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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190화
PAYLUA ORIGINAL · 제190화

190화. 이번엔 내가 네 손을 놓는다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3,749자

오프라인 책장
손을 잡는 것은 쉽다. 내게는 특히 그랬다. 손가락 하나로 바위를 부술 수 있고, 검 하나로 성문을 쪼갤 수 있으니 작은 손 하나쯤 놓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어려운 건 다른 일이었다. 상대가 원할 때 손을 놓아 주는 것. *** 동쪽 섬 등대에서 출구 시험이 열렸다. 그곳은 세 귀환자가 세상으로 돌아왔던 장소였다. 바다 쪽 창에는 아침 안개가 가득했고, 부두에는 페룬이 작은 배를 묶어 두고 있었다. 미아는 혹시 사람이 나타날 때를 대비해 따뜻한 옷과 수건을 준비했다. “또 아이가 나오나요?” 바르톨이 물었다. “아직 모른다.” “그럼 기저귀도…….” “준비하지 마라.” “전하께서는 언제나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라고 하셨습니다.” “기저귀가 필요한 상황이 최악은 아니다.” 바르톨은 멍하니 나를 바라봤다. 오랜 전쟁 속에서 살아온 대악마에게 그건 낯선 말이었다. *** 시험의 목적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세린이 선택한 방과 등대의 출구가 실제로 연결되는지 확인하는 것. 다른 하나는 그 과정에서 회수 명령이 주변 사람의 기억을 바꾸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었다. 라기스는 작은 수정구슬을 띄웠다. “문을 열지는 않습니다. 먼저 빈 쪽지를 보내고 돌아오는지만 확인할 겁니다.” “세린도 동의했나?” “예. 직접 쓸 종이를 고르겠다고 하셨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다 쪽 창에서 푸른 빛이 피어올랐다. 허공에 작은 문양이 생겼고, 그 안으로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종이 한 장이 천천히 들어갔다. 잠시 뒤 종이가 돌아왔다. 거기에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받았어.' 그것뿐이었다. 하지만 방 안의 사람들은 일제히 숨을 내쉬었다. 연결이 되었다. 내가 마주하고 있는 것이 단순히 과거의 녹음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첫 번째 물리적 단서였다. 나는 기뻐하려다가 멈췄다. 이 한 장만으로 세린이 어떤 상태로 있는지 증명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우리 사이에 응답 가능한 통로가 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노엘이 말했다. “이제 문을 열 수 있는지를 시험할 수 있습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문을 열 건지부터 물어야 한다.” *** 그때 바깥에서 붉은 경보가 울렸다. [영번 출입구: 회수 재개] [대상: 회귀 신청자 카르딘] [조치: 최초 기억으로 복귀] 나는 수정판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봤다. 최초 기억으로 복귀. 그 말이 뜻하는 것은 내가 죽던 날의 상태로 돌아간다는 것이었다. 지금의 카르딘이 쌓아 올린 모든 기억이 없어질 수도 있었다. 리엔이 외쳤다. “절차를 시작하지 마세요! 회귀 신청자의 동의는 대체 경로 확인이지 기억 회수가 아닙니다!” 하지만 붉은 빛은 더 강해졌다. [집행자 우선 승인] 나는 웃음이 나왔다. “참 한결같은 놈들이군.” 남의 선택을 지우는 데만은 실수가 없었다. 노엘은 장치를 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러면 세린에게 이어지는 새 통로도 함께 끊길 위험이 있었다. “할 수 없다면 피하십시오!” 미래의 레온이 외쳤다. “피하면 저것이 다른 사람을 잡을 수 있다.” “그렇다고 또 혼자 희생하려 하지 마세요!” 나는 그를 바라봤다. 이 아이는 여전히 나를 죽인 일을 마음에 품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자기 앞에서 사라지는 모습을 다시 보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혼자서 하겠다는 말은 안 했다.” 그때 미아가 내 손에 작은 물건 하나를 쥐여 주었다. 나무 블록이었다. 레온이 오래전에 내게 주었던 물건. “전하, 이건 오늘의 기억입니다.” “알고 있다.” “저 장치는 과거의 신청자만 찾고 있어요. 하지만 지금 여기에는 그 사람이기도 하고, 아이들의 보호자이기도 한 카르딘이 있습니다.” 나는 블록을 내려다봤다. 그것을 증거로 삼아 신호를 멈출 수 있을까. 장치는 어쩌면 또다시 사람 하나를 단일한 이름으로 가르려 들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어린 영을 지키면서 그 방식이 잘못됐다는 것을 증명했다. “리엔. 현재 시점 기록을 공개해라.”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본인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내 기록은 내가 공개하겠다. 아이들의 사적인 기록은 건드리지 마라.” 리엔이 내 동의를 받고 수정판을 열었다. [카르딘: 현재 시점 활동 기록] [회귀 이전 기록과 동시 보존 가능] [당사자 선택: 기억 변경 거절] 붉은 신호가 느려졌다. 그러나 멈추지는 않았다. 그때 푸른 별이 등대 창에 비쳤다. 새 메시지가 나타났다. [외부 집행 명령에 대한 당사자 이의 접수] [독립 증언 요청] 나는 입을 열었다. “나는 과거를 잊고 싶지 않다. 하지만 현재를 지우는 일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미래의 레온이 내 옆에 섰다. “저도 그 사람이 지금 여기 있다는 것을 증언합니다.” 리엔, 미아, 바르톨, 노엘이 차례로 자신이 본 사실을 남겼다. 기록된 내용은 서로 달랐다. 누군가는 내게 서류를 받았고, 누군가는 내가 젖병을 데웠고, 누군가는 내가 아이의 말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았다. 그 누구도 내 전 생애를 알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래도 충분했다. [강제 회수: 보류] [독립 증언 대조: 진행 중] 나는 숨을 내쉬었다. *** 아무도 사라지지 않았다. 세린의 출구 시험도 계속 진행될 수 있었다. 수정판에는 작은 문이 떠올랐고, 안쪽에서 손잡이를 돌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문 앞으로 가려다 멈췄다. 어렸을 때 나는 세린의 손을 잡고 보육관 복도를 달렸다. 문 앞에서 그 손을 놓치면 영영 다시 못 볼 것 같아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그날 문을 여는 사람은 따로 있었고, 나는 막을 수 없었다. 지금은 달랐다. 내가 손잡이를 잡지 않아도, 세린은 자신의 문을 열 수 있었다. 작은 종소리가 들렸다. 땡, 땡. 그리고 한참 뒤 세 번째 소리가 났다. 나는 웃었다. “문 열렸다.” 다만 문이 열린 곳에서 아무도 나오지는 않았다. 대신 접힌 종이 한 장이 흘러나왔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그래도 문이 열리는지 확인했어.' 나는 답했다. '잘했다. 언제든 네가 정해라.' 그 순간 문 위의 붉은 금이 완전히 사라졌다. 세린이 안전하게 시험을 끝낸 것이다. 나는 손을 뻗어 문을 붙잡지 않았다. 다만 문이 닫히는 것을 지켜봤다. *** 저녁에 마왕성으로 돌아오자 레온이 내게 달려왔다. “아빠!” 나는 아이를 안아 올렸다. “오늘은 뭐 했느냐?” “영이랑 비밀 문 만들었어.” “또 문이냐?” “응. 그런데 문 밖에 뭐가 있는지는 몰라.” “그럼 열어 봐야 알겠군.” 레온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안에 있는 친구가 나올 때 알려 준대.” 나는 아이를 꼭 안았다가 천천히 내려놓았다. “그래. 그러면 기다리자.” *** 모두 잠든 뒤 마렌이 새 보고서를 가져왔다. [붉은 별 감사관, 임시 집행 정지] [집행자 실명 공개 요청: 거부] [대체 권한 사용 흔적: 북부 제로 관측소] 나는 마지막 줄을 두 번 읽었다. 북부 제로 관측소. 우리가 오래전에 방문한 바로 그곳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된 것은 과거의 기록만이 아니었다. [최근 접속 시각: 오늘] [접속자: 현재 생존 확인] 나는 서류를 내려놓았다. 붉은 별의 명령 뒤에는 지금 살아 있는 누군가가 있었다. 세린의 방에 갇힌 목소리도, 죽은 쿠렌의 자동 승인도 아닌, 오늘 직접 장치를 만진 사람. 그가 누구인지 아직 몰랐다. 나는 침실 쪽에서 들려오는 레온의 고른 숨소리를 잠시 들었다. 오늘 지킨 것은 내 과거가 아니라, 누군가가 마음대로 정할 수 없게 된 우리의 내일이었다. 이제 그 내일을 빼앗으려는 자가 누구인지 알아낼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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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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