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가 돌아온 날, 마왕성에는 편지가 눈처럼 쏟아졌다.
과장이 아니다.
정말로 북쪽 하늘에서 낡은 봉투들이 떨어졌다. 성벽의 창살에 걸리고, 분수대에 빠지고, 지붕 위에 쌓였다. 처음에는 천계가 종이로 공격하는 줄 알았다.
“방패를 올려라!”
내가 외치자 바르톨이 놀이방에서 뛰어나왔다.
“전하! 어느 방향입니까?”
“하늘이다!”
“독이 든 편지입니까?”
“아직 모른다!”
그때 세브가 성문 앞으로 걸어왔다. 옷자락에는 얼어붙은 진흙이 묻어 있었고, 신발 밑창은 반쯤 떨어져 있었다.
“죄송합니다. 배송망을 한 번에 열었더니…….”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우체국을 폭발시켰나?”
“아닙니다. 삼백 년 동안 배달되지 못한 편지들이 길을 찾았을 뿐입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손안의 불꽃을 껐다.
***
편지들은 보낸 사람과 받는 사람이 달랐다.
어떤 봉투에는 세상을 떠난 가족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어떤 봉투에는 이미 지도에서 사라진 마을의 주소가 남아 있었다. 대부분은 시각시가 사라진 날부터 어느 시점에서 멈춰 있던 것들이었다.
세브는 성 아래 넓은 창고를 빌렸다. 우리는 편지를 바닥에 쌓지 않고 탁자에 하나씩 올려놓았다. 물에 젖은 것은 미아가 마른 천으로 닦았고, 내용이 훼손된 것은 복구할 수 있는 범위만 기록했다.
“사람이 읽어도 되는 편지인지 어떻게 알지?”
나는 물었다.
세브가 대답했다.
“원칙적으로 받는 사람에게만 열람 권한이 있습니다. 보내지 못한 편지는 발신인의 뜻을 먼저 확인해야 하고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쟁 중이라면 그런 원칙은 사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남의 편지를 훔쳐서 얻은 정보로 사람을 구하겠다는 건 어딘가 잘못되어 있었다.
“주소가 없는 편지는?”
“새로운 수취인을 찾지 않고 별도 보관하겠습니다.”
그는 조심스럽게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수신인: 다렌의 어머니.'
나는 숨을 멈췄다.
유진이 찾고 있는 친구의 이름이었다.
***
다렌의 어머니는 돌개울 마을에서 발견되었다.
그녀는 아이가 사라진 뒤 몇 해 동안 마을 우물 옆에서 빨랫일을 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누구도 그녀가 자식을 두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다. 심지어 그녀 자신도 아들의 얼굴이 꿈처럼 흐려져 간다고 했다.
우리는 그녀에게 편지를 보여 주기 전에 출처를 설명했다. 오래전 배달이 멈춘 우편물이 돌아왔고, 봉투에 그녀의 이름이 적혀 있다는 사실까지.
그녀는 봉투를 양손으로 받았다.
“제가 열어도 되나요?”
“당신 앞으로 온 편지입니다.”
세브가 말했다.
그녀는 한참 동안 밀랍 봉인을 바라보다가 손톱으로 조심스럽게 떼었다.
안에는 짧은 글이 있었다.
'엄마, 다음번에는 우물에서 물을 길을 때 제가 도와드릴게요. 종소리가 들려도 늦지 않게 돌아갈게요.'
여자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오랫동안 울다가, 편지의 뒷면에 그려진 작은 별을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이 별…… 아이가 늘 그리던 모양이에요.”
“아들을 기억하십니까?”
“전부는 아니에요.”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아이가 저를 도와주겠다고 말하던 목소리는 기억나요.”
나는 조용히 대답했다.
“그럼 그 기억부터 적어 둡시다.”
그녀가 놀란 듯 나를 보았다.
나는 목탄과 종이를 내밀었다.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아도 됩니다. 당신이 기억한 일이니까요.”
***
편지를 배달한 지 사흘째 되던 날, 첫 번째 증언 모임이 열렸다.
우리는 돌아온 편지를 공개적으로 읽지 않았다. 대신 기억을 남기고 싶은 사람에게 빈 종이와 목탄을 나눠 주었다. 각자는 자신의 이름과 기억해 주었으면 하는 한 장면을 적었다.
엘라는 손자가 병에 걸렸을 때 자신이 창가에서 밤을 새웠던 이야기를 썼다. 다렌의 어머니는 비 오는 날 아들이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온 장면을 남겼다. 나이라는 작은 카르딘이 밥그릇을 떨어뜨리고도 자신이 혼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라던 얼굴을 적었다.
“그런 일이 있었나?”
나는 나이라에게 물었다.
“있었지.”
“왜 혼내지 않았지?”
“밥그릇이 깨졌다고 네가 다친 건 아니었으니까.”
나는 마음이 조금 이상해졌다.
내가 만든 법에는 작은 실수에 큰 벌을 내리는 조항이 많았다. 나는 그 법을 공정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나를 키운 사람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내가 밥그릇을 더 깨뜨렸겠군.”
“정확히 일곱 개.”
“……그건 기록에서 지워도 되겠나?”
나이라는 크게 웃었다.
***
세브는 증언을 모으는 이유를 설명했다.
“한 사람이 기록을 지워도 다른 사람이 기억하는 사실은 남습니다. 시각시의 봉인을 풀 때도 그것이 안전망이 될 수 있어요.”
누군가 손을 들었다.
“그럼 이 종이에 서명하면 시간을 내놓아야 합니까?”
“아닙니다.”
나는 즉시 대답했다.
“오늘은 기억을 남기는 날이다. 시간 분담에 참여할지 여부는 별도 설명을 듣고 각자 결정한다. 오늘 이곳에 왔다는 이유로 누구에게도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조금 안심하는 듯했다.
그중 한 노인이 말했다.
“저는 편지를 받은 적이 없는데도 이야기를 적을 수 있습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당신의 시간이니까.”
노인은 한참 생각하다가 종이에 적었다.
'우리 집 개가 죽은 날, 아이들이 정원에 작은 돌을 세웠다.'
세계의 운명과는 아무 관계가 없어 보이는 문장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것을 읽고 웃었다.
아마 세라크는 저 문장의 가치를 계산하지 못할 것이다. 숫자로 환산하기 어려운 슬픔과 위로가 들어 있으니까.
***
편지가 쏟아졌다는 소문은 순식간에 퍼졌다.
낯선 사람들이 성 앞에 모였다. 죽은 가족에게서 답장을 받을 수 있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고, 사라진 빚을 증명할 서류가 있느냐고 따지는 상인도 있었다.
“편지가 돌아온다고 죽은 사람이 돌아오는 건 아니다.”
나는 성문 앞에서 직접 설명했다.
“그리고 누군가의 사적인 편지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 줄 수도 없다.”
상인 하나가 화를 냈다.
“그럼 마왕님은 왜 그 편지를 가지고 있습니까?”
“오래전의 배달을 마무리할 방법을 찾고 있다. 내 소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상인은 불만스러워했지만 물러났다.
나는 세브와 함께 편지 보관 규칙을 만들었다. 봉투 상태와 보관 장소만 기록하고, 내용을 보려면 수신인이 직접 동의하도록 했다. 주소를 확인할 수 없는 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전하, 그러면 사람을 찾는 데 오래 걸립니다.”
세브가 말했다.
“그래도 서두르느라 남의 비밀을 깨뜨리지는 말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한 여자가 다가왔다. 손에는 낡은 아이 신발 한 짝이 들려 있었다.
“저는 편지 받을 사람이 없어요.”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제 아이가 있었다는 사실을 누군가 기억해 주었으면 해요.”
나는 그녀를 식당 안으로 안내했다.
그녀는 아이의 이름을 적지 못했다. 기억이 흐려졌기 때문이다. 대신 아이가 신발 끈을 묶을 때마다 혀를 조금 내밀던 버릇을 말했다.
나는 그 장면을 자세히 적었다.
이름이 없으면 기록할 수 없는 세계에 맞서려면, 이름이 돌아오기 전에도 삶의 흔적을 지켜야 했다.
여자가 돌아간 뒤 세브가 물었다.
“전하께서는 이런 기록들이 정말 봉인을 바꿀 거라고 믿으십니까?”
“아직 모른다. 하지만 봉인을 바꾸지 못하더라도 누군가 자기 아이를 기억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쓸모가 있다.”
세브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그리고 보관함에 새 이름표를 붙였다.
'받는 사람이 찾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편지들.'
***
그날 저녁 마렌이 놀라운 현상을 발견했다.
편지에서 되살아난 이름들이 시각시의 모래시계 목록에 희미하게 다시 나타나고 있었다. 서류에 글씨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보관한 수정판의 빈칸에서 작은 빛이 움직였다.
“기억의 증언이 봉인의 구조에 영향을 줍니다.”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만으로?”
“실제 시간을 되돌리는 수준은 아니지만, 삭제된 이름을 찾을 수 있는 연결이 살아납니다.”
나는 세브를 바라보았다.
그는 녹초가 된 얼굴로 편지를 분류하고 있었다. 누구보다 많은 길을 걸었지만, 아직 아무도 그에게 쉬어도 된다고 말하지 않았다.
“세브.”
“예?”
“오늘은 그만해라.”
“아직 미배달 편지가 이백 통 남았습니다.”
“그 편지는 내일도 여기 있다.”
“그러면 받는 사람이 더 기다리잖습니까?”
나는 조용히 대답했다.
“배달부가 쓰러지면 더 오래 기다리게 된다.”
세브는 한참 고민하다가 의자에 앉았다.
우리는 편지를 정리하는 대신 따뜻한 차를 마셨다.
그때 창고 맨 안쪽의 오래된 우편함에서 딸깍 소리가 났다.
봉투 하나가 스스로 밖으로 밀려 나왔다.
수신인에는 내 이름이 적혀 있었다.
'카르딘에게. 네가 기억해야 할 첫 번째 시계.'
보낸 사람은 아르헨이 아니었다.
세라크.
제37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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