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늘의 별을 믿지 않는다.
붉은 별이 뜰 때마다 누군가는 예언을 말했고, 예언을 말하는 자들 대부분은 남의 인생을 자기 장부에 적으려 들었다. 그런데 레온은 그런 별을 보고도 그저 아름답다고 했다.
가끔은 아이의 눈이 신관의 눈보다 정확하다.
***
새벽에 다시 서재로 내려갔다.
탁자 위에는 회귀 승인 원본이 펼쳐져 있었다. 첫 번째 서명은 분명 내 것이었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날,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로 한 서명이었다. 그 옆에는 작고 조심스러운 글씨가 한 줄 남아 있었다.
[동반자 확인: 세린]
[시간 기준점: 회귀 이전, 마왕성 최후의 전투]
[좌표 열람: 당사자의 동의 대기]
나는 수정판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어쩌라고.”
수정판은 대답하지 않았다.
보통 마법 장치는 주인의 명령을 듣는다. 심지어 고장 난 마법 장치도 폭발이라는 방식으로 자기 의견을 밝힌다. 그런데 이 물건은 내가 누르거나 명령해도 움직이지 않았다.
문 한쪽에 붙은 작은 글씨만 깜박였다.
[요청을 남길 수 있습니다. 응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당연한 이야기군.”
나는 펜을 들었다.
처음 적은 문장은 '어디에 있느냐'였다. 지웠다. 두 번째는 '살아 있느냐'였다. 그것도 지웠다. 상대가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을 묻는 편지가 되어서는 안 됐다.
끝내 나는 한 문장만 남겼다.
'나는 네 말을 기다릴 수 있다. 네가 말하지 않기로 해도 괜찮다.'
전송을 누르자 문장이 사라졌다. 어디로 갔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때 뒤에서 기침 소리가 났다.
“전하.”
바르톨이었다. 새벽 순찰에 나섰다 돌아온 모양이었다. 투구 끝에 이슬이 맺혀 있었다.
“또 밤을 새우십니까?”
“그냥 생각이 많다.”
“그럴 때는 적의 성 하나를 함락시키시면 속이 후련해지는데.”
“나는 요즘 그 방법을 쓰지 않는다.”
바르톨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따뜻한 우유는 어떻습니까?”
“너마저 미아를 닮아 가는군.”
“전하의 건강을 위해 배우고 있습니다.”
놈이 내민 잔을 받았다. 적어도 마왕에게 무엇을 먹일 것인지는 본인의 의사를 물어보았다.
“별에 이상이 없었나?”
“붉은 별은 변함없습니다. 다만 동쪽 하늘에 푸른 빛이 새로 나타났습니다.”
나는 창으로 걸어갔다.
붉은 별 옆에 아주 작은 푸른 점이 있었다. 불꽃처럼 깜빡이지 않고, 등대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관측 기록을 가져와라.”
“적의 신호입니까?”
“아직 모른다. 모르면서 적이라고 부르면, 나중에 적이 너무 많아진다.”
바르톨은 눈을 두 번 깜빡이더니 기록실로 달려갔다.
바르톨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옛 지도와 별자리를 비교했다. 붉은 별은 천계가 회수 명령을 내릴 때마다 빛이 강해졌다. 반면 푸른 별은 아이들이 잠자리에 든 시간부터 조금씩 밝아졌다. 둘 사이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판단할 근거는 없었다. 기록할 수 있는 것은 나타난 시각과 밝기뿐이었다.
나는 빈 장부 첫 줄에 이렇게 적었다.
[관측 사실: 푸른 별의 주기는 일정하지 않음. 원인: 미상.]
예전 같았으면 이미 '천계의 도발'이라고 제목을 붙였을 것이다. 그러면 다음 날 아침 바르톨이 원정군부터 소집했을 테지. 하나의 틀린 문장이 군대 하나를 움직인다는 사실을 나는 너무 늦게 배웠다.
창밖에 가느다란 새벽빛이 번졌다. 푸른 별은 그 속에서도 희미하게 보였다. 누가 이 빛을 보냈는지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보낸 편지를 세린이 원할 때 읽을 수 있기를 바랐다.
그 이상은 내 욕심이었다.
***
아침에는 레온이 내 침대 위로 올라왔다.
아이는 아직 잠옷 차림이었다. 한 손에는 목이 비뚤어진 나무 용을 들고 있었다. 내가 직접 깎았다가 미아에게 손질을 부탁한 물건이다. 첫 작품이었으니 모양이 서툰 건 어쩔 수 없다.
“아빠. 하늘에 아기 별 있어.”
“아기 별?”
“큰 빨강 옆에 조그만 파랑.”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레온을 무릎에 앉혔다.
“그러고 보니 그렇군.”
“엄마 별이야?”
갑작스러운 질문이었다.
아이의 부모에 관해 나는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누가 레온을 낳았는지, 왜 버려진 수레에 혼자 있었는지 아직도 다 밝혀내지 못했다.
“모르겠다.”
“모르면 같이 보자.”
레온은 창을 향해 나무 용을 들어 올렸다.
나는 오랫동안 그 작은 등을 바라보았다.
모르는 것들은 늘 검으로 베어 길을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른다고 말하면 군주로서 자격이 없다고 여겼다.
그런데 이 아이는 모르면 함께 보면 된다고 했다.
그 순간 수정판에서 낮은 종소리가 났다.
[메시지 도착: 세린]
나는 레온을 품에서 내려놓고 서재로 뛰려 했다. 하지만 아이가 내 손을 꽉 잡았다.
“아빠. 뛰지 마. 넘어져.”
“나는 마왕이다.”
“마왕도 넘어져.”
틀린 말이 아니었다. 나는 한 번 죽었다.
천천히 걸어가 수정판을 켰다.
세린이 남긴 답은 한 줄이었다.
'기다려 줘서 고마워. 아직 내 위치는 말할 수 없어. 대신 네가 마지막 날 무엇을 기억하는지 듣고 싶어.'
나는 숨을 고르고 글을 읽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그 아이는 나에게 길을 알려 주려는 게 아니었다.
내가 그날 무엇을 보았는지,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먼저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나는 레온을 바라보았다.
“오늘은 오래된 이야기를 해야겠구나.”
“용 나와?”
“어쩌면.”
“그럼 무서운 건 빼고!”
나는 웃었다.
세린에게 보낼 답에도 꼭 지켜야 할 규칙이 하나 생겼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을, 기억하는 척 채우지 않을 것.
제181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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