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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23화
PAYLUA ORIGINAL · 제23화

23화. 죽은 편지 배달부의 요금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5,207자

오프라인 책장
마왕에게 길을 알려 주는 일에는 목숨값이 붙는다. 그런 사실을 내가 직접 알게 된 것은, 길잡이를 구하려고 회색다리 시장에 내려간 날이었다. “시각시로 가는 길을 아는 사람을 찾는다.” 내가 말하자 여관 주인은 술잔을 닦던 손을 멈췄다. “그런 도시는 없습니다.” “있었다고 들었다.” “없다는 얘기만 들었습니다.” 그는 말을 마치고 나를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데 방금 무슨 도시를 찾으신다고 하셨죠?” 나는 마렌과 눈을 마주쳤다. 방금 들은 이름을 벌써 잊은 것이다. “그만하지. 이 사람을 위험하게 할 필요는 없다.” 마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가게를 나서려는데 누군가 뒤에서 탁자를 두드렸다. “길값이 비싸다는 소문은 들었나, 검은 망토 양반?” 낡은 여행 모자를 쓴 남자가 구석에 앉아 있었다. 한쪽 눈에는 깨진 단안경을 걸었고, 바닥에는 편지 가방을 내려놓았다. 가방에는 마모된 우편 문장이 있었다. “길을 아느냐?” “정확히는 잊지 않는 방법을 압니다.” 나는 맞은편에 앉았다. “값을 말해라.” “금화는 받지 않습니다.” “그럼 은?” “기억 하나.” 나는 의자를 뒤로 밀었다. “거래하지 않는다.” 남자는 입을 벌린 채 나를 바라보았다. “보통은 어떤 기억을 원하는지 묻는데요.” “남의 기억을 빼앗으면서 시작하는 거래가 얼마나 위험한지 이미 경험했다.” “그럼 제 설명을 끝까지 들어 보시겠습니까?” 나는 한숨을 쉬었다. 전에는 이런 자를 협박해 필요한 정보를 받아냈다. 하지만 설명을 들어 주기로 한 뒤로는 세상이 이상하게 오래 걸렸다. 그럼에도 나는 자리에 다시 앉았다. *** 남자의 이름은 세브였다. 정확히는 그가 기억하고 있는 자신의 이름이 그랬다. “저는 편지를 배달하는 사람입니다.” “죽은 자의 편지도?” “살아 있는 사람의 것이라면 더 좋고요.” 그는 가방을 열었다. 안에는 받는 이가 없는 편지들이 쌓여 있었다. 어떤 봉투에는 이름 대신 번호가 적혀 있었고, 어떤 편지에는 보내는 날짜가 미래였다. “제게 왔던 편지 중에는 이미 죽은 사람에게 보내는 것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를 죽은 편지 배달부라고 부르죠.” “이름부터 음침하군.” “마왕님께 그런 말씀을 듣다니 영광입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내 정체를 아는군.” “회색다리 시장에선 모르는 사람이 더 드뭅니다. 얼마 전부터 아기용 젖병과 천을 사러 오는 마왕님 이야기가 시장 전체에 퍼졌거든요.” 마렌이 옆에서 기침했다. 나는 당장 시장의 소문을 단속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바르톨이 '왕실 유아 생활정보 보호 전담부대'를 창설할 구실이 될 테니 참았다. “기억을 값으로 받는다는 말부터 설명해라.” 세브는 손바닥을 폈다. “뺏는 게 아닙니다. 당신이 잊지 않겠다고 정한 순간을 하나 들려주면 됩니다. 저는 그걸 기억해 두죠. 길에 들어가면 장소의 이름이 지워지지만, 남에게 들려준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나는 마렌을 보았다. 그녀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한 원리예요. 다만 안전을 확인해야 합니다.” “그럼 증언만 해도 된다는 뜻이냐?” “그렇습니다. 대가는 돈보다 무겁습니다. 진짜 이야기를 해 줘야 하니까요.” 세브는 미소를 지었다. “이 길에서는 거짓말을 하면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먼저 잊습니다.” 나는 잠시 생각했다. 내가 잊지 않기로 한 순간. 전쟁이라면 수백 번 있었다. 성을 함락한 날, 황제가 무릎을 꿇던 날, 천사의 날개가 불타던 날. 하지만 그런 날들은 이미 역사서에 적혀 있다. 내가 아니어도 기억하는 사람은 많다. 나는 레온을 처음 안았던 숲을 떠올렸다. “찬비가 내렸지.” 세브가 자세를 바로 했다. “계속하세요.” “수레 아래 아기가 있었다. 손바닥 위에 검은 불꽃을 피웠고, 그 아이는 그것을 보고 웃었다. 나는 없애려고 찾아간 아이를 품에 안고 돌아왔다.” 세브는 메모하지 않았다. “왜 살렸습니까?” “그때는 몰랐다.” “지금은요?” 나는 생각했다. “그 아이는 내가 보지 못했던 얼굴로 나를 봤다. 두려워하지 않았고, 명령하지도 않았다. 어쩌면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무엇을 하라는 말을 듣지 않은 순간이었는지도 모르겠군.” 세브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가를 받았습니다.” 그는 편지 가방에서 끈 하나를 꺼냈다. 끈에는 종 대신 작은 매듭 일곱 개가 있었다. “이 매듭은 길이 아니라 이야기를 붙잡습니다. 지도에서 시각시가 사라지더라도 당신이 왜 가는지는 잊지 않을 겁니다.” *** 시장 밖으로 나왔을 때 마렌이 물었다. “전하, 정말 그 이야기를 아무에게나 들려줘도 괜찮으십니까?” “내가 처음으로 레온을 안은 날이다. 비밀이라고 숨기면 놈들이 더 쉽게 지울 것 같아서.” “하지만 전하께서 나중에 후회하실 수도 있죠.” “그럼 그때 생각하겠다. 오늘은 내 의지로 말한 거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매듭을 살폈다. 세브는 오래전 북부 우편로를 담당했다고 했다. 시각시로 향하던 마지막 우편차가 끊긴 뒤로는 도시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줄었다고 한다. “사람이 잊어버린다고 도시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길이 남의 기억에 붙어 버릴 뿐이죠.” 그가 설명한 우회로는 국경의 옛 방앗간을 지나가는 것이었다. 우리는 아침 일찍 떠나기로 했다. 성으로 돌아가 준비를 마치려는데 여관 주인이 문밖까지 따라 나왔다. “아까 찾으시던 도시 이름을 알 것 같습니다.” 나는 걸음을 멈췄다. “기억났느냐?” “아니요. 하지만 방금 제 할머니가 보내신 편지를 찾았습니다.” 그가 손에 든 낡은 봉투에는 어린아이의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엄마, 종이 울리면 내 이름을 불러 주세요.' 여관 주인은 눈가를 훔쳤다. “왜 이런 걸 잊고 살았을까요?” 나는 답하지 않았다. 그가 기억을 되찾은 이유가 우리의 대화 때문인지, 세브의 매듭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눈앞의 편지는 분명히 존재했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네가 원한다면 마렌이 안전하게 복사해 줄 수 있다. 원본은 네가 가져라.” 그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때 내가 다스리던 방식과는 정반대였다. 기록을 빼앗지 않고, 소유자를 돌려보내는 일. 이런 사소한 일을 하다 보면 하루가 금세 지나갔다. *** 마왕성으로 돌아오니 바르톨이 거대한 나무판을 세워 놓고 있었다. 《북부 원정 필수 물품》. 첫 항목이 '왕실 아기 인형'이었다. “왜 탐사에 인형이 필요하지?” “전하께서 밤마다 레온 님을 그리워하실 것 같아서 준비했습니다.” 그는 검은 머리와 은빛 단추 눈을 단 인형을 들어 올렸다. 나는 그 인형을 보았다. “머리가 왜 이렇게 큰가?” “실물을 본떠…….” “레온 머리가 이 정도는 아니다!” 바르톨이 절망한 듯 인형을 내려다봤다. 미아가 옆에서 웃음을 터뜨렸다. “전하, 닮지 않아서 화나셨어요?” “아니다.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만든 작전 도구가 싫을 뿐이다.” 미아는 인형을 받아 아이 곁에 놓았다. 레온은 그것을 보자 양손으로 머리를 끌어안았다. 바르톨이 곧바로 밝아졌다. “전하! 레온 님께서 승인하셨습니다!” 나는 반박하려다가 멈췄다. 선택한 사람이 레온이라면 나도 할 말이 없었다. *** 세브와 헤어진 뒤 나는 회색다리의 작은 우편함 앞에 섰다. 우편함에는 동전 하나만 한 자물쇠가 달려 있었다. 누가 보낸 편지인지 공개하지 않으려는 장치였다. 그 옆에는 이상한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받는 사람이 편지를 원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송을 허락해 주세요.' 나는 그것을 읽고 한참 서 있었다. 전령은 명령을 받으면 목적지까지 가야 한다. 상대가 원하지 않든 말든 문을 두드리고, 대답하지 않으면 문을 부순다. 나는 그렇게 통신망을 운영해 왔다. 세브가 돌아보며 말했다. “마왕님께서는 왜 그렇게 보십니까?” “편지도 거절할 수 있다는 생각은 못 해 봤다.”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누구든 듣고 싶지 않은 소식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나는 곧장 레온을 떠올렸다. 언젠가 아이가 자라 내 일기장을 읽기 싫다고 하면 어떻게 할까. 그 안에는 내가 아이를 처음 발견한 순간, 그리고 처음에 아이를 죽이려 했다는 사실까지 들어 있었다. “그럼 중요한 진실을 전하지 못하면?” 세브가 대답했다. “안전과 관련된 사실은 알려야겠지요. 하지만 알아야 할 권리와 지금 당장 읽도록 강요받을 의무는 다릅니다.” 나는 우편함을 가볍게 두드렸다. “어려운 일만 늘어나는군.” “사람을 대하는 일이니까요.” 세브는 편지 가방을 고쳐 멨다. “당신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들려주지 않겠습니다. 길값으로 받은 기억은 길을 지키는 데만 쓰죠.” 나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 말을 꺼내는 용기만큼 그 말을 지켜 주는 약속도 중요했다. 기억을 물건처럼 빼앗던 적들과 이 배달부가 달라 보인 이유였다. *** 그날 밤 세브가 다시 성을 찾아왔다. 내가 부른 적은 없었다. “무슨 일이냐?”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길값 말고 전할 말이 있습니다. 제가 배달하지 못한 편지가 하나 있어요.” 그가 낡은 봉투를 내밀었다. 받는 이의 이름은 적혀 있지 않았다. 다만 두 단어가 있었다. '첫 아이.' 나는 봉투를 받았다. 안에는 노랗게 바랜 종이가 있었고, 서명은 아르헨이었다. '네가 내 편지를 읽는다면, 너는 아직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날 종을 멈춘 것은 나 하나가 아니었다.' '작은 아이가 울음을 그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마지막 음을 듣지 못했다.' 내 손에서 종이가 흔들렸다. “그 아이가 나였나?” 세브가 어깨를 으쓱했다. “저는 편지를 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편지를 준 사람이 누군지는 알겠지?” “그 사람은 제게 이렇게 전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는 한 발 물러섰다. “나는 그 아이를 낳지는 않았지만, 그 아이를 버리지 않았다.”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나를 낳은 사람은 아닐지라도, 아르헨은 나를 지키기로 선택한 사람이다. 그 문장만큼은 누구의 장부가 없어도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 세브가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조심하라고 했습니다. 시각시에는 길을 잊게 만드는 종보다 위험한 것이 남아 있다고요.” “무엇이지?” “돌아가는 이유를 잊게 만드는 방.” 나는 손목의 일곱 매듭을 내려다보았다. 레온의 웃음소리를 기억하려고 오늘 처음으로 남에게 들려준 이야기가 있었다. 그 기억을 잃으면, 나는 과거의 마왕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그것이 이번 원정에서 가장 두려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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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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