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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172화
PAYLUA ORIGINAL · 제172화

172화. 꿀 한 숟갈과 거절할 권리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3,270자

오프라인 책장
아침마다 마왕성에는 두 번의 작전 회의가 열린다. 첫 번째는 국경과 천계의 동향을 보고받는 정식 회의다. 두 번째는 레온과 이안, 영이 오늘 무엇을 먹을지 결정하는 비공식 회의다. 요즘 들어 두 번째 회의가 더 어렵다. “당근은 싫어.” 레온이 말했다. “나도.” 이안이 즉시 동의했다. 영은 그릇을 살피더니 신중하게 덧붙였다. “저는 당근이 싫은 건 아닌데, 오늘은 감자가 좋아요.” 모두 다른 의견이다. 그런데 미아는 화내지 않았다. 각자 작은 접시에 먹을 만큼 덜어 주고, 감자를 더 원하는 이유를 물었다. 나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어젯밤 계약서를 떠올렸다. 내가 세상에 두려움을 심어 온 수백 년 동안 누구도 회의실에서 내 말에 반대하지 못했다. 반대하는 척하던 자들은 진작 도망쳤으니까. 이 식탁에서는 세 아이가 거리낌 없이 거절한다. 나로서는 놀라운 문명이다. *** 회의가 끝나자 노엘과 라기스, 리엔이 도착했다. 우리는 주방 옆 작은 응접실을 택했다. 붉은 별 제단에서 겪은 일 이후, 나는 사람들이 높은 의자에 앉는 것을 조금 경계하게 됐다. 리엔의 은빛 날개에는 아직 깨진 인장 자국이 남아 있었다. 천계에서 심사관 권한을 회수했지만 그녀는 도망치지 않았다. “제0기록고는 시간의 시작을 저장한 창고입니다.” 리엔이 지도를 펼쳤다. “물건의 시작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 처음으로 스스로 결정한 순간을 따로 보관했어요. 왕이 왕이 되기 전, 군인이 군인이 되기 전, 가해자도 피해자도 되기 전의 결정이죠.” “그런 기억까지 왜 보관하지?” “시간을 되돌릴 때 이전의 선택을 완전히 지우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그럼 내 최초 기억은 원래 세계를 되살리는 씨앗 같은 것인가?” “그렇게 쓰도록 설계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동의 없는 회수는 금지돼 있었어요.” 노엘이 낡은 설계도를 밀었다. “금지 규정이 나중에 바뀌었습니다. '보호를 포기하는 날'이라는 조건이 추가됐죠.” “보호를 포기했는지 누가 판단하지?” 라기스가 손끝으로 글자를 가리켰다. [보호자 의사 미확인 시, 후견 종료 추정 가능.] 나는 입술을 다물었다. 사람이 피곤해서 잠든 날.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잠깐 맡긴 날. 방을 비운 날. 마음만 먹으면 그런 순간을 포기라고 기록할 수 있었다. “이 조항은 없앤다.” “전하, 천계 법률이라 제가 마음대로…….” “내 말은 지금 곧 불태우자는 게 아니다. 원래 계약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누가 조항을 바꿨는지 밝히자는 뜻이다.” 바르톨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화염 부대를 대기시켰는데요.” “철수시켜라.” “준비한 횃불은 어떻게 합니까?” “빵 굽는 데 써라.” 바르톨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왕군 화염 부대의 군사적 위용이 식당으로 이동하는 순간이었다. *** 제0기록고의 문을 여는 열쇠는 둘이었다. 하나는 신청인의 서명, 다른 하나는 기억과 함께 있던 '목격자의 확인'. 문제는 목격자 이름이 비어 있다는 점이었다. “그 사람을 찾아야겠군.” “반드시 사람일 필요는 없습니다.” 리엔이 말했다. “시간이 문서 자체에 남긴 흔적일 수도 있어요.” 나는 동의하지 못했다. 계약을 보존한 것과 계약에 동의한 것은 다르다. 노엘이 작은 금속판을 꺼냈다. 기록고가 열리지 않더라도 입구에서 원본을 대조할 수 있는 안전 장치라고 했다. 내가 손을 대자 판이 파랗게 빛났다. [신청인 인식: 성공] [보호 대상 검증: 진행 중] [현재 보호 대상: 레온] 이어서 이상한 글자가 떠올랐다. [최초 보호 대상: 자료 손상] “처음 보호한 아이가 레온이 아니라는 뜻인가?” 리엔이 대답을 고르듯 천천히 말했다. “계약이 두 시점에 걸쳐 작성됐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료가 손상됐으니 단정하진 마세요.” 나는 금속판에서 손을 뗐다. 첫 번째 대상이 누구든 내게 잊힌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했다. 그때 어린 영이 응접실 문틈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아저씨, 그거 아파요?” “무엇이?” “기억 찾는 거요.” 나는 잠시 생각했다. “어쩌면 조금.” 아이가 눈썹을 구겼다. “그럼 싫다고 해도 돼요.” “넌 싫으냐?” “아저씨가 아픈 건 싫어요. 하지만 알고 싶은 마음은 아저씨 거잖아요.” 나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어린 영은 나의 어릴 적 이름을 지닌 잔류자였다. 내가 미래에 남긴 기억과 닮았지만, 지금은 분명히 다른 침대에서 일어나 자기 신발을 고르는 아이였다. “그래. 결정은 내가 할 거다.” 아이는 만족한 듯 돌아섰다가 멈췄다. “그럼 혼자 가지 마세요.” “이건 내 과거인데?” “그렇다고 혼자 아파야 하는 건 아니죠.” 미아가 어디서 이런 말을 가르쳤는지 나중에 물어봐야겠다. 노엘은 문서의 여백에서 또 다른 잉크 층을 발견했다. 오래된 문장을 지운 뒤 새 문장을 겹쳐 쓴 흔적이었다. 그는 얇은 구리판을 위에 대고 빛을 통과시켰다. 원래 조항이 드러났다. [기억 제공자는 언제든 제공 중지를 요청할 수 있으며, 타인의 생존을 반환 조건으로 삼을 수 없다.] 나는 입술을 굳혔다. “누군가 원칙을 뒤집어 놓았군.” “맞습니다. 글씨를 새로 썼지만 서명 시각은 원래 문서를 따라가도록 조작했습니다.” 리엔은 조용히 사본을 만들었다. 그녀는 깨진 심사관 인장 대신 자신의 이름과 실제로 확인한 날짜를 적었다. 예전이라면 그 이름 하나로는 아무 권한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번에는 누구의 권한으로 판단했는지 숨기지 않았다. “카르딘. 우리는 원본을 볼 수 있지만 아직 왜 당신이 기억을 맡겼는지 모릅니다.” “그건 내가 알아야겠지.” “네. 다만 알기 위해서 서두르지는 마세요.” 나는 도저히 참기 힘들어 웃었다. “마왕에게 서두르지 말라니. 세상을 정복할 계획표만 삼백 년짜리인 사내다.” 노엘이 무심하게 말했다. “그럼 기록 조사에도 삼백 년쯤 배정하시죠.” 바르톨은 진지하게 메모를 했다. 미아가 옆에서 그의 손을 눌러 막았다. *** 그날 밤 나는 목격자 없는 원본 신청서 사본을 만들었다. 그 뒤 맨 아래에 새 문장을 적었다. [내 기억에 관한 열람은 내가 결정한다. 다른 사람의 생존을 대가로 승인하지 않는다.] 그걸 법률이라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으로 나는 남이 작성한 계약서에 끌려가는 대신, 내 조건을 썼다. 수정판 위로 응답이 떴다. [신청인 이의 접수] [제0기록고의 위치 공개] 시각시 지도 한쪽에 지금껏 없던 골목이 나타났다. 그 골목의 끝에는 작은 종 모양의 건물이 있었다. 그런데 지도의 날짜를 보니 조금 이상했다. 건물이 존재하는 시간은 하루 중 고작 열세 분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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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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