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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174화
PAYLUA ORIGINAL · 제174화

174화. 내 기억 속의 아이는 증언을 거부했다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2,827자

오프라인 책장
기억을 잃는 것보다 더 당황스러운 일은, 기억 속의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거는 것이다. 그것도 '증언을 거부한다'고. *** 우리가 시각시를 빠져나오자 제0기록고의 문은 평범한 벽으로 돌아갔다. 레온은 손바닥에 떠 있는 사본을 조심스럽게 옷자락으로 감쌌다. “이름을 알아냈으니 찾기 쉬워졌군요.” “세린이 실제로 살았다면.” “왜 그렇게 말씀하세요?” “시각시 장치들은 여러 시대의 기록을 이어 붙인다. 그 이름이 실재하는 사람인지, 누군가 남긴 가짜 자막인지 아직 모른다.” 나는 서둘러 단정하고 싶지 않았다. 오랜 세월 나는 적을 빨리 규정하는 데 능숙했다. 배신자, 반역자, 침입자. 이름 하나 붙이면 처벌은 쉬워진다. 이번에는 틀리고 싶지 않았다. *** 성으로 돌아와 사본을 펼쳤을 때 유리에는 다른 문장이 나타나 있었다. [추가 열람 허가 요청] [세린의 응답: 거절] 나는 한참 그 글자를 쳐다봤다. “거절이라고?” 리엔이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요청은 기억의 외형만 보여 달라는 것이었어요. 그다음 단계는 상대의 얼굴과 말을 복원합니다. 그건 사적인 기록이니 거절할 수 있습니다.” 바르톨이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감히 전하의 열람 요청을 거절하다니!” “잘된 일이다.” “예?” “거절할 수 있는 장치라면 적어도 처음부터 잘못된 물건은 아니란 뜻이지.” 그런데 바르톨은 의아해했다. “그럼 누군가 거절하면 전하께서는 영원히 기억을 못 찾는 겁니까?” 나는 유리를 내려놓았다. “그럴 수도 있겠지.”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는 순간 묘하게 가벼워졌다. 내가 기억을 찾아야 한다는 이유로 세린의 이야기를 마음대로 가져올 권리는 없었다. 하지만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 그날 오후 마렌이 보낸 공문에는 다른 내용이 적혀 있었다. [천계 기록국: 회귀 신청인의 최초 기억 회수 일자 조정 제안] [변경 전: 보호를 포기하는 날] [변경 후: 보호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날] 나는 입가를 일그러뜨렸다. 말장난이었다. 누가 내 보호 능력을 판단한단 말인가? 아이가 넘어져 무릎을 긁힌 날? 내가 감기에 걸린 날? 미아에게 밤새 아이를 맡긴 날? “이 조항이 적용되면 레온이 혼자 놀다가 다쳐도 전하 책임으로 돌릴 수 있어요.” 미아가 말했다. “세상에 넘어지지 않고 자라는 아이는 없습니다.” 리엔은 공문 하단의 인장을 확인했다. “이건 심사국도 아니에요. 기록국의 별도 권한입니다. 제단에서 사전 삭제 권고를 입력한 쪽과 같은 결재 도장입니다.” “누구?” 그녀가 손가락으로 직함을 가리켰다. [결재권: 제0기록고 판정관리인] 노엘이 숨을 들이켰다. “그 직함은 폐지된 줄 알았습니다.” 나는 그를 보았다. “누구에게 있었는데?” “오래전 기록원장 아래에 판정관리인 쿠렌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서류를 심사하는 사람이 아니라, 원하는 결론에 맞게 질문을 고치는 사람이었어요.” “지금도 살아 있나?” “모르겠습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서명한 건 백 년 전입니다.” 백 년. 세상을 되돌리는 장치 앞에서는 그다지 긴 시간이 아니다. *** 나는 세린의 기억을 억지로 열지 않기로 했다. 대신 쿠렌이 남긴 공문 사본을 시각시 의회와 로잘린에게 동시에 보냈다. 사건과 관련된 이들이 같은 원본을 확인하도록, 수정 흔적까지 포함했다. 미래의 레온은 원본 유리의 보호 결계를 다시 점검했다. “당신이 이렇게까지 조심스러운 사람일 줄은 몰랐습니다.” “실망했나?” “아뇨. 저는 당신이 늘 힘으로 문을 열 줄 알았거든요.” 나는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문 안에 아이가 있다는 걸 알면 누구나 달라질 수 있다.” 그때 복도에서 레온과 영이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빠! 영 누나가 내 그림 봤어!” “아저씨, 제가 봐도 되냐고 물어봤는데 레온이 괜찮다고 했어요!” “그럼 문제없지 않나?” “근데 다 그리기 전에 봤대!” 나는 고개를 감쌌다. 허락에도 시점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모양이다. 로잘린과의 통신에서는 뜻밖의 증거가 나왔다. 성왕국의 오래된 법전에도 비슷한 조항이 있었다. 보호 대상이 직접 '싫다'고 말했을 때에는 신탁보다 그 거절을 먼저 기록해야 한다는 문장이었다. “우리는 이 문장을 오랫동안 의례문으로만 읽었어요.” 로잘린이 말했다. “실제 재판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고요.” “왜?” “왕과 신관들은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보다 누가 책임자가 될 것인지에 더 관심이 있었으니까요.” 나는 그녀에게 법전의 날짜를 물었다. 시각시의 보육관 기록보다 더 오래된 조항이었다. 즉 누군가 원래 있던 규칙을 무시하도록 판정 체계를 바꾼 것이었다. “기록을 공개할 수 있나?” “교회 내부에서 반대하겠지요.” “그러면 못 하나?” “아니요. 문장이 존재했다는 사실 자체는 숨기지 않겠습니다. 다만 성당에 보관된 원본이므로 관계자들에게 먼저 검증을 요청할 거예요.” 나는 그 대답에 만족했다. 내 편이 되라는 요구도, 누군가를 처벌하라는 요구도 하지 않았다. 자신이 확인한 사실을 자신이 책임지고 밝히겠다는 말이었다. 대화를 마친 뒤 리엔이 말했다. “이런 조항이 남아 있었다면 쿠렌이 모든 법을 새로 만든 건 아닙니다. 오히려 원래 법을 악용할 빈틈을 찾은 거예요.” “그러니 그 빈틈부터 막아야겠지.” *** 저녁에 유리 사본에서 작은 소리가 났다. 세린의 이름 아래 새 문장이 떠올랐다. [요청: 나를 보여 주지 말 것] [요청: 대신 그날의 문을 찾아올 것] 나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세린은 말하지 않겠다고 했을 뿐, 도움을 거절한 것이 아니었다. 문. 창고에서 본 어린 나는 누군가를 데려가지 못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말을 했던 장소를 찾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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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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