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랫동안 누군가를 구한다는 말을 쉽게 했다.
마왕의 명령으로 문을 부수고 포로를 끌어내면 구출이라고 불렀다. 상대가 어디에서 살고 싶은지, 밖에 나온 뒤 어디로 가고 싶은지는 물어보지 않았다.
세린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 버릇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당장 문을 열고 싶었다.
그래서 먼저 손을 멈췄다.
***
회귀 신청 원본 음성을 듣고 난 뒤 나는 세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네 목소리를 들었다. 네가 동의한 부분만 공개된 것을 확인했다. 고맙다.'
답장은 바로 오지 않았다.
나는 재촉하지 않았다.
대신 붉은 별 감사관의 명령을 추적했다. 그는 개인 이름 대신 직책으로만 결재하고 있었고, 오래된 자동 봉인 권한을 번갈아 쓰고 있었다. 사람을 찾아내기가 아니라 권한을 멈추는 일이 우선이었다.
리엔이 사건의 기록을 정리했다.
“일부 권한은 제0기록고에서 나왔지만, 최종 승인 기록은 천계 관측국에 남아 있습니다.”
“그러면 누구에게 공개할 수 있지?”
“이미 피해를 입은 각 도시의 의회와 독립 기록관들에게요. 승인자가 명확해질 때까지 회수 집행을 멈추라는 공동 청구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좋다.”
우리는 하루 종일 문서를 만들었다. 몇백 년 동안 전쟁 명령서를 썼지만, 모든 문장에 이의를 제기할 창구를 함께 적은 것은 처음이었다.
마렌이 나를 보며 말했다.
“전하, 문서가 무려 스무 장입니다.”
“그게 뭐가 대단하지?”
“평소에는 전하께서 '진격하라' 네 글자로 끝내시거든요.”
“효율적이지 않나.”
“상대 입장에서는 너무 효율적입니다.”
나는 반박하지 않았다.
***
해 질 무렵 세린에게서 답장이 왔다.
'내가 네 회귀를 도운 것은 맞아. 하지만 구조 요청에 이름을 붙여 준 것뿐이야. 네가 어떤 사람이 될지 미리 정할 권리는 내게도 없었어.'
나는 한참 그 문장을 읽었다.
'지금 어디 있는지 묻지 않겠다. 다만 안전한가?'
'여기는 내가 선택한 작은 방이야. 장치 밖으로 걸어 나가는 방법은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나 그걸 꼭 지금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어.'
나는 펜을 들었다.
'그렇다면 서둘러 결정할 필요 없다.'
'한 가지 조건이 있어.'
'무엇이지?'
'내가 돌아가기로 한다면, 내가 잃은 세월을 설명해야 하는 자리로 바로 끌고 가지 말아 줘. 사람들은 왜 이제야 나타났느냐고 묻겠지. 나는 아직 그 질문을 받을 자신이 없어.'
내 목이 잠겼다.
세린은 자신이 어디 있는지보다, 나와 만나고 난 다음에 사람들이 무엇을 요구할지 두려워하고 있었다.
'약속한다. 네가 원하는 만큼만 이야기하면 된다.'
'그리고 나는 그 방에서 나오지 않을 수도 있어.'
잠깐 펜이 멈췄다.
내 마음은 그 선택을 거부하고 싶어 했다.
눈앞에서 사라진 아이를 다시 만날 수 있는데, 그 아이가 나를 만나지 않기로 할 수도 있다니.
하지만 그걸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나는 오래전 문을 밀어젖히던 어른들과 무엇이 다를까.
'그 선택도 네 것이다.'
답장이 도착했다.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어.'
***
밤에는 어린 영이 내 방을 찾아왔다.
“아저씨, 세린 누나가 진짜 있어요?”
나는 그 아이와 세린이 오래전 같은 보육관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영은 아직 그날의 많은 일을 기억하지 못했다.
“내가 아는 것은 세린이 직접 메시지를 남겼다는 사실이다. 그 밖에 어디 있는지, 어떻게 지내는지는 세린이 알려 준 만큼만 안다.”
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누나한테 내 그림 보여 줘도 돼요?”
“네가 원한다면.”
“그럼 누나가 보고 싫다고 하면요?”
“그럼 보내지 않으면 된다.”
영은 종이를 접었다 펴다가 말했다.
“그럼 먼저 물어봐 주세요.”
나는 그대로 세린에게 물었다. 잠시 뒤 '보고 싶어'라는 답이 왔다.
영은 환하게 웃으며 네 개의 문을 그린 지도를 건넸다.
세린의 답장을 기다리는 사이 영은 의자에 앉아 그림 아래쪽에 이름을 썼다. 낡은 기록에서는 그 이름이 무효라고 적혀 있었지만, 지금은 아이가 손수 쓴 글씨였다.
“이름을 이렇게 쓰면 되나요?”
“네가 읽을 수 있으면 된다.”
“선생님은 줄을 맞추라고 하셨어요.”
“선생님 말씀도 듣는 편이 좋겠군.”
영은 혀를 살짝 내밀고 글자를 한 번 더 고쳐 썼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옆에서 지켜보았다. 아이가 쓴 날짜도, 글씨의 크기도 완벽하지 않았다. 하지만 누구도 그것을 빼앗지 않을 것이다. 어느 날 영이 예전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오늘 자기 이름을 썼다는 사실은 남는다.
그 작은 장면을 보자 세린에게도 언젠가 이런 평범한 오후가 찾아올 수 있기를 바라게 됐다. 다만 그것이 어떤 장소일지 결정할 사람은 내가 아니었다.
나는 그림을 보내면서 생각했다.
누군가를 지키는 일은 때때로 아주 작다. 문을 허락 없이 열지 않고, 그림을 보낼지 묻고, 답을 기다리는 일.
내가 천계의 장부를 무너뜨릴 힘을 가졌다는 사실보다 그런 작은 일이 더 중요한 날도 있다.
***
그날 밤 제0기록고에서 신호가 왔다.
[당사자 세린: 출구 시험 동의]
[조건: 강제 이동 없음, 기억 열람 없음, 귀환 거부 가능]
[시험 결과: 별도 전달 예정]
나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출구를 시험한다고?”
마렌이 말했다.
“예. 실제로 사람이 나오는 단계는 아닙니다. 문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안전한 길인지 확인하는 단계입니다.”
“좋다. 안전 점검을 도와라. 그리고 내가 간섭할 수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을 적어라.”
바르톨이 물었다.
“전하께서 직접 문을 열지 않으십니까?”
“아니다. 이번 문에는 손잡이가 안쪽에 있다.”
놈은 한참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붉은 별이 다시 한번 깜빡였다.
[붉은 별 감사관: 출구 시험 중단 요청]
곧이어 이번에는 푸른 별에서 신호가 도착했다.
[요청 접수 거부. 출구 시험 당사자 승인 확인.]
나는 고개를 들었다.
푸른 별은 누군가의 허가를 내려 주는 별이 아니었다.
이미 받은 동의를, 다른 자가 멋대로 지우지 못하도록 보여 주는 별이었다.
제189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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