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성에 숨어든 침입자를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바르톨에게 물으면 성 전체를 수색하고 검문소를 세우자고 할 것이다. 마렌은 출입 기록을 대조하자고 할 테고, 미아는 먼저 주방의 빵이 얼마나 줄었는지 확인하자고 하겠지.
나는 셋의 말을 모두 듣고 결론을 내렸다.
“빵을 굽자.”
바르톨이 멈칫했다.
“전하, 고문용입니까?”
“아니다. 손님용이다.”
우리는 거울 가면의 인물이 아이들이 만든 그림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누군가에게 보육실을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난입이 아니라 대화였다. 그래서 북쪽 종루 앞에 손님을 기다리는 작은 탁자를 놓았다.
그 위에는 빵과 따뜻한 차, 그리고 종이 한 장을 얹었다.
'경고를 받았다. 더 할 말이 있다면 듣겠다. 아이들에게 접근하지 말고 여기로 와라.'
미아는 탁자를 보더니 조용히 웃었다.
“전하, 협박장을 쓰실 줄만 아는 줄 알았는데요.”
“내가 그렇게 단순해 보였나?”
“예전에는요.”
나는 반박하지 못했다.
***
해가 진 뒤, 종루의 종이 한 번 울렸다.
달칵.
나는 일부러 등을 돌리고 서 있었다. 누군가 다가오더니 빵 접시를 건드렸다. 목소리는 예상보다 젊었다.
“정말 혼자 오셨군요.”
“보여 주기 위한 혼자다. 나를 보호하는 결계가 셋, 지붕 위에는 바르톨이 있다.”
“솔직하시네요.”
“거짓말하면 네가 더 믿겠나?”
나는 돌아섰다.
거울 조각을 엮어 만든 가면. 한쪽 어깨를 움츠린 자세. 그림에서 보았던 그대로였다. 다만 인물은 노인이 아니라 젊은 여자였다. 그녀는 서른을 넘지 않은 얼굴처럼 보였지만, 눈에는 오래 잠들지 못한 자의 피로가 배어 있었다.
“이델인가?”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를 체포하러 오셨나요?”
“저 탁자에서 빵을 먹는 죄부터 물어보려 했지.”
“그건 돌려드리겠습니다.”
“먹어라. 식으면 맛없다.”
이델은 가면을 벗지 않은 채 빵을 조금 뜯었다.
“붉은 별의 인장 복제는 제가 했습니다.”
그 한 문장에 공기가 차가워졌다.
“왜?”
“비상 종료 명령을 보내기 위해서요. 그러나 그 권한이 중앙 관측국의 장치에 접속하자 제가 모르는 오래된 절차가 재개됐습니다. 제 손으로 무명일을 깨운 셈입니다.”
“그 사실을 알고도 도망쳤군.”
“저를 잡아 지워 버리면 경고할 사람이 없으니까요.”
그녀의 손등에는 붉은 선이 길게 남아 있었다. 마법사의 화상과는 달랐다. 유리 뒤에서 시간을 거슬러 손을 뻗다가 생긴 상처 같았다.
나는 물었다.
“아이들이 만든 지도를 왜 알고 있지?”
이델은 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냈다. 같은 모양의 문들이 있었다. 하지만 크레용 자국이 아니었다. 오래된 시각시 도면 속에 쓰인 구조도였다.
“그림은 제가 먼저 그린 게 아닙니다. 아이들이 그린 문이 수십 년 전 설계도에 남아 있었어요.”
나는 종이를 받아 들었다.
서로 다른 세 갈래 통로가 한 곳으로 모였다. 마지막에는 네 번째 문이 있었다. 내가 아이들에게서 본 그림과 완전히 같았다.
“누가 이 설계를 남겼지?”
“보육관의 아이들입니다. 오래전에 네 명이서 만들었어요. 종을 조립하는 방에서요.”
“네 명?”
이델은 천천히 이름을 말했다.
“어린 영, 세린, 그리고…….”
그녀가 나를 바라보았다.
“카르딘이라는 이름을 갖기 전의 당신.”
나는 숨을 멈췄다.
그 시절 나는 시간을 어디에서부터 잃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기록에서 남은 것은 조각뿐이었다. 어린 영이 나와 같은 이름으로 분류된 이유도, 세린이 나를 도왔던 사연도 완전히 복원되지 않았다.
“나머지 한 명은?”
“모릅니다. 도면에서 이름만 도려냈습니다. 그 사람이 네 번째 문을 닫았어요.”
이델은 나를 향해 빈 손을 폈다.
“그 사람을 찾지 못하면 무명일을 멈춰도 다음 명령이 다시 켜질 거예요.”
“네가 명령을 조작했는데, 이제는 함께 고치자고 하는군.”
“네. 제가 잘못했습니다.”
이델은 피하지 않았다.
“어떻게 책임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알고 있는 것은 모두 말하겠습니다.”
내가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계단 아래에서 작은 발소리가 들렸다.
“아빠!”
레온이었다. 미아가 따라 올라오며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전하, 말렸는데요. 레온이 종소리를 들었다고…….”
거울 가면의 여자가 얼어붙었다.
레온은 그녀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얼굴에 왜 유리가 있어?”
이델은 뒷걸음질쳤다.
“저, 저는 어린아이에게…….”
“무서워?” 레온이 물었다.
그녀는 대답하지 못했다. 검을 든 수천 명 앞에서 굴하지 않던 내가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었다. 잘못을 저지른 어른은 종종 아이의 평범한 질문을 가장 두려워한다는 것.
나는 레온을 들어 올렸다.
“이 손님에게는 어려운 사정이 있다.”
레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빵 줘. 따뜻하면 괜찮아.”
이델의 손이 떨렸다.
나는 빵 접시를 그녀 쪽으로 밀었다. 그리고 말했다.
“네 죄와 네가 알려 준 사실은 따로 기록할 거다. 도망치지 않는다면 조사에 참여하게 하겠다.”
이델은 빵을 내려다보았다.
“그렇게 해도 되는 겁니까?”
“되는지부터 따질 때가 아니다. 사흘 뒤 사람들의 하루가 사라질지도 모르니까.”
그 직전 이델은 가면을 벗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거울 조각마다 다른 표정의 얼굴이 비쳤다. 웃고 있는 얼굴, 울고 있는 얼굴,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얼굴. 저렇게 많은 조각이 붙어 하나의 가면이 된다는 사실이 기묘했다.
“왜 그런 물건을 쓰지?” 내가 물었다.
“시각시는 얼굴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기록에 적힌 얼굴과 현재의 얼굴을 비교해요. 얼굴 하나가 일치하지 않으면 일단 판단을 멈춥니다.”
“그래서 여러 얼굴을 만든 거군.”
“네. 처음에는 장치가 저를 못 찾게 하려고 했습니다. 그 다음에는 제가 누구인지 저도 잘 모르겠더군요.”
그녀는 손끝으로 가면을 돌렸다.
“에르단 선생님이 저를 기억하실까요?”
“널 제자라고 불렀다.”
그녀의 눈꺼풀이 떨렸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 시간은 누군가에게 남았네요.”
나는 에르단의 죄를 대신 면제해 줄 수 없었다. 이델에게 과거를 기억하라고 명령할 수도 없었다. 대신 두 사람이 직접 만날 기회를 마련할 수는 있었다.
“너희가 원한다면 관측소에서 만나게 하겠다.”
이델은 고개를 끄덕였다가 곧바로 말했다.
“하지만 오늘은 아닙니다. 지금은 무명일을 먼저 막아야 해요.”
나는 그 의견에 동의했다.
미아는 레온을 안고 종루를 내려가면서 나를 돌아봤다.
“전하, 손님에게 방을 내드릴까요?”
“빈 방 하나면 된다. 감시는 하되, 문을 안쪽에서 잠글 수 있게 해라.”
“그럼 도망칠 수도 있습니다.” 바르톨이 말했다.
“그 위험은 우리가 감수한다. 필요한 말은 이미 들었고, 도망치면 책임도 따라갈 것이다.”
이델은 믿기 어렵다는 얼굴로 나를 보았다.
“문을 잠그지 않겠다고요?”
“한 번은 선택할 기회를 주겠다.”
그때 종루의 낡은 시계가 거꾸로 한 칸 움직였다.
[무명일 예비 집행: 시작]
사흘은 아직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장치가 벌써 움직이고 있었다.
제194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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