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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34화
PAYLUA ORIGINAL · 제34화

34화. 바르톨의 사직서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4,933자

오프라인 책장
나는 삼백 년 동안 수많은 사직서를 받아 보았다. 대부분은 내 책상까지 올라오지 못했다. 군단장이 그 전에 반려했기 때문이다. 마왕군의 전통에 따르면, 사직하려는 자는 마왕의 성 앞에서 세 번 결투를 벌여야 했다. 살아남으면 비로소 퇴직을 신청할 수 있었다. 합리적인 제도라고 생각했다. 직원들이 쉽게 나가지 못하니 병력이 줄어들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오늘, 내 앞에 놓인 사직서에는 결투 신청서가 붙어 있지 않았다. “바르톨. 이게 무엇이지?” “보시는 그대로입니다, 전하.” “대장군직 사직서?” “예.” 나는 놈의 얼굴을 살폈다. 바르톨은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처럼 기름진 갑옷에 거대한 어깨뿔, 칼집만 세 개를 찬 모습이었다. 그런데 손에는 검이 아니라 작은 헝겊 공이 들려 있었다. “이유를 말해라.” “저는 군인으로서 전하를 따랐습니다.” “알고 있다.” “전하께서 싸우라 하시면 싸웠고, 불태우라 하시면 불태웠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자발적으로 선택하라고 하십니다.” “그래서?” “그게 어렵습니다.” 나는 잠시 침묵했다. “자네에게 선택을 허락하는 게 그렇게 싫은가?” “싫은 게 아닙니다.” 그가 헝겊 공을 내려다보았다.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대장군이 자신의 취향을 모른다니. 나는 그 말을 비웃을 준비를 했다. 그런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 역시 레온이 오기 전에는 전쟁 외에 무엇을 좋아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 사건의 시작은 놀이방이었다. 세라크가 놀이방을 노린다는 편지를 받은 뒤 우리는 경비를 보강했다. 그러나 전투용 결계를 아기 방 가까이에 두면 아이의 호흡과 감각을 방해할 수 있다는 엘라의 의견 때문에, 마렌은 방어선을 복도 바깥으로 옮겼다. 바르톨은 그 일에 불만이었다. “전하, 열 겹의 강철 성문을 달아야 합니다.” “그러면 미아가 우유를 들고 들어올 때마다 문을 열어야 하겠지.” “한 번에 아홉 겹을 열면 됩니다.” “그게 나아 보이나?” 그는 생각하다가 대답하지 못했다. 결국 바르톨은 놀이방 앞을 직접 지키겠다고 했다. 그런데 갑옷의 장식이 딸랑거릴 때마다 레온이 울었다. 바르톨은 소음을 줄이려고 칼과 갑옷을 한 조각씩 벗었다. 그날 저녁 그가 입고 있던 것은 평범한 검은 셔츠와 바지였다. 레온은 그런 바르톨을 보고 웃었다. “꺄!” 바르톨이 얼어붙었다. “전하! 저를 보고 웃었습니다!” “그래. 자네가 그렇게 끔찍한 얼굴은 아니었나 보군.” “갑옷을 입으면 우는데 벗으면 웃습니다.” “거울을 보며 원인을 찾아보아라.” 그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로 바르톨은 매일 잠깐씩 갑옷을 벗고 놀이방에 들렀다. 레온에게 헝겊 공을 굴려 주고, 유진의 판에 그려진 그림을 읽어 주기도 했다. 어느 날 미아가 말했다. “바르톨 님은 의외로 아이들하고 잘 지내시네요.” 그 말이 모든 문제의 시작이었다. *** “그래서 군대를 그만두겠다고?” “군대를 미워하게 된 건 아닙니다. 하지만 다른 일을 해 보고 싶습니다.” 나는 사직서를 다시 읽었다. '대장군직에서 물러나 아이들의 안전과 생활 시설을 살피는 일을 배우고자 합니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던 배신은 이런 형태가 아니었다. 보통 배신자는 영토와 보물을 요구했다. 바르톨은 낮잠 시간에 맞춰 일하고 싶다고 했다. “자네가 없으면 군단은 누가 지휘하지?” “부대장들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그들의 일을 전부 대신해 주었을 뿐입니다.” 나는 미간을 짚었다. “그렇게 말하니 내가 무능한 장군을 칭찬해 온 것 같군.” 바르톨은 처음으로 웃었다. “전하,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 번쯤은 저 자신이 뭘 원하는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나는 사직서 아래 서명했다. 그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결투는…… 필요 없습니까?” “필요 없다.” “전통을 폐지하시는 겁니까?” “그래.” “제가 이렇게 쉽게 나가도 괜찮습니까?” “쉬운 일은 아닐 테지. 새로운 일을 배워야 하니까.” 바르톨은 사직서를 두 손으로 받아 들었다. 마치 전쟁에서 승리한 증서를 받는 사람처럼 조심스러웠다. “감사합니다.” 그 말을 듣고도 나는 그를 붙잡지 않았다. *** 마렌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다른 문제를 들고 왔다. “전하, 바르톨 님이 놀이방으로 옮기시면 자율 방어체계의 책임자가 필요합니다.” “부대장들에게 맡기면 되지 않나?” “가능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모든 판단을 바르톨 님이 내려서, 부대장들이 스스로 결정해 본 경험이 없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르톨이 겪는 문제는 군단 전체의 문제였던 것이다. 부하들이 명령에 익숙해진 만큼, 명령이 없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럼 회의를 소집해라. 누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본인에게 묻고 정해.” “전하께서 지명하지 않으십니까?” “오늘은 듣겠다.” 회의는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 다섯 명의 부대장이 서로 눈치를 보았다. 그중 한 명은 국경 초소의 의료 물품을 담당하고 싶다고 했고, 다른 한 명은 천계의 정찰 경로를 분석하겠다고 했다. 놀랍게도 다들 할 말이 있었다. 다만 아무도 지금까지 묻지 않았을 뿐이었다. 회의 끝에 나는 문득 깨달았다. 싸울 수 있는 사람이 많다고 나라가 안전한 건 아니다. 어떤 일이 필요할 때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야 했다. *** 바르톨의 사직서가 결재되자 군단 사령부가 뒤집혔다. 참모들은 그가 적에게 포섭되었다고 수군거렸다. 부대장 하나는 내가 바르톨에게 저주를 걸었다고 주장했다. 늙은 병참관은 눈물을 흘리며 내게 찾아왔다. “전하, 그분이 없으면 누가 저희를 혼내 주십니까?” 나는 잠시 멈췄다. “혼나려고 일하는 건가?” “그건 아니지만, 익숙해서……” “익숙한 일이 반드시 좋은 일은 아니다.” 나는 사령부에 모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다들 성벽의 균열이나 적군의 숫자를 말할 줄은 알았지만, 앞으로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싶은지는 잘 몰랐다. “바르톨이 그만둔다고 모두 그만두는 건 아니다. 일을 나누자.” 나는 지도를 펼쳤다. 성벽에는 수리해야 할 곳이 표시되어 있었고, 창고에는 필요한 식량이 적혀 있었다. 한 부대장이 손을 들었다. “서쪽 관문 보수를 제가 맡고 싶습니다. 어릴 때 석공 일을 배웠습니다.” 다른 장교가 말했다. “저는 말 관리에 자신이 있습니다. 병사들을 돌보는 일도 하고 싶습니다.” 나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숨겨진 기술을 알았다면 오래전부터 전쟁 말고 다른 곳에 힘을 쓸 수 있었을 것이다. “좋다. 대신 새 일을 맡는 사람에게 예전 업무를 그대로 떠넘기지 마라. 그럼 결국 잠도 못 자고 두 일을 하게 된다.” 참모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회의를 마친 뒤 바르톨이 조용히 말했다. “전하, 저는 처음으로 제가 없어도 군대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기분이 어떤가?” “조금 섭섭합니다.” 나는 웃었다. “나도 내가 없으면 세상이 멈출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군요.” “그렇다. 아주 다행스럽게도.” 나는 사직서를 결재한 뒤 내 낡은 군령집을 펼쳤다. 첫 장에는 마왕군에 들어온 자는 죽거나 해산 명령이 내려질 때까지 복무해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 나는 그 문장을 직접 만들었다. 군대는 수십 년을 준비하고 한 번 싸우는 조직이므로 중간에 떠나면 안 된다고 믿었다. 그런데 지금 내 손에는 그 법 때문에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게 된 대장군의 사직서가 있었다. “이걸 고치려면 반대가 심하겠군.” 나는 중얼거렸다. 마렌이 문가에 기대어 말했다. “당연하죠. 누군가에게는 지금 제도가 편리할 테니까요.” “그렇다면 더 논의해야겠군.” 나는 종이 위에 새 원칙을 적었다. 위험한 시기의 교대 책임, 부하에게 업무를 인계하는 기간, 퇴직 후에도 비밀을 지키는 범위. 갑작스러운 이탈이 동료를 해치지 않도록 하는 것과, 사람을 영원히 묶어 두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나는 바르톨에게 개정안을 보여 주었다. “검토해 주겠나?” 그가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사직한 사람에게도 일을 맡기십니까?” “이건 명령이 아니다. 가장 오래 군을 지휘한 사람의 의견을 듣고 싶다.” 그는 신중하게 서류를 받아 들었다. “그렇다면 의견을 적겠습니다. 저처럼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던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마왕국을 바꾸는 첫걸음은 성문을 부수는 일이 아니라 오래된 서류를 고치는 일일지도 몰랐다. *** 다음 날, 바르톨은 처음으로 앞치마를 입었다. 크기가 맞지 않았다. 그의 허리에는 천이 간신히 둘러졌고, 어깨뿔 때문에 끈이 사선으로 꼬였다. 미아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건 뒤에서 묶으세요.” “전투 장비보다 어렵습니다.” 레온은 그 모습을 보고 손바닥을 마주쳤다. 나는 옆에서 지켜보다가 바르톨에게 물었다. “후회하나?” 그는 잠시 생각했다. “아닙니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또 무엇이지?” “기저귀 한 장을 갈아 주는 데 열두 번이나 실패했습니다.” 나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원래 그렇다.” 미아가 대꾸했다. “아니에요, 전하. 열두 번은 좀 많아요.” 바르톨이 절망한 얼굴로 내게 속삭였다. “전하, 저는 대장군으로 돌아갈 자격이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그의 등을 두드렸다. “실패한 뒤에도 다시 해 보겠다고 선택했으니 충분하다.” 그때 복도 끝에서 작은 유리 조각 하나가 빛났다. 내 눈이 가늘어졌다. 그것은 놀이방의 창문에 있던 장식이 아니었다. 누군가 바르톨의 동선을 따라 들어온 감시의 눈이었다. 사람 하나가 명령에서 벗어나자, 세라크는 그 사람을 따라 여기까지 왔다. 나는 조용히 검을 뽑았다. “바르톨. 레온을 데리고 안쪽으로 가라.” “예, 전하!” 그가 반사적으로 외쳤다가 멈췄다. 나는 덧붙였다. “이건 부탁이다. 네가 여기서 아이를 지키겠다고 정했다면.” 바르톨은 레온을 안전하게 품에 안고 웃었다. “그렇다면 기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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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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