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생 수백 번의 재판을 열었다.
결과는 대개 같았다. 누가 내 땅을 침범했는지, 누가 세금을 횡령했는지, 누가 내 명령을 어겼는지. 죄를 찾는 기준은 언제나 내 왕좌였다.
그런 내가 시각시 의회 앞에서 피고도 원고도 아닌 증인으로 앉게 되었다.
정말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다.
***
공개 이의 절차는 옛 시계탑의 광장에서 열렸다.
빈 의석 여섯 개는 이 절차에 한해 주민들이 선출한 임시 대의원으로 채웠다. 원장의 승인을 받지 않는 예외 조항 덕분이었다. 원래 의원 다섯과 임시 대의원 여섯이 모두 한 표씩 행사하기로 했다.
의회가 사건을 거부할 수 없도록, 주민 대표 세 사람과 피해 관련 증인들이 참석했다. 소렌은 대행 체계의 로그를 가져왔고, 마렌은 등대에서 한 통신을 글로 옮겼다.
영은 직접 광장에 오지 않았다. 그럴 수 없는 상태이기도 했지만, 내가 그 아이에게 낯선 어른 수백 명 앞에서 자기 존재를 증명하라고 강요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음성 통신을 연결할지 여부도 아이에게 물었다.
'말해도 돼요.'
“싫어지면 언제라도 멈춘다고 말해라.”
'네.'
광장에는 작고 낮은 책상이 하나 놓였다. 손에 잡히는 물건만 보여 주는 장치였다. 아이를 전시하는 거대한 환영막 같은 것은 쓰지 않았다.
첫 번째로 소렌이 기록을 읽었다.
“정본 규칙에 따라 잔류자 영은 미등재로 처리되었습니다. 이 처리 때문에 잔류자의 외부 출입 신청이 반복 거절됐습니다.”
두 번째로 노엘이 나왔다.
“저는 봉인을 유지한 기술자입니다. 위험을 피하려 했다는 제 설명이, 아이의 시간을 빼앗은 사실을 지우지는 못합니다.”
광장에 웅성거림이 퍼졌다.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잘못을 인정한다고 해서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책임을 확인하려면 실수를 감추지 않는 사람이 필요했다.
다음으로 현재의 아르헨과 귀환한 아르헨이 각각 증언했다.
한 사람은 문턱 밖으로 나왔던 시간을 말했다. 다른 사람은 문 안에 남아 있었던 시간을 말했다. 둘의 기억이 어긋나는 곳은 그대로 두었다. 같은 이름을 가진 두 사람이 각자의 목소리로 말하는 것 자체가 오래된 규칙에 대한 반례였다.
마침내 내 차례가 왔다.
“마왕 카르딘. 당신은 영이었습니까?”
“그렇다. 지금도 아르헨은 가끔 그렇게 부른다.”
“그럼 문 안에 있는 영은 당신입니까?”
나는 잠시 숨을 골랐다.
“확실하지 않다.”
의원 한 명이 눈썹을 올렸다.
“동일 인물인지 확실하지 않다면서 무슨 권리를 주장하십니까?”
“그 아이가 자기 이름으로 말할 권리다.”
“같은 기원에서 갈라졌다면 결국 하나로 합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는 의원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럼 내 앞에 같은 기억을 가진 두 아르헨이 앉아 있다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할 생각이지? 한 사람이 살아 돌아왔다는 이유로 다른 한 사람을 지울 텐가?”
의원이 입을 다물었다.
“서로 다른 시간을 겪은 사람들이라면 삶도 서로 다르다. 우리 장치가 둘을 한 사람으로 계산한다고 해서 사람이 기계의 계산 결과에 맞춰 사라져야 하는 건 아니다.”
***
마렌이 통신을 연결했다.
'여보세요?'
영의 목소리였다.
“영. 여러 사람이 네 말을 듣고 있다. 네가 나가고 싶은지, 지금 어떤 게 필요한지 편한 만큼만 말하면 된다.”
아이는 잠깐 머뭇거렸다.
'저는 밖에 나가고 싶어요.'
누군가 광장 저편에서 코를 훌쩍였다.
'근데 다른 영이도 있잖아요.'
“그렇다.”
'제가 나가면 그 아저씨가 없어질까 봐 겁나요.'
나는 가슴이 저렸다.
“영. 네가 다른 사람을 지우고 싶은 게 아니라는 건 알고 있다.”
'네.'
“그렇다고 네가 사라질 필요도 없다.”
아이는 작은 소리로 물었다.
'그럼 제 자리도 있어요?'
나는 광장을 둘러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누군가는 못마땅한 얼굴이었고 누군가는 긴장해 있었다. 모두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이의 자리를 생각하고 있었다.
“있도록 만들 거다.”
그때 마렌이 내 팔을 건드렸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만으로 끝내서는 안 될 순간이었다.
***
우리가 제출한 청원은 세 조항이었다.
첫째. 동일한 이름이나 기원을 가진 사람이 둘 이상 있다는 이유만으로 출입과 거주를 금지하지 않는다.
둘째. 각자의 삶과 기억을 별도로 기록하며, 한 사람의 승인으로 다른 사람을 합치거나 삭제하지 않는다.
셋째. 기록 장치를 안전하게 정지할 권한은 원장 단독이 아니라 피해 당사자의 의사와 독립 감시인의 확인을 통해 행사한다.
나는 마지막 조항에서 한 가지를 더 요구했다.
“아이에게 장치의 안전을 책임지라고 하지 마라. 그런 책임은 이곳을 만들고 관리한 어른들이 져야 한다.”
한 의원이 반대했다.
“장치를 바꾸다 시간의 균형이 깨지면 누가 책임집니까?”
나는 말했다.
“위험을 묻는 것은 옳다. 하지만 위험이 있다고 해서 현재의 피해를 영원히 방치할 수는 없다. 다른 길을 찾자고 백 년을 기다렸다면, 이제는 실제로 시험한 결과를 살필 때다.”
브람이 앞으로 나와, 이미 두 귀환자가 별도의 신원으로 섬에 도착했고 현재까지 서로의 존재가 지워지는 현상은 관측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안정성에 대한 장기 확인이 필요하다는 한계도 빠뜨리지 않았다.
라기스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 독립 계측 방식을 설명했다. 통로를 건너더라도 두 귀환자의 시간 정보를 서로 덮어쓰지 않는 방법이었다.
모든 발표가 끝나자 의회가 표결했다.
찬성 일곱. 반대 둘. 기권 둘.
새 규정이 통과됐다.
나는 환호하지 않았다. 법 한 줄로 아이가 당장 집에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아이를 가둬도 된다는 근거 하나는 지웠다.
***
승인 문서가 등대로 전송되었다.
수정판의 문구가 바뀌었다.
[신원 중복: 허용]
[개별 귀환 요청: 검토 가능]
나는 잠깐 눈을 감았다.
그때 갑자기 바닥이 흔들렸다.
시각시의 여러 시계탑에서 동시에 종이 울렸다. 서로 다른 시간의 종이 겹치자 귀가 아플 만큼 불규칙한 소리가 광장 전체에 퍼졌다.
브람이 기록판을 들여다봤다.
“이상합니다. 원장 대행 체계에서 별도의 명령이 나왔어요.”
“무슨 명령?”
[정본 규칙 폐기 감지]
[기존 봉인 기록 소거 준비]
나는 이를 악물었다.
사람을 내보내지 못하게 하는 규칙이 무너지자, 이번에는 그 사람이 있었다는 기록부터 없애려는 것이다.
“기록을 복사해라.”
“이미 등대와 북부 관측소, 주민 보관소에 나눠 두었습니다.”
“좋아. 그럼 소거 명령을 내린 위치를 찾아라.”
소렌이 떨리는 손가락으로 지하도를 가리켰다.
“원장의 옛 방입니다. 하지만 그 아래는…….”
“무엇이 있지?”
“시각시가 처음 세워졌을 때 만든 원점 저장고가 있습니다. 아무도 원장을 대신해 들어갈 수 없다고 들었어요.”
나는 검집을 만졌다.
이번에는 사람을 죽이기 위해 검을 뽑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
저 문을 막고 있는 오래된 자물쇠를, 어떻게 안전하게 열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었다.
제158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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