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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163화
PAYLUA ORIGINAL · 제163화

163화. 스무 해 뒤의 용사가 아침밥을 먹는 법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3,285자

오프라인 책장
같은 사람이 둘인 상황은 여러모로 불편하다. 내가 죽기 전에는 성검을 쥔 레온 하나면 충분히 골치 아팠다. 그런데 지금 내 성에는 숟가락을 물고 다니는 레온이 있고, 동쪽 섬에는 그 숟가락으로 사람을 때리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할 정도로 자란 레온이 있다. 둘이 처음 제대로 마주한 것은 심사관 리엔이 다녀간 다음 날이었다. 미래의 레온이 등대에서 마왕성으로 왔다. 긴 여행 끝에 굳은 손바닥과 왼쪽 눈가의 흉터까지, 스무 해 뒤 내가 기억하는 그대로였다. 다만 이번에는 성검을 내게 겨누지 않았다. 검집을 문밖에 두고 들어왔다. “안으로 가져와도 된다.” “어린애들이 있잖습니까.” “검을 집어 들 줄 알 만큼 크지는 않았다.” “어제 당신의 아들은 국자로 바르톨 장군을 공격했다면서요.” 나는 반박하지 못했다. 바르톨이 왜 국자를 투구 위에 올려 달라는 부탁을 들어주었는지도 아직 이해하지 못했으니까. 식당으로 들어서자 어린 레온이 미래의 자신을 올려다보았다. “큰 나!” 나는 미래 레온에게 시선을 돌렸다. “저렇게 부르라고 가르쳤나?” “제가 아니에요.” 옆의 이안이 손을 들었다. “제가요. 키가 크니까요.” 어린 레온이 의자를 끌어왔다. “큰 나, 앉아.” 미래의 레온은 검을 든 적 앞에서도 웃지 않던 얼굴로 한참 의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앉았다. *** 식사 도중 어린 레온은 자기 접시에 놓인 달걀을 반으로 갈라 미래의 자신에게 주었다. “먹어.” “나는 이미 먹었어.” “또 먹어.” 그 말에는 반론할 방법이 없었다. 미래의 레온은 달걀을 받아 한입 먹었다. 그 순간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왜 그러지?” 내가 물었다. “기억이 납니다.” “무엇이?” “어릴 때 당신이 달걀 껍데기째 삶아 놓고, 칼로 반을 잘라 주겠다고 했던 일요.” 나는 사레가 들릴 뻔했다. “그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제 시간에서는 일어났습니다. 그걸 보고 미아가 얼마나 화를 냈는지…….” 미아가 접시를 놓으며 말했다. “전하께서 미래에도 요리를 못하신다는 건 확인됐네요.” “할 줄 모르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다.” “그럼 오늘 저녁 당번으로 적어 둘까요?” “……안 하는 것이다.” 영이 웃음을 터뜨렸다. 웃다가 스스로 놀랐는지 입을 가렸다. 나는 그 모습을 기억해 두었다. 이 아이의 웃음은 첫날 등대에서 들었던 목소리보다 훨씬 선명했다. *** 식사 후 미래의 레온과 북쪽 정원을 걸었다. 정원에는 레온이 처음 걸음마를 연습하던 낮은 돌계단이 있었다. 미래의 그도 그 계단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제가 넘어졌던 곳이군요.” “그렇지. 세 번.” “당신이 세 번째에는 바닥에 쿠션을 깔았죠.” “아니. 쿠션이 아니라 방어 결계였다.” “그러니까 제가 한 달 동안 넘어져도 아프지 않다고 믿었나 봅니다.” 나는 말문이 막혔다. “그 결과 위험한 곳에서도 겁 없이 뛰었죠.” “내가 잘못 가르쳤군.” 미래의 레온은 고개를 저었다. “의도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만 모든 돌에 결계를 깔아 둘 수는 없었겠지요.” 저 말이 가슴을 찔렀다. 그때의 나는 레온을 지키려면 세상을 전부 감싸면 된다고 생각했다. 적이 나타나면 없애고, 다칠 일이 있으면 미리 막으면 된다고. 시간이 흐르며 알았다. 아이는 언젠가 자기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가야 했다. “심사관이 네게 무엇을 물을지 들었나?” “들었습니다. 어떤 미래에서 왔는지, 원래 시간으로 돌아갈 뜻이 있는지, 그리고 자신이 성검의 주인인지요.” “어찌 대답할 생각이지?” 레온은 멀리 보이는 작은 놀이터를 바라보았다. “원래 시간으로 돌아가면 제가 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직 지키지 못한 약속도 있고요. 하지만 여기서 지낸 일이 없었던 것이 되기를 원하지도 않습니다.” 그는 주머니에서 낡은 천 조각을 꺼냈다. 흰색이었던 천은 오래전 피와 먼지에 절어 회색이 되었다. “제가 당신을 죽인 뒤 손에서 떨어뜨린 천입니다.” 나는 말없이 바라보았다. “전쟁터에서 다친 아이에게 주려고 가지고 있던 거예요. 그때는 누구에게도 주지 못했습니다.” “그러면 지금은?” “누군가에게 쓰이게 해야겠죠. 전쟁을 증명하는 표식이 아니라 상처를 감쌀 천으로요.” 나는 그가 쥔 천을 다시 접어 주었다. “그럼 네가 결정해라. 용사라는 명칭이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정원 끝의 작은 땅을 팠다. 어린 레온이 꽃씨를 심겠다고 졸랐기 때문이다. 비가 자주 오지 않는 마계 북부에서 꽃을 키우는 일은 의외로 어렵다. 나는 물을 끌어오는 마법진을 만들려 했지만 미래의 레온이 막았다. “너무 빠르게 자라게 하면 뿌리가 약해집니다.” “꽃에도 뿌리가 중요한가?” “당신이 그렇게 말했었어요. 제가 열 살 때.” “내가?” “사람은 땅 위에서만 자라지 않는다고.” 나는 한참 아무 말도 못 했다. 내가 어떤 마음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아마 별생각 없이 던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 녀석은 그것을 오래 간직했다. 어린 레온이 파 놓은 구덩이에 씨앗을 한꺼번에 부었다. 이안이 발끈했다. “너무 많아! 나눠 심어야 해!” “많으면 꽃도 많이 나.” “자리 없으면 못 자라.” 미래의 레온이 웃으며 둘 사이에 앉았다. “그럼 몇 개를 다른 자리로 옮겨 보자.” 작은 손 네 개와 큰 손 두 개가 흙을 나눴다. 나는 그 옆에서 흙으로 더러워진 소매를 감아 올렸다. 문득 생각했다. 두 레온이 함께 꽃을 심는다는 사실을 천계가 알면 또 어떤 불가능한 수치로 표시할까. 하지만 내 앞에는 숫자가 없었다. 단지 흙을 묻힌 채 서로를 바라보고 웃는 두 사람이 있을 뿐이었다. *** 오후가 되자 하늘에서 작은 봉투 세 개가 내려왔다. 천계의 질문서였다. 첫 번째 봉투에는 '레온'이 적혀 있었다. 두 번째에는 '아르헨'. 세 번째에는 '영'. 종이는 흠 하나 없이 새하얬다. 내가 봉투를 집으려 하자 미래의 레온이 손을 뻗었다. “제 것은 제가 받겠습니다.” 나는 손을 거두었다. 그 말이 고마웠다.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또다시 그의 몫을 내가 결정할 뻔했으니까. 그러나 봉투를 펼친 레온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카르딘. 질문이 이상합니다.” “무엇이라고 쓰여 있나?” 그가 종이를 돌렸다. [당신이 이 세계에 남는 데 동의하면, 원래 세계에서 당신의 부재로 발생한 책임은 누가 인수합니까?] 나는 문장을 두 번 읽었다. 그건 질문처럼 보였지만, 실은 누군가에게 또 하나의 희생을 떠넘기는 방법을 찾으라는 요구였다. “답을 서두르지 마라.” 나는 말했다. “질문이 틀렸다면 질문부터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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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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