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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176화
PAYLUA ORIGINAL · 제176화

176화. 실패했다고 적힌 아이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3,055자

오프라인 책장
나는 수많은 전투에서 패배했다. 승전 기록만 남겼으니 사람들이 모를 뿐이다. 작은 요새를 포기한 일도 있었고, 병사들을 살리기 위해 후퇴한 일도 있었다. 그중에는 아직도 떠올리기 싫은 결정이 있다. 하지만 누군가가 '아이를 지키려 했다'는 이유로 내 인생의 첫 선택을 실패라고 기록했다면. 그건 전투 기록보다 더 자세히 따져야 할 일이었다. *** 마왕성으로 돌아오자마자 나는 옛 보육관의 지명부를 요구했다. 마렌이 시각시 의회에서 얻은 문서는 원본이 아니었다. 이름은 검게 지워져 있었고, 인원 인계 날짜만 남아 있었다. 북쪽 언덕에서 아이들을 어디로 데려갔는지는 '목적지 비공개'로 적혀 있었다. “목적지를 지운 건 누가 결정했지?” “판정관리인 쿠렌의 명령입니다.” “왜?” “안전상의 이유라고 적혀 있습니다.” 나는 종이를 탁자에 내려놓았다. 안전. 내가 전쟁을 일으킬 때도 가장 자주 사용했던 단어였다. 국경을 안전하게 만들겠다며 마을에 주둔했고, 적군이 오지 못하도록 길을 막았다. 그러다 어느 날 내가 만든 성벽 안에 사람들이 갇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기록 말고 사람을 찾아라.” 마렌이 고개를 들었다. “당시 보육관 직원 중 생존자가 있다면?” “그 사람에게 먼저 물어라. 기억을 이야기할 의사가 있는지.” 바르톨이 옆에서 낮게 중얼거렸다. “전하의 명령이 점점 길어집니다. 예전에는 찾으라 하면 데려왔는데.” “네가 예전 방식으로 데려와서 생긴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그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바르톨은 순순히 인정했다. 어째서 그럴 때는 말이 잘 통하는지 모르겠다. *** 두 시간 뒤, 성왕국 변두리의 약초상에서 연락이 왔다. 보육관에서 일했던 전직 간호인 헤스. 살아 있다면 아주 늙었을 나이지만, 시각시에서 오랫동안 일한 사람은 일반 인간과 시간의 흐름이 다를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작은 돌집을 찾아갔다. 대문 앞에는 말린 라벤더와 쑥이 매달려 있었다. 창문에는 아이들이 그린 별 모양 그림이 붙어 있었다. 제국의 귀족이라면 청소를 시키라며 불평할 풍경이었지만, 나는 오히려 마음이 놓였다. 헤스는 지팡이를 짚고 문을 열었다. “소란스러운 손님이군요. 마왕이 올 때마다 이렇게 새들이 도망가나요?” “보통은 사람들이 먼저 도망가지.” “그럼 오늘은 내가 안 도망가니 새들이 대신 도망가는 거겠지요.” 그녀는 내게 차를 내주었다. 우리는 보육관을 설명하고, 이야기하기 불편하면 그만둘 수 있다고 말했다. 헤스는 한참 찻잔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12호실에 있던 아이들을 기억합니다. 커다란 눈을 가진 영이라는 아이, 그리고 몸이 약한 세린.” 나는 손끝이 저릿해지는 것을 느꼈다. “세린은 살아 있나?” “그날 이후로 내 눈으로 본 적은 없어요.” “무슨 일이 있었지?” “감시관이 데려가려 했죠. 이름이 두 번 등록됐다는 이유였습니다. 하나를 없애야 기록이 맞는다고 했어요.” “영은 막았나?” “문을 붙잡았어요. 작은 손으로. 하지만 그 아이가 문을 막은 시간은 길지 않았어요.” 헤스의 손이 떨렸다. “문은 결국 열렸습니다.” 나는 가슴이 가라앉는 기분을 느꼈다. 내가 아는 기억은 거기서 끝났다. “그러면 세린은…….” “그 아이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몰라요. 다만 한 가지 더 있습니다.” 헤스는 낡은 천 주머니를 가져왔다. 안에는 어린아이의 서툰 글씨로 쓴 종이쪽지가 있었다. '세린은 싫다고 했어요. 나는 들었어요.' 그리고 그 아래에는 작은 손바닥 도장이 찍혀 있었다. 나의 것이었다. “그 아이는 세린이 끌려간 뒤에도 계속 그 말을 했어요. 어른들은 고집을 부린다고 했지만요.” 나는 종이를 오래 바라봤다. 문을 끝까지 지키지 못했다. 그러나 그 아이가 거절했다는 사실을 누군가에게 남기려 했던 것이다. 헤스는 낡은 공책도 한 권 보여 주었다. 보육관에 공급되던 죽과 약의 양을 적은 장부였다. 정식 문서에 이름이 지워진 아이들도 여기에는 식사 횟수로 남아 있었다. “아이 하나는 열흘 동안 죽을 반 그릇밖에 못 먹었지요. 대신 영이라는 애가 자기 몫을 조금씩 덜어 주곤 했어요.” “그게 세린이었나?” “그렇게 기억합니다. 하지만 오래된 일이라 모든 날이 정확하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나는 그녀의 솔직함이 고마웠다.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과 확실한 증거를 얻는 것은 별개의 일이었다. 공책 안에는 작은 그림이 하나 끼워져 있었다. 무릎 높이의 문 옆에 나란히 선 아이 둘의 그림이었다. 얼굴은 점 두 개와 선 하나로만 그려져 있었다. 어느 쪽이 세린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헤스는 그림을 내게 내밀다가 다시 가져갔다. “이건 내가 보관하고 싶어요. 대신 복사해도 괜찮습니다.” “그렇게 하시지.” 나는 복사본만 받았다. 감시관들이 서류를 빼앗아 갈 때 그녀가 무엇을 느꼈을지 생각했기 때문이다. 집을 떠날 때 헤스가 말했다. “영이라는 아이가 제게 한 가지 부탁을 했어요. 언젠가 자기가 정말 왕이 되면 모든 문을 없애겠다고요.” “대단히 유치한 왕이었군.” “그럴지도요. 하지만 난 그 말을 오래 기억했습니다.” 나는 웃으려다 그만두었다. 나는 지금도 문을 열기 위해 싸우고 있었다. *** 성으로 돌아와 나는 가짜 '보호 실패' 판정을 다시 읽었다. 당시 영이 문을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은 있었다. 하지만 아이 한 명이 훈련된 감시관을 막지 못한 책임을 아이에게 돌리는 판정은 틀렸다. 그것도 그 판단을 남긴 사람이 아이를 데려간 당사자였다. 나는 판정서 가장자리에 적었다. [불복 사유: 보호 대상의 거절을 무시한 책임은 명령을 집행한 자에게 있다.] 곧 천계에서 회신이 도착했다. [담보 회수 예정 유지] [긴급 보호 능력 검증: 내일 정오] 내일. 이번에는 숫자 뒤에 숨기지 않았다. 그들이 오기 전에 무엇을 지울지 밝혀내야 했다. 그날 밤 레온은 내 무릎 위에서 블록 성을 쌓았다. “무너져.” “그럼 다시 쌓으면 된다.” “아빠, 도와줘.” 나는 블록 하나를 받쳤다.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는 원칙 하나가 있었다. 누군가 무너진 자리에 있다고 해서, 무너진 것을 모두 그 사람의 잘못으로 기록해서는 안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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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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