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성 주방에서 폭발이 일어났다는 보고를 받았을 때, 나는 검부터 찾았다.
그러나 도착해 보니 악마 병사들이 얼굴에 흰 가루를 뒤집어쓰고 서 있었다.
“암살인가?”
“아닙니다, 전하.” 미아가 말했다.
“그럼 저 폭발은?”
“케이크 반죽입니다.”
나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천장에 밀가루가 붙어 있었고 탁자에는 달걀껍질이 널려 있었다. 부엌 한편에서 바르톨이 진지한 표정으로 거대한 반죽 그릇을 젓고 있었다.
“왜 저 녀석이 하고 있지?”
“레온 생일 케이크를 만들겠다고 나서셨거든요.”
바르톨이 나를 향해 자세를 바로 했다.
“전하! 제가 반죽 세 개 대대를 지휘하겠습니다!”
“달걀부터 깨지 않도록 해라.”
“그건 이미 손실이…….”
“내가 묻기 전까지 보고하지 마라.”
내가 이 소동에 끼어들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레온이 어제 내게 물었다.
'아빠, 나도 생일이 있어?'
나는 즉시 그렇다고 답했지만 날짜를 알지 못했다. 아이를 발견한 날은 알고 있어도 태어난 날은 몰랐다. 성왕국이 남긴 출생 기록은 지워져 있었으니까.
미아는 대신 말했다.
“그럼 레온이 처음 우리 집에 온 날을 기념하면 어때요? 레온이 원한다면요.”
레온은 잠깐 고민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내 생일 하나, 우리 집 생일 하나. 두 개면 안 돼?'
나는 웃었다.
“되는지 안 되는지 네가 정하면 된다.”
그래서 오늘 주방이 전쟁터가 된 것이다.
***
오후가 되자 작은 식탁에 사람들이 모였다. 이안은 손에 별무늬 종이를 들고 왔고 영은 자기 이름을 삐뚤빼뚤 적은 리본을 가져왔다. 미래의 레온은 문가에 서서 오래도록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왜 들어오지 않지?” 내가 물었다.
“제가 여기 있어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집 식탁은 자리 숫자가 모자라면 의자를 더 놓는다.”
그는 미소를 지었다.
“당신은 여전히 명령형으로 말하는군요.”
“그렇다면 앉아 주겠나, 레온?”
청년이 조용히 의자를 끌어왔다.
작은 레온은 케이크 앞에서 두 손을 모았다. 누가 가르쳤는지는 몰라도 미아는 아이들에게 촛불을 끌 때 소원을 빌면 된다고 설명했다.
“무슨 소원인데?” 이안이 물었다.
“말하면 안 이루어진대.”
레온은 한참 고민하다가 내 쪽을 보았다.
“아빠도 소원 있어?”
나는 대답을 미뤘다.
스무 해 뒤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누군가 아이들을 다시 데려가지 않기를. 세린이 언젠가 편한 마음으로 문을 열 수 있기를. 너무 많은 소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있다. 하지만 지금은 네 차례다.”
레온이 촛불을 불었다.
그 순간 불꽃이 꺼지지 않았다.
아니, 꺼졌다가 다시 켜졌다.
촛농이 위로 흘러 올라가고 웃음소리가 거꾸로 들렸다. 벽에 걸린 달력이 오늘 날짜에서 하루 전으로 넘겨졌다가 다시 돌아왔다.
미아가 아이들을 끌어안았다.
“시간 역류예요!” 리엔이 외쳤다.
나는 식탁에 손을 얹고 마력을 펼쳤다. 접시와 케이크, 사람들의 손가락 사이에 검은 실선이 생겨났다. 내 힘은 시간을 되돌릴 수 없지만 적어도 이 방의 바닥이 갈라지지 않게 묶을 수는 있었다.
미래의 레온이 성검의 빛을 거두어 냈다.
“저도 느꼈습니다. 과거의 제 기억 속에서 이 생일이…… 없어지고 있어요.”
그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내가 어린 시절 누구에게 처음 축하받았는지, 기억이 흐려집니다.”
그 말에 내 손등이 차가워졌다.
미래의 레온은 다른 경로에서 온 사람이다. 그의 기억과 이 아이의 오늘이 완전히 같지는 않다. 그런데도 새로 만들어진 오늘을 빼앗는 신호가 그의 기억까지 건드리고 있었다.
탁자 아래에서 작은 소리가 났다.
딸깍.
아이들이 만든 종이문 중 하나가 저절로 접혔다. 종이 안쪽에는 우리가 쓰지 않은 붉은 글씨가 생겼다.
[무명일 예고 시험]
[당일 발생 사건: 미기록 처리]
[출생·보호 관계 증명: 효력 재검토]
나는 아이들 앞에서 욕을 삼켰다.
이놈들은 생일잔치조차 장부에 넣으려는가.
“아빠?” 작은 레온이 나를 올려다보았다. “내 소원 없어졌어?”
나는 무릎을 굽혀 아이와 눈높이를 맞췄다.
“아니다.”
“그런데 초가 다시 켜졌어.”
“그럼 한 번 더 끄면 되지.”
레온이 조심스럽게 숨을 불었다. 이번에는 불꽃이 꺼졌다.
바깥에서 붉은 종이 울렸지만, 식탁에 있던 사람들은 누구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 이름을 불렀고, 오늘 함께 먹은 케이크 맛을 말했고, 각자 기억하는 축하의 말을 종이에 적었다.
우리가 시간을 이겼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저 누구도 혼자 기억을 잃게 두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
저녁에 관측소에서 새로운 기록이 도착했다.
[무명일 적용 예비 구역: 마왕성 외곽 일곱 마을]
[동일 시간 재설정 시 피해 예상: 생존 기억 21,486건]
마렌이 손을 떨며 읽었다.
“이건 우리 성에서 끝날 문제가 아닙니다.”
“알고 있다.”
나는 창밖의 마을들을 보았다.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빨래를 걷고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델이 누구든, 저들에게서 하루를 지울 권리는 없다.
나는 바르톨을 불렀다.
“일곱 마을에 경보를 전하라. 단, 군대가 오해를 사지 않도록 무장을 풀고 가라.”
“그럼 적이 공격하면 어찌합니까?”
“그때는 내가 간다.”
작은 레온이 내 망토 끝을 잡았다.
“아빠, 케이크 남았어.”
작은 레온은 그때 내 손가락을 잡았다.
“아빠, 초는 왜 불면 꺼져?”
나는 답하려다가 멈췄다. 간단한 질문 같지만 이 아이에게 거짓말하고 싶지 않았다.
“불은 타려면 공기가 필요하다. 바람을 세게 불면 불꽃이 흔들리다가 꺼지는 거다.”
“그럼 바람이 없으면 안 꺼져?”
“연료가 모두 타면 꺼지겠지.”
“그럼 다시 켜면 돼?”
“그래.”
레온은 진지한 얼굴로 초를 바라보았다. 미래의 자신이 어떤 검을 들었는지, 세상을 구하라는 명령을 받았는지 따위에는 관심도 없어 보였다. 아이의 세계는 지금 눈앞의 초 하나만큼이나 작았다.
나는 그 작은 세계를 얕보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전쟁터에서 수천 명의 목숨을 헤아릴 때는 한 사람의 소원이 대수롭지 않게 느껴졌다. 하지만 저 작은 불꽃 앞에서 레온이 무엇을 빌었는지는 내게 제국의 금고보다 궁금했다. 물론 물어보지는 않았다. 아이가 말하지 않기로 했으니까.
그때 미래의 레온이 내게 낮게 말했다.
“저도 이런 날이 있었을까요?”
“기억나지 않느냐?”
“전쟁의 시작보다 그 이전의 일들이 더 흐릿합니다.”
나는 청년이 쥔 잔을 보았다. 손가락 마디마다 검을 오래 잡아 온 흔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다른 날을 만들면 된다.”
청년은 한참 말이 없었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케이크를 잘랐다. 첫 조각은 작은 레온의 접시에, 두 번째는 이안의 접시에, 세 번째는 영의 접시에 올렸다.
그 사소한 순서를 나중까지 기억하게 될 줄은 우리 중 아무도 몰랐다.
나는 그를 내려다보았다.
“한 조각 남겨 두거라.”
“왜?”
“내일 먹어야지.”
그 아이에게 내일이 있다고 말해 줄 수 있는 세상.
나는 그걸 지키고 싶었다.
제193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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