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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21화
PAYLUA ORIGINAL · 제21화

21화. 내 아이에게 도착한 미래의 편지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5,480자

오프라인 책장
내가 받은 편지 가운데 가장 무례한 편지는 성왕국 황제가 보낸 항복 권고문이었다. 그 문서에는 내 성과 병력을 모조리 넘기면 목숨만은 살려 주겠다고 적혀 있었다. 나는 답장 대신 황제의 성문을 날려 버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외교적으로 조금 지나친 답신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손에 든 편지는 그보다 훨씬 무례했다. '내 아이에게.' 나는 그 문장을 열세 번 읽었다. 내 아이. 삼백 년 동안 그 누구도 나를 그렇게 부르지 않았다. 심지어 내게 아버지 노릇을 해 주었던 사람도 없었다. 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시간은 검은 황무지에서 혼자 눈을 뜨던 날이었다. 그 이전은 고요한 구멍처럼 비어 있었다. 그런데 이제 누군가가 나타나 자신을 내 보호자처럼 말한다. “전하, 그 편지에 저주가 있습니까?” 문가에 선 바르톨이 물었다. “있을지도 모르지.” “태워 버릴까요?” “내가 읽고 있는 편지다.” “그렇다면 일단 전하께서는 멀리 계십시오. 제가 대신 읽겠습니다.” 그는 용감하게 손을 내밀었다. 다른 사람의 비밀을 읽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 전혀 모르는 표정이었다. “네가 아버지에게서 받은 첫 편지도 내가 대신 읽으면 좋겠느냐?” 바르톨은 두꺼운 눈꺼풀을 깜빡였다. “제 아버지는 편지를 못 쓰셨습니다. 화염으로 의사를 표현하셨지요.” 나는 그가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우리 둘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 봉투를 처음 발견한 것은 '종을 치지 않은 밤'이 끝난 직후였다. 정원에는 지친 사람들이 잠들어 있었고, 레온은 미아의 품에서 조용히 숨을 쉬고 있었다. 붉은 별의 종은 멎었지만, 그 빛이 닿았던 하늘에는 작은 검은 점이 남아 있었다. 봉투는 내 책상에 저절로 접혀 나타났다. 전달된 것이 아니라 종이 결 속에서 만들어진 것처럼. 마렌이 작은 유리 상자에 넣고 조사했다. “전하. 특별한 기록 마법의 흔적은 있습니다. 하지만 누가 보냈는지는 알아낼 수 없어요.” “끝에 이름이 적혀 있지 않느냐.” “그게 문제입니다.” 그녀는 서명 부분을 가리켰다. '초대 종지기, 아르헨.' “이 이름을 검색하면 모든 장부가 서로 다른 사람을 보여 줍니다. 칠백 년 전의 남자, 삼백 년 전의 여자, 어제 회색다리 시장에서 약초를 샀다는 노인까지요.” “한 사람이 여러 시대를 살았을 수도 있지.” “그럴 수 있죠. 다만 기록이 서로 모순됩니다. 같은 날짜에 서로 다른 곳에서 죽었다고 적혀 있어요.” 나는 피식 웃었다. “그렇다면 내 취향이군. 남들이 죽었다고 해도 살아 있는 사람이라니.” 마렌은 웃지 않았다. “서명 아래의 잉크가 더 이상합니다. 편지가 만들어진 시각이 오늘 밤보다 하루 뒤로 표시돼요.” 나는 유리 상자에 손을 얹었다. “미래에서 온 편지라는 뜻인가?” “확정할 수 없어요. 기록 시계가 조작되었을 수도 있죠. 앞서 우리가 싸운 자들은 시간 정보도 마음대로 적었습니다.” 마렌의 그런 대답이 이제는 좋았다. 무엇이든 확정적으로 말하는 신들보다,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하는 서고 관리인이 더 믿을 만했다. 봉투 안에는 처음 읽은 문장 외에 두 줄이 더 있었다. '나를 찾고 싶다면 종이 울리지 않는 시각을 찾아라.' '너를 데리고 나온 날, 나는 문을 닫지 못했다.' 나는 마지막 줄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문을 닫지 못했다. 무명탑에서 나이라가 숨겨 주었던 방을 뜻하는가? 그때도 문이 닫히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나이라를 불러라.” *** 나이라는 편지를 보자 차를 내려놓았다. 평소에는 어떤 소식에도 눈썹 하나 움직이지 않는 여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 “이 글씨를 알아보느냐?” “그래.” “아르헨을 아나?” 나이라는 곧장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편지를 책상에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한참 후 아주 조용하게 말했다. “알았지. 하지만 그 사람이 아직 살아 있는지는 몰라.” 나는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무명탑에서는 왜 말하지 않았지?” “널 지키려는 마음도 있었고, 내가 잘못 기억할까 두려운 마음도 있었어. 그 사람에 관한 기록은 한 번도 같은 모습으로 남아 있지 않았거든.” “그렇다면 네가 본 것을 말해라. 장부가 아니라.” 나이라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무명탑의 종이 멎었어. 나는 종이 멎은 뒤에야 탑에 들어갈 수 있었지. 복도 끝에는 피 묻은 발자국이 있었고, 검은 요람이 있었어. 네가 그 안에서 울고 있었고.” 나는 숨을 멈췄다. “누가 나를 낳았지?” “몰라.” “아르헨은?” “네 곁에 있었어. 하지만 아르헨이 널 낳은 사람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어.” 그녀는 편지의 첫 줄을 다시 읽었다. “대신 그 사람은 네가 자기 아이라고 말했어. 누군가가 그 아이를 가져가야 한다고 했을 때, 끝까지 안 된다고 버텼지.” 나는 손을 뻗어 봉투를 들었다. '내 아이에게.' 낳았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 것일까. 아니면 지키기로 정했기 때문일까. 레온을 처음 발견하던 밤이 떠올랐다. 나 역시 그 아이를 낳지 않았다. 처음에는 오히려 죽이려 했다. 그런데 지금 누군가 레온을 '내 아이'라고 부르며 데려가겠다고 하면, 나는 먼저 검을 뽑을 것이다. “아르헨은 종지기였다고 하더군.” “원래는.” “원래는?” “종을 쳤지. 하지만 마지막에는 종을 멈추려 했어. 우리가 들어야 할 명령을 받지 않게 하려고.” 나이라는 편지의 뒷면을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아르헨의 버릇이 하나 있었어. 꼭 중요한 말을 종이에 적을 때는 글씨가 아니라 접힌 선에 남겼지.” 나는 봉투를 뒤집었다. 접힌 가장자리에 아주 작은 홈이 있었다. 손가락으로 만지자 잉크가 없는 부분에서 희미한 온기가 전해졌다. 마렌이 유리판을 갖다 댔다. 작은 홈이 일곱 개의 쉼표 모양으로 빛났다. “무명탑 금속판의 구멍과 같은 배열이에요.” “그럼 내용을 읽을 수 있겠느냐?” “지금은 안 됩니다. 음을 재생하면 종이 다시 반응할 수도 있어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무턱대고 비밀을 열었다가 지난번처럼 마왕성 전체의 이름을 잃을 수는 없었다. *** 조사는 저녁에 중단되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레온이 잠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는 저녁부터 작은 목각 방울을 잡고 계속 흔들었다. 돌개울 마을에서 보내 준 둔탁한 소리의 장난감이었다. 울지 않는 것만으로는 감지덕지해야 했지만, 문제는 내가 책을 펴려는 순간마다 방울 소리가 들렸다는 점이었다. 달각. 달각. “레온. 나는 지금 중요한 출생의 비밀을 조사 중이다.” 달각. “네가 협조하면 네 미래에도 도움이 된다.” 달각달각. 미아가 웃음을 참았다. “전하, 방울을 뺏지 마시고 다른 걸 주면 어떨까요?” “뺏으려 한 적 없다.” “손을 뻗으셨는데요.” “위험한 소리가 있는지 확인하려 했을 뿐이다.” 나는 손을 거뒀다. 레온은 방울을 잠시 바라보다가 내 쪽으로 내밀었다. 나는 받지 않았다. 그러자 아이가 더 세게 흔들었다. “그걸 나와 함께 가지고 놀자는 뜻이냐?” 아이가 웃었다. 나는 결국 다른 나무 방울 하나를 들었다. 달각. 레온이 따라 했다. 달각달각. 내가 한 번 더 흔들자 아이가 아주 크게 웃었다. 나는 잠시 잊었다. 봉투도, 종지기도, 삼백 년 전의 비밀도. 나를 죽일 운명이었다던 인간이 작은 방울 두 개의 소리 차이를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레온이 방울을 세 번 흔들자, 책상 위 편지가 스스로 펼쳐졌다. 접힌 선의 일곱 홈 가운데 세 개가 밝아졌다가 꺼졌다. 마렌이 달려와 수정판을 살폈다. “전하. 레온이 특정 음을 냈기 때문이 아닙니다. 서로 다른 박자가 겹치면서 기록을 잠시 놓친 거예요.” 나는 방울을 내려다보았다. “우리가 노래를 제멋대로 불러 마지막 종을 멈췄던 것처럼?” “네. 정해진 박자가 아닌 소리를 장치가 계산하지 못합니다.” 레온은 다시 방울을 흔들었다. 책상 위 글씨가 변했다. '일곱 번째 쉼표가 있는 곳. 시계가 숨을 쉬지 않는 방.' 그리고 아주 짧게, 다른 문장이 보였다. '그 아이를 데려간 것은 너의 잘못이 아니다.' 나는 그 말을 읽고 얼어붙었다. 그 아이. 아르헨이 말한 아이가 나일까, 아니면 나 말고 다른 누군가일까. 레온은 내 반응을 모른 채 방울을 내 발등 위로 떨어뜨렸다. 나무조각 하나가 굴러갔다. 나는 그것을 주워 아이 손에 돌려주었다. “고맙다.” 마왕이 아기에게 정보를 얻었다는 사실은 역사서에 적지 않기로 했다. 적어 두면 바르톨이 당장 '왕실 수사 보조관 레온'이라는 관직을 만들 게 뻔했으니까. *** 그날 오후 나이라는 무명탑에서 있었던 일을 하나 더 들려주었다. “너는 밤마다 문소리만 들려도 깨곤 했어.” “그때의 내가 겁쟁이였다는 이야기인가?” “그래. 아주 커다란 겁쟁이였지.” 나는 불만스럽게 팔짱을 꼈다. 천계 심판관 일곱을 상대할 때도 듣지 못한 모욕이었다. 나이라는 개의치 않았다. “그런데 이상했어. 다른 아이가 울면 네가 먼저 깨서 요람 난간을 두드렸거든. 그 소리를 듣고 내가 달려가면 너는 다시 잠들었지.” “내가 사람을 부른 셈인가?” “그런 셈이야. 작은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뿐이었겠지.” 나는 오래된 나무 요람의 난간을 떠올렸다. 어쩌면 거기에도 손자국이 남아 있을지 모른다. “아르헨은 그 일을 알고 있었나?” “알았어. 그래서 네게 종지기의 아이라고 농담하곤 했지. 종을 치지 않고도 사람을 부르는 아이라고.” 나는 한참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를 강하게 만든 최초의 기억은 싸움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오래된 기억은 누군가의 울음을 듣고 사람을 불렀던 순간일지도 모른다.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면 나는 내 과거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될 것이다. 나이라는 찻잔을 비우고 일어섰다. “카르딘. 아르헨을 찾더라도 네가 듣고 싶은 대답을 다 얻지는 못할 거야.” “알고 있다.” “네가 왜 태어났는지 그 사람도 모를 수 있어.” 나는 편지를 내려다봤다. “그래도 물어보고 싶다. 왜 나를 버리지 않았는지.” 나이라는 내 손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그 말이라면 대답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 밤이 늦자 레온은 겨우 잠들었다. 나는 일기장을 펼쳤다. '오늘 레온은 나와 방울을 흔들었다. 나는 삼백 년 동안 그토록 작은 소리를 듣기 위해 한 번도 시간을 낸 적이 없었다.' 잠시 생각하고 한 줄을 더 썼다. '아르헨이라는 사람이 나를 자신의 아이로 불렀다고 한다.' 그 아래에는 단어 하나를 적을 수 없었다. 어머니. 아버지. 보호자. 어떤 이름도 확신할 수 없었다. 나는 편지를 다시 접어 가슴에 넣었다. 아르헨이 나를 낳은 사람이든 아니든, 누군가 나를 데리고 나와 지켰다는 사실부터 알아보고 싶었다. 책상 위 수정판이 마지막으로 빛났다. 마렌이 계산한 발신 시각이 바뀌어 있었다. '내일'이라고 적혀 있던 것이 '현재'가 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문장 하나가 나타났다. '나는 아직 문 안에 있다.' 내가 그것을 읽는 동안, 먼 북쪽에서 울리지 않는 종이 한 번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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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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