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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32화
PAYLUA ORIGINAL · 제32화

32화. 남의 시간을 빌리는 법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4,516자

오프라인 책장
나는 원래 타인의 시간을 매우 값싸게 여겼다. 병사들에게 밤새 성벽을 쌓으라 명령하고, 하인들에게 해 뜰 때까지 내 연회를 준비하라 지시했다. 내 시간만큼은 귀하다고 생각했다. 마왕의 한 시간은 군단의 천 시간보다 비싸다고 믿었다. 그런데 아르헨을 구하려면 정반대의 계산을 해야 했다. 아무리 귀한 시간이라도 주인이 원하지 않으면 빌릴 수 없었다. “자원자를 모집하면 됩니다.” 바르톨이 말했다. “마왕군은 충성심이 높습니다. 전하께서 명령하시면 하루 안에 만 명을—” “그만.” “예?” “명령해서 모은 사람은 자원자가 아니다.” 바르톨은 두꺼운 뿔을 한 번 긁었다. “저는 전하를 위해 죽겠다는 서약을 했습니다.” “그것과 오늘 시간을 빌려 주겠다는 뜻은 다르다.” “그러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 나는 마렌을 보았다. 그녀는 이미 설명문 초안을 만들고 있었다. 빽빽한 글자 사이에 세 가지 문장이 굵게 적혀 있었다. '무엇이 위험한지 설명할 것.' '거절해도 불이익이 없을 것.' '중간에 그만둘 수 있을 것.' 나는 마지막 문장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세 번째가 가장 중요하군.” 마렌이 끄덕였다. “예. 기존 봉인은 한 번 참여하면 돌아올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어요. 우리가 찾은 제삼의 방법은 중단할 권리까지 포함해요.” 바르톨이 입을 벌렸다. “그러다 모두 중간에 떠나면 어떻게 합니까?” “그런 경우에도 다치지 않게 예비 장치부터 만들어야지.” “그것까지 하려면 시간이 더 걸립니다.” “그러라고 빌리는 시간이 아닌가.” 나는 서류 맨 아래에 적었다. '약속할 수 없는 안전을 약속하지 말 것.' *** 설명회는 마왕성의 서쪽 식당에서 열렸다. 내가 왕위에 오른 뒤 처음으로, 문 앞에서 참석자의 무기를 걷지 않았다. 대신 원하는 사람만 들어오게 했다. 입구의 경비병은 '거절자는 이름을 기록하지 않는다'는 규칙을 이해하지 못해 세 번 질문했다. “정말 명단을 안 적습니까?” “그래.” “전하의 말씀을 듣지 않은 자가 누군지 확인하실 필요도 없습니까?” “없다.” 나는 솔직히 조금 불안했다. 누군가 내 말을 듣고도 그냥 돌아간다는 생각은 아직 낯설었다. 처음 들어온 사람은 돌개울 마을의 방앗간 주인이었다. 그는 내가 무너뜨렸던 다리 복구 공사를 감독하던 사람이었다. “마왕님, 이게 정말 사람의 시간을 나누는 일입니까?” “그렇다. 단, 빼앗는 것이 아니다. 네 몸이나 기억이 손상될 가능성이 있고, 그 위험을 모두 파악하지 못했다.” “그럼 안전하다고 말할 순 없겠군요.” “없다.”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방앗간 주인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은 안 하겠습니다. 집에 아픈 아내가 있어요.” “알겠다.” 그는 내가 진심인지 살피듯 오래 서 있었다. “정말 그냥 가도 됩니까?” “집에 가서 아내를 돌봐라.” 문이 닫혔다. 나는 어째서인지 가슴이 뜨거워졌다. 누군가를 보내 주는 일이, 붙잡는 일보다 어렵다는 걸 알았다. *** 엘라는 자원자가 되겠다고 했다. “내 손자가 어디 있는지 아직 알아내지 못했어요.” “유진이 조사하고 있다. 위험을 무릅쓰지 않아도 우리가 찾겠다.” “알아요. 하지만 내가 직접 돕고 싶어요.” 나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손자의 행방을 알려 주는 대가로 시간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는 건 알아 주었으면 한다.” 노파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 말을 들으니 오히려 더 잘 생각해 볼 수 있겠네요.” 엘라는 그날 참가를 결정하지 않았다. 하루 더 시간을 달라고 했다. 나는 기꺼이 허락했다. 나이라는 망설이지 않고 자신의 뜻을 말했다. “아르헨을 구하고 싶어.” “너는 나를 돌보느라 이미 많은 시간을 썼다.” “그래서 더 잘 알아. 남에게 끌려가 버린 시간이 어떤 건지.” 나이라는 설명문을 끝까지 읽었다. “다만 이번엔 내 뜻대로 할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릴 적에는 나이라가 내 손을 잡아야 세상이 안전했다. 이제는 내가 손을 놓아야 나이라의 선택이 온전히 남는다는 사실이 조금 우습게 느껴졌다. *** 첫 시험은 세 명만으로 진행했다. 마렌은 시각시에서 가져온 설계도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았다. 검은 수정 대신 평범한 물시계를 세워 두고, 관측용 방을 두 겹으로 나누었다. 참여자는 언제든 손을 떼면 되고, 바깥에서는 미아가 호흡과 기억 상태를 확인하도록 했다. 나는 시험 대상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불만이었다. “내 마력이 가장 강하다.” “그래서 안 되는 거예요.” 마렌이 단호하게 말했다. “전하의 힘이 모든 변화를 가려 버리면 작은 문제를 알아차릴 수 없습니다.” “그럼 마력이 없는 사람만 불러야겠군.” “아니요. 누구도 무작정 불러선 안 됩니다. 위험을 이해하고, 중단 방법을 직접 연습한 사람만 참여해야 해요.” 나는 입을 다물었다. 학문을 배운 사람에게 반박당하는 일은 여전히 낯설었지만, 그녀 말이 맞았다. 시험자는 나이라, 세브, 그리고 마렌이었다. 세 사람은 각자 자기 이름과 오늘 아침 먹은 것을 말한 뒤 수정판에 손을 얹었다. 모래 한 알이 떠올랐다. 나는 물시계를 확인했다. 한 방울, 두 방울, 세 방울. 열 번째 방울이 떨어질 때 수정판이 빛났다. [자발적 분담 확인.] 멈춰 있던 작은 태엽이 움직였다. 정확히 열 번의 박자였다. “성공인가?” “아직입니다.” 마렌의 목소리가 떨렸다. “돌려놓을 수 있는지 봐야 해요.” 세브가 손을 떼었다. 태엽이 멈췄다. 나이라도 손을 뗐다. 수정판의 빛이 사라졌다. 그리고 모두 각자의 이름을 말했다. 그런데 마렌이 잠깐 멈추었다. “마렌.” 그녀가 자기 이름을 말한 뒤 얼굴을 찌푸렸다. “이상해요. 오늘 아침에 무얼 먹었는지…… 방금은 분명 기억했는데.” 미아가 곧장 시험을 중지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억을 잃은 건가?” “완전히 잊은 건 아니에요. 잠깐 빈칸처럼 느껴져요.” 마렌이 물을 마신 뒤 다시 말했다. “검은 빵과 삶은 달걀. 이제 떠올랐어요.” 나는 안도했지만 미소 짓지 않았다. 열 번의 박자를 빌렸을 뿐인데 기억이 잠시 흐려졌다. 삼백 년의 시간을 옮기려면 얼마나 많은 준비가 필요할까. “이 시험은 여기서 끝낸다.” “전하, 조금만 더 하면 안정성을—” “그만.” 마렌이 멈칫했다. 나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네가 위험하다고 말한 규칙을 내가 먼저 어길 뻔했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설명회를 마친 뒤 나는 바르톨과 함께 서쪽 성문을 돌았다. 성문 밖의 병사들이 밤 근무를 서고 있었다. 그중 오래된 수문장은 내가 지나가자 허리를 굽혔다. “전하, 오늘도 경계를 늦추지 않겠습니다.” 나는 그의 얼굴을 보았다. 한쪽 눈 밑에 검은 그늘이 짙게 내려앉아 있었다. “오늘 몇 시간이나 잤지?” “네 시간입니다.” “그 전날은?” “기억나지 않습니다.” 나는 바르톨을 돌아보았다. “왜 교대 인원이 부족하지?” “어제 북부 정찰로 사람을 보냈습니다. 남은 병력에게 근무를 더 맡겼습니다.” “그렇다면 근무표를 바꿔라.” “문제가 발생하면 어쩌시려고요?” 나는 수문장에게 물었다. “어떤 때 가장 위험하다고 느끼나?” 그는 잠깐 망설였다. “졸음이 쏟아질 때입니다. 횃불이 두 개로 보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금 위험한 상태군.” 나는 수문장에게 숙소로 돌아가도록 했다. 바르톨은 대체 인원이 생길 때까지 자신이 성문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옆 초소의 병사가 나섰다. “제가 먼저 교대할 수 있습니다. 오늘 저녁에는 쉬었습니다.” 곧 두 사람이 함께 근무를 나눌 방법을 정했다. 전에는 그런 대화를 할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 명령만 내리면 되니까. 그런데 각자의 사정을 물으니 더 안전한 답이 나타났다. “바르톨.” “예, 전하.” “이것이 우리가 시각시에서 찾은 설계와 닮지 않았나?” 그가 고개를 갸웃했다. “성문 경비와 시간을 나누는 마법이요?”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지지 않게 하는 거다.” 바르톨은 잠시 생각했다. “그러면 전하도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지지 않으셔야겠군요.” 나는 어이가 없었다. “그 말을 왜 이제야 하는가?” “지금까지는 말씀드려도 듣지 않으셨으니까요.” 반박할 말이 없었다. *** 그날 밤 바르톨이 내게 작은 동전 하나를 가져왔다. “전하. 동전의 한쪽에는 제 얼굴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쪽에는 제가 휴가를 써도 되는 날짜를 새겼습니다.” 나는 동전을 돌려 보았다. 마왕군 대장군이 휴가 날짜를 새긴 동전이라니. 이보다 어울리지 않는 장식도 드물 것이다. “왜 내게 보여 주지?” “저도 시험에 참가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전하의 명령이라서가 아니라…… 제가 정해 본 일입니다.” 그는 어색하게 웃었다. “어떤 느낌인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동전을 돌려주었다. “그걸 알아보는 시간부터 가져라.” 그날 밤 내 책상에 놓인 기록에는 한 줄이 더해졌다. '자유롭게 빌린 열 번의 박자는, 강제로 빼앗은 천 년보다 값지다.' 적어 놓고 나니 조금 거창했다. 그래도 지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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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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