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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35화
PAYLUA ORIGINAL · 제35화

35화. 레온의 첫 번째 선택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4,815자

오프라인 책장
유리 조각은 손톱보다 작았다. 빛이 없다면 단순한 장식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살아 있는 눈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조각의 표면에 아주 작은 글씨들이 흘렀기 때문이다. [보호 대상 관측 개시.] [자발적 선택 반응 측정.] 마렌이 내 옆에서 숨을 삼켰다. “전하, 접촉하면 안 됩니다. 관측자가 아이의 선택을 유도할 수 있어요.” “그런 물건을 우리 놀이방에 들였군.” 나는 조각을 검집으로 가볍게 건드렸다. 유리는 깨지지 않았다. 대신 내 손의 움직임을 따라 반짝였다. “재미있는 장난감이군.” “전하, 제발 그걸 장난감이라고 부르지 마세요.” 나는 웃었다. “알았다. 그럼 불법 감시 장치라고 부르지.” *** 우리는 놀이방을 비우고 복도의 작은 방에 관측 장치를 옮겼다. 마렌은 기록실의 마법을 분석하고, 나이라는 아르헨이 남긴 종 없는 노래를 불렀다. 세이라는 반달 문양을 천 위에 그렸다. “이건 인장의 위치를 알려 주는 표식이에요.” 그녀가 말했다. “아이에게 새겨진 것은 사람을 해치는 주술이라기보다, 멀리서 누가 어디 있는지 확인하는 연결점에 가깝습니다.” “그럼 레온의 어깨에 있는 흉터가 그 역할을 한다는 건가?” “그럴 가능성이 있어요. 하지만 생긴 이유는 아직 모릅니다.” 나는 팔짱을 꼈다. 레온을 처음 발견했을 때는 그 흉터가 용사의 증거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누군가 아기의 위치를 오래전부터 따라다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없앨 수 있나?” 마렌이 고개를 저었다. “원인을 모른 채 제거하면 더 위험할 수 있어요. 피부에 새겨진 것이 아니라 시간의 연결에 가까워 보여요.” “그럼 당분간 가리자.” 나는 깨끗한 천을 가져왔다. 하지만 미아가 내 손을 막았다. “전하, 너무 꽉 묶으시면 안 돼요.” “나는 천의 압력을 정확히 조절할 수 있다.” “마법으로 압력을 계산하는 것과 아기가 편안한 건 다르다니까요.” 나는 손을 내렸다. 요즘 나의 위엄은 이렇게 작은 일에서 흔들렸다. *** 레온은 놀이방의 임시 공간에서 두 개의 물건을 바라보고 있었다. 붉은 나무 공과 푸른 헝겊 곰이었다. “레온이 무엇을 고를지 볼까요?” 미아가 말했다. 나는 긴장했다. “선택 하나에 무슨 의미가 있지?” “오늘은 공이 좋은지, 곰이 좋은지 알 수 있겠죠.” 그렇게 단순한 이유라니. 미아가 두 물건을 조금 떨어뜨려 놓았다. 레온은 한참 동안 공을 보다가 손을 뻗었다. 내가 예상했던 쪽이었다. 붉은 공은 밝았고, 움직이기도 쉬웠다. 그런데 막상 손끝이 닿기 직전 아이는 방향을 바꾸었다. 곰을 집었다. 그리고 공을 발로 찼다. “그런 선택도 있군.” 내가 중얼거리자 미아가 웃었다. “물론이죠.” 나는 잠시 생각했다. 자유로운 선택이란 예측과 다른 길을 가는 일이었다. 누군가 두 개 중 하나를 고르라고 했을 때, 두 개 다 가지고 놀겠다는 답도 가능했다. 그런데 그 순간 복도의 유리 조각이 거칠게 진동했다. [선택 편차 검출.] [대상 안정성 재산정.] 마렌이 뛰어 들어왔다. “전하! 지금 놀이방에서 뭘 하셨죠?” “아기가 장난감을 골랐다.” “그것뿐이라고요?” “곰을 잡고 공을 찼다.” 마렌은 잠시 말을 잃었다. “그 선택이 기록실의 예측과 달랐던 모양이에요.” 나는 어이가 없었다. 세상의 종말을 계산한다는 조직이 아기의 장난감 선택까지 감시한다니. 그들이 지키려는 것은 세계가 아니라 모든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는 확신인지도 모른다. *** 관측 장치는 저녁에 다시 깨어났다. 그 안에서 세라크의 목소리가 흘렀다. “카르딘. 아이의 작은 선택이 큰 파국으로 이어질 수 있다.” 목소리는 늙지도 젊지도 않았다. 종이 위에 새겨진 글자를 그대로 읽는 것처럼 느껴졌다. “네가 어느 장난감을 집어 주는지까지 신경 쓸 이유가 있나?” “선택은 경로를 만든다. 통제하지 않으면 세계는 균열된다.” 나는 대꾸했다. “그럼 너희가 통제한 지난 삼백 년 동안 세계는 왜 계속 갈라졌지?” 잠깐의 침묵. “예측할 수 없는 선택은 허용할 수 없다.” “그 말은 아이가 우는 날씨도 네게 허락받으라는 뜻처럼 들리는군.” “네 선택으로 봉인이 무너지면 수많은 생명이 위험하다.” “그 위험은 조사하겠다. 하지만 아이에게 공 하나를 고르게 한 일이 죄라고 말하지 마라.” 유리 속 글씨가 붉게 변했다. [후보 영: 보호자 적합성 재심사.] 나는 웃었다. “심사하려면 심사해라. 다만 심사위원도 누군가의 심사를 받아야겠지.” 마렌이 손으로 입을 가렸다. 웃음을 참는 모습이었다. *** 그날 밤 미아가 레온의 팔을 씻기다가 물었다. “전하, 아이가 자라면 정말 하고 싶은 걸 전부 하게 하실 건가요?” “그건 또 다른 문제다.” “왜요?” “불이 뜨거운 줄 모르고 만지려 하면 막아야겠지. 다른 아이를 때리려 하면 말려야 하고.” 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디까지 허락하실 생각이에요?” 나는 아이의 등을 토닥이며 생각했다.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범위를 조금씩 넓혀 주겠지. 대신 어떤 행동이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는지 가르칠 거다.” 미아는 잠시 미소 지었다. “그게 보통 부모들이 하는 일이에요.” 그런가. 전에는 전쟁 계획을 세울 때도 이런 질문을 하지 않았다. 부하가 실패하면 벌을 내렸고, 성공하면 포상을 주었다. 이제는 아이가 실패해도 다시 해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일이 더 중요했다. *** 마렌은 감시 장치가 무엇을 기록하는지 시험하기 위해 빈 방에 나무 인형을 세웠다. 인형의 양손에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다. 우리가 원한 것은 장치가 인형을 아기로 착각하는지 확인하는 일이었다. “전하, 한 발 뒤로 물러나 주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렌이 수정판을 움직이자 인형의 손에 작은 푸른 구슬이 나타났다. 유리 장치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구슬을 붉은 것으로 바꾸자 갑자기 빛났다. [예정 경로 일치.]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붉은 것을 좋아한다는 뜻인가?” “아니요. 관측자가 특정 행동을 정상이라고 정해 둔 것 같아요.” 마렌은 이번에는 인형을 눕혔다. 유리는 다시 어두워졌다. 인형을 앉히자 빛났다. [예정 경로 일치.] “정해 놓은 선택지 말고 다른 동작을 할 수도 있는데.” 내가 중얼거리자 마렌이 답했다. “그걸 비정상으로 분류하겠죠.” 나는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성왕국의 신탁은 레온이 용사가 될 거라고 했다. 만약 누군가 '정상'이라는 이름으로 매일 아이를 조금씩 그 방향으로만 밀어 간다면, 결국 예언은 스스로 실현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고 진짜 위험이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시각시의 균열은 실제로 사람의 기억을 흔들었다. 우리는 그것도 막아야 했다. “장치를 봉인해라. 위험을 알기 위해 관찰할 수는 있어도, 그 장치가 레온의 행동을 바꾸게 두지는 않겠다.” 마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혹시 다른 장치가 있는지도 확인해요.” 우리는 방의 벽과 창틀을 검사했다. 작은 장식 조각 세 개가 더 나왔다. 미아는 그중 하나가 레온의 침대 머리맡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화를 냈다. “누가 아기 자는 모습까지 감시한 거예요?” 나는 조각을 살폈다. “그렇게 살피고도 왜 우는지 몰랐겠지.” 그날 나는 관측자가 누구보다 많은 것을 보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모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날 늦은 오후 나는 레온의 옷장 앞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추운 날씨였다. 두꺼운 옷을 입히는 편이 좋겠지만, 레온은 목이 답답해지는 옷을 싫어했다. 내가 검은 털옷을 들어 올리자 아이는 고개를 홱 돌렸다. 대신 미아가 내민 부드러운 회색 옷에는 손을 뻗었다. “보십시오. 이것도 선택이죠.” 미아가 말했다. “하지만 회색 옷은 조금 얇지 않나?” “그럼 안에 천을 한 장 더 입히면 돼요. 선택을 존중한다는 게 위험한 걸 그대로 내버려 둔다는 뜻은 아니니까요.” 나는 그 말이 마음에 들었다. 레온은 회색 옷을 입고 나서 기분이 좋아졌는지 소리를 내었다. 나는 녀석의 양말을 정리했다. “좋아. 네가 고른 옷을 입었으니 나가서 바람도 조금 쐬어 보자.” 마당으로 나가자 아이가 내 머리카락을 움켜잡았다. 나는 잠시 허리를 숙였다. 바람이 레온의 이마를 스쳤다. 아이는 놀라 눈을 깜빡였지만 곧 다시 웃었다. 나는 하늘의 붉은 별을 올려다보았다. 저 별이 아무리 많은 가능성을 계산한다 해도, 아기가 바람에 눈을 깜빡이는 기분까지 알아맞힐 수 있을까. 그 순간만큼은 내가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레온이 무엇을 원한다는 거창한 답은 모르지만, 지금 녀석이 따뜻하고 편안하다는 사실 정도는 가까이 있는 내가 살필 수 있었다. *** 자정이 가까워졌을 무렵, 유리 조각이 마지막으로 빛났다. [마왕 보호자 관계 유지 시 예정 종말 위험 증가.] [권고: 아동을 성왕국으로 이송.] 나는 조각을 들어 올렸다. “이송한 뒤에는?” 아무 대답도 없었다. “아이를 어디서 어떻게 기를 건지, 누가 밥을 먹일 건지, 아프면 누가 돌볼 건지. 그런 계획은 있는가?” [구원자 양성 절차에 따라 처리.] “거기에 아이의 의사는?” [비필수.] 나는 유리 조각을 두꺼운 천에 감쌌다. “그렇다면 아직 데려갈 자격이 없다.” 나는 거실로 돌아왔다. 레온은 붉은 공과 푸른 곰을 양옆에 두고 잠들어 있었다. 두 가지 모두 끝내 놓지 않은 모양이었다. 나는 공이 굴러떨어지지 않도록 침대 밖으로 옮겼다. 그리고 생각했다. 언젠가 저 손으로 성검을 쥐는 날이 오더라도, 그 검이 누구를 향해야 하는지는 저 아이가 판단할 것이다. 그날이 두렵지 않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두려움 때문에 아이의 손에서 장난감마저 빼앗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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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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