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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27화
PAYLUA ORIGINAL · 제27화

27화. 회수관은 자기 이름을 모른다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4,830자

오프라인 책장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걸음소리는 무엇일까. 나는 과거에 천계의 군단이 전진할 때 울리던 갑옷 소리라고 생각했다. 먼 산 너머에서부터 동시에 들려오는 발굽과 철갑의 소리. 인간들은 그것만 듣고도 항복했다. 하지만 시각시에서 들려온 소리는 그보다 조용했다. 딸깍. 딸깍. 한 사람의 구두 뒤축이 일정한 간격으로 돌바닥을 두드리고 있었다. 나는 그 발걸음이 싫었다. 너무 정확했기 때문이다. “마왕 카르딘.” 회색 제복의 남자가 나타났다. 남자의 눈에는 눈동자 대신 작은 시계바늘 두 개가 있었다. 허리에는 칼이 없었고, 손에는 접이식 장부 하나가 들려 있었다. “등록소 회수관 라기스라고 합니다.” 그가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 나는 그를 내려다보았다. “네게 빼앗길 물건은 없다.” “물건이 아닙니다. 누락된 시간과 인원을 회수하러 왔습니다.” 나는 세이라가 뒤로 물러서는 것을 보았다. “인원도 물건처럼 세나?” “분류상 다르지 않습니다. 등록 항목은 관리되어야 합니다.” “그럼 네 이름부터 장부에 써라. 내가 대화한 상대가 누구였는지 기억하고 싶다.” 라기스가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회수관 라기스, 일련번호 구백사십일.” “그 숫자가 네 이름인가?” 그는 처음으로 대답을 미뤘다. “직무상 필요한 정보는 충분히 제공했습니다.” 나는 웃었다. “참으로 편리한 규칙이군. 남의 출생부터 죽음까지 기록하면서, 자기 이름은 내놓지 않는단 말이지.” *** 라기스는 곧장 세이라를 가리켰다. “관리인 07. 허가되지 않은 통로 안내와 계약 거부가 확인되었습니다. 복귀하십시오.” 세이라가 발을 떼려 하자 나이라가 곁에 섰다. “원해서 가는 거니?” 그녀가 입술을 깨물었다. “아니요.” “그럼 가지 않아도 돼.” 라기스의 장부에서 빛이 새어 나왔다. [계약 위반.] [미이행 시간 수거.] 세이라의 머리카락 한 올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변했다. 나는 손을 뻗어 그 빛을 차단했다. 검은 마력이 팔에서 솟구치며 장부를 밀어냈다. “내 앞에서 사람을 줄 세우지 마라.” 라기스는 여전히 웃지도 화내지도 않았다. “후보 영은 기록실에 반항할 권한이 없습니다.” “그 권한을 누가 정했지?” “장부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장부를 쓴 사람은?” 그가 잠시 침묵했다. “그 정보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그럴 줄 알았다.” 나는 손바닥에서 불꽃을 껐다. 장부를 태우는 것은 쉬웠다. 하지만 세이라의 머리카락이 순식간에 변한 것을 보니, 그 안에 그녀의 시간이 묶여 있음이 분명했다. “마렌. 계약 문장을 기록해라.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사람이 늙어 가는지 알아야 한다.” 그녀는 빠르게 글자를 복사했다. 라기스가 눈을 가늘게 떴다. “무허가 복제입니다.” “그럼 나를 고발해라. 다만 네가 어떤 일을 했는지도 함께 적어라.” 내가 대꾸하자 그의 구두 소리가 한 박자 어긋났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 우리는 출생 등록소 앞의 계단으로 이동했다. 라기스는 길을 막지 않았다. 대신 계속 뒤따라오며 우리가 들은 말과 내놓은 답을 장부에 적었다. “너희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것만으로도 사람의 삶을 결정하느냐?” 내가 묻자 그가 대답했다. “저희는 미래의 위험을 예측합니다.” “예측이 틀리면?” “수정합니다.” “수정할 때 잘못된 기록 때문에 고통받은 사람에게 사과하나?” 그는 답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너희는 기록의 정확함보다 기록하는 자의 체면을 지키는 조직이군.” 나는 발걸음을 멈췄다. 라기스가 장부를 펼쳤다. “후보 영. 귀하가 레온을 보호한 이후 종말 확률이 상승했습니다. 그 책임을 감당할 의사가 있습니까?” 나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 숫자부터 검증하겠다.” “예언을 믿지 않으시는군요.” “나는 겨울이 추울 거라는 예측을 믿는다. 그래서 창고에 땔감을 쌓는다. 하지만 겨울이 춥다고 해서 오늘 아이를 태워 버리자는 말을 믿을 수는 없다.” 그는 장부를 내려다보았다. “적절한 비교는 아닙니다.” “그럴 수도 있지. 그럼 제대로 된 근거를 가져와라.” 나는 다시 걸었다. 그때 라기스가 마지막으로 물었다. “그 아이는 누구의 것입니까?”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누구의 것도 아니다.” “양육권자 기록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내가 돌본다. 그러나 그 아이가 내 재산이라는 뜻은 아니다.” “아직 의사 표시가 불가능한 영아입니다. 보호자의 선택을 따라야 합니다.” 나는 잠시 생각했다. “그럼 그 아이에게 지금 선택할 수 있는 것부터 남겨 두겠지.” 라기스는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나는 레온의 방울을 떠올렸다. 녀석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기 손으로 흔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편지의 숨겨진 문장을 읽었다. 아기는 거대한 결정은 하지 못하지만, 일상 속에서 수많은 작은 선택을 한다. 그 선택을 존중하는 사람이 앞으로의 결정도 함부로 빼앗지 않으리라고 나는 믿고 싶었다. *** 등록소 정문은 생각보다 평범했다. 높은 벽과 검은 문짝. 문 양옆에는 작은 창문이 있었고, 창턱에는 오랫동안 누군가의 손이 닿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문 위의 문장은 평범하지 않았다. '출생과 사망은 기록실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죽는 일에도 허락을 받아야 하나?” 마렌이 낮게 대답했다. “기록이 먼저고 사람이 나중인 조직 같습니다.” “내 왕국의 옛 법을 보는 기분이군.” 나는 문 앞으로 다가갔다. 마렌이 금속판을 내밀었다. 일곱 구멍에서 은빛이 흘렀다. 세브는 매듭을 쥐었고, 나이라는 자장가를 흥얼거렸다. 세이라는 작은 나무 숟가락을 주머니에 넣었다. 문에 붉은 글씨가 나타났다. [출생 등록 대상: 후보 영.] [보호자: 초대 종지기 아르헨.] [보호자 상태: 시간 정지 중.] 나는 그 문장을 오래 바라보았다. 시간 정지. 그렇다면 아르헨은 살아 있을 수도 있었다. 단지 시간이 흐르지 않는 방에 남아 있는 것일 뿐. “문을 열어라.” [요구 조건: 과거 시간 하나 납부.] 마렌이 뒤로 물러섰다. “전하, 이건 경고가 아니라 실제 요구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다.” *** 라기스와 함께 복도를 걸으며 나는 그의 발걸음이 처음 나타났을 때와 달라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딸깍. 잠깐의 쉼. 딸깍. 마치 걸을 때마다 다음 발을 어디에 놓을지 생각하는 사람 같았다. “네가 처음 회수관이 되었을 때를 기억하느냐?” 내가 묻자 그가 장부를 들여다봤다. “기록상으로는 기억합니다.” “네가 실제로 기억하느냐고 물었다.” 라기스는 한참 대답하지 않았다. “인수인계 문서를 읽었습니다. 제 전임자에게서 제복과 장부를 받았다고 쓰여 있죠.” “그 사람 얼굴은 기억하나?” “모릅니다.” 나는 그를 보았다. 라기스도 이름을 지운 사람 중 하나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그가 한 일들까지 사라지지는 않는다. 책임이 있다는 것과 누군가의 희생자일 수 있다는 것은 동시에 참일 수 있었다. “그럼 네 본래 이름은?” 그는 서류의 모서리를 만졌다. “라기스가 아니라는 증거는 없습니다.” “증거가 없다고 확정할 수도 없지.” 그는 처음으로 고개를 들었다. “귀하는 정말 모든 문제를 미정으로 남겨 둘 생각입니까?” 나는 웃었다. “예전에는 그럴 수 없었다. 모든 답을 아는 척해야 마왕이라는 자리가 유지된다고 생각했지.” “지금은 아닙니까?” “아이를 키우다 보니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해야만 도울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라기스는 입술을 다물었다. 그는 여전히 우리를 체포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방금의 대화만큼은 장부에 적지 않았다. 나는 그것을 확인하면서도 모르는 척했다. 어쩌면 그에게도 남이 정해 준 업무가 아닌, 자기가 해 보고 싶은 일이 하나쯤 있을 것이다. *** 나는 손목의 천을 풀었다. 레온의 작은 이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 자국에 손가락을 대자 아이의 울음과 웃음이 떠올랐다. '아이가 울면 먼저 이유를 확인하라.' 열두 가지 규칙 중 첫째였다. 나는 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 기억을 대가로 주지 않겠다. 그것은 내 삶이고, 다른 사람들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 [거부.] “대신 다른 방법을 제시하겠다. 문을 여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면 얼마나 필요한지 계산하고, 그 시간을 줄 수 있는 사람에게 설명한 뒤 동의를 받아라.” [허용되지 않은 제안.] “허용하지 않을 사람은 누구지?” [……] 나는 한 발 나아갔다. “아르헨이 처음 종을 멈춘 뒤에도 너희는 사람들의 시간을 훔쳤다. 아무에게도 묻지 않고. 이제부터는 묻고 시작해야 한다.” 마렌이 수정판에 계산식을 띄웠다. “전하. 문을 여는 데 필요한 시간은 고정된 양이 아닙니다. 누군가가 얼마만큼 책임지는지와 연결돼 있어요. 한 사람이 모든 대가를 지면 그 사람이 갇히지만, 여러 사람이 조금씩 나누면 되돌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가설을 확인하자.” 라기스가 뒤에서 말했다. “기록실은 그런 방식의 시험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나는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그럼 넌 거절하겠지. 괜찮다.” 그의 구두 소리가 또 한 박자 어긋났다. 나는 마렌과 나이라, 세브, 세이라를 바라보았다. “모두에게 위험하다. 여기서 돌아가도 누구도 비난하지 않겠다. 들어갈지 말지는 각자가 결정해라.” 네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때 라기스가 장부를 세게 덮었다. “후보 영! 다섯 명이 한 시간을 나누는 것은 계산되지 않은 선택입니다!” 나는 웃었다. “드디어 마음에 드는 말이 나오는군.” 문 위에 새 문장이 나타났다. [예정되지 않은 공동 동의 감지.] [임시 문 개방 가능.] 우리가 정말로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적의 장치가 먼저 인정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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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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