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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43화
PAYLUA ORIGINAL · 제43화

43화. 산파실의 빈 의자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4,649자

오프라인 책장
나는 출생이라는 일을 이해하지 못한다. 마왕은 보통 태어난다는 말보다 소환된다는 말을 더 많이 들었다. 고대의 악마들은 균열에서 솟아났고, 왕실의 기록은 내 출생을 불길한 징조로 설명했다. 그래서 어릴 때는 내가 실제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줄 알았다. 그런데 침묵의 산파실 입구에는 이런 문구가 붙어 있었다. '모든 아이는 울음으로 처음 도착한다.' 나는 그 문구를 한참 보았다. “레온만 그런 줄 알았는데.” 마렌이 나를 돌아봤다. “전하도 울었을 겁니다.” “근거가 있나?” “있겠죠. 태어나자마자 세상을 정복하겠다고 말씀하셨을 리는 없으니까요.” 나는 그 추측에 반박하지 않았다. *** 산파실은 구호소 아래의 오래된 건물이었다. 바깥은 낡고 허물어져 있었지만 안쪽은 정돈되어 있었다. 회색 돌바닥에는 따뜻한 물을 담던 홈이 있었고, 벽에는 손을 씻으라는 안내가 여러 언어로 적혀 있었다. 나이라는 문턱에 서서 숨을 고르더니 말했다. “여기서 아이들을 받았어. 전부는 아니지만 네가 태어나기 전에도 수많은 아이가 이곳을 거쳐 갔지.” “나도?” “모르겠다. 내가 너를 만난 건 아르헨이 무명탑에 데려온 뒤였으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을 모른다는 말은 예전의 내게 약점이었다. 이제는 그 말을 듣는 일이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모르면 찾으면 된다. 모르는 것을 거짓으로 채울 필요는 없었다. 우리는 기록실 맨 안쪽에서 첫 번째 시계와 연결된 문을 찾았다. 손잡이는 없었다. 문 한가운데 둥근 구멍이 있었고 그 아래에는 다음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누구의 이름으로 들어가느냐?' 나는 대답했다. “카르딘.” 아무 반응이 없었다. “마왕 카르딘.”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마렌이 작은 웃음을 터뜨렸다. “직함은 빼 보세요.” “이미 그랬다.” “아마 이름을 확인하는 뜻이 아니에요. 이 기록을 누구의 권리로 보려는지 묻는 걸 수도 있어요.” 나는 잠시 생각했다. “나를 돌보았던 리오나가 누구인지 알고 싶다. 이 기록이 나의 출생과 관련되어 있다면 내가 직접 확인하겠다. 관련 없는 다른 아이들의 기록은 열지 않겠다.” 문이 조용히 열렸다. 나는 마렌을 보았다. “처음부터 저렇게 길게 말하라고 적어 두지 그랬나.” 그녀는 대꾸했다. “전하께서는 길게 쓰인 안내문을 안 읽으시잖아요.” 그 또한 사실이었다. *** 안쪽에는 의자 두 개가 있었다. 한 의자에는 오래된 코트가 걸려 있었고, 다른 하나에는 작은 모자가 놓여 있었다. 그 앞의 탁자에는 아이의 체온과 맥박을 기록한 종이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우리는 다른 아이들의 서류를 건드리지 않았다. 문이 안내한 범위 안에서 번호 0의 봉투를 찾았다. 봉투에는 붉은 도장이 있었다. [출생 시각: 봉인.] [친권 신고: 리오나.] [출산 담당 산파: 기록 소실.] “소실된 게 왜 이것뿐이지?” 나는 물었다. 세브가 봉투 가장자리를 살폈다. “이 부분만 새 종이로 덧붙인 흔적이 있습니다. 원래 기록이 다른 곳으로 옮겨졌을 수도 있어요.” 마렌은 도장을 복사했다. 원본의 위치를 기록하지 않으면 누군가 뒤에서 내용이 바뀌었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의자에 걸린 코트를 바라보았다.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이 떨어졌다. '혹시 아이가 자라 이 방에 돌아온다면.' 그 아래에는 글이 이어졌다. '네가 이곳에 온 까닭을 누가 설명하려 들더라도 그 말만으로 네가 누구인지 결정하지 마라. 나는 네가 태어나기 전에 너를 기다렸고, 아르헨은 네가 태어난 뒤 너를 지켰다. 우리는 너의 삶을 소유하지 않는다.' 나는 종이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 글이 리오나의 것이라는 증명은 아직 없었다. 그러나 헤스나가 건네준 태엽의 글씨와 같은 방식으로 'ㅁ'이 비스듬히 쓰여 있었다. 나는 문장을 그대로 마렌에게 읽어 주었다. 그녀는 글씨를 대조하더니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동일 인물의 필체일 가능성이 높아요.” *** 아기 모자 옆에는 작은 방울이 놓여 있었다. 손에 들자 아주 약한 진동이 전해졌다. 소리는 나지 않았다. 나이라가 갑자기 노래를 흥얼거렸다. 무명탑에서 불렀던 그 노래였다. 아르헨이 내게 들려주고, 지금은 유진이 레온에게 불러 주는 자장가. 놀랍게도 방울이 한 번 울렸다. 맑고 작은 소리. 나는 고개를 들었다. “이 방에서는 종이 울리지 않는 줄 알았는데.” “원래는 그래.” 나이라가 대답했다. “하지만 이 노래는 기계의 박자와 달라. 누군가 실수로 길게 부르기도 하고, 아이가 울어서 중간에 끊기도 하거든.” 나는 아기를 달래다 자장가를 잊었던 밤을 떠올렸다. 박자를 놓치면 아이가 더 크게 울었고, 그러면 다시 처음부터 불러야 했다. “기계가 계산하지 못하는 박자군.” “정확히 말하면, 맞추기를 강요하지 않는 박자지.” 나는 방울을 다시 들었다. 그 안에서 빛이 떠올랐다. 작은 환영이었다. 침대에 누운 여자가 있었다. 얼굴은 분명하지 않았다. 옆에는 아르헨처럼 보이는 사람이 앉아 있었고, 작은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이를…….” 여자가 말했다. 목소리는 거기서 끊겼다. 나는 환영을 향해 한 걸음 다가갔다. 하지만 마렌이 조용히 내 팔을 붙잡았다. “전하. 이것도 기록실이 보여 주는 장면입니다. 전부라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누군가 태어났다는 사실은 보이지만, 그 아이가 나였는지는 확인해야겠지.” 마렌의 손이 조금 느슨해졌다. *** 방울이 울린 뒤 벽의 서랍도 하나 열렸다. 안에는 아이를 처음 안은 사람에게 건네는 작은 수첩이 있었다. 표지에는 아무 이름도 없었다. 그러나 페이지를 넘기자 손글씨로 된 질문들이 나왔다. '아이의 피부는 따뜻한가?' '아이가 숨을 쉬는가?' '돌볼 사람이 충분한가?' 나는 손가락을 멈췄다. 마지막 질문이 마음에 걸렸다. 태어나자마자 맡길 사람을 정하는 것은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어야 한다는 뜻일까. “이것도 리오나의 글씨인가?” 마렌은 살펴본 뒤 고개를 저었다. “여러 사람이 쓴 것 같습니다. 펜촉의 두께가 다르고 손글씨도 달라요.” 나이라는 오래된 페이지 하나를 펼쳤다. '아기가 밤새 울면 그 아이를 탓하지 말 것. 먼저 방이 춥거나 먹을 것이 부족하지 않은지 살펴볼 것.' 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내가 레온에게 해야 할 일을 삼백 년 전에 적어 둔 사람이 있군.” 세브는 페이지마다 다른 날짜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어떤 기록은 위원회가 생기기 전이었다. 누군가의 선의가 먼저 있었고, 세라크는 나중에 그 규칙을 자기 계산에 끼워 넣었을 수 있었다. 나는 빈 페이지에 오늘의 날짜를 적었다. '레온은 지난밤 붉은 공을 잃어버려 울었다. 미아가 찾았고, 나는 공이 침대 밑에 들어가지 않게 상자를 옮겼다.' 마렌이 그 글을 보더니 물었다. “그것도 기록에 남기시게요?” “원래 이 수첩은 그런 일을 쓰는 것 아닌가?” 나는 펜을 놓았다. 전쟁 연대기에는 싣지 못할 문장들이 이곳에는 잘 어울렸다. *** 우리는 출산 기록을 열기 전에 외부의 증언을 하나 더 찾아보기로 했다. 그 결정에 가장 반대한 사람은 나였다. “이미 이렇게까지 왔는데 왜 멈추지?” 내가 말하자 세브가 차분히 대답했다. “같은 기록실이 만든 자료만 세 개 모아도 독립된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이 그날을 기억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정말 놀라운 일이다. 내 부하들이 이제는 내 명령을 그대로 따르지 않는다. 그런데 그게 이토록 도움이 되다니. 산파실을 나오는 길에 우리는 문밖에 놓인 물그릇을 발견했다. 표면은 말라 있었지만 그릇 안쪽에는 물높이를 표시한 선이 있었다. 어른의 키보다 훨씬 낮은 자리였다. “왜 이런 게 있지?” 나이라가 말했다. “산파가 아이를 받기 전 손을 씻던 그릇이야. 옛날에는 종이 울리면 무조건 아이를 넘겨줘야 했기 때문에, 산파들이 종을 듣지 않으려고 그릇에 물을 채워 놓곤 했어.” “울음을 더 잘 들으려고?” “그래.” 나는 물그릇을 가만히 보았다. 거대한 봉인을 건드릴 힘은 없어도, 어떤 사람들은 아이의 울음소리만큼은 놓치지 않으려고 작은 방법을 찾아냈다. 나는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의 이름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 찾으러 온 리오나 못지않게 그들도 내 시작과 연결되어 있을지 몰랐다. *** 성으로 돌아와 레온의 밤 기저귀를 갈아 주었다. 바르톨이 옆에서 새로 만든 신발을 보여 주었다. 이번에는 코가 부드러웠고 크기도 거의 같았다. “전하, 다시 만들었습니다.” “좋군.” “레온 님에게 신겨 볼까요?” “내일 하자. 지금은 잠들기 직전이다.” 바르톨이 신발을 내려놓았다. 나는 레온의 등을 토닥이며 생각했다. 누군가 내게 설명해 주지 못한 출생의 하루가 있다. 그러나 내가 레온에게 해 줄 수 있는 오늘의 하루는 여기에 있다. 원본이 복원될 때까지 기다리는 일이 단지 참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조금씩 배워 가고 있었다. 그때 마렌이 보낸 통신석이 빛났다. “전하! 산파실 바깥에 보관돼 있던 독립 장부를 찾았습니다.” “거기에 무슨 내용이 있지?” “번호 0의 출생 때 입회한 산파의 이름이요.” 나는 숨을 멈췄다. “누구냐?” “아르헨입니다.” 침대 위의 레온이 작은 손으로 내 검지를 붙잡았다. 내가 알고 있던 두 사람이, 내가 태어난 바로 그 밤에 함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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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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