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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39화
PAYLUA ORIGINAL · 제39화

39화. 마왕이 벌인 가장 느린 전투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4,429자

오프라인 책장
세라크를 처음 보았을 때 나는 그의 목을 꺾고 싶었다. 마왕으로 살면서 이런 충동을 참는 일은 드물었다. 적이 앞에 나타나면 검을 뽑았고, 검을 뽑으면 대개 싸움은 끝났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럴 수 없었다. 세라크는 오래된 지하 예배당의 첫 번째 시계에 손을 얹고 서 있었다. 그 시계 안에는 아르헨이 남긴 임시 계약과 아이들의 출생 기록이 묶여 있었다. 내가 시계를 부수면 그 안의 기록까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여길 찾아올 줄은 알았다.” 세라크가 말했다. “네게 준 두 번째 삶은 제법 흥미로운 결과를 만들었지.” 나는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네가 나를 회귀시켰단 말인가?” “그렇게 단정하지는 마라. 나는 가능성들을 정리했을 뿐이다.” “말장난은 그만둬라.” 그는 웃었다. “네가 과거로 돌아간 순간, 세계의 계산에 오차가 생겼다. 나는 그 오차를 줄이려고 했지.” 나는 검을 뽑지 않았다. “그 계산에 아기의 하루까지 포함했나?” “물론이다. 작은 변화가 커다란 결말을 부른다.” “그러면 아이가 웃은 날도 종말 위험으로 기록했겠군.” 세라크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그가 침묵하는 동안 시계 아래의 붉은 인장을 살폈다. 위조 계약은 아직 그곳에 있었다. *** 세라크는 손가락을 들어 문을 닫았다. 복도 끝의 석문이 무거운 소리를 내며 잠겼다. 방 안의 모래가 공중에 멈췄고, 내 옷깃도 움직이지 않았다. “후보 영. 네가 지금 여기서 물러나면 그 아이를 내버려 두겠다.” “얼마나?” “예정된 시점까지.” “그 뒤에는 성검을 쥐게 하겠지.” “세계가 필요로 하는 일이다.” 나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세계가 필요로 하는 일인지 네 기록이 필요로 하는 일인지부터 확인하겠다.” 세라크의 손바닥에 낯익은 문양이 나타났다. 순명의 종이었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대신 내 몸이 순간적으로 무거워졌다. 기억 속의 전쟁이 한꺼번에 떠오르고, 어릴 적 이름을 빼앗겼던 순간의 공포가 손목을 붙잡았다. 나는 무릎을 꿇었다. “전하!” 마렌이 달려왔다. “괜찮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힘을 쓰면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내 마력이 폭발하면 작은 지하실이 무너질 터였다. 그 안에는 세라크의 인장뿐 아니라 수많은 아이의 이름이 묶여 있었다. 나는 처음으로 전장에서 힘의 양을 줄였다. 검은 불꽃을 손바닥만큼만 피웠다. 그리고 내 발목을 조이는 시간의 고리 하나만 녹였다. “네게 가르칠 것이 있군.” 나는 천천히 일어났다. “작은 불꽃으로도 싸울 수 있다는 사실이다.” *** 마렌은 시계의 원형 판을 조사했다. “전하! 붉은 인장은 원래 계약 위에 덧씌운 것입니다. 단순히 부수면 기록이 손상돼요. 하지만 위조 문장만 분리하면 원래 서명이 남을 수 있습니다!” “얼마나 걸리지?” “모릅니다.” “그럼 시간을 벌겠다.” 세라크가 차갑게 말했다. “네가 시간을 번다니. 내가 다루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군.” 나는 웃었다. “안다. 남에게서 훔친 것을 제 것처럼 사용하는 기술이지.” 그가 손을 뻗자 벽의 시계들이 동시에 흔들렸다. 내 눈앞에 어린 카르딘이 나타났다. 그는 흙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고, 배가 고파 작은 빵 한 조각을 붙잡고 있었다. “네가 강해지기로 한 이유를 잊었느냐?” 세라크가 물었다. “잊지 않았다.” “너는 약한 채로 남는 것을 두려워했다.” “맞다.” “그럼 다시 강한 쪽을 선택해라. 시계를 부수면 된다.” 나는 어린 나를 바라보았다. 그때는 아무도 내게 도움을 청해도 된다고 말해 주지 않았다. 혼자 살아남아야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지금은 마렌이 내 옆에서 일하고 있었고, 세브는 문밖의 증인을 찾고 있었다. “강하다는 것이 무조건 부수는 일이라고 생각했지.” 나는 검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이제는 다른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세라크의 표정이 굳었다. *** 세브가 편지 하나를 시계 앞에 놓았다. 다렌의 어머니가 적은 증언이었다. '그 아이는 비 오는 날 우물에서 물을 길어 왔다.' 뒤이어 엘라가 쓴 기록, 나이라의 기억, 시각시에서 복사해 온 아르헨의 문장이 놓였다. 문장들은 하나씩 작은 빛을 내기 시작했다. 세라크의 손끝이 움찔했다. “검증되지 않은 기억은 증거가 될 수 없다.” 마렌이 대답했다. “그래서 서로 다른 자료와 대조하고 있어요. 같은 사람의 경험을 기록한 독립된 증언이 여러 개입니다. 적어도 당신이 삭제한 기록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죠.” 세라크가 벽의 시계들을 더 빠르게 돌렸다. 나는 검을 들었다. 이번에는 시계가 아니라 천장에서 떨어지는 돌을 베었다. 마렌의 머리 위로 떨어진 돌덩이가 반으로 갈라졌다. “계속해라!” 나는 외쳤다. 세라크가 내 쪽으로 시간의 사슬을 날렸다. 그것은 사람을 늙게 하거나 기억을 지우는 힘이었다. 나는 사슬을 정면에서 부수지 않았다. 바닥의 빈 공간으로 방향을 틀어 다른 사람에게 닿지 않게 했다. 내 몸이 한 걸음씩 뒤로 밀렸다. 오래 걸리는 싸움이었다. 수천 년을 사는 악마와 시간을 지배한다는 노인이, 한 장의 계약서에서 글자 두 줄을 지우는 일을 두고 서로 버티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느린 전투였다. *** 마렌이 마지막 봉인을 들어 올렸다. “됐습니다!” 원래 계약의 문장이 드러났다. '보호 목적의 임시 보관. 보호자의 요청 또는 피보호자가 장래 의사를 밝히는 경우 종료 가능.' 세라크가 위조한 영구 위임 조항이 검게 갈라졌다. 시계의 바늘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 딸깍. 방 안의 먼지가 다시 흘렀다. 그러나 세라크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우리를 바라보며 낮게 웃었다. “훌륭하군. 네가 그 문장을 찾아낸 것은 인정하지.” “그럼 아이들의 시간을 돌려줘라.” “그게 가능하려면 봉인을 대신 지탱할 사람이 필요하다. 너희가 찾아낸 제삼의 방식 말이다.” 나는 그의 눈을 가늘게 보았다. “왜 그걸 숨겼지?” 세라크는 고개를 돌렸다. “자발적으로 책임을 나누는 방식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모두가 거절하면 봉인이 무너질 수 있어.” “그래서 동의도 받지 않고 한 사람에게 떠넘겼나?” “세계가 살아남으려면 누군가는 희생해야 한다.” 나는 그의 얼굴을 똑바로 보았다. “그 '누군가'를 고른 사람이 왜 늘 너였는지부터 따져 보자.” *** 전투가 길어질수록 세라크의 환영은 교묘해졌다. 그는 내 옛 부하들의 얼굴을 꺼냈다. 무너진 성에서 죽었던 장군들, 나를 따르다 돌아오지 못한 병사들, 그리고 내 명령에 저항하다 추방된 사람들까지. “너는 그들을 지키지 못했다.” 세라크가 말했다. 나는 그 얼굴들을 바라보았다. “맞다.” “그럼 이번에도 실패할 것이다.” “그럴 수 있다.” 세라크가 잠시 입을 다물었다. 나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실패할 수 있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선택을 빼앗는다면 그것도 실패다.” 그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런 말로 네 죄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알고 있다.” 과거의 잘못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다른 전쟁을 준비했다. 더 큰 승리로 죄책감을 덮을 수 있다고 믿었다. 이제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부하들의 얼굴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은 돌이킬 수 없다고 말하겠다. 대신 아직 살아 있는 사람들을 위해 다른 결정을 내리겠다.” 환영의 가장자리가 흔들렸다. 마렌이 작은 소리로 불렀다. “전하, 제 목소리 들리세요?” “들린다.” “시계 아래에 남은 붉은 선을 찾았어요. 마지막 한 줄만 분리하면 됩니다.” 나는 발을 옮겼다. 세라크는 내 앞에 두꺼운 벽을 만들었다. 나는 그것을 부수는 대신 양옆의 지지대를 살폈다. 벽은 본래 방의 구조물이 아니라 내 기억에 기댄 환영이었다. 나는 검을 검집에 넣고 눈을 감았다. 자장가의 박자를 떠올렸다. 나이라가 불렀고, 유진이 배웠으며, 레온이 잠들던 그 불규칙한 가락. 환영의 벽이 희미해졌다. 내가 두려워할 이야기를 없앨 수는 없지만, 그 이야기에서 나오는 명령을 반드시 따를 필요도 없었다. 나는 다시 눈을 떴다. 마렌이 일하고 있는 작은 탁자가 보였다. 내가 지켜야 할 곳은 거기였다. *** 우리는 증거를 가지고 나왔다. 세라크를 체포하지는 못했다. 그가 머물던 형체는 시계의 그림자였고, 본체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원본 계약과 위조된 조항을 따로 기록해 두는 데 성공했다. 시각시로 돌아가는 길에 마렌이 말했다. “전하, 이제 세 번째 방법을 실행할 근거가 생겼어요. 하지만 준비가 여전히 부족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을 모으고, 위험을 줄이고, 누가 물러나더라도 멈출 수 있는 장치를 만든다.” “그리고 원본 계약이 유효하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합니다.” “알고 있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붉은 별은 아직 떠 있었다.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세라크는 이번 싸움에서 한 가지를 잃었다. 우리가 그에게 질문할 권리가 없다는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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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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