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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2화
PAYLUA ORIGINAL · 제2화

2화. 신성 추적대보다 무서운 것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6,739자

오프라인 책장
내가 생전 마지막으로 도망친 것은 삼백 년 전이었다. 천계의 심판관 일곱이 동시에 내려왔던 날, 나는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일부러 후퇴했다. 인간들은 그것을 패주라 불렀지만, 작전상의 후퇴와 도망은 엄연히 다른 법이다. 그런 내가 지금 마왕성의 동쪽 복도를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었다. “우유가 왜 이렇게 안 데워지느냐!” 내 손에는 젖병이 들려 있었다. 그 뒤로 바르톨의 다급한 발소리가 따라왔다. “전하! 성문 앞에는 신성 추적대가 아직—” “들었다. 열둘이지.” “열셋입니다! 신관 하나가 뒤에 숨어 있었습니다!” “그놈은 나중에 세어라. 먼저 이걸!” 바르톨이 젖병을 받아 들려다가 손을 움찔했다. “뜨겁습니다!” “뭐?” 나는 젖병을 보았다. 유리 표면에서 희미한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내 손은 용암을 움켜쥐어도 타지 않는다. 그러니 적절한 온도를 측정하는 데는 세상에서 가장 형편없는 도구였다. “찬 게 문제라더니 뜨거운 것도 문제라고?” “미아 님께서 아기의 우유는 손목 안쪽에 떨어뜨려 확인하라고 하셨습니다.” “네 손목에 떨어뜨려 봐라.” 바르톨이 시선을 내렸다. 짙은 비늘로 뒤덮인 그의 손목에서 푸른 불길이 아지랑이처럼 피어났다. “저 역시 적합하지 않습니다.” 마왕과 대악마가 한 병의 우유 앞에서 무능해지는 광경은 역사서에 남겨서는 안 된다. 나는 성의 계단을 세 칸씩 뛰어올랐다. 문을 밀어젖히자 미아가 돌아보았다. 그녀의 품에는 레온이 있었다. 아이는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숨을 몰아쉬다가 나를 보더니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전하, 뛰지 마세요. 놀라잖아요.” “밖에 성기사들이 있다.” “그러면 더더욱 진정하셔야죠. 우유부터 주세요.” 미아가 젖병을 살피더니 고개를 저었다. “너무 뜨거워요.” “식혀라.” “식히고 있습니다.” “빨리.” “전하.”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레온은 적군이 아닙니다. 명령한다고 빨리 먹을 준비를 할 수는 없어요.” 나는 입을 다물었다. 한편으로 성문 밖에서는 인간들이 신의 명령을 들먹이고, 다른 한편으로 내 품에 안겼던 아기가 젖병을 기다리고 있었다. 전장에서라면 상대를 죽여 둘 문제지만, 이번에는 양쪽 다 그렇게 해결할 수 없었다. “……그래. 알겠다.” 나는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 미아는 젖병을 물그릇에 담아 온도를 낮췄다. 아이의 등을 토닥이는 손은 일정한 박자를 유지했다. 나는 그 손짓을 기억해 두었다. 침묵 마법의 복잡한 술식보다 훨씬 배울 가치가 있었다. 잠시 후 레온이 우유를 삼키기 시작했다. 평화가 찾아왔다. 겨우 젖병 하나로 얻은 평화였다. 그때 창밖에서 굉음이 터졌다. 성문 쪽으로 눈부신 빛기둥 하나가 솟았다. 요람 위의 작은 장식이 흔들리고, 창틀에서는 회색 먼지가 떨어졌다. 레온이 움찔했다. 나는 곧장 손을 들어 방 전체에 방음 결계를 펼쳤다. “이래서 전쟁을 싫어한다.” 미아가 이상하다는 듯 나를 보았다. “전하께서요?” “특히 낮잠 시간에 벌어지는 전쟁을.” *** 성벽에 올라가니 바르톨이 날아오는 신성의 창을 방패로 막고 있었다. 검은 성벽에는 하얀 균열이 번졌다. 신성 마법은 마족의 마력에 간섭한다. 제아무리 강한 방벽이라도 오래 두드리면 손상되기 마련이었다. “전하!” “상황은?” “열두 기사 중 넷이 결계를 넘어오려 했습니다. 둘은 물러났고 둘은 사로잡았습니다. 하지만 신관이 다른 술식을 준비합니다.” 나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성기사들의 선두에 선 여자가 헬멧을 벗었다. 갈색 머리칼이 찬바람에 흩날렸다. 그녀는 나이 스물다섯쯤 되어 보였다. 목에는 태양의 금속 표장이 걸려 있었다. “마왕 카르딘!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네 이름부터 말해라.” “신성 추적대 제삼분대장, 에스텔 라인하르트다.” “좋아, 에스텔. 나도 마지막으로 경고하지. 돌아가라.” “그 아이가 어째서 네 성에 있지?” “주웠다.” 에스텔의 표정이 굳었다. “사람을 물건처럼 말하지 마라!” “그러면 네놈들은 왜 회수하겠다는 표현을 쓰지?” 그녀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나도 조금 놀랐다. 저 인간의 눈에는 적어도 자신의 명령을 의심할 여지가 남아 있었다. 성기사 뒤편의 신관이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늙은 남자는 검은 눈가리개를 하고 있었는데, 그 위에 은실로 꿰맨 눈동자 문양이 있었다. “분대장. 신탁 앞에서 논쟁하지 마시오.” 그가 지팡이로 바닥을 내리쳤다. 빛의 원이 펼쳐지면서 성벽 위의 공기가 흔들렸다. 원 한가운데에는 작은 아기 형상의 빛무리가 떠올랐다. “신탁의 그릇은 인간의 소유도 마족의 소유도 아닙니다. 천계의 것입니다.” 나는 웃음을 멈췄다. “방금 뭐라고 했느냐?”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그릇이라고 했소. 인장을 지닌 자는 성역으로 인도되어—” 내 검이 움직였다. 검은 불꽃이 성벽에서부터 뻗어 가더니 지팡이 끝을 정확하게 잘랐다.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신관의 어깨에 닿기도 전에 불꽃은 사라졌다. 부러진 지팡이가 진창에 떨어졌다. “그릇이라니.” 나는 신관을 내려다보았다. “네놈이 그 아이에게 밥을 먹여 봤느냐? 추워서 떠는 걸 안아 봤어? 우는 이유도 모른 채 밤새 앉아 있었느냐?” 신관이 비웃었다. “감상에 빠진 마왕이라. 예언이 어긋날 만하군.” “대답이나 해라.” “신성한 사명 앞에 그런 하찮은 보살핌은 필요 없습니다.” 그 순간 내가 가장 확실하게 깨달은 것이 있다. 이놈들에게 레온을 맡길 수는 없다. 에스텔이 뒤를 돌아보며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신관이 먼저 외쳤다. “순명의 종을 울려라!” 기사들이 갑옷 안에서 작은 은종을 꺼냈다. 일제히 울리는 종소리가 숲 전체에 퍼졌다. 귀가 듣는 소리가 아니었다. 마력의 결을 타고 성 안으로 파고드는 진동이었다. 나는 곧장 레온의 방을 떠올렸다. 종소리와 동시에 성 안에서 비명이 들렸다. “전하! 아기가!” 미아의 목소리였다. 나는 생각할 여유도 없이 공간을 접었다. *** 돌아온 방 안에는 미아가 서 있었다. 그녀는 눈을 크게 뜬 채 레온을 안고 있었고, 아이는 온몸을 뻣뻣하게 굳히며 울고 있었다. 왼쪽 어깨에서 희미한 빛이 번졌다. 초승달 모양의 흉터. 그것이 달아오르고 있었다. “왜 이러는 거지?” “모르겠어요. 종소리가 들린 뒤부터 갑자기…….” 나는 아이에게 손을 뻗었다가 멈췄다. 무엇이 일어나는지도 모른 채 강한 마력을 흘려 넣으면 다칠지 모른다. 미아가 내 눈을 보았다. “전하. 지금 필요한 건 화가 아니라 판단이에요.” 그 말이 이상하게도 정신을 맑게 만들었다. 나는 방어 결계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신성의 파동은 벽을 통과한 게 아니었다. 흉터에서부터 스스로 울리고 있었다. 외부의 종소리가 아이 몸 안의 무언가를 불러낸 것이다. “놈들이 위치를 알아낸 것도 이것 때문이었군.” 나는 결계의 파장을 바꾸었다. 적의 종소리와 반대되는 진동을 아주 약하게 흘려보냈다. 술식을 열 번 조정하고 나서야 어깨의 빛이 조금씩 약해졌다. 레온이 숨을 몰아쉬었다. 미아가 아이를 안은 채 서서히 무릎을 꿇었다. “괜찮아. 괜찮아, 레온.”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를 들은 순간 나는 깨달았다. 미아도 무서웠던 것이다. 나만 두려운 게 아니었다. 이 성에서 레온을 지키는 사람들은 모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나는 아이를 건네받았다. “레온.” 아이가 울면서 손을 뻗었다. 내 목의 쇠장식을 움켜쥐더니 얼굴을 그 안쪽에 묻었다. “그래. 여기 있다.” 나는 낮게 속삭였다. “네가 싫어하는 소리는 다 막아 주마.” 그러자 울음이 조금 잦아들었다. 하지만 그 대신 내 손끝에 아주 희미한 다른 마력이 느껴졌다. 신성도 마성도 아니었다. 처음 접하는, 낯설고 서늘한 힘이었다. *** 종소리가 멈춘 것은 그로부터 일각 뒤였다. 내가 성벽으로 돌아가자 추적대는 철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신관은 부서진 지팡이를 든 채 분노하고 있었다. “마왕! 신탁을 거스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벌써 치르고 있다. 밤잠을 나흘째 못 잤거든.” 에스텔이 검을 내리지 않은 채 나를 올려다보았다. “아이는…… 무사한가?” 나는 그녀를 잠시 보았다. “너는 그걸 왜 묻지?” “아이니까.”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어떤 신탁보다 먼저 사람이니까.” 신관이 매섭게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 짧은 시선만으로도 추적대 안에서 누가 누구를 감시하는지 알 수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은 기억해 두마, 에스텔.” 성기사들이 숲으로 사라지자 바르톨이 다가왔다. “전하, 생포한 기사 둘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무기를 거두고 치료해라. 허튼짓만 하지 않으면 내일 돌려보내.” “죽이지 않으십니까?” “저들 중 누군가를 죽이면 더 큰 군대가 몰려올 거다. 그럼 또 아이를 깨우겠지.” 바르톨의 얼굴에 존경과 혼란이 동시에 떠올랐다. “이토록 깊은 전략이라니.” 나는 굳이 정정하지 않았다. 생포했던 성기사 둘을 돌려보내기 전에 나는 치료실에 들렀다. 그곳은 원래 마왕군의 부상병이 머무는 곳이었다. 검게 그을린 천장, 약초 냄새, 거칠게 깎은 침대. 인간들을 들이기에 좋은 공간은 아니었지만, 죽은 사람에게 무덤보다 나쁜 곳은 아니었다. 성기사 한 명은 팔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다른 한 명은 벽을 바라본 채 입을 다물었다. “무엇을 먹였지?” 내가 궁정 의무관에게 묻자, 그가 두 손을 모았다. “인간에게 맞는 죽을 끓였습니다. 다만 마계의 콩은 먹지 않는다고 해서 엘프 상인에게 구매한 곡물을 썼습니다.” “잘했다.” 두 기사가 서로 눈을 마주쳤다. “마왕이 우리를 치료한다고?” 붕대 감은 자가 중얼거렸다. “죽일 생각이었다면 벌써 죽였겠지.” 나는 의자를 가져다 앉았다. “이제 네놈들에게 물을 것이 있다. 종은 누가 준비했느냐?” 붕대를 감지 않은 기사가 고개를 돌렸다. “성역의 물건이다. 감히 그런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 “종이 울릴 때 너희는 무얼 느꼈지?” “거룩한 힘을…….” “거짓말은 하지 마라.” 나는 그의 목에서 미세하게 떨리는 핏줄을 보았다. 한참 뒤 그가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머리가 아팠다. 종소리가 멈춘 뒤에는 동료의 이름이 잠깐 기억나지 않았어.” 나는 팔짱을 꼈다. 추적대의 기사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종이라면, 그것은 단순한 추적 도구가 아니었다. 아이에게는 얼마나 더 큰 부담이겠는가. “종을 몇 번이나 울렸지?” “모른다. 분대장은 사용을 꺼렸다. 신관이 강제로 명령했다.” 에스텔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가 말한 '아이는 사람'이라는 문장과 신관의 '그릇'이라는 말은 분명 다른 쪽을 향하고 있었다. “돌아가면 분대장에게 전해라. 종을 다시 울린다면 이번에는 신관이 아니라 종을 만드는 곳부터 찾아갈 거라고.” “우리가 믿어 줄 것 같나?” “믿지 않아도 된다.” 나는 문을 열었다. “하지만 네가 들었던 고통은 기억해 둬라. 레온은 그보다 훨씬 작다.” 치료실을 나오자 바르톨이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전하. 그들에게 식사와 약까지 제공하면 보급부에 부담이 생깁니다.” “그 정도로 마왕군이 무너지나?” “아닙니다. 다만 장군들이 왜 포로를 살려 두는지 궁금해합니다.” 나는 잠시 생각했다. “포로를 치료하는 것이 앞으로 적을 죽이는 수를 줄이는 데 도움 될 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도 아픈 자를 방치할 이유는 없지.” 바르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군법에 추가하겠습니다.” “그럴 때는 그렇게 빠르군.” “기저귀 조달보다는 문구가 간단합니다.” 나는 피식 웃었다. 내가 웃자 바르톨도 웃으려다가 표정을 바로잡았다. 우리 둘 다 아직 이런 대화에는 익숙하지 않았다. 그날 밤 아이가 겨우 잠들자 바르톨이 낡은 예언서를 가져왔다. 하늘에서 붉은 별이 떠올랐다는 소식을 들은 궁정 기록관이 서고 깊은 곳에서 꺼낸 책이었다. 표지는 검게 그을렸고, 속표지에는 금빛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선택받은 아이가 정해진 칼을 거두는 날, 하늘은 새로운 결말을 적으리라.' 그 밑에 붉은 잉크로 작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다만 그 결말을 감당할 이는 아이가 아니라 보호자이니.' 나는 책장을 덮지 못했다. 보호자. 오늘 아침까지는 나와 아무 상관없는 단어였다. 그런데 이제 신도, 예언서도, 내 부하들까지도 같은 말을 쓰고 있었다. 책을 읽는 동안 마왕성의 바깥 종탑에서 낮은 소리가 울렸다. 나는 잠깐 손을 멈췄다. 종소리와 흉터의 관계를 알고 난 뒤로는 평범한 시계 종마저 귀에 거슬렸다. 바르톨이 말했다. “전하. 원하시면 종을 모두 제거하겠습니다.” “그럴 필요는 없다. 아이에게 해가 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부터 구분해야지.” 그는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성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명단을 펼쳤다. 종을 울리던 시계공, 식당의 요리사, 복도 청소를 맡은 하급 마족까지 수많은 이름이 있었다. 이 성은 내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실은 누군가의 일터였고 누군가의 집이었다. 레온이 안전하려면, 아이 곁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하루도 망가뜨리지 않아야 했다. “바르톨. 내일부터 돌봄을 맡은 이들에게 휴식 시간을 보장해라. 하루 종일 밤을 새우는 식으로는 못 버틴다.” “전하께서도 포함됩니까?” “……포함해라.” 바르톨은 아주 즐거운 얼굴로 그 명령을 적었다. 창밖에 붉은 별이 떠 있었다. 나는 잠든 레온을 바라보았다. “좋아. 보호자가 무엇인지 아직 정확히 모르겠다.” 아이가 작게 코를 골았다. “하지만 이 몸을 그런 이름으로 불렀다면, 그에 걸맞게 행동하지.” 그리고 속으로 한마디를 덧붙였다. 다만 누가 내게 기저귀 값도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말해 주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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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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