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나는 전쟁보다 무서운 보고서를 받았다.
제목은 이랬다.
《마왕성 유아 양육 관련 긴급 보급 대책》.
결재란 아래에는 바르톨의 서명이 있었다.
나는 첫 장을 읽고 책상에 내려놓았다.
“젖병 여섯, 천 스물다섯 장, 아기 옷 열두 벌, 보온 담요 세 벌…….”
“예, 전하.”
“마왕군의 보급 담당자들이 전부 미쳐 버렸군.”
바르톨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어느 항목이 문제입니까?”
“가장 아래다.”
나는 손가락으로 마지막 줄을 짚었다.
'특수 전투용 유아 요람, 공성 병기 규격 적용. 견적 금화 팔백 닢.'
“요람을 만들랬지, 공성탑을 만들랬느냐?”
“기존 요람은 전하의 방어 결계를 견디지 못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기가 누울 물건이다.”
“그래서 안전을 위해 용의 비늘을 바닥에 깔고—”
“비늘이 따갑잖아.”
바르톨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금화 팔백이면 북부 요새 하나를 세울 수 있다.”
“그보다 어린 주군의 안전이…….”
“누가 어린 주군이냐!”
문밖에서 미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전하, 큰소리 내시면 깹니다.”
나는 즉시 목소리를 낮췄다.
“누가. 어린. 주군이냐.”
바르톨이 서류에 무언가 고쳐 적었다.
'공식 호칭 검토 필요.'
나는 그가 가진 펜을 빼앗고 싶었다.
***
문제는 돈이 아니었다.
마왕성에는 금이 충분했다. 수백 년 동안 정복한 왕국들이 공물로 바친 금화가 창고에 쌓여 있었다. 하지만 돈으로 구할 수 없는 물건도 있다.
인간 아기가 쓸 만한 물건이 그랬다.
마계의 천은 질기지만 거칠었다. 마수의 가죽은 부드러워 보이지만 털을 잘못 건드리면 독가루가 날렸다. 마족이 마시는 우유는 대부분 붉은 뿔짐승에게서 얻는데, 냄새만 맡아도 인간이라면 도망칠 물건이었다.
궁정 약제사에게 보여 주었더니 그는 우유 한 방울을 혀에 올리고 내게 말했다.
“전하. 이걸 아기에게 먹이면…….”
“죽느냐?”
“아마 세 살쯤 되기 전에 날개가 돋을 겁니다.”
나는 우유통을 봉인했다.
“그런 일이 생길지 모르는 음식을 식탁에 올린 놈은 누구냐?”
“마족에게는 영양식입니다만.”
“레온은 인간이다.”
내가 그 말을 하는 데는 잠깐의 망설임도 없었다.
약제사는 새삼스럽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전하, 인간을 키우실 생각이 진심이십니까?”
“적어도 마계 우유를 먹여서 날개를 키울 생각은 없다.”
“그렇다면 국경 시장에서 물자를 구하셔야 합니다.”
약제사는 내 앞에 작은 물병 세 개를 놓았다.
하나는 마계에서 흔히 쓰는 끓인 샘물이었다. 다른 하나는 인간계에서 가져온 물이었고, 마지막 하나에는 정제 마법을 썼다는 붉은 봉인이 붙어 있었다.
“이 세 가지를 보시면 보급 문제가 왜 어려운지 이해하실 겁니다.”
“물이 다 같은 물 아닌가?”
“마족에게는 거의 그렇습니다. 하지만 인간 아이에게는 다릅니다. 마계 샘물에는 마석 성분이 지나치게 많고, 정제 마법을 강하게 쓰면 남은 마력의 성질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나는 물병을 하나씩 살폈다.
지금까지 나는 전쟁 중 수천 명에게 마법으로 식수를 공급했다. 내가 '깨끗한 물'이라고 정의한 물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기준이 갓난아기의 몸에도 적절한지 확인해야 했다.
“인간에게 안전한 물을 안정적으로 들여올 방법부터 마련해라.”
“예, 전하.”
“그리고 병을 씻는 절차도.”
약제사는 나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병을 씻는 것까지 직접 지시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누가 안 씻고 먹이기라도 했느냐?”
그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나는 미아를 불렀다. 그녀는 부엌에 걸린 동판을 보여 주었다. 우유를 준비하는 순서, 그릇을 씻는 순서, 마실 수 있는 물을 확인하는 순서가 적혀 있었다.
“이런 게 있었나?”
“어제 만들었어요. 사람마다 방법이 달라서요.”
“그럼 성 안의 돌보는 사람에게 모두 보여 줘라.”
“전하. 이제야 제대로 된 부탁을 하시네요.”
그 말에 조금 기분이 나빴지만, 나는 끝내 반박하지 않았다.
문제는 돈이 아니었다.
성왕국은 얼마 전부터 마계로 향하는 우유와 식량을 단속하고 있었다. 우리 쪽에서 먼저 전쟁을 일으킨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인간 상인들은 신전이 찍은 통행 도장이 없으면 검문소를 넘지 못했다.
바르톨이 지도를 펼쳤다.
“북부의 회색다리 시장까지 사흘입니다. 밀수꾼을 쓰면 하루 반에 올 수 있습니다.”
“우유는 그사이에 상하지 않나?”
“그건…….”
나는 지도를 내려다보았다.
마왕군 군수품을 실어 나르는 수레는 수백 대였다. 금과 강철, 화약과 마석은 막힘없이 움직였다. 정작 아이에게 필요한 우유 한 통이 국경을 넘지 못한다.
세계의 균형이라는 것이 참 우스웠다.
“내가 가겠다.”
바르톨이 기겁했다.
“전하께서 직접 인간 시장에 잠입하신다고요?”
“그게 무슨 큰일이냐?”
“전하의 얼굴은 인간 왕국마다 지명수배되어 있습니다.”
“얼굴을 바꾸면 된다.”
“말투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말투?”
“전하께서는 시장에서 생선 한 마리를 사시더라도 '내게 바쳐라'라고 하실 분입니다.”
나는 반박하려다가 멈췄다.
몇 년 전 인간 상인에게 실제로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연습하면 되지.”
***
나는 식량 창고를 직접 둘러보았다.
거대한 지하실에는 군대가 겨울을 날 수 있을 만큼의 보급품이 쌓여 있었다. 고기와 곡물, 기름과 향신료. 모든 상자에는 숫자와 군단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하지만 아이가 먹을 수 있는 물건은 제대로 구분되어 있지 않았다.
“앞으로 보급 장부를 두 종류로 나눈다.”
내 말에 병참장이 고개를 들었다.
“전투용과 비전투용 말씀이십니까?”
“아니. 안전성이 확인된 물건과 확인되지 않은 물건.”
그는 머뭇거리다가 물었다.
“그 기준을 다른 민간인에게도 적용합니까?”
나는 잠시 생각했다.
마계의 변경 마을에는 인간과 마족이 섞여 살았다. 전쟁 때문에 부모를 잃은 아이들도 있었다. 그들의 식탁 역시 마왕군 보급 기준에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그래.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물자는 별도로 검사한다. 마계 백성이든 인간이든.”
병참장은 눈을 크게 떴다.
“비용이 늘어날 겁니다.”
“전쟁 한 번 덜 하면 된다.”
그는 아무 말도 못 했다.
나도 방금 한 말이 믿기지 않았다.
내게 전쟁은 날씨처럼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덜 하면 된다'는 생각은 왜 그동안 못 했을까.
창고 한쪽에는 낡은 장난감 상자가 있었다. 전쟁터에서 노획한 물건을 모아 놓은 곳이었다. 작은 인형과 나무 말이 먼지에 뒤덮여 있었다. 나는 그 물건들을 쳐다보다가 말했다.
“이 상자는 왜 여기 있느냐?”
“가치가 없어서 처분 대기 중입니다.”
“가치가 없다고?”
나는 그중 작은 나무 방울을 들어 흔들었다.
딸랑.
소리가 났다.
레온이 웃을 때 듣던 소리와 비슷했다.
“깨끗하게 손질할 수 있는 것은 챙기고, 날카롭거나 유해한 물건은 제외해라. 살아 있는 아이에게 필요한 물건이 있을지도 모른다.”
병참장이 나를 바라보았다.
“전하, 지금 왕국 전체의 보급 체계를 바꾸고 계십니다.”
“아이가 태어나니 보급 체계의 허점이 드러났을 뿐이다.”
그날 오후, 궁정 지하에서 역사에 남을 훈련이 시작되었다.
바르톨은 과일 장수로 변장했고 미아는 손님 역할을 맡았다. 나는 평범한 인간 상인 복장을 입었다. 검은 뿔을 숨기고 눈동자에 착색 마법을 걸었다. 수염도 약간 붙였다.
미아가 나무 상자에 사과를 올려놓았다.
“전하, 이건 시장입니다. 원하는 물건을 정중하게 물어보세요.”
나는 바르톨 앞에 섰다.
“사과를 내놓아라.”
미아가 고개를 저었다.
“다시요.”
“사과를 파느냐?”
“조금 나아졌어요. 얼마인지도 물어보셔야죠.”
“금화 한 닢을 주마.”
“사과 한 개에 금화 한 닢이면 시장이 뒤집어집니다.”
“싸구려 음식에 관심 없다더니 가격까지 복잡하군.”
바르톨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전하, 인간 상인에게는 이렇게 말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사과 한 개 얼마입니까?'”
나는 그 문장을 따라 했다.
“사과 한 개 얼마입니까?”
“동전 세 개입니다.”
바르톨이 장사꾼처럼 대답했다.
나는 주머니에서 금화를 하나 꺼냈다. 미아가 즉시 내 손을 잡았다.
“전하, 제가 동전이라고 했잖아요.”
“이것도 동전 아닌가?”
“금화예요.”
“금으로 만든 동전이지.”
“인간 시장에서 그렇게 계산하시면 모르는 사람이라도 이상하게 생각할 거예요.”
나는 금화를 되돌려 넣고 동전을 골랐다. 세 개를 건네자 바르톨이 사과를 내밀었다.
“거스름돈을 확인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나는 사과 하나를 손에 쥐었다.
평범한 물건을 제값에 사는 일이 이렇게 복잡할 줄은 몰랐다.
바르톨은 감격한 표정이 되었다.
“전하께서 존댓말을…….”
“그 입 다물어라.”
“다시 무서워지셨습니다.”
미아는 웃음을 참느라 어깨를 들썩였다.
나는 인간 시장에서 사람을 죽이지 않고 물건을 사는 법을 배우는 중이었다. 이 또한 일종의 외교라 할 수 있겠지.
하지만 훈련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미아는 내 손에 장바구니를 들려주었다.
“이제 아기한테 필요한 물건을 직접 고르세요.”
나는 목록을 보았다.
기저귀, 보온포, 젖병, 수건, 부드러운 천, 아기용 비누.
“이렇게 많다고?”
“이게 기본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필요하나?”
“네. 아기가 자라면 옷 크기도 바뀌죠.”
나는 가슴이 답답해졌다.
세계 정복은 끝을 정해 놓고 하는 일이다. 수도를 함락하고 황제를 무릎 꿇리면 된다. 그런데 육아는 결말도 모르겠고 언제 끝나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럼 레온이 자랄 때까지 계속 구해야 한다는 뜻이군.”
“그렇죠.”
나는 목록의 맨 아래에 적었다.
'국경 보급로 확보. 장기 계획으로 전환.'
미아가 그것을 읽고 웃었다.
“전하. 아기 하나 키우시면서 국가 사업을 시작하시네요.”
“내가 관리하는 것은 원래 국가 단위다.”
그렇게 말해 놓고 보니, 어쩐지 변명 같았다.
***
회색다리 시장에 가기 전날 밤, 레온이 갑자기 열을 냈다.
처음에는 심하지 않았다. 미아가 아이의 이마를 만지더니 평소보다 조금 따뜻하다고 했다. 하지만 한밤중이 지나자 몸이 달아올랐다.
“궁정 약제사를 불러라!”
나는 벌떡 일어났다.
약제사가 달려와 아이의 눈과 호흡을 살폈다. 그는 몇 가지 검사를 마친 뒤 고개를 저었다.
“마계의 약초는 쓰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인간 영아에게 맞는 처방을 알고 있는 치료사가 필요합니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그 순간에는 마법이 얼마나 강한지도, 마왕성이 얼마나 거대한지도 아무 의미가 없었다.
아이의 열을 내리는 방법 하나를 모른다는 사실이 수치스러웠다.
“인간 의술을 아는 자가 없느냐?”
미아가 대답했다.
“회색다리 시장에 노파 한 분이 계세요. 엘라라는 산파인데, 인근 마을 아기들을 수십 년 동안 돌봤어요.”
“당장 데려와라.”
바르톨이 머뭇거렸다.
“전하. 국경 검문이 강화되었습니다. 성기사 사건 이후 마계로 들어오는 민간인을 모두 체포한다고 합니다.”
나는 지도 위에 손을 올렸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였다.
“길을 막고 있다면 내가 직접 뚫는다.”
미아가 나를 붙잡았다.
“전하, 무작정 가시면 안 돼요. 아기에게는 기다리는 동안의 돌봄도 필요해요.”
그녀는 차분히 아이의 얇은 옷을 정리하고 체온과 호흡을 다시 확인했다. 물을 먹이는 방법과 이불을 너무 두껍게 덮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설명했다.
나는 그녀가 하는 말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들었다.
칼을 뽑기 전에 생각할 것.
지켜야 할 사람이 있다면 먼저 그 사람의 상태부터 볼 것.
내가 지금껏 전장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한 원칙이었다.
아기가 조금 편안하게 숨을 쉬자 미아가 말했다.
“이제 가셔도 됩니다. 다만 싸우기 전에 엘라 할머니부터 찾으세요.”
“알겠다.”
바르톨이 망토를 건넸다.
“전하, 인간 상인으로 변장하시겠습니까?”
“그래.”
“성함은 무엇으로 하시겠습니까?”
나는 잠시 고민했다.
“칼.”
“마왕 카르딘의 앞 글자입니까?”
“짧고 평범하잖아.”
미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 직업은요?”
나는 레온을 내려다보았다.
작은 가슴이 느리게 오르내리고 있었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
내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는 사실에 스스로도 놀랐다.
바르톨은 잠시 침묵하다가 깊이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전하.”
나는 그의 태도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그날 밤, 마왕은 전쟁을 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산파를 데려오러 인간계로 향했다.
그리고 훗날 알게 되었지만, 그것은 레온의 운명을 뒤집는 두 번째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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