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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17화
PAYLUA ORIGINAL · 제17화

17화. 성왕국에서 온 아주 정중한 협박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5,019자

오프라인 책장
성왕국의 사절이 도착한 날, 나는 레온의 식사 앞치마를 씻고 있었다. 작은 천 한 장이었다. 그런데 사람 하나가 흘릴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얼룩이 묻어 있었다. “전하. 손수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미아가 말했다. “내가 먹이지 않았느냐. 그럼 정리도 해 봐야지.” “예전의 전하를 아는 사람이 보면 놀라겠네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놀랄 일이야 많았다. 내가 누구에게 사과하고, 저녁에 잠을 자고, 인간 아이가 쥐여 준 곰 인형을 침대 곁에 두기 시작한 것부터가 전부 놀라운 일이었다. “전하!” 바르톨이 문 앞에서 숨을 헐떡였다. “성왕국에서 공식 사절이 왔습니다!” “다시 신성 추적대냐?” “아닙니다. 이번에는 무기가 아니라 문서를 들고 왔습니다.” 나는 앞치마를 물에 헹궜다. “그게 더 위험할 때도 있지.” *** 사절은 젊은 서기관이었다. 이름은 엘리안. 회색 여행 망토에 금빛 깃털 장식이 달린 펜을 꽂고 있었다. 그는 대전 바닥의 균열을 보고도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마왕 카르딘 폐하. 성왕국 아동보호원의 위임을 받아 왔습니다.” “아동보호원?” “예. 아이의 안전한 거주와 양육을 감독하는 기관입니다.” 나는 잠시 생각했다. 며칠 전 천계에서 온 이레브라는 자도 '양육 환경 심사'를 입에 올렸다. 그 뒤에는 내 출생을 포함한 모든 기록을 뒤엎으려 했다. “이번에는 하늘에서 내려오지 않았군.” “저는 말과 마차를 이용했습니다.” “좋은 선택이다.” 엘리안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면 땅을 밟아야 한다는 것이 저희 기관의 원칙입니다.” 뜻밖의 말이었다. 나는 그를 다시 보았다. “그래서 무엇을 원하느냐?” 엘리안은 문서를 펼쳤다. “아기 레온의 신분 확인과 보호 환경에 관한 면담을 요청합니다. 아이의 국적, 출생 기록, 현재 돌봄 인력의 상태를 확인하겠습니다.” “이미 천계의 허락을 받았다.” “천계가 허락한 것은 강제 회수의 보류입니다. 저희는 아이가 안전한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나는 입을 다물었다. 당연한 구분이었다. 그러나 천계의 기록관과 같은 말을 사용하는 사람이 다른 목적을 가질 수도 있다는 사실은 새삼스러웠다. “좋다. 단, 아이를 건드리기 전에 미아와 엘라에게 허락을 받아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서기관이 아이 방으로 들어가기 전 나는 그에게 한 가지를 더 물었다. “엘리안. 너희 나라는 내가 아이를 키우는 일이 두렵겠지?” 그가 대답했다.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왜?” “전하께서 성을 무너뜨린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이니까요. 아이를 도구로 사용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잠시 침묵했다. 그 말은 모욕적이었지만 완전히 틀린 것도 아니었다. 처음 레온을 찾았을 때 내 목적은 미래의 적을 없애는 것이었다. 아이를 데리고 온 뒤에도 얼마 동안은 '내가 키우면 나를 죽이지 않겠지'라는 계산을 버리지 못했다. “그래. 그렇게 생각할 만하다.” 엘리안이 놀라 나를 보았다. “인정하십니까?” “인정한다고 해서 내가 아이를 넘겨야 한다는 뜻은 아니지.” “그렇습니다.” 그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아이의 안전을 판단하려면 과거의 행동뿐 아니라 지금의 상황도 봐야 합니다. 그래서 직접 왔습니다.” 나는 그를 마음에 들어 하기 시작했다. 성기사처럼 갑자기 칼을 빼 들지 않았고, 천계 기록관처럼 미리 적힌 결론을 들고 오지도 않았다. 적어도 질문을 하는 사람 같았다. “좋다. 우리도 질문하겠다.” “물론입니다.” “성왕국에서는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어디로 가느냐?” 엘리안은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받은 얼굴이었다. “지역의 보호 시설이나 친척 가정에 맡겨집니다. 하지만 모두 충분히 안전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왜?” “돈과 사람이 부족합니다.”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세계의 구원을 논하는 나라에도 젖병과 이불은 부족한 모양이었다. “우리도 비슷하다. 이 성에 요람은 많아도 돌볼 줄 아는 사람은 적지.” 엘리안은 작은 수첩을 꺼냈다. “그렇다면 서로 배울 수도 있겠군요.” 내가 적국의 서기관과 육아 이야기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오래된 평화 협정보다 그 대화가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 면담은 생각보다 길었다. 엘리안은 아이가 언제 먹고, 누가 밤에 깨어나는지, 아이 방의 창문은 어떻게 막아 놓았는지 꼼꼼히 물었다. 미아는 차분히 답했다. 엘라는 건강 상태를 설명하면서 함부로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그러던 중 엘리안이 장부를 펼쳤다. “돌봄 인력의 휴식 시간이 정해져 있습니까?” 나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규칙 열두 개를 만들었다.” “실제로 지켜지고 있습니까?” 나는 바르톨을 보았다. 바르톨은 미아를 보았다. 미아는 엘라를 보았다. 그리고 엘라가 나를 보았다. “전하가 제일 안 지켜요.” “뭐?” “밤마다 아이가 숨 쉬는지 보러 들어오시잖아요. 아기를 깨우기도 하고요.” 나는 입을 다물었다. 엘리안이 무언가 적었다. “보호자의 불안이 아이의 수면을 방해할 가능성.” “그걸 왜 적느냐!” “고치실 수 있도록요.” 나는 기록관을 싫어한다. 하지만 이 서기관의 질문에는 신기하게도 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겠다. 정해진 시간 외에는 들여다보지 않겠다.” 미아가 아주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면담이 끝나자 엘리안이 별도의 봉투를 꺼냈다. “이것은 공식 절차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전달해 드립니다.” 봉투에는 성왕국 귀족회의의 인장이 찍혀 있었다. '마왕성에 수용된 용사 후보의 인도를 요청한다.' 그 아래에는 더 작은 문장이 있었다. '응하지 않을 경우, 국경의 모든 인도적 교역을 중단한다.' 나는 웃었다. “역시 협박이군.” 엘리안의 얼굴이 굳었다. “저도 이 문서는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왜 가져왔지?” “폐하가 모른 채 교역이 중단되면 주변 마을부터 피해를 입습니다. 대응할 시간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속한 나라의 부당한 명령을 전해 주면서도 그 피해를 줄이려는 인간. 내가 아는 성왕국의 관리들은 대부분 전쟁에서 마주했던 적들뿐이었다. 하지만 이 사람은 달랐다. “너희 나라가 세상에서 가장 올바르다고 믿느냐?” “아닙니다.”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그래서 법을 고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나는 뜻밖에 웃음이 나왔다. “재미있는 인간이군.” “칭찬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면담이 끝날 무렵 엘리안이 잠시 창가에 섰다. 그는 바깥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유진과 몇 명의 아이가 공을 굴리고 있었다. 수도원에서 지내던 때에는 정해진 시간에만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고 했다. 지금은 성 안의 작은 마당에서 바람을 쐴 수 있었다. “저 소년은 누구입니까?” “유진이다.” “말을 못 하는군요.” “억지로 못 하게 된 거다. 신성 기록실의 실험 때문이지.” 엘리안의 표정이 굳었다. “그런 일이…….” “몰랐느냐?” “성왕국에서는 그 시설을 치료와 교육 기관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나는 그를 노려보았다. “그 말을 믿느냐?” “이제는 확인하고 싶습니다.” 그는 유진이 빛의 판에 쓰고 있는 글씨를 바라보았다. “제가 저 아이의 증언을 공식 자료로 남겨도 될까요?” “내게 물을 일이 아니다. 유진에게 물어라.” 엘리안은 놀란 듯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소년에게 천천히 다가가 자신을 소개했다. 유진은 망설였지만, 엘리안이 강요하지 않자 판에 글을 적었다. '제가 겪은 일을 들을 건가요?' 엘리안이 답했다. “네. 다만 네가 말하고 싶은 만큼만.” 유진이 다시 적었다. '그럼 제 친구들도 찾아 주세요.' 엘리안은 잠시 말이 없었다. “약속할 수 있는 것부터 약속하겠습니다. 기록을 받아 조사할 경로를 찾겠습니다.” 나는 그 장면을 지켜보았다. 함부로 '모두 구하겠다'고 선언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런 점에서는 나보다 나을지도 몰랐다. 그날 처음으로 나는 적국의 관리가 다녀간 일을 '침입'이라고 쓰지 않았다. 마렌에게는 '상담'이라고 적으라고 했다. *** 엘리안은 떠나기 전에 레온을 보았다. 아이는 미아의 품에서 잠들어 있었다. 엘리안은 손을 뻗지 않았다. 멀리서 조용히 바라볼 뿐이었다. “이 아이가 정말 용사가 될까요?” “모른다.” “신탁에는 그렇게 적혀 있습니다.” “신탁이 아이의 하루를 대신 살아 주진 않지.” 엘리안은 한참 생각했다. “폐하께서 이 아이를 가질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가질 권리라는 말은 싫다. 이 아이를 돌볼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 답은 보고서에 꼭 적겠습니다.” 엘리안이 떠난 뒤 바르톨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전하. 교역이 끊기면 식량과 약재 수입에 문제가 생깁니다.” “알고 있다.” “선제 공격을 할까요?” “안 된다. 엘리안 같은 사람까지 적으로 만들 수는 없다.” 나는 국경 지도를 펼쳤다. 회색다리 시장, 돌개울 마을, 북부 폐광촌. 우리가 도움을 주기 시작한 곳들이었다. “먼저 인간 마을에 교역 중단 소식을 알려라. 약재와 곡물의 대체 경로를 찾고, 필요한 것은 정당한 값으로 사들여.” “전쟁 준비가 아닙니까?” “사람들이 겨울을 나는 준비다.” 나는 레온이 잠든 방을 돌아보았다. “이 녀석이 영웅으로 불리든 평범한 사람으로 살든, 그때까지 굶주리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군.” 그때 마렌이 종이 한 장을 들고 뛰어왔다. “전하! 성왕국 사절의 문서에 비밀 표식이 있습니다!” 그녀가 인장을 빛에 비추었다. 금빛 깃털 아래에 아주 작은 반달 문양이 떠올랐다. 나는 얼굴을 굳혔다. “레온의 표식과 같은 것인가?” “유사하지만 다릅니다. 이건 관측 허가를 뜻하는 표시예요.” “그럼 누가 관측하는 거지?” 마렌이 낮게 대답했다. “문서를 읽는 순간부터, 저희 성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누군가가 기록할 수 있게 됩니다.” 나는 편지를 내려다보았다. 적은 칼이 아니라 문서에 눈을 숨겨 보냈다. 그리고 우리가 이미 그 편지를 읽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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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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