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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24화
PAYLUA ORIGINAL · 제24화

24화. 시계가 숨을 쉬지 않는 도시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5,062자

오프라인 책장
나는 원정을 떠날 때마다 마왕성의 탑에서 마지막으로 내 영토를 내려다보았다. 그 광경을 보는 순간에는 늘 내가 이 땅의 주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산과 강, 검은 성벽과 대전의 불빛까지 모두 내 이름 아래 놓여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래를 내려다볼 필요가 없었다. 출발 전날 밤, 내 발끝에 레온이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정말 발끝에 내려놓은 것은 아니다. 미아가 푹신한 깔개 위에 아이를 눕혔고, 나는 그 옆에서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레온은 두 손을 뻗어 내 장갑을 잡으려 했다. “이건 네 장난감이 아니다.” “아우.” “안 된다.” 아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나는 마지못해 장갑 대신 둥근 나무 고리를 건넸다. 레온이 고리를 양손으로 잡고 흔들었다. “전하, 원정에는 마렌 님과 세브 씨만 동행하시는 거죠?” 미아가 물었다. “나이라도 함께 간다.” “레온은요?” “성에 남는다. 너와 엘라가 돌봐라.” 미아는 안도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표정이 미묘하게 마음에 걸렸다. “내가 아이를 데려갈 거라고 생각했나?” “예전 같았으면 전하께서 모든 위험을 직접 지켜야 한다고 하셨을 것 같아서요.” “……그랬겠지.” 나는 장갑을 내려놓았다. 그곳에서 내가 알아내야 할 진실은 레온의 미래에 영향을 줄 것이다. 그렇다고 아직 걷지도 못하는 아이를 위험한 기록실에 데려갈 이유는 없다. “열두 번째 규칙을 기억하고 있느냐?” 미아가 웃었다. “전하가 돌아오지 않더라도 레온의 하루는 계속될 것.” “그래. 그리고 내가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그녀가 내 손목에 천 조각을 묶어 주었다. 레온이 전에 물어 이 자국을 남겼던 천이었다. “길을 잊으시면 이걸 보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왕에게는 처음으로 영토보다 분명한 귀환지가 생겼다. *** 시각시로 향하는 길은 북부의 오래된 우편로에서 시작되었다. 우리 일행은 나와 마렌, 나이라, 세브 넷이었다. 바르톨은 끝내 아기 인형을 내 가방에 집어넣으려 했으나, 나는 가방을 검으로 막았다. “부적입니다, 전하!” “정말 부적이라면 네 책상에 모셔 둬라.” 그렇게 시작한 여행은 뜻밖에 평온했다. 우리는 폐광촌에 들러 다시 문을 연 급식소를 확인했다. 그곳에는 나무 식탁 네 개와 따뜻한 수프가 있었다. 아이들은 낯선 어른을 경계했지만, 그중 한 명은 내가 무너진 다리에 놓았던 돌판을 기억한다고 했다. “길을 고쳐 준 아저씨다.” 나는 순간 멈췄다. 마왕이라 불리지 않은 건 오랜만이었다. 그 아이는 내가 누군지 몰랐다. 길을 고쳐 준 어른으로만 기억했다. “아저씨는 또 어디 가요?” “길을 찾으러 간다.” “아저씨도 길을 잃어요?” 나는 웃었다. “그런 모양이구나.” 세브가 그 대화를 듣고 조용히 매듭 하나를 묶었다. “길을 찾을 이유가 또 하나 늘었군요.” “이런 것도 대가로 받느냐?” “길을 잃지 않을 만큼은 받아야 하니까요.” *** 얼음 협곡에 도착했을 때 해는 이미 기울어 있었다. 지도에는 두 갈래 길이 표시되어 있었다. 하나는 북쪽으로, 다른 하나는 강을 따라 동쪽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어느 쪽을 보아도 발자국은 없었다. “시각시는 어느 방향이지?” 세브가 대답했다. “어느 쪽도 아닙니다.” 나는 팔짱을 꼈다. “농담인가?” “저도 그랬으면 좋겠네요. 시각시는 사람들이 시간을 세지 못하는 순간에 나타납니다. 숫자를 세면서 걷는 사람은 같은 길로 돌아오게 되어 있죠.” 마렌이 모래시계를 꺼냈다. “정확한 시각을 버리면 어떻게 안전을 확인하죠?” 나이라가 그녀의 손을 가볍게 감쌌다. “무조건 시계를 버리라는 말이 아니야. 우리가 세는 시간과 저 문이 인정하는 시간이 다른 거지.” 나는 한 걸음 앞으로 나갔다. 협곡 건너편에 작은 돌문이 있었다. 분명 방금 전에는 없던 문이었다. 문 위에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들어온 자는 돌아갈 시간을 제시하라.' 마렌이 속삭였다. “그럼 몇 시에 돌아간다고 적으면 될까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시간을 적는 순간 그 시간에 얽매일지도 모른다.” 나이라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르헨은 종을 멈출 때 마지막 음을 남겼어. 끝을 적지 않아서 아이들이 도망갈 수 있었지.” 나는 문에 손을 얹었다. “우리는 돌아가야 할 이유가 있다.” 그 순간 돌문에 새 글씨가 떠올랐다. '시간 대신 이유를 제시하라.' 나는 손목의 천을 들어 보였다. “아이의 저녁을 함께 먹기로 했다.” 마렌은 어이없는 표정이었다. “전하, 이런 오래된 장치가 그 말을 이해하겠습니까?” 돌문이 아주 조금 열렸다. 나는 그녀를 돌아보았다. “이해하는 모양인데.” *** 문 너머에는 계단이 있었다. 일곱 개의 층계참이 아래로 이어졌다. 각 층계참마다 커다란 시계가 걸려 있었지만 바늘은 모두 다른 시각을 가리켰다. 이상한 것은 우리가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발밑의 계단이 하나씩 사라진다는 점이었다. 세브가 매듭을 만졌다. “뒤를 보지 마세요.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 길이 다시 접힙니다.” 나는 본능적으로 뒤를 돌아보려다 멈췄다. 이 길은 내 마력으로 부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부순 뒤 사람들이 돌아갈 길까지 함께 사라진다면 아무 소용 없다. “나이라, 아르헨을 마지막으로 본 곳이 여기였나?” “아니. 이 길은 그때보다 훨씬 많이 변했어. 원래는 아이들을 데리고 오르내릴 수 있는 넓은 계단이었거든.” 나는 벽을 살폈다. 벽돌 사이에는 아주 작은 손자국들이 있었다. 아이들이 길을 잃지 않으려고 벽을 짚으며 걸었던 흔적 같았다. 한 손자국 옆에는 긁힌 글씨가 남아 있었다. '소리가 나지 않으면 서로 이름을 불러.' 나는 손을 댔다. 왜인지 그 손자국의 크기가 익숙했다. 오래전 내 손이 그 위에 놓였던 것 같았다. 세 번째 계단에서 시계가 동시에 멈췄다. 마렌이 말했다. “전하, 이곳에서부터 외부 통신이 불가능합니다. 성에 신호를 보낼 수 없어요.” “예상했겠지.” “네. 그래서 수동 기록판을 준비했습니다.” 그녀는 작은 판을 나눠 주었다. 각자 지금 기억하는 자신의 이름과 돌아갈 이유를 적으라는 것이었다. 나는 적었다. '카르딘. 레온에게 돌아간다.' 세브는 '세브. 아직 배달하지 못한 편지가 있다'고 적었다. 나이라는 '나이라. 그 아이에게 다시 손을 내밀기 위해'라고 썼다. 마렌은 한참 고민하다가 이렇게 적었다. '마렌. 남들이 말한 것을 남들의 이름으로 기록하기 위해.' 나는 그 문장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각자의 이유는 달랐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 하나를 잊어도 나머지가 길을 붙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 다섯 번째 층계참에 도착했을 때 나는 우리 원정의 또 다른 위험을 발견했다. 벽에는 출구를 가리키는 화살표가 새겨져 있었다. 그 방향으로 작은 돌멩이를 던지자 돌멩이가 우리 발밑으로 되돌아왔다. 반대편으로 던져도 마찬가지였다. “위치가 뒤틀리는군.” 마렌이 손에 든 기록판을 내밀었다. “이곳의 길은 계단 수가 아니라 누가 돌아가기를 바라는지에 따라 바뀌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가 한 번에 움직여야 합니다.” 나는 세브가 만든 일곱 매듭을 보았다. “누군가 뒤처지면 어떻게 하지?” “이유를 기억하는 사람이 그 이름을 불러야겠죠.” 나이라가 대답했다. 그녀는 어린 시절의 나를 데리고 검은 버드나무 숲을 지났던 이야기를 했다. 내가 어둠을 무서워해 뒤로 달아나면, 나이라는 내 손을 잡아 끌지 않았다. 앞으로 가서 작은 소리로 나를 불렀다고 한다. “네가 내 목소리를 따라왔지.” “마냥 끌어가면 안 됐나?” “네가 내 손에서 빠져나가 더 멀리 도망칠까 봐 그랬어.” 그 말이 지금의 계단과 닮아 있었다. 나는 마렌에게 말했다. “우리가 떨어지면 억지로 붙잡지 마라. 자기 이름과 돌아갈 이유를 먼저 확인하자.” 세브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직후 바닥에서 시계바늘 같은 가느다란 빛이 솟아났다. 내 장갑에 닿은 빛은 재가 되지 않고 조그만 숫자로 변했다. [개입자 네 명. 각자 다른 귀환 이유.] 빛은 그것을 계산하려다 몇 번이나 방향을 바꿨다. 나는 웃었다. “우리가 똑같이 생각해야만 움직일 수 있는 길은 아니군.” 처음으로 나는 군대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보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네 사람이 함께 걷는 일이 더 강할 수도 있다고 느꼈다. *** 일곱 번째 층계참에서 종소리가 들렸다. 정확히는 소리가 없었는데, 몸 안쪽이 종에 맞은 것처럼 떨렸다. 내 검이 미세하게 울었고, 나이라의 손수건이 허공에 떠올랐다. 세브가 귓가를 막았다. 마렌의 기록판에는 붉은 글씨가 나타났다. [귀환 시각 미정. 진행 불가.] 나는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 우리는 앞으로도 뒤로도 나아갈 수 없었다. 여기서 종이 마지막 음을 요구하는 것 같았다. 그때 나이라가 자장가를 흥얼거렸다. 내 어린 시절에 부르던 노래였다. 나는 그 가락을 안다. 그러나 마지막 음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 애초에 노래에는 끝이 없었다. “멈추지 마라.” 내가 말하자 마렌이 서툴게 따라 했다. 세브는 박자를 놓쳤고, 나이라는 웃으며 다시 처음부터 불렀다. 나는 마지막 음 대신 손목의 천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그것은 레온이 방울을 흔들던 박자였다. 달각. 달각달각. 일곱 번째 시계의 바늘이 떨렸다. [예정된 음계와 불일치.] [시각 계산 보류.] 문이 열렸다. 계단 너머의 공간에는 천장이 없었다. 대신 수천 개의 시계가 검은 하늘처럼 매달려 있었다. 바닥은 하얀 돌로 만들어져 있었고, 가운데에는 종 없이 종을 매다는 거대한 철골이 서 있었다. 세브가 낮게 말했다. “시각시입니다.” 나는 그곳을 바라보며 오래된 냄새를 맡았다. 비에 젖은 검은 버드나무와 따뜻한 죽, 그리고 갓 씻긴 아기의 천에서 나는 냄새. 처음 와 본 도시가 아니었다. 나는 이곳에 있었던 적이 있다. 그때 하늘에 매달린 시계 하나가 떨어져 내렸다. 바닥에 닿기 직전 멈춘 시계의 유리 안쪽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카르딘. 네가 다시 왔구나.” 나는 몸을 돌렸다. 여자의 목소리였다. 나이라와는 달랐다. 어디선가 아주 오래전에 들었던 목소리. 그런데 시계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목소리만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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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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