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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170화
PAYLUA ORIGINAL · 제170화

170화. 마왕의 이름으로 남긴 빈자리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3,536자

오프라인 책장
세상을 떠받드는 일은 생각보다 허리가 아프다. 나는 발밑의 석판에 마력을 흘려 넣으며 그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붉은 별 제단은 무너지는 중이었다. 오래된 마법 문장들이 석판의 틈에서 떨어져 나갔고, 무수한 의자들이 위아래로 흔들렸다. “전하!” 바르톨이 내 뒤에서 소리쳤다. “제가 지원하겠습니다!” “사람들부터 옮겨라.” “하지만 전하 혼자서는…….” “내게는 허리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왕관입니까?” “아니다!” 나는 영을 미아에게 넘겼다. “저 아이들의 내일이다.” 바르톨은 한순간 입을 다물었다. 그러더니 투구를 벗어 바닥에 내려놓고 사람들을 안전한 통로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 리엔이 깨뜨린 인장에서 흘러나온 숫자들은 아직 하늘을 떠돌고 있었다. 세 귀환자의 진술이 시작되기도 전에 삭제 권고가 입력됐다는 증거였다. “증거를 기록할 곳이 필요합니다!” 마렌이 외쳤다. “시각시 의회와 등대에 복사해!” “제단 바깥으로 신호가 나가지 않습니다!” 나는 턱을 깨물었다. 누군가 심사 결과를 미리 만들고, 그것이 들키면 증거를 지우도록 설치해 둔 것이다. 원장 대행 체계와 다를 바 없는 장치였다. 미래의 레온이 다가왔다. “검으로 신호를 끊을 수 있습니다.” “그럼 제단도 쪼개질 수 있다.” “알아요. 하지만 장치만 정확히 잘라낼 수 있다면…….” 나는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스무 해 전 내 심장을 찌르던 눈과 같은 색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안에서 다른 것을 보았다. 적을 죽일 기회가 아니라, 사람을 구할 길을 찾는 눈. “네 판단을 믿겠다.” 레온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정말입니까?” “단, 사람은 다치게 하지 마라.” 그가 옅게 웃었다. “그건 당신에게 배운 겁니다.” *** 성검이 뽑혔다. 날이 번쩍이는 순간 나는 오래전의 마지막 전투를 떠올렸다. 가슴을 파고들던 차가운 빛. 내 앞에 서 있던 레온의 굳은 표정. 그때와 똑같은 빛이 이번에는 제단 아래의 검은 연결선을 잘랐다. 쩌적. 허공에 금이 가는 소리가 났다. 그러나 사람의 비명은 없었다. 저울을 당기던 검은 실이 끊어지자 제단의 기울기가 멈췄다. 라기스가 장치를 확인했다. “독립 연결 확보! 제단은 이제 귀환자의 시간 정보를 소비하지 않고 유지됩니다!” 나는 마지막 마력을 흘려 넣은 뒤 손을 뗐다. 손바닥이 얼얼했다. “좋다. 그럼 심사를 계속하자.” 리엔이 놀라 나를 보았다. “이런 상황에서도요?” “오늘 그만두면 내일 또 누군가 같은 질문을 받겠지.” 나는 영과 레온, 아르헨들을 바라봤다. “원하면 여기서 내려가도 된다. 더 말할지는 너희가 정해라.” 미래의 레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아르헨도 자리로 돌아왔다. 영은 잠시 미아의 손을 잡고 있더니 내 옆으로 걸어왔다. “아저씨. 저도 하나 더 말하고 싶어요.” “그래.” “제가 집에 가고 싶다고 말했을 때, 아저씨가 문을 열어 줬어요. 하지만 어떤 신발을 신을지는 제가 골랐어요.” 나는 웃음이 나올 뻔했다. 이렇게 중요한 날 신발 이야기를 하다니. 그런데 아이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누가 저를 꺼내 줬다고 해서 저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제단에 길고 깊은 침묵이 흘렀다. *** 리엔은 마지막 장부를 펼쳤다. “심사 체계에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하겠습니다. 당사자 세 사람의 진술에 근거한 판단이 아니라, 이전 기록원의 설정을 자동 집행한 절차였다는 증거가 확보됐습니다.” [기존 판정 유지 권고.] “거부합니다.” [심사관 권한 상실.] “그렇다면 증인 자격으로 말하겠습니다.” 리엔은 부러진 인장을 제단 한가운데 놓았다. “저는 심사관으로서 귀환자 세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들에게는 서로 다른 기억과 선택이 있고, 각자 자기 삶을 계속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습니다. 한 사람의 존속을 다른 사람의 삭제 조건으로 삼아야 할 근거를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마렌이 그녀의 발언을 기록했다. 로잘린은 시각시 의회에 연락했고, 등대의 페룬은 외부 시계를 동시에 울렸다. 세 곳의 시간이 같은 순간을 가리키자 증언이 서로 다른 기록망으로 흘러 나갔다. 하늘의 문자들이 빠르게 바뀌었다. [충돌: 사전 판정과 현장 증언 불일치] [사전 삭제 권고의 증거 능력 취소] [귀환자 셋의 임시 존속 승인]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임시라니?” 리엔이 대답했다. “영구적인 권리 확인에는 별도 절차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결과로는 당장 누구도 삭제하거나 회수할 수 없습니다. 시간을 벌었습니다.” 그제야 제단의 저울이 수평으로 돌아왔다. 두 접시는 비어 있었다. 나는 그 광경을 한참 바라보았다. 누군가 저울에 사람을 올리지 않았기에, 처음으로 균형이 맞았다. *** 성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밤이었다. 미아는 저녁 수프를 다시 데우고 있었다. 바르톨은 투구를 어디에 두었는지 잊어버려 난감한 표정이었다. 이안은 심사에 다녀온 영에게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하늘에 의자가 많았어.” 영이 말했다. “마왕성보다?” “응. 근데 하나도 편하지 않았어.” 레온은 영에게 자기 방의 작은 방석을 건넸다. “이거 앉아.” 나는 웃었다. 제단에서는 수백 년 된 법칙을 놓고 다투었는데, 아이들은 의자가 불편했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게 더 정확한 평가일지도 몰랐다. *** 아이들이 잠든 뒤, 내 서재에 마지막 통신이 도착했다. 마렌이었다. '전하. 붉은 별 심사 기록을 독립 보관소로 옮기던 중 이전 기록 한 장을 발견했습니다.' “무슨 기록이지?” '세 귀환자의 심사 문서보다 훨씬 오래된 것입니다. 정확히는 전하께서 스무 해 전으로 회귀한 날에 작성됐어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서 제목이 이상합니다.' “읽어라.” 마렌이 잠시 숨을 골랐다. '[회귀 승인 원본. 신청인: 카르딘.]' 나는 손가락을 멈췄다. 나는 그런 신청을 한 기억이 없었다. 죽은 뒤 눈을 떴을 뿐이다. “서명은?” '전하의 인장과 일치합니다. 하지만 필체가 조금 달라요.' 마렌이 문서를 화면에 띄웠다. [회귀 신청 사유: 예언의 아이가 스스로 선택할 미래를 남길 것.] [담보 대상: 신청인의 최초 기억.] [담보 회수 시점: 보호를 포기하는 날.] 나는 한참 동안 그 문장을 읽었다. 과거의 내가 남길 법한 문장이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죽음의 문턱에서야 겨우 할 수 있었던 말인지도 몰랐다. 바깥 복도에서 작은 발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리고 레온이 잠옷 차림으로 서 있었다. “아빠. 물.” 나는 문서를 덮고 아이를 안아 올렸다. “그래. 물을 가져다주마.” 레온은 내 어깨에 뺨을 붙였다. 여전히 조금 따뜻하고, 생각보다 무겁고, 믿을 수 없을 만큼 태평한 얼굴이었다. 나는 그 아이를 안은 채 복도를 걸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담보 회수 시점이 '보호를 포기하는 날'이라면, 그 기록을 남긴 자는 한 가지를 제대로 계산하지 못했군. 나는 쉽게 포기할 생각이 없다. 다만 이제는 알아야 했다. 죽기 직전의 나는 왜 이 모든 일을 시작했는가. 그리고 내가 잃어버린 '최초 기억' 속에는 대체 누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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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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