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서 가장 긴 하루는 내가 죽던 날이었다.
성검이 가슴에 꽂힌 채 몇 번이나 숨을 들이마시려 했고, 한순간이 영원처럼 길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기록을 오늘 바꾸게 되었다.
아르헨을 깨우기 위해 준비한 하루는 죽음을 기다리던 날보다 길었다.
그날 아침, 마왕성의 서쪽 마당에는 긴 탁자가 놓였다. 그 위에는 물시계, 이름을 기록할 종이, 따뜻한 물, 그리고 집으로 돌아갈 사람들을 위한 마차 일정표가 있었다.
나는 현장을 한참 바라보았다.
“마렌. 전쟁 준비와 크게 다르지 않군.”
“전쟁 준비보다 할 일이 더 많아요.”
그녀가 대답했다.
“이번에는 누구도 명령만으로 자리에 세울 수 없으니까요.”
서른세 명의 성인이 자발적으로 참여 신청을 했다. 모두 위험을 설명받았고, 중도 철회를 연습했다. 누구의 이름도 홍보에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은 성 밖에서 자신의 하루를 보내도록 했다.
나는 그 숫자가 많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적다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서른세 명에게 필요한 것은 칭찬이 아니라 충분한 설명과 안전이었다.
***
바르톨은 시험장 바깥의 쉼터를 맡았다.
옛날 대장군이었던 놈은 작은 주전자를 들고 사람들에게 차를 나눠 주었다. 그 모습을 본 장교 하나가 경례를 하려다가 손을 멈췄다.
“장군님!”
“이제 장군이 아니네.”
바르톨이 말했다.
“그럼 뭐라고 불러야 합니까?”
“바르톨이면 되네.”
장교는 낯선 얼굴로 이름을 불렀다.
“바르톨 님.”
“그거면 충분하네.”
나는 그 장면을 보며 웃었다.
놈에게도 아직 익숙하지 않은 일이지만, 언젠가는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엘라는 참가자 명단을 확인하다가 나를 불렀다.
“카르딘 님. 저는 오늘 참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결정하셨군.”
“네. 손자가 돌아오면 밥 한 끼를 해 주고 싶어서요. 제 시간을 먼저 지키기로 했습니다.”
나는 두 손을 모았다.
“그게 옳은 선택인지 내가 판단하지 않겠습니다. 당신이 스스로 정했으니까요.”
엘라는 환하게 웃었다.
“이제 제법 말이 통하는군요, 마왕님.”
나는 조금 억울했다.
이전에도 말은 잘 통했다. 주로 내가 말하고 남들이 따랐을 뿐이지만.
***
우리는 시각시와 마왕성을 연결하는 작은 관측실을 설치했다. 원본 모래시계를 직접 움직이기 전에 분리된 태엽 하나만 시험하기로 했다. 아르헨을 곧바로 깨우는 것은 아직 위험했다.
마렌이 설명했다.
“오늘의 목표는 정지된 시간에서 열 박자를 안전하게 회수하는 것입니다. 참가자 모두가 원하면 더할 수 있지만, 오늘은 늘리지 않을 거예요.”
“좋다.”
나는 동의서를 펼쳤다.
거기에는 참가자 수와 맡는 범위뿐 아니라, 중단했을 때 어떻게 돌아갈지까지 자세히 적혀 있었다. 바르톨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전하. 혹시 첫 시험이 실패하면?”
“즉시 중지한다.”
“아르헨 님이 또 기다려야 할 텐데도요?”
“그렇다.”
바르톨이 한참 말이 없었다.
그리고 말했다.
“예전의 전하라면 성공할 때까지 밀어붙였을 겁니다.”
나는 서류를 내려놓았다.
“그랬겠지. 그래서 많은 사람을 다치게 했다.”
나는 말을 이었다.
“오늘은 성공보다 먼저 모두가 집으로 돌아가는 게 중요하다.”
***
시험이 시작되었다.
서른세 명의 참가자가 작은 수정 고리를 쥐었다. 내 앞의 수정판에는 그들의 이름 대신 임시 번호와 상태만 표시되었다. 이름과 의료 정보는 안전 담당자들만 별도로 보관했다.
마렌이 물시계 첫 방울을 확인했다.
“시작합니다.”
방 안에 종소리는 울리지 않았다.
대신 작은 숨소리들이 모였다.
수정판 위의 모래 한 알이 떠올랐다. 그리고 천천히 아래로 떨어졌다.
한 박자.
두 박자.
나는 숨을 참았다.
세 번째 박자에서 참가자 한 사람이 손을 떼었다.
“어지럽습니다.”
마렌이 즉시 중단 신호를 보냈다. 모든 고리의 빛이 약해졌다. 미아와 의료 담당자가 그 사람을 의자에 앉히고 상태를 확인했다.
그는 물을 마신 뒤 괜찮다고 말했다.
“다시 하겠습니다.”
“오늘은 쉬세요.”
마렌이 부드럽게 말했다.
나는 안도했다.
중단 절차가 실제로 작동했다.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되돌아올 길을 마련한다는 약속이 빈말이 아니었다.
***
잠시 후 우리는 범위를 더 좁혀 다시 시험했다.
이번에는 더 적은 인원이 손을 얹었다. 각자의 분담량도 줄였다. 마렌은 아르헨의 모래시계 본체가 아니라 바깥 연결 장치만 움직이도록 조정했다.
하나.
둘.
셋.
시간의 모래가 움직였다.
나는 시각시에서 보았던 식탁을 떠올렸다. 식어 버린 차 두 잔과 다 뜨지 못한 아기 모자. 그 방에서 아르헨은 삼백 년을 기다렸다.
여섯.
일곱.
갑자기 수정판의 한쪽에 붉은 글씨가 나타났다.
[미승인 공동 분담.]
[위원장 권한으로 중지 요청.]
세라크였다.
나는 마렌에게 외쳤다.
“기록부터 남겨라. 방해가 있었다는 사실도!”
“알겠습니다!”
여덟.
아홉.
열.
모래알이 마지막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멈췄다.
우리는 누구도 더 움직이지 않았다.
마렌이 참가자들의 상태를 하나씩 확인했다. 기억이 흐려진 사람은 없었고, 시간 감각의 차이를 느낀 몇 사람에게는 안정 조치를 취했다. 그날의 관측은 거기서 끝났다.
열 박자.
고작 열 박자였지만, 누구도 강제로 희생시키지 않고 얻은 열 박자였다.
***
시각시에서 연락이 온 것은 그날 저녁이었다.
나이라가 수정석 너머에서 울고 있었다.
나는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슨 일이지? 아르헨은?”
“잠깐 눈을 떴어.”
나는 숨을 멈췄다.
“정말인가?”
“응. 예전처럼 아주 잠깐. 그런데 이번에는…….”
그녀는 눈물을 닦았다.
“말을 끝까지 했어. 중간에 시간이 멈추지 않았어.”
나는 수정석을 더 가까이 들었다.
“무슨 말을 했지?”
나이라는 종이를 펼쳤다.
'카르딘에게 전해 줘. 누구의 시간을 훔치지 않고도 문을 움직였구나. 하지만 조심해야 해. 세라크가 감춘 첫 번째 시계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그 아래에는 또 다른 문장이 있었다.
'그 시계는 너를 세상에서 지우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야. 네가 태어나기 전에, 다른 누군가의 삶을 대신 고정하기 위해 만들어졌단다.'
나는 글을 다시 읽었다.
“누구의 삶?”
나이라는 고개를 저었다.
“거기까지 말하려다 다시 잠들었어.”
나는 의자에 앉았다.
삼백 년 동안 멈춰 있던 시간이 열 박자만큼 흘렀다. 아직 아르헨은 갇혀 있었고, 유진의 친구들도 돌아오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가 찾은 방법이 아무 의미 없는 가설은 아니었다.
그 사실만큼은 확인할 수 있었다.
***
시험이 끝난 직후 우리는 참가자 한 사람씩 상태를 확인했다.
검은 수정판에는 열 박자를 옮겼다는 기록이 남아 있었지만, 나는 숫자만 보고 성공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물을 마시고, 호흡을 확인하고, 가족이 있는 사람에게는 직접 연락할 수 있도록 했다.
“전하, 참여자 중 한 사람이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고 합니다.”
마렌이 내게 보고했다.
나는 곧장 그를 찾아갔다.
젊은 목수였다. 그는 긴장한 얼굴로 손을 모으고 있었다.
“무슨 이름을 들었나?”
“제가 어릴 때 쓰던 별명이었습니다. 지금은 아무도 그렇게 부르지 않아요.”
“누가 부르는 것 같았지?”
“어머니 목소리 같았습니다. 하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그에게 그 소리가 실제였다고 확정하지 않았다. 장치가 기억을 건드린 결과일 수도 있었다. 목수는 다음 시험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알겠다. 오늘 참여한 일 때문에 다시 오라고 요구하지 않겠다.”
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제가 그만둬서 아르헨 님을 구하지 못하면요?”
나는 대답했다.
“그 책임을 네게 지우지 않겠다. 너는 네 시간을 돌려받고 집으로 가는 거다.”
목수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는 다음 실험을 설계할 때 감각과 기억의 변화도 함께 기록하기로 했다. 안전하다는 말은 문제가 없었다는 뜻이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멈추고 돌볼 수 있다는 뜻에 더 가까웠다.
바르톨은 쉼터에서 마지막 주전자를 비우고 있었다.
“전하. 오늘은 제가 싸운 적이 없습니다.”
“그래.”
“그런데 이상하게도 전쟁을 끝낸 기분입니다.”
나는 웃었다.
“끝낸 건 아니지. 다만 사람 한 명이 불필요하게 희생되는 일을 막았을 뿐이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생각보다 큰 일이군요.”
나는 서쪽 마당을 돌아보았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
나는 레온의 방으로 갔다.
아이는 침대에서 작은 손으로 헝겊 곰의 귀를 만지고 있었다. 미아는 오늘 시험에 관해 조용히 이야기를 해 주고 있었다. 아이가 이해할 리 없었지만, 그녀는 마치 오래전부터 그 일을 이야기해 주고 싶었던 사람처럼 웃고 있었다.
“전하, 무사히 돌아오셨네요.”
“그래.”
나는 손을 씻고 레온을 안았다.
“오늘 내가 세상에서 가장 느린 승리를 거뒀다.”
레온은 내 얼굴을 만졌다.
“그런데 아직 끝난 게 아니야.”
아이가 옹알이를 했다.
나는 웃었다.
“그래. 네 말이 맞겠지. 끝나지 않았다면 내일도 할 일이 있다는 뜻이니까.”
그때 창밖에서 가느다란 종소리가 났다.
나는 몸을 돌렸다.
마왕성에는 원래 종이 두 개 있었다. 아침 근무를 알리는 종과 화재를 알리는 종. 그런데 지금은 세 번째 종이 울리고 있었다.
소리의 방향은 서쪽 마당이었다.
그곳에는 종이 없었다.
마렌이 다급하게 뛰어 들어왔다.
“전하, 첫 번째 시계에서 새 문장이 나타났습니다!”
그녀가 수정판을 내밀었다.
[임시 계약 검증 완료.]
[보호 대상의 성년 이전 동의는 무효.]
[최초 담보자 재조회 개시.]
그 다음 줄에서 나는 숨이 멎는 듯했다.
[최초 담보자: 초대 종지기 아르헨 — 불일치.]
[실제 최초 담보자: 정보 복원 중.]
잠시 후 마지막 문장이 떠올랐다.
[대상 보호자 카르딘과 최초 담보자의 관계 확인 필요.]
나는 레온을 더 단단히 안았다.
내가 알고 싶었던 것은 내 시작이었다.
그런데 그 시작보다 더 앞선 사람이 있었다.
첫 번째 시계가 감춘 것은 나의 이름이 아니었다.
나보다 먼저 누군가를 지키기로 했던 사람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 사람의 이름이 우리 앞에 나타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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