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사람을 지킨다는 것은 아주 골치 아픈 일이다.
밥을 먹여야 하고, 넘어지면 일으켜야 하고, 잘못된 기록을 바로잡아야 한다. 때로는 오래된 신들의 재판에 출석해야 하며,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억 창고까지 뒤져야 한다.
그리고 그 모든 일을 끝내고 돌아오면, 아이는 대개 이런 말을 한다.
“아빠, 배고파.”
나는 그 말에 한숨을 쉬면서도 웃게 됐다.
***
회색 언덕에서 돌아온 날 밤, 마왕성에는 모처럼 조용한 식사가 차려졌다.
레온은 숟가락으로 그릇을 두드렸다. 이안은 빵을 반으로 갈라 영에게 건넸다. 영은 빵의 더 작은 쪽을 가져가다가 내 눈치를 보았다.
“뭘 보느냐?”
“그냥요. 오늘은 아저씨가 덜 피곤해 보여서요.”
“더 피곤하다.”
“그런데 웃잖아요.”
나는 입가를 만졌다.
확실히 조금 올라가 있었다.
바르톨이 수프를 가득 든 솥을 들고 들어왔다.
“전하! 오늘의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특별식을 준비했습니다!”
“무슨 승리?”
“천계의 불법 계약서를 물리치셨잖습니까!”
“완전히 물리친 건 아니다. 한 조항의 효력을 중지시켰을 뿐이다.”
“그럼 부분 승리입니다! 부분 축하 수프를 드시지요!”
바르톨은 솥의 절반을 덜어 냈다.
정말로 절반이었다.
미아가 묵묵히 남은 수프를 다시 가져왔다. 우리에게는 훌륭한 시녀장이 있었다.
***
식사를 마친 뒤 나는 서재에서 마지막 검증 기록을 확인했다.
[보육관 12호실 원형 기록 보호: 완료]
[쿠렌의 사후 자동 판정: 독립 심사 전까지 중지]
[회귀 신청인 최초 기억: 임의 회수 불가]
[귀환자 셋의 임시 존속 승인: 유지]
'임시'라는 말이 여전히 거슬렸다.
하지만 지난번과 달리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마렌에게 정식 후속 심사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당사자들이 원하는 삶을 어떻게 보장할지, 기록고와 천계가 서로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어떻게 만들지, 되풀이되는 자동 판정을 누가 공개 검증할지 차근차근 정할 일이었다.
리엔은 천계로 돌아가지 않고 독립 증인으로 남기로 했다. 노엘은 기록고의 예전 기계를 분해해 사람의 신원을 담보로 받지 않는 저장법을 연구하겠다고 했다. 로잘린은 성왕국 교회 기록의 삭제 내역을 조사하겠다고 전해 왔다.
나는 그들이 각자 선택한 일을 막지 않았다.
이제 내가 모든 결정을 대신할 필요는 없었다.
***
미래의 레온이 창가에 서 있었다.
“카르딘.”
“또 식판이 무겁다고 하려는 건가?”
“그건 내일 점심에 말하죠.”
그가 내 옆에 섰다.
“최초 기억은 돌아왔습니까?”
“전부는 아니다.”
“실망하셨겠네요.”
“조금. 그런데 아직 듣지 못한 사람의 말을 내 마음대로 채워 넣는 것보다는 낫다.”
레온은 잠시 침묵했다.
“마지막 전투의 일을 하나 더 기억했습니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말해 봐라.”
“당신이 쓰러지기 전에 제가 물었어요. 왜 끝까지 싸웠느냐고. 당신은 제 손목을 붙잡고 '다음에는'이라고 했죠.”
“그다음은?”
“당신 입술이 움직였지만 소리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때 저는 '다음에는 나를 죽여라'라는 뜻인 줄 알았어요.”
“지금은 다르게 생각하나?”
레온이 웃었다.
“아직 단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회귀한 뒤 처음 한 일이 저를 찾는 일이었다는 건 압니다. 그리고 찾은 뒤에는 죽이지 않았죠.”
나는 창밖을 보았다.
검은 숲 위로 별이 떴다. 붉은 별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 빛 아래서 누군가는 계획을 세우고, 또 누군가는 밤길을 걷고 있을 것이다.
“나도 답을 모르겠다.”
“그럼 같이 알아보죠.”
나는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는 잠시 놀란 얼굴이더니 손을 맞잡았다.
스무 해 뒤 내 가슴에 검을 꽂았던 손이었다.
이번에는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
그날 늦은 밤, 어린 영이 내 방문을 두드렸다.
“아저씨, 아직 안 자요?”
“안 잔다.”
“저 오늘 꿈 안 꿨어요.”
“좋은 일이군.”
“근데 꿈을 안 꾸면 내가 그 방에 있었던 게 진짜인지 잊어버릴까 봐 좀 무서워요.”
나는 아이 곁에 앉았다.
“네가 나왔던 등대는 그대로 있다. 네가 고른 신발도, 네가 쓴 그림도 남아 있고.”
“그래도 잊어버리면요?”
“그땐 네가 원하면 같이 확인하러 가자.”
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늘 한 일은 제가 쓸게요.”
“뭘 했지?”
“레온한테 빵 반쪽 받았고, 이안이 별 접는 거 알려 줬어요. 그리고 아저씨가 웃었어요.”
“그건 굳이 기록하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거예요.”
아이는 정색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그러면 정확히 적어라.”
영은 글자마다 힘을 주어 적었다.
[오늘, 카르딘 아저씨가 웃었다.]
그 아래에 작은 별 하나를 그렸다.
***
아이들이 잠든 뒤 서재에 돌아와 회귀 승인 원본을 마지막으로 펼쳤다.
문서의 가장자리, 지금껏 가려져 있던 두 번째 자국이 천천히 드러났다.
마렌의 새 감정 보고서가 옆에 떠올랐다.
[서명 분석 완료]
[주된 서명: 카르딘]
[추가 확인 흔적: 최초 기억의 동반자]
[이름: 세린]
[현재 소재: 미확인]
나는 숨을 멈췄다.
그때 기억 유리에서 아주 작은 빛이 켜졌다.
[세린: 메시지 1건]
열어도 되는가 묻는 창이 나타났다. 나는 승인을 누르기 전에 잠시 손을 멈췄다.
그 아이는 자신의 얼굴을 보여 주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스스로 메시지를 남겼다.
나는 확인을 선택했다.
문장이 나타났다.
'영. 그때 너는 내 말을 들었어. 이제 내가 네 말을 들을 차례야.'
이어서 작은 글씨로 덧붙었다.
'나는 아직 여기 있어.'
여기.
대체 어디란 말인가?
화면 아래 새로운 좌표가 떠올랐다.
[시간 기준점: 회귀 이전, 마왕성 최후의 전투]
[좌표 확인: 본인 동의 대기]
나는 오래도록 움직이지 않았다.
세린이 살아 있다는 뜻인지, 과거의 목소리가 남아 있다는 뜻인지 아직 알 수 없었다. 지금은 더 알려 달라고 강요할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있었다.
나는 줄곧 내가 혼자 시간을 되돌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죽음 직전의 내 옆에는 다른 누군가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나는 문서를 덮고 창밖의 붉은 별을 바라봤다.
“세린.”
아주 오래전 부르다 잊어버린 이름이 입술에서 흘러나왔다.
“네가 원할 때 이야기하자.”
복도에서 레온의 작은 발소리가 들렸다.
“아빠!”
나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이번엔 또 무엇이냐?”
“별 봐!”
나는 아이 곁에 섰다.
레온은 붉은 별이 아니라 그 옆의 작고 푸른 별을 가리키고 있었다.
“예쁘지?”
나는 무심코 웃었다.
“그래. 예쁘구나.”
내게 되찾을 과거는 아직 남아 있다.
하지만 오늘 밤, 아이와 함께 볼 수 있는 하늘도 분명히 있었다.
나는 그 둘 중 어느 하나도 남이 빼앗아 가게 두지 않을 생각이다.
제180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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