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28화
PAYLUA ORIGINAL · 제28화

28화. 종말의 계산서에서 빠진 숫자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4,762자

오프라인 책장
세상을 멸망시키는 방법은 많다. 불태우는 방법. 얼어붙게 하는 방법. 산맥을 뒤집는 방법. 나는 그중 몇 가지를 직접 시도해 본 적도 있다. 그때마다 바르톨이 막대한 전쟁 예산을 청구했고, 나는 그 돈을 주었다. 하지만 아무도 내게 세상을 지키는 비용을 계산해 보라고 한 적은 없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문 하나를 여는 데 필요한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부터 계산해야 했다. “한 사람이 모든 값을 치르면 몇 년이나 잃지?” 마렌이 수정판의 숫자를 읽었다. “정확히는 연 단위가 아닙니다. 개인의 기억과 미래 가능성을 함께 고정시키는 방식이에요. 그래서 아르헨이 삼백 년 동안 여기에 남아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 우리 다섯 명이 나누면?” “작은 분량으로 나누는 방법은 있을 듯하지만, 안정성을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세브가 손을 들었다. “그럼 다른 증인을 더 부르면 어떻습니까?” “외부와 통신이 차단돼 있습니다.” “기록을 남기고 밖으로 보내는 방법은 있지요.” 나는 세브를 바라보았다. 배달부는 허공에서 작은 봉투를 꺼냈다. “배달 주소가 있으면 길을 찾는 것이 제 일입니다. 받는 이의 이름이 분명하다면, 도시가 잊혀도 편지는 나갈 수 있습니다.” 그는 빈 편지에 적었다. '미아에게. 레온이 웃을 때마다 이 편지를 읽는 사람이 있다는 걸 기억해 주시오.' 나는 그 문장을 보며 웃었다. “왜 하필 미아지?” “당신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그런 사람이 있으면 돌아가는 주소가 분명해집니다.” 세브가 편지를 접었다. 봉투는 작은 새처럼 날아올랐다가 벽 틈으로 사라졌다. 나는 그것이 실제로 성에 닿을지는 몰랐다. 하지만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가벼워졌다. *** 등록소 앞에서 대기하는 동안 마렌은 라기스의 장부를 조사할 방법을 찾았다. “회수관님.” 그녀가 정중하게 말했다. “우리가 협력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요. 종말 예측의 원본 자료 일부라도 보여 주실 수 있을까요?” 라기스가 대답했다. “허가되지 않습니다.” “그럼 확률 수치가 계산된 날짜만이라도요.” “그 역시 제한 정보입니다.” 마렌이 계산판을 접었다. “그렇군요. 그러면 제가 가진 자료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그녀는 우리 성에 붉은 별이 나타난 날의 기록을 펼쳤다. “여기에는 첫 번째 종말 예측이 있습니다. 레온이 카르딘을 죽이지 않으면 세계가 멸망한다고 했죠.” 라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사흘 뒤 같은 장치는 새로운 종말 발생 시각을 제시했습니다. 예정된 날짜가 앞당겨졌어요. 그때 카르딘은 레온을 살려 두고 있었을 뿐, 다른 조건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예측 보정입니다.” “예측이 바뀐 근거는요?” “내부 계산입니다.” 마렌이 내게 눈짓했다. 나는 이해했다. 그들의 수치는 틀릴 수도 있지만, 틀렸다는 사실을 외부에서는 확인할 수 없도록 되어 있었다. “라기스.” 내가 말했다. “너희가 말하는 종말은 무엇을 뜻하지?” “세계의 봉인 파괴와 그에 따른 대규모 혼란입니다.” “모두 죽는다는 말은 아니군.” 그가 잠시 멈췄다. “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좋아. 그럼 위험은 실제로 있을 수 있고, 너희가 제시한 날짜와 해결 방법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라기스가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웃었다. “신탁을 반박했다고 해서 세상이 안전하다는 말은 아니다. 그렇다고 신탁이 유일한 길이라는 말도 아니지.” *** 문은 우리에게 다섯 개의 고리를 내밀었다. 각 고리에는 작은 검은 돌이 매달려 있었다. 그 돌을 쥐는 순간 우리는 각자의 가장 오래된 기억을 잠시 보여 주어야 했다. 빼앗기는지, 되돌아오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았다. 나는 모두에게 설명했다. “위험하다고 느끼면 당장 손을 놓아라. 그리고 내가 계속하라고 말하더라도 따르지 마.” 나이라가 피식 웃었다. “네가 어릴 땐 내 손을 놓기 싫어했는데, 이제는 놓으라고 가르치는구나.” “그때는 내가 어려서 그랬겠지.” “지금도 어려울 때가 있어.”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마렌이 먼저 고리를 쥐었다. 수정판에 그녀의 어린 시절 서고가 나타났다. 큰 장부에 구겨진 종이가 끼어 있었다. 어린 마렌은 땀에 젖은 손으로 누군가의 이름을 베껴 쓰고 있었다. “무슨 기억이지?” 내가 묻자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어렸을 때 사라진 동생의 이름을 잊지 않으려고 쓴 첫 장부예요.” 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녀가 왜 그토록 기록을 소중히 여기는지 처음 알았다. 세브는 오래된 우편함을 떠올렸다. 아무도 받지 않은 편지를 배달하려고 기다리던 사람들의 얼굴이 지나갔다. 나이라는 검은 버드나무 숲을 떠올렸다. 젖은 요람을 두 팔로 끌어안은 자신이 보였다. 세이라는 작은 숟가락을 든 채 이름 없는 아기에게 죽을 먹이던 날을 떠올렸다. 그리고 내 차례가 왔다. 나는 손목의 천을 쥐었다. 돌에 닿자 검은 황무지가 떠올랐다. 용병이 내 빵을 빼앗던 날. 나는 그를 쓰러뜨리고 빵을 되찾았다. 그때 어린 나는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시는 빼앗기지 않을 거다.' 그 문장이 끝나는 순간, 기억 속에 없던 장면이 나타났다. 바닥에 쓰러진 용병 옆에서 작은 아이 하나가 울고 있었다. 나는 그 아이를 보지 못했던가, 아니면 보고도 외면했던가. 나는 심장이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전하?” 마렌이 불렀다. 나는 고리에서 손을 떼었다. 기억이 어지러웠다. 방금 본 장면이 실제 있었던 일인지, 장치가 끼워 넣은 장면인지 알 수 없었다. “아직 못 한다.” 내가 말하자 나머지 사람들이 일제히 손을 놓았다. 문이 즉시 어두워졌다. 라기스가 차갑게 말했다. “정지하면 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그래. 그러니 멈춘 거다.” 나는 숨을 고르고 말했다. “누군가의 기억에 다른 장면이 섞여 들었다. 검증하지 않은 채 대가를 내놓을 수 없다.” *** 문 앞의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나는 한 가지를 더 확인하기로 했다. “마렌. 만약 봉인이 정말로 무너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지?” 마렌은 시각시의 외벽에 새겨진 균열을 가리켰다. “이쪽을 보세요. 시간의 고정이 약해진 구간입니다.” 벽 틈에는 작고 검은 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오래된 책 한 권이 잠깐 새 책처럼 변했다가 다시 낡았다. 내가 손을 뻗으려 하자 마렌이 막았다. “위험합니다. 물건의 상태가 앞뒤로 뒤섞이고 있어요.” 나는 물러섰다. “그럼 종말이라는 말도 완전히 허구는 아니군.” “네. 하지만 이 균열이 반드시 세계 전체의 멸망으로 이어지는지, 레온이 카르딘을 죽여야만 막을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브가 조용히 물었다. “혹시 우리가 여기에 들어온 것이 균열을 넓힌 건 아닙니까?” “그 가능성도 있습니다.” 마렌은 즉시 현재 균열의 폭을 기록하고, 우리가 나갈 때 다시 비교하겠다고 했다. 작은 표식을 벽에 남기되 바닥의 돌은 건드리지 않았다. 나는 그녀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과거의 나라면 '위험하니 부숴라'라는 명령으로 끝냈을 것이다. 지금은 부수기 전에 무엇이 실제로 위험한지부터 확인해야 했다. “모두 들어라. 우리가 찾은 세 번째 방법이 안전하지 않으면 실행하지 않는다. 더 좋은 길을 찾아야 한다면 그때 다시 찾자.” 세이라는 불안한 눈으로 내게 물었다. “그럼 아르헨 님이 계속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는데요?” “그렇겠지. 그래서 더 조급해지는 것 같다.” 나는 손목의 매듭을 쥐었다. “하지만 서둘러서 또 다른 아이를 희생시키면 우리가 여기 온 이유까지 잃는다.” 마렌은 균열의 숫자를 두 번 확인했다. 그리고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알아냈다. 균열은 종이 울릴 때만 커진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시간을 강제로 수거할 때도 넓어졌다. “전하, 기록실이 봉인을 유지하려고 쓰는 방법 자체가 장기적으로는 균열을 키울 수도 있습니다.” 나는 그 말을 가슴에 새겼다. 이제 우리는 어떤 방법이 더 오래 세상을 지키는지 시험할 이유를 찾아냈다. *** 우리는 돌을 조사했다. 마렌은 다섯 사람의 기억이 원본과 다른 시점에서 재생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기억을 거울에 비추듯 편집해, 누구에게나 죄책감이 생기는 장면을 먼저 보여 주는 구조였다. “아마 문을 여는 사람이 스스로 과도한 대가를 지불하도록 만든 장치예요.”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악질적인 세금 징수 방식이군.” “전하의 옛 세무서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겁니다.” “그건 잘 모르겠군.” 나의 정직한 대답에 마렌이 잠시 조용해졌다. 우리는 기억을 통째로 담보로 주는 대신, 그 기억을 증언할 사람을 서로 지정하기로 했다. 한 사람의 기억에 이상이 생기면 다른 사람이 알아차리고 손을 떼게 하는 방식이었다. 세브는 일곱 매듭을 다섯 가닥으로 나누었다. “혼자 길을 찾지 않기로 약속했으니, 이번에는 함께 기억해야겠죠.” 나는 매듭 하나를 손목에 묶었다. 그리고 문을 향해 말했다. “우리는 기억을 버리러 온 게 아니라, 빼앗긴 시간을 확인하러 왔다. 조건을 바꾸지 못한다면 여기서 나가겠다.” 문은 오랫동안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러나 우리가 정말로 뒤돌아서려던 순간, 고리 위에 작은 글씨가 떠올랐다. [증언자 동반 방식 승인.] [임시 접근 범위: 시각 보관실.] 문이 열렸다. 나는 안으로 들어서며 라기스를 돌아보았다. “너희 장치가 제안한 건 아니군. 우리가 요구했고, 장치가 받아들였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등록소 안쪽의 어둠에서 새벽 같은 빛이 흘러나왔다. 우리는 이제 종말의 이름을 붙인 자들이 무엇을 숨겼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28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28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