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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29화
PAYLUA ORIGINAL · 제29화

29화. 시간을 멈춘 사람의 손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4,796자

오프라인 책장
나는 수많은 감옥을 부쉈다. 쇠사슬로 된 감옥, 성벽 속에 숨은 감옥, 심지어 사람의 그림자를 가두는 천계의 감옥까지. 그때마다 나는 힘으로 문을 열었다. 하지만 시각 보관실은 달랐다. 문이 열리자 안쪽에 드러난 것은 철창이 아니라 기다림이었다. 둥근 방의 벽에는 시계 수백 개가 걸려 있었다. 어떤 것은 멈춰 있었고, 어떤 것은 바늘이 거꾸로 움직였다. 가운데에는 작은 식탁과 의자 하나가 있었다. 식탁 위에는 식어 버린 차 두 잔, 낡은 수첩, 반쯤 뜨다 만 아기 모자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의자에는 한 여자가 앉아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 멈췄다. 여자는 눈을 감고 있었다. 검은 머리칼이 어깨에 내려앉았고, 손가락에는 가느다란 화상 자국이 남아 있었다. 나이라가 보여 주었던 무명탑의 그림 속 여인과 닮아 있었다. “아르헨.” 내가 이름을 부르자 여자의 눈꺼풀이 떨렸다. 하지만 눈을 뜨지 않았다. 마렌이 시계 하나를 살폈다. “전하. 그녀의 시간은 멈춰 있습니다. 생명 반응은 있어요. 그러나 이곳의 시계가 움직이지 않으면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나는 한 걸음 다가갔다. 그렇게 오래 찾아 헤매던 사람이 바로 앞에 있었다. 그런데 손을 뻗는 것조차 두려웠다. *** 나이라는 무릎을 꿇고 여자의 손을 잡았다. “아르헨.”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나야. 나이라.” 여자의 손은 따뜻했다. 차갑게 굳은 돌처럼 보였지만, 살아 있는 사람의 온기가 남아 있었다. 세이라는 자신의 작은 나무 숟가락을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이 분을 기억합니다.” 나는 세이라를 돌아보았다. “전에 만난 적이 있나?” “네. 항상 아기들의 식사를 확인하고, 부족한 것이 있으면 직접 창고에서 가져오셨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우리에게 번호로만 아이를 부르라고 했던 사람들과 싸우셨어요.” “그 뒤에는?” “사라졌습니다. 저는 그분이 죽은 줄 알았어요.” 마렌은 수첩을 펼쳤다. 안쪽에는 날짜가 적혀 있었다. '첫째 날. 종을 멈추었다.' '둘째 날. 아이들의 이름을 기억해 달라고 부탁했다.' '셋째 날.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 줄에는 같은 문장이 수없이 반복되어 있었다. '내가 문을 붙잡고 있는 동안, 아이들이 나가게 해 줘.' 나는 그 문장을 읽다가 멈췄다. 누군가의 시간은 여기서 한순간도 흐르지 않았지만, 문 바깥에서는 삼백 년이 지났다. 그녀는 한 문장을 끝맺지 못한 채 우리를 기다린 것이다. “마렌. 깨우는 방법이 있겠느냐?” “강제로 시간을 돌리면 위험합니다. 그녀의 몸은 멈춰 있어도 의식이 같은 상태인지는 몰라요.” “그럼 다른 방법을 찾아라.” 내가 명령하자 그녀는 기록판을 들었다. 하지만 나는 곧 말을 고쳤다. “아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부터 찾아보자. 서두르다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 마렌이 놀란 듯 나를 바라보았다. “알겠습니다.” *** 식탁의 두 번째 찻잔은 비어 있지 않았다. 잔 바닥에는 오랫동안 손가락으로 긁어 적은 글씨가 있었다. '아이에게 물어봐.'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아르헨이 나에게 말하는 것인가?” 나이라가 고개를 저었다. “그때 너는 너무 어렸잖아. 다른 누군가에게 남긴 말일 수도 있어.” 세브가 가방에서 편지를 꺼냈다. 앞서 내가 받았던 '내 아이에게'라는 편지였다. 그는 그것을 접힌 모서리에 맞춰 수첩 위에 올려놓았다. 일곱 쉼표가 맞물렸다. 갑자기 방의 시계들이 가느다란 빛으로 연결되었다. 여자의 눈이 천천히 떠졌다. “……카르딘?” 나는 숨을 멈췄다. 목소리가 작았다. 그러나 시계 안에서 들었던 것과 똑같았다. “나를 아느냐?” 여자는 한참 동안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컸구나.” 나는 입술을 다물었다.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새로운 마법을 완성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이런 기분은 없었다. 그녀는 천천히 손을 들어 내 뺨에 닿으려 했다. 그런데 손가락이 떨리며 멈췄다. “아직 시간이……” 마렌이 급히 외쳤다. “전하, 잠깐 깨어난 겁니다! 완전히 풀린 상태가 아니에요!” 나는 주저하지 않고 한 걸음 물러섰다. 그녀를 붙잡아 억지로 깨우고 싶지 않았다. “아르헨. 내 말을 듣겠느냐?”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너를 찾으러 왔다. 하지만 네가 이곳을 나갈 준비가 되었는지 확인해야겠다.” “……준비?” “그렇다. 시간이 다시 흐르면 네 몸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직 모른다. 우리가 조사할 동안 여기 있겠다면 기다리겠다.” 여자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기다리기는…… 충분히 했단다.” 나는 웃고 말았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내가 조금 기다려 줄 차례군.” *** 아르헨의 눈이 다시 감긴 뒤 나는 식탁 위에 놓인 모자를 집어 들었다. 아기 머리에 씌우는 작은 모자였다. 끝이 채 마무리되지 않았고, 바늘과 실이 그대로 꽂혀 있었다. 아르헨이 이곳에 들어오기 전에 만들고 있었던 물건인지, 아니면 갇힌 뒤에도 만들려 했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나이라는 모자를 보더니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거 네 거야.” “내 것?” “맞아. 너를 숲으로 데리고 나올 때 모자가 없어서 계속 걱정했거든. 아르헨은 새것을 만들어 보내겠다고 했어.” 나는 작은 천을 들여다보았다. 삼백 년 동안 끝내 완성되지 못한 선물. 누군가 나에게 무언가를 주겠다고 했다는 사실 자체가 낯설었다. 왕국들은 공물을 바쳤지만 대개 두려움에서 내놓았다. 부하들은 나를 기쁘게 하려고 보물을 가져왔지만, 그것도 일종의 복종이었다. 이 모자는 달랐다. 내 머리가 추울까 봐 누군가 손으로 만들고 있던 물건이었다. “여기 두어야겠지?” 나는 나이라에게 물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르헨이 깨어나면 끝까지 만들 수 있게.” 나는 모자를 조심스럽게 접어 식탁 위에 놓았다. 레온에게도 비슷한 물건이 있었다. 미아가 짜 준 작은 양말 한 짝. 아이는 자꾸 발을 움직여 그것을 벗어 버리곤 했다. 나는 그 양말을 찾으려고 침대 밑을 뒤진 적이 있다. 어쩌면 나를 기다린 사람도 그랬을 것이다. 내게 씌워 주려던 모자를 찾고, 떨어진 실을 줍고, 작은 몸이 다치지 않을까 걱정했을 것이다. 그런 장면은 역사서에 남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찾던 삶의 시작은 어쩌면 바로 그런 장면에 가까웠다. *** 마렌은 시계들의 연결 구조를 살폈다. 아르헨의 시간은 방 중앙의 커다란 모래시계에 묶여 있었다. 모래의 절반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허공에 멈춰 있었다. 모래알 하나마다 이름이 적혀 있었다. 나는 그중 몇 개를 읽었다. 다렌. 수아. 그리고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다른 이름들. 유진이 장부에 적어 두었던 친구들의 이름이었다. “이 아이들이 여기에 갇힌 것인가?” 마렌이 대답했다. “이름이 시간 담보로 사용된 흔적이에요. 실제 위치를 뜻하는지는 확인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르헨의 정지와 연결돼 있어요.” 나는 눈을 감았다. 아르헨을 구한다고 모래시계를 부수면 다른 아이들의 시간까지 흩어질지도 모른다. 가장 쉬운 방법이 가장 위험한 방법인 셈이었다. 나이라는 수첩 마지막 장을 넘겼다. 그곳에는 오래전에 적힌 작은 그림이 있었다. 사슬 다섯 개가 하나의 고리에 연결된 모습이었다. “여러 사람이 시간을 나눠 가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 세이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지만 이 방은 혼자 남은 사람이 문을 지키도록 설계돼 있어요. 원래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게 만들어졌죠.” 나는 그림을 보았다. “아르헨이 다른 방법을 찾아낸 건가?” “그랬을 가능성이 있어.” 마렌은 수첩의 잉크를 확인했다. “이건 아르헨이 갇히기 전 작성한 설계와 다른 필체입니다. 누군가 나중에 들어와 수정했어요.” 나는 고개를 들었다. “누구지?” 바로 그때 등 뒤에서 라기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설계를 수정한 사람은 제가 아닙니다.” 우리는 동시에 돌아보았다. 라기스가 문턱에 서 있었다. 그의 장부는 닫혀 있었고, 구두 뒤축은 전처럼 일정한 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럼 누구냐?” 그는 한참을 망설였다. “기록실의 최초 설계자, 아르헨의 동료입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이름을 말해라.” 라기스는 자기 장부를 펼쳤다. 그곳에 적힌 이름 하나가 스스로 검게 타 버렸다. “말할 수 없습니다. 장부에서 지워졌습니다.” 나이라는 천천히 내게 손수건을 내밀었다. “카르딘. 그림을 더 자세히 봐.” 나는 시선을 내렸다. 다섯 개의 사슬이 만나는 중심에 아주 작은 표시가 있었다. 초승달. 레온의 어깨에 새겨진 것과 같은 모양이었다. 나는 순간 분노가 치밀었다. “그 아이를 아직 태어나기도 전에 이곳의 열쇠로 정했단 말인가?” 마렌이 고개를 저었다. “전하, 반드시 그렇다고 볼 수는 없어요. 이 표시가 레온을 뜻할 수도 있지만, 다른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그 대답이 옳았다. 나는 감정을 가라앉혔다. “확인하겠다. 설계 원본부터 찾아라.” 여자의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카르딘.” 나는 돌아보았다. 아르헨이 두 눈을 뜨고 있었다. “레온이라는 아이가 있니?” 내 심장이 크게 뛰었다. “있다.” “네가 돌보니?” “그렇다.” 여자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그 아이의 이름은…… 그 아이의 것이란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다.” 그녀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네가 배워야 할 것은 이미 배웠구나.” 그리고 다시 눈을 감았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되찾은 것은 오래된 시간의 일부뿐이었다. 그러나 그 시간 안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한동안 말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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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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