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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44화
PAYLUA ORIGINAL · 제44화

44화. 내가 울었던 밤의 증인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3,951자

오프라인 책장
마왕이 울었다는 사실을 증명할 자료가 발견되었다. 이렇게 적고 보니 참으로 불명예스럽다. 하지만 마렌은 진지했다. “전하, 번호 0의 출생 기록에 아르헨 님 이름이 있습니다. 출생 때 직접 입회하셨다는 뜻이에요.” 나는 자료를 내려다보았다. '담당 산파: 아르헨.' '태아 보호자 신고: 리오나.' '출생 결과: 생존.' 아래에는 붉은 잉크로 덧씌운 문장이 있었다. '해당 생존 기록은 위원장 명령으로 무효 처리함.'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살아 있는 사람의 생존 기록이 무효라니. 놈들은 내가 지금 여기 있는 것도 서류 오류라고 하겠군.” 마렌은 웃지 않았다. “그 문장 때문에 전하의 출생 시각이 봉인됐을 수 있어요.” 나는 서류를 내려놓았다. 생존을 무효 처리한다는 말은 단순히 이름을 지운다는 뜻이 아니었다. 누군가 태어나지 않았던 것으로 만들면, 그 사람이 누릴 권리도 설명도 모두 사라진다. 내가 마왕이 된 뒤 만들었던 법들 가운데에도 그런 것이 있었다. *** 우리는 시각시로 연락했다. 나이라가 먼저 대답했다. “카르딘? 아르헨이 다시 잠깐 눈을 떴어.” “말을 할 수 있나?” “짧게는. 하지만 무리하게 깨우면 안 돼.” “알고 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예전이라면 '깨어날 때까지 마력을 주입하라'고 명령했겠지. 지금은 몇 마디를 더 듣자고 아르헨의 상태를 위험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수정판에 희미한 형상이 나타났다. 식탁, 찻잔, 반쯤 뜬 모자. 아르헨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눈을 제대로 뜨지 못했지만 손가락은 조금 움직였다. “아르헨.” 내가 불렀다. 그녀의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 “카르딘.” “내가 태어나던 날 거기 있었나?” 잠시 침묵이 흘렀다. “있었어.” 나는 손바닥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리오나는?” “그 아이를 기다렸지.” “내가 그 아이였나?” 아르헨은 가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세상에 나온 뒤…… 네 이름을 불렀어. 기록할 수 없는 이름이라면서…… 그래도.” 나는 숨을 삼켰다. “그 사람이 나를 낳았나?” 아르헨의 눈가에 작은 주름이 잡혔다. “그래.” 그녀의 목소리가 끊기기 직전 마지막 말이 들렸다. “그날 네가 얼마나 크게 울었는지…….” 형상이 사라졌다. 나는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마렌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독립 장부와 아르헨 님 증언이 일치합니다.” “그렇군.” 나이라가 수정석 너머에서 작게 웃었다. “너도 다른 아기들과 똑같았어. 다만 굉장히 시끄러웠지.” “마왕의 위엄은 태어날 때부터 있었던 게 아닌 모양이군.” “그건 네가 나중에 스스로 만든 거잖니.” 그 말도 사실이었다. *** 나는 그날 밤 마왕국의 오래된 법전을 다시 펼쳤다. 승계권을 주장하려면 출생증명서가 있어야 한다는 법. 보호자가 확인되지 않으면 아이를 노동 계약에 넣을 수 있다는 조항. 전쟁 중 발견된 아이는 국가가 배치한다는 규칙. 읽을수록 내 과거와 닮아 있었다. “내가 이런 걸 직접 승인했단 말인가?” 마렌은 옆에서 조용히 말했다. “네.” “반대가 없었나?” “반대한 사람이 있었겠죠. 기록이 남아 있지는 않지만.” 나는 법전 위에 펜을 놓았다. “수정해야겠군.” “어떤 방향으로요?” 나는 답을 서두르지 않았다. 모든 법을 한밤중에 뒤집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그 법에 따라 살아온 시간이 있다. 아예 존재조차 확인되지 않았던 아이들의 안전과 양육을 누가 책임질지도 정해야 한다. “우선 아이들을 노동 계약으로 넘기는 절차를 중지하라. 대신 임시 돌봄과 주거, 치료를 제공할 방법을 마련하자. 다른 조항은 당사자와 현장 사람들을 불러 검토하겠다.” 마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기록도 없는 아이들도요?” “특히 그런 아이들.” 나는 펜을 들었다. 세라크가 나를 장부에서 지운 방식과 똑같은 법을 내 나라에 두고 싶지 않았다. *** 법전 개정안을 적고 있을 때 한 여자가 접견을 청했다. 이름은 마레트. 남편이 전쟁에서 죽은 뒤 아들을 키우던 사람이었다. 그녀는 구호소에서 자신의 아들이 다른 지역으로 보내질 뻔했다고 말했다. “마왕님이 승인한 법 때문이었다고 들었습니다.” 나는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사실이다.” “그때 당신은 뭘 하고 있었습니까?”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우리는 아이를 지키려고 도망치고 있었는데요.” 그녀의 말은 내 검보다 정확하게 가슴을 찔렀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그 법을 승인한 책임은 내게 있다.” 그녀는 한참 내 얼굴을 보았다. “사과만 들으려고 온 건 아닙니다. 내 아들이 다른 아이들처럼 같은 일을 겪지 않았으면 합니다.” 나는 서류를 건넸다. “임시 중지 명령은 내렸다. 하지만 실제로 각 지역에서 지키는지 확인해 달라. 물론 자네가 원할 때만.” 마레트는 서류를 받아 들고 한참 읽었다. “지금 당장 믿지는 못하겠습니다.” “그럴 수 있다.” “그래도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녀가 떠난 뒤 나는 여전히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리오나의 이름을 찾는 것만으로 내가 좋은 아들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만든 법 때문에 남의 아이들이 고통받았다는 사실도 같은 날의 기록에 남겨야 했다. *** 그러나 아침이 되자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하늘의 붉은 별이 조금 더 커져 있었다. 관측실로 달려간 나는 마렌에게 물었다. “가까워지고 있나?” “그렇습니다. 정확히는 별이라기보다 시계의 바늘 끝처럼 우리가 있는 세계를 가리키고 있어요.” 수정판에는 경고가 적혀 있었다. [최초 담보자 조회 완료.] [관리 권한 충돌.] [기록위원회 긴급 회수령 발부 준비.]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세라크가 움직이는군.” 그때 성왕국 북부에서 보낸 전령이 도착했다. 갑옷을 입은 사자는 놀랍게도 칼을 뽑지 않은 채 성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마왕 카르딘에게 전할 서신이 있습니다. 외교 사절로서 안전한 통행을 요청합니다.” 나는 잠시 고민했다. 상대가 내 문을 두드리면 보통 공격부터 했다. 이번에는 전령의 무기가 거두어져 있었다. 그가 말할 기회까지 빼앗을 이유는 없었다. “들여보내라. 단, 아이들이 있는 구역에는 접근하지 않는다.” 사자가 가져온 문서는 성왕국의 정식 봉인이 찍힌 것이었다. '기록위원회가 신성 추적대에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 귀국은 그 명령의 정당성에 이의를 제기하며, 공동 검증을 제안한다.' 나는 놀랐다. 성왕국이 신성 추적대에 반기를 든다고? 문서 아래에는 서명이 있었다. '대신관 로잘린.' 나는 그 이름을 읽었다. 미래의 기록에는 없었던 인물이었다. “그 여자를 직접 만나겠다.” 마렌이 고개를 돌렸다. “전하, 함정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 나는 문서를 내려놓았다. “그러니까 경호 계획을 세우고, 직접 말할 수 있는 자리인지 확인하자는 거다.” *** 그날 저녁 레온이 밥상 앞에서 크게 웃었다. 바르톨이 새 신발을 양손에 끼고 오리처럼 걷는 시늉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놈은 옛날 검술 시범을 보일 때보다 훨씬 진지했다. “꽥.” 레온이 소리를 질렀다. “꺄!” “꽥.” 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미아가 옆에서 말했다. “전하도 해 보시겠어요?” “내게 저런 걸 하라는 말인가?” “네.” “난 마왕이다.” “오늘은 오리 마왕이 되셔도 되잖아요.” 바르톨까지 내 쪽을 기대하듯 바라보았다. 나는 결국 신발 하나를 받아 들었다. “……꽥.” 레온이 배를 잡고 웃었다. 그 웃음소리 앞에서 나는 이상한 생각을 했다. 리오나가 내가 태어나던 날 들었던 울음소리도 이만큼 컸을까. 나를 낳은 뒤 안아 볼 수 있었을까. 그리고 지금 나는 레온의 웃음을 들을 수 있다. 이 시간이 누군가의 빚이라면, 갚는 방식은 어쩌면 이 아이를 웃게 하는 것부터 시작될지도 모른다. 창밖의 붉은 빛이 한층 선명해졌다. 전쟁이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더는 이 집의 모든 웃음소리를 전쟁 때문에 멈추게 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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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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