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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47화
PAYLUA ORIGINAL · 제47화

47화. 열세 번째 열쇠는 사람의 이름이 아니다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4,268자

오프라인 책장
세상의 모든 문에는 열쇠가 있다는 말을 나는 믿지 않는다. 어떤 문은 벽을 부수면 열리고, 어떤 문은 지키는 놈을 쓰러뜨리면 열린다. 그게 지금까지 내가 익힌 출입 방식이다. 하지만 그날 아침, 마렌이 내 앞에 보여 준 것은 문이 아니라 빈자리였다. “전하, 아르헨 님 설계에서 초승달 표식이 붙어 있는 곳을 찾았습니다.” “레온과 연결된 곳인가?”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상합니다.” 마렌은 두 장의 도면을 나란히 펼쳤다. 한 장은 시각시에서 복사해 온 봉인 설계, 다른 한 장은 로잘린이 맡긴 은종의 내부 구조였다. 도면에는 열두 개의 톱니바퀴가 원을 이루고 있었다. 모두 사람의 시간을 담보로 움직이는 장치였다. 그런데 원의 중심에는 아무 톱니도 없는 구멍이 있었다. 그 아래에 숫자만 적혀 있었다. '13.' “누락된 부품인가?” “아니요. 원래부터 비어 있어야 하는 자리로 보입니다.” 나는 팔짱을 꼈다. “그런데 왜 열쇠라고 불렀지?” 마렌이 손끝으로 도면을 짚었다. “아마 비어 있는 자리에 무엇을 넣느냐가 봉인의 동작을 바꾸기 때문일 거예요. 누군가가 원래는 빈자리여야 할 곳에 살아 있는 아이의 미래를 연결했을지도 모르고요.” 나는 레온의 달 모양 흉터를 떠올렸다. *** 우리는 로잘린과 수정통신을 연결했다. 그녀는 성왕국의 오래된 신전 지하에 있었다. 뒤쪽에는 부서진 석상과 먼지 묻은 책장이 보였다. “제가 맡긴 은종이 도움이 되었습니까?” “아주 불길한 방식으로.” 나는 대답했다. “열세 번째 자리가 비어 있어야 한다는 기록을 찾았소.” 로잘린이 화면 가까이 다가왔다. “그것이 비어 있어야 한다고요? 저희는 그 자리에 구원자가 서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누가 가르쳤지?” “기록위원회가 내려보낸 신탁 해설서입니다.” 마렌이 자료를 비교했다. 해설서의 날짜는 아르헨이 종을 멈춘 때보다 백 년 뒤였다. 원본 설계에는 '동의의 자리'라고 적혀 있었는데, 후대에 베껴진 판본에는 '구원자의 자리'가 되어 있었다. “또 문장을 고쳤군.” 나는 이를 악물었다. 로잘린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신탁을 의심하면 신을 배신하는 것이라 배웠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제가 읽은 문서는 누군가 수정한 해설서였군요.” 나는 대답했다. “신을 믿느냐 마느냐는 내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오. 다만 사람이 쓴 문서라면 누가 언제 바꿨는지 물을 수 있겠지.” 로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 아침의 해가 올라오기 전, 나는 놀이방 주변의 감시 결계를 다시 확인했다. 마렌은 오래된 구역 지도를 들고 내 뒤를 따라왔다. 겉보기에는 아이가 노는 평범한 방이었다. 붉은 공이 바닥을 굴렀고, 바르톨이 만든 새 신발이 선반 위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창틀 안쪽에는 여전히 작은 눈금 문양이 남아 있었다. “이 문양이 직접 아이를 추적하는 건가?” “원래는 출입 허가를 기록하는 연결점이었을 수도 있어요. 지금은 외부에서 위치를 읽는 신호가 남아 있습니다.” “가릴 방법은?” “창틀 바깥쪽만 임시로 차단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아이의 표식과 어떤 관계인지 확실하지 않아서 안쪽에는 손대지 않는 게 좋겠어요.” 나는 허락된 위치에만 마력을 흘렸다. 검은 불꽃이 실처럼 얇아져 창틀의 틈을 따라 움직였다. 마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외부에서 읽는 방향은 약해졌어요.” 나는 이마의 땀을 닦았다. 산맥을 녹이는 것보다 어려운 작업이었다. 힘을 한 번에 쏟아부으면 끝나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때 레온이 일어나 창문을 두드렸다. “아!” 나는 손을 멈췄다. 미아가 웃으며 말했다. “햇빛이 보고 싶은가 봐요. 창문을 너무 어둡게 만들지 마세요.” “적의 눈을 막아야 한다.” “레온이 보는 풍경까지 막을 필요는 없죠.” 나는 바깥 연결만 차단하는 작은 틈을 남겼다. 햇빛은 여전히 방 안으로 들어왔다. 세상의 위협을 막겠다며 아이의 창문까지 모두 닫고 싶어 했던 내가 조금 우스웠다. *** 점심때 유진이 놀이방에 들렀다. 그는 레온과 함께 붉은 공을 굴리다가 빈 상자 하나를 가운데 놓았다. 공이 상자에 들어가면 레온이 소리를 내며 웃었다. 나는 문득 그 상자를 바라보았다. “유진. 상자 안에 무엇을 넣을지 누가 정했지?” 소년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종이에 썼다. '제가 놓았어요. 레온이 넣어도 되고 안 넣어도 돼요.' 나는 웃었다. “그렇지. 빈자리가 있다는 게 반드시 누군가를 채워 넣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군.” 미아가 옆에서 말했다. “전하께서 장난감을 보시고도 이런 말씀을 하시다니.” “배우는 중이다.” “그럼 하나만 더 배우세요. 레온이 지금 공을 삼키려고 해요.” 나는 번개처럼 손을 뻗었다. 공은 아기의 입보다 컸지만, 그 순간에는 무엇이든 위험하게 느껴졌다. “레온! 입에 넣지 마라!” 아이는 불만스럽게 입술을 내밀었다. 나는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웃고 말았다. 위험한 것을 막으면서도 놀이 자체를 빼앗지 않는 일. 내가 지금 배우는 어려운 기술이었다. *** 마렌은 비어 있는 열세 번째 자리의 기능을 시험하기 위해 작은 모형을 만들었다. 열두 개의 톱니를 돌리면 장치는 정상적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중심의 빈자리에 어떤 톱니를 강제로 끼워 넣자 전체가 삐걱거리며 멈췄다. “보세요. 원래 구조는 각자의 시간과 부담을 조정할 여지를 남겨 둔 형태예요. 누가 멈추면 다른 톱니도 조절할 수 있도록.” “그런데 중심에 사람을 끼워 넣으면?” “모든 변화가 그 사람에게 집중됩니다. 장치가 움직이는 동안 그 사람이 멈출 수 없게 되죠.” 나는 손바닥을 움켜쥐었다. 아르헨이 문을 붙잡고 있던 삼백 년. 리오나가 태어나지 않은 나를 위해 내일을 맡긴 기록. 그리고 레온이 훗날 나를 죽여야 한다는 예언. 모든 것이 같은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었다. 누구 하나를 중심에 세운 뒤, 그가 버티지 않으면 모두가 무너진다고 믿게 하는 구조. “세라크는 중심이 비는 것을 견디지 못한 거군.”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봉인이 불안정한 구간이 있는 건 사실이에요. 장치 자체가 언제나 쓸모없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렌은 내가 신중함을 잊지 않도록 늘 중요한 지점을 짚어 준다. “그럼 위험을 줄이는 방법부터 만들자. 중심을 억지로 채우지 않고도 장치가 움직이는지 확인해야겠군.” *** 그날 저녁 우리는 시각시의 다른 설계도를 찾았다. 세이라는 오래된 숟가락을 들고 와 초승달 문양 옆에 작은 점 하나를 그렸다. “제가 무명탑에서 배운 표시와 같습니다. 어떤 아이가 무엇을 선택할 수 있는지 확인하라고 했어요.” “그럼 초승달은 레온 개인의 소유 표식이 아닌가?” “원래는 출입을 허용받은 사람의 선택권을 나타내는 문양이었습니다. 어느 시점에서 사람을 추적하는 데 쓰이게 됐는지는 모르겠어요.” 나는 심호흡했다. 레온의 어깨에 남은 흉터의 의미가 바뀌었다. 그것은 운명의 족쇄라고만 생각했는데, 어쩌면 누군가의 권리를 나타내던 표식이 도둑맞은 것일 수도 있었다. 나는 세이라에게 물었다. “원래 뜻을 되찾을 수 있겠나?” “자료를 더 봐야겠죠. 그리고 레온이 자라서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도 들어야 하고요.” “그러려면 스무 해를 기다려야 할 수도 있겠군.” 세이라가 웃었다. “그 사이에 할 수 있는 일도 많잖아요.” 그 말이 마음에 들었다. *** 밤에 하늘의 붉은 별이 한 번 크게 흔들렸다. 관측실에서 경보가 울렸다. [열세 번째 자리 강제 지정 시도.] [대상: 레온.] 나는 곧장 놀이방으로 달렸다. 창문 밖에 희미한 초승달이 떠 있었다. 유리에는 거미줄처럼 가느다란 금이 생겼고, 레온은 잠결에 몸을 뒤척였다. 마렌이 뒤따라와 외쳤다. “전하, 표식이 다시 연결되고 있어요!” 나는 레온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흉터가 미세하게 빛났다. 과거의 나라면 내 마력으로 표식을 태웠을 것이다. 그러나 원인을 모른 채 없애면 아이가 다칠 수 있었다. “연결을 억지로 끊지 마라. 먼저 표식 바깥쪽의 강제 명령만 차단하자.” 마렌이 수정판을 열었다. 나는 그 옆에서 검은 불꽃을 아주 작게 피웠다. [미성년 대상자의 직접 동의: 없음.] [강제 지정 효력 심사 중.] 이전에 복원한 임시 계약 조항이 화면에 나타났다. 나는 소리 내어 읽었다. “동의가 없다. 그러니 강제로 지정할 수 없다.” 잠시 후 표식의 빛이 잦아들었다. 그러나 경보는 사라지지 않았다. [회수령 시행까지 남은 시간: 하루.] 나는 창밖을 보았다. 종말이 다가온다는 말보다 급박한 일이 있었다. 누군가 또다시 내 아이에게 미래를 대신 짊어지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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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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