” “상인이다.” 바르톨이 재빨리 덧붙였다. “육아용품을 취급하는 상인입니다. 주인은 갓 태어난 조카가 있어 품질을 아주 까다롭게 따집니다.” 병사는 내 얼굴을 훑어보았다. “돈은 있나?” 나는 금화 주머니를 꺼냈다. 바르톨이 재빨리 내 손목을 눌렀다. “동전 두 닢만 보이십시오.” 나는 주머니를 다시 넣고 은화 두 개를 꺼냈다. 병사는 통행증을 돌려주었다. “가 봐.” 성벽보다 통행증 한 장이 더 효과적이었다. 인간 세상은 늘 이런 식으로 사람을 당황하게 한다. *** 엘라의 약초 가게는 시장 끝자락의 낡은 벽돌집이었다. 문을 열자 방울이 딸랑 울렸다. 선반에는 말린 잎과 뿌리들이 줄지어 놓여 있었고, 창가에는 고양이 한 마리가 햇볕이 들지도 않는 날씨에 졸고 있었다. 작은 체구의 노파가 의자에서 고개를 들었다. “어서 와요. 약초가 필요해요?” “아기가 열이 난다.” 나는 곧장 본론을 꺼냈다. “태어난 지 오래되지 않았고, 몸이 뜨겁다. 젖은 먹지만 자주 운다.” 노파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얼마나 오래 열이 났지?” “어젯밤부터.” “숨은 잘 쉬고?” “그렇다. 하지만 왼쪽 어깨에서…….” 나는 말을 삼켰다. 신탁의 인장 이야기를 낯선 인간에게 털어놓을 수는 없었다. 엘라가 눈을 가늘게 떴다. “아기를 데려오진 않았구먼.” “멀리 있다.” “그럼 정확한 원인은 모르지. 갓난아기는 열이 나면 위험할 수 있어. 지금 상태를 직접 보고 판단해야 해.” “그렇게 해 주면 된다.” “어디로 가야 하는데?” 바르톨이 문을 조용히 닫았다. 엘라는 그의 키를 올려다보고, 이어 나를 보았다. 노파의 눈이 좁아졌다. “둘 다 인간은 아니구먼.” 나는 검 손잡이에 손을 얹지 않았다. 그저 물었다. “어떻게 알았지?” “인간 아기가 아픈데 온 사람치고 그렇게 눈만 번뜩이는 사람은 드물지. 그리고 저 덩치는 상인이라기보다 성문을 들고 다닐 것 같고.” 바르톨은 괜히 어깨를 움츠렸다. “안심하시오. 해치지 않는다.” “그 말은 진짜로 해칠 수 있는 사람이 보통 하지.” 엘라는 나를 오래 바라보았다. “아이를 살리러 왔다면 이유가 무엇이든 일단 도와줄 수 있어. 하지만 내가 함께 가려면 아이의 상태와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해.” 나는 손끝으로 작은 마법진을 그렸다. 마왕성의 아기 방이 흐릿하게 허공에 떠올랐다. 미아가 아이를 안은 채 앉아 있었다. 엘라는 그림을 보더니 표정이 바뀌었다. “저 방…….” “아는 곳인가?” “아니. 방은 처음 보는데, 아이 어깨의 표식이 낯익어.” 나는 본능적으로 손을 움켜쥐었다. 영상이 사라졌다. “무슨 뜻이지?” 엘라는 잠시 망설인 끝에 가게의 안쪽 문을 열었다. “따라와.” *** 안쪽 방에는 오래된 목재 상자가 있었다. 그녀는 상자 밑에서 낡은 천 조각을 꺼냈다. 누군가 서툴게 수놓은 초승달 문양이 보였다. 레온의 흉터와 똑같은 모양이었다. “이걸 어디서 구했지?” “십팔 년쯤 전부터 북부 산골에 비슷한 표식을 가진 아이들이 나타났어. 처음에는 신의 축복이라며 신관들이 데려갔지. 그런데 돌아온 아이가 한 명도 없었어.” 노파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스무 해 전에 첫아이를 보았고, 그 뒤로 해마다 몇 명씩…… 갓난아기를 데려가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났지. 한쪽 어깨에 같은 문양이 있는 아이들이었어.” 나는 두 눈을 가늘게 떴다. 내가 알던 미래에 레온은 단 한 명뿐인 용사였다. 그런데 이전에도 같은 표식을 가진 아이들이 있었다고? “그 아이들은 어디로 갔지?” “성왕국 남쪽의 흰 종 수도원. 그곳으로 이송한다는 소문만 들었어.” 엘라는 천 조각을 다시 접었다. “열세 해 전, 내 손자가 그 표식을 달고 태어났어.” 노파의 손이 조금 떨렸다. “신관들이 사흘 뒤 찾아왔지. 아이는 신께 선택받았으니 부모가 길러선 안 된다고 했어. 우리가 거절하자 아이 엄마가 이단자로 몰렸고…….” 그녀는 끝내 말을 맺지 못했다. 나는 한동안 침묵했다. 나 역시 마왕이다. 수많은 인간의 삶을 짓밟았고, 내 군대가 남긴 폐허를 일일이 기억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눈앞의 분노를 부정할 수는 없었다. “그 뒤 어떻게 되었느냐?” “아이만 빼앗겼어. 아이 엄마는 북쪽으로 도망쳤고.” 엘라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너희가 그 아이를 어떻게 하려는지는 몰라. 하지만 저 아기까지 데려가지 못하게 하겠다면, 내가 도울 이유는 충분해.” 나는 마주 보았다. “보수는 얼마든 주겠다.” “돈은 나중에. 우선 아이 상태부터 보자.” 엘라는 출발하기 전 작은 가죽 가방을 챙겼다. “이건 뭐지?” 내가 묻자 그녀가 안쪽을 보여 주었다. 깨끗한 천, 작은 기록장, 체온을 살피는 물건, 붕대, 병에 담긴 식수. 그리고 오래 써서 모서리가 둥글게 닳은 나무 인형 하나. “마지막 것은 치료에 쓰나?” “아기가 겁먹었을 때 보여 주는 장난감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왕성의 궁정에는 전설적인 무기와 마법 도구가 수천 개나 쌓여 있지만 저런 인형은 한 개도 없었다. “저것도 비용을 지불하겠다.” “새것을 사. 이건 내 손자가 썼던 거야.” 엘라는 인형을 가방 깊숙이 넣었다. 나는 더 묻지 않았다. 가게 문을 닫기 직전에 옆집 소녀가 달려왔다. “할머니! 시장 북쪽에 또 검문이 시작됐어요. 성당에서 흰 종을 울렸대요.” 엘라의 손이 잠깐 굳었다. “아무도 따라오지 못하게 문 잘 잠그렴.” “어디 가세요?” “아기 하나를 보러.” 소녀가 내 얼굴을 빤히 봤다. “아기 아빠예요?” 나는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엄밀히 따지면 아니었다. 핏줄도 다르고, 신분도 다르고, 무엇보다 미래에 서로를 죽일 관계였다. 엘라가 대신 말했다. “그 비슷한 사람이야.” 나는 그녀를 돌아보았다. 노파는 아무렇지 않게 문을 잠갔다. '그 비슷한 사람.' 그 말은 내가 어떤 직함을 가졌는지보다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설명하는 듯했다. 그렇게 우리는 가게를 나섰다. 그런데 시장 광장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병사들이 우유 수레를 뒤집고 있었다. 젖병이 부서지고 우유가 흙탕물에 섞였다. 장사꾼이 울부짖었다. “저게 우리 집 전 재산입니다!” 병사 하나가 그를 발로 밀었다. “마족에게 물건을 팔았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나는 걸음을 멈췄다. 바르톨이 내 팔을 붙잡았다. “전하. 길을 잊지 마십시오.” 그 말에 나는 잠깐 눈을 감았다. 레온의 열. 미아가 기다리는 성. 엘라의 치료. 그런데 눈앞의 상인은 길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병사는 어린 딸이 달려드는 것을 밀쳐 냈다. 아이가 무릎을 찧고 울었다. 레온의 울음과 닮았다. 나는 천천히 광장으로 걸어갔다. “그만둬라.” 병사가 돌아섰다. “뭐야, 넌?” “사과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미쳤나?” 병사가 창을 겨누었다. 나는 그 창끝을 손가락 둘로 잡아 부러뜨렸다. 사람들이 숨을 삼켰다. “상인의 짐을 돌려주고 아이에게 사과해라.” 그는 부러진 창을 내려다보더니 뒤로 물러섰다. “마족이다!” “아니.” 나는 낮게 말했다. “오늘은 물건 사러 온 손님이다.” 바르톨이 옆에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전하, 흥정 연습을 조금 더 했어야 했습니다.” *** 결국 소동은 벌어졌다. 나는 병사들을 죽이지 않았다. 무기를 빼앗아 광장 분수대에 가지런히 꽂아 놓았을 뿐이다. 대신 엘라가 빠르게 상처를 확인하고, 상인과 딸을 일으켜 세웠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겁에 질려 물러났다. 하지만 내가 뒤집힌 우유통을 세워 주고, 젖병을 산다고 은화를 내밀자 기묘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물건을 사려고 왔어요?” 상인이 물었다. “그렇다.” “무기를 빼앗는 마족이 무슨…….” “사과 한 개 얼마입니까?” 바르톨이 내 옆에서 얼굴을 감쌌다. “전하, 여기는 우유 가게입니다.” “……우유 한 통 얼마입니까?” 상인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이유를 몰랐다. 그가 우유를 챙기는 동안 엘라는 내 손목을 붙잡았다. “좋은 일 하려는 건 알겠는데, 검문 병사들이 지원군을 부르기 전에 떠나야 해.” “내가 저 병사들을 두려워할 것 같나?” “아니. 아픈 아이가 기다리잖아.” 나는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 시장을 빠져나갈 때 엘라는 내게 질문했다. “그렇게 힘이 센데 왜 굳이 돈을 내고 물건을 샀어?” “내 돈이 있으니까.” “그걸 묻는 게 아니야. 빼앗으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잖아.” 나는 잠시 걸음을 늦췄다. 과거의 나라면 승자가 소유한다고 답했을 것이다. 성 하나를 함락하면 창고는 내 것이 되고, 군대가 길을 지나가면 수레는 징발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시장의 상인이 뒤집힌 수레를 일으켜 세우는 모습을 보았다. 아이의 옷을 사려면 그도 하루 종일 일을 해야 했다. 내 손으로 무턱대고 빼앗으면 그의 딸에게 돌아갈 우유도 줄어들 것이다. “돈을 내면 다음에도 물건을 살 수 있겠지.” “그것뿐이야?” “……그 상인도 살아가야 하니까.” 엘라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생각보다 잘 배우네.” “나는 삼백 년을 살았다.” “삼백 년 살았어도 처음 배우는 게 있잖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낡은 짐수레가 쓰러진 숲길을 다시 지나갔다. 바로 레온을 찾았던 장소였다. 비가 그쳐 진창은 말라 있었지만, 부러진 바퀴와 찢어진 천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나는 수레 옆에 멈췄다. 엘라가 물었다. “왜 그래?” “여기서 아이를 발견했다.” 그녀는 내려서 땅을 살폈다. 깊게 패인 바퀴 자국 안쪽에서 작은 금속 조각이 나왔다. 누가 보아도 평범한 장식처럼 보였지만, 마력의 눈에는 흐릿한 신성의 흔적이 있었다. 엘라가 먼지를 털어 내자 종 모양이 드러났다. “흰 종 수도원의 표식이야.” 나는 그것을 손바닥에 올렸다. 레온은 단순히 버려진 아이가 아닐 수 있었다. 누군가 수도원과 연결된 장소에서 그를 기다리도록 놓아둔 것이다. 누가, 왜? 답은 없었다. 하지만 물어야 할 질문은 생겼다. 밤이 되기 전에 우리는 마왕성에 돌아왔다. 엘라는 아이의 호흡과 피부색, 먹은 양, 소변 상태를 세심히 확인했다. 약초를 함부로 먹이지 않고 미지근한 물과 깨끗한 천을 준비하라고 했다. 아기가 여전히 열이 있고 어리다는 것을 감안해 밤새 상태를 살피겠다고 했다. “위험한 징후가 있으면 바로 알려야 해. 그리고 이 어깨 문양은…….” 그녀가 말을 멈췄다. 레온의 왼쪽 어깨가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엘라가 낡은 천 조각을 내밀었다. “이 표식은 흉터가 아니야.” “그럼?” “내 손자에게도 같은 게 있었어. 그 아이는 열이 나던 밤마다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고 했지.” 나는 바르톨을 보았다. 신성 추적대가 울렸던 순명의 종. 그 소리에 반응했던 레온의 몸. 엘라가 내게 물었다. “혹시 최근에 하늘에 붉은 별이 뜨지 않았나?” “왜 묻지?” “그때도 그랬거든.” 노파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열세 해 전. 내 손자가 사라지기 바로 전날 밤에도, 하늘에 붉은 별이 떴어.” 나는 창밖을 돌아보았다. 오늘도 붉은 별은 떠 있었다. 그것은 내게 주어진 두 번째 삶의 징조인 줄 알았다. 하지만 어쩌면, 나보다 오래전부터 반복되어 온 무언가의 신호일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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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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