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계의 사절이 마왕성으로 올 때는 대개 번개가 친다.
인간들은 그걸 신성한 강림이라 부른다. 내 기준으로는 예고 없는 낙뢰 사고다. 한번은 사절 한 명이 내 서재에 떨어져 일백 년 묵은 지도를 태웠다. 이후로는 성문 밖 공터에 착륙하라고 통지해 두었다.
이번 심사관은 그 공문을 읽은 듯했다.
다만 공터 대신 부엌 앞 정원에 내려왔다.
“시설 배치도를 잘못 읽었군.”
내가 말하자, 은색 날개를 접은 여자가 허리를 곧게 폈다. 목에 금속 패를 걸고 있었고, 손에는 세 권의 장부가 들려 있었다.
“천계 아동·시간 귀속 심사국, 제칠 심사관 리엔입니다.”
“마왕 카르딘이다. 저쪽이 정문이다.”
리엔은 내가 가리킨 곳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천계의 재심사 명령을 통지합니다. 예언 귀속 불가 인원 셋의 현 거주 환경을 확인하겠습니다.”
“아이 하나는 자고 있다.”
“심사에는 출석 의무가 있습니다.”
“그 의무를 누가 동의했지?”
“천계 재심사법입니다.”
“당사자에게 그 법을 설명한 적이 있나?”
리엔의 손가락이 장부 위에서 멈췄다.
나는 그녀를 대전으로 안내하지 않았다. 대신 주방 옆 작은 응접실로 데려갔다. 난로가 타고 있었고, 벽에는 레온과 이안이 그린 그림이 붙어 있었다. 태양인지 삶은 달걀인지 알 수 없는 그림이었다.
리엔은 그림을 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비인가 시간 유물입니까?”
“크레용이다.”
“크레용이 무엇입니까?”
“어린아이의 손에 들어가면 벽을 파괴하는 무기지.”
바르톨이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어제 복도 한쪽이 붉은 선으로 가득해졌으니까.
***
심사는 예상보다 엉뚱한 곳에서 시작됐다.
리엔은 선반의 우유병을 가리켰다.
“이 용기는 신성 검역을 받지 않았습니다. 압수하겠습니다.”
미아가 웃으며 다가왔다.
“압수하시려면 먼저 이 병에 든 게 무엇인지부터 확인하셔야죠.”
“인간 유아의 성장 보조액이겠지요.”
“우유예요.”
“규정상 미등록 액체입니다.”
“아기가 먹을 것을 규정으로 분류하면 배가 안 고파지나요?”
나보다 훨씬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그런데 리엔의 날개 끝이 잠깐 굳었다.
“검사 후 반환할 수 있습니다.”
“얼마나 걸리는데요?”
“표준 처리 기간은 삼 일입니다.”
나는 의자에 등을 기댔다.
“삼 일 동안 네 입도 봉인할 수 있나? 안전 검사가 끝날 때까지 먹지 말라고 말이지.”
“개인에 대한 비유는 부적절합니다.”
“그렇다면 사람을 기록의 숫자로 취급하는 것도 부적절하겠군.”
리엔은 장부를 덮었다. 부엌에서 막 구운 빵 냄새가 퍼졌다. 그때 복도에서 레온이 달려왔다.
“아빠!”
나는 저도 모르게 의자를 밀고 일어났다.
레온은 내 다리에 매달렸다. 바로 뒤에서 이안이 달려왔고, 미아가 둘의 맨발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양말 신고 오랬죠.”
“양말은 뜨거워!” 레온이 항의했다.
리엔이 내게 물었다.
“아이는 당신을 아버지라고 부르는군요.”
“그렇다.”
“그 관계는 혈통 등록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나를 그렇게 부른다고 세상이 무너지나?”
리엔의 눈이 흐릿하게 빛났다. 손에 든 장부가 저절로 펼쳐졌다.
[보호 관계 확인 불가]
[혈연 부재]
[인과 변경 위험]
나는 문구를 읽었다.
“어째서 확인 불가인가? 지금 네 눈앞에 있다.”
“천계의 인정 절차와는 별개입니다.”
“아이의 식사를 준비하고, 열이 나면 밤을 새우고, 넘어지면 일으켜 세워도 별개라는 거군.”
“그렇게 말씀하시면…….”
“그럼 다르게 묻겠다. 네 장부가 나보다 먼저 레온을 안아 본 적이 있나?”
리엔은 대답하지 못했다.
***
리엔은 다음으로 마왕성의 피난 안내도를 요구했다. 나는 바르톨에게 가져오라고 했다. 그가 펼친 지도에는 커다란 붉은 화살표가 하나 있었고, 끝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전하께서 직접 구하신다.]
“이게 뭐냐?”
“아이들이 위기에 처하면 전하께서 제일 먼저 구하러 오시니 가장 정확한 안내입니다.”
미아가 그의 손에서 종이를 빼앗았다.
“비상 상황에 전하가 먼 곳에 계시면요?”
“그럴 리 없습니다.”
“전하도 화장실에 가시잖아요.”
“미아!”
나는 기침했다.
“다른 경로도 그려라. 부엌의 뒷문은 언제나 열 수 있게 하고, 아이들이 혼자 걸을 수 없는 곳에는 손잡이를 낮춰 달아라.”
리엔이 이번에는 진지하게 메모했다.
“현장 안전 개선 지시가 실제로 반영되고 있습니다.”
“당연하지.”
“천계에서는 그런 변경에도 중앙 승인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계단이 부서져도 승인서를 기다리나?”
리엔은 당장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피난 안내도 구석에 작은 표시를 그렸다. 각 문에서 아이들이 무사히 나갈 수 있는지, 보호자가 오지 않아도 가능할지 확인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그 장면을 눈여겨보았다. 이 여자는 누군가의 명령을 고스란히 수행하러 왔지만, 아직 생각하는 능력까지 넘겨주지는 않은 듯했다.
***
오후에 심사관은 영을 만나겠다고 요청했다.
나는 영에게 먼저 말했다. 낯선 사람이 너에게 질문하려 한다고. 원하지 않으면 오늘은 만나지 않아도 된다고.
영은 방에서 들고나온 작은 종이를 내밀었다.
“그럼 이걸 보여 주세요.”
종이에는 어제 먹은 빵과 네 개의 접시가 그려져 있었다.
“왜 네 개지?”
“레온, 이안, 저, 그리고 아저씨 거요. 미아 언니 접시는 뒤에 있어요.”
내가 웃자 영도 희미하게 웃었다.
“심사관이 왜 저를 세 사람 중 하나라고 세는지 물어봐 주세요. 저는 한 명인데.”
리엔은 그림을 오래 바라보았다.
“이것으로 신원 확인은 되지 않습니다.”
“맞다.” 내가 말했다. “이건 식탁을 기억하는 그림이지, 출생 서류가 아니다.”
“그런데 왜 제출하십니까?”
“네가 심사하려는 사람이 무엇을 기억하고 싶은지 알아 두라고.”
리엔의 펜이 천천히 움직였다. 처음으로 장부의 인쇄된 칸 밖에 메모를 남기는 모습이었다.
그녀가 떠나기 전 경고했다.
“심사는 임시 보류하겠습니다. 그러나 삼 일 후 세 귀환자에게 각각 천계의 질문이 도착할 것입니다.”
“대답하지 않아도 되나?”
리엔은 망설였다.
“그렇게 하면 미등록 상태가 유지됩니다.”
“등록되지 않았다고 살아 있는 사람이 사라지지는 않아.”
“천계는 그렇게 확신하지 않습니다.”
나는 그녀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렇다면 천계가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부터 기록해라.”
리엔이 떠난 뒤, 미아는 냉장 마법함에서 젖병을 꺼냈다.
“전하, 우유는 무사해요.”
“제국의 재산을 지켜 냈군.”
“우유 한 병이에요.”
“오늘은 그게 제일 중요한 재산이었다.”
하지만 삼 일 뒤에 무엇을 압수하려 할지는 아무도 몰랐다.
제162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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