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국에서는 숨기려는 사람이 많을수록 세금 장부가 쓸모 있다.
내가 만든 제도가 훌륭해서가 아니다. 어느 세상이든 사람은 이름을 바꾸거나 모자를 눌러쓸 수 있지만, 밥을 먹고 방을 빌리고 배를 타려면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니까.
검은 장갑의 주인은 마왕성에 실제로 들어왔다. 기록실 노사서관이 봤다고 했고, 한 달 전에는 문턱에 젖은 흙을 남겼다. 그렇다면 영의 방에 나타난 그림자와는 달리 조사할 실마리가 있었다.
나는 재무관과 항만 세금 장부를 펼쳤다.
“검은 장갑을 낀 사람을 찾아라.”
재무관이 나를 보았다.
“전하. 그 조건으로는 수천 명이 나옵니다.”
“……그럴 수 있겠군.”
“대신 종 모양 장식과 북부 종루 출입 날짜를 함께 대조하겠습니다.”
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왕이 된 뒤로 처음 깨달은 사실 중 하나는, 유능한 관리에게 방법을 정해 주지 않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
그날 오후, 이름 하나가 나왔다.
노엘 베른.
성왕국과 마왕국 사이에서 오래된 시계 부품을 거래하던 기술자였다. 최근 십 년 동안 북부 종루의 수리 비용을 청구했고, 마왕성 기록실에 여러 차례 출입한 기록도 있었다.
“노엘을 체포할까요?” 바르톨이 물었다.
“아직이다. 범죄 사실을 조사하는 것과 심문하기 전에 죄인으로 만드는 것은 다르다.”
“도망치면 어떻게 합니까?”
“출국 기록을 감시해라. 그리고 부품 수리 내역을 가져오게 해라. 협박이 아니라 정식 출석 요청으로.”
바르톨은 못마땅한 얼굴이었지만 명령을 따랐다.
노엘은 예상보다 빨리 나타났다.
키가 큰 인간 남자였다. 회색 머리를 낮게 묶었고, 왼손의 검은 장갑은 유난히 낡아 있었다. 목에는 반으로 갈라진 종 모양의 은장식이 걸려 있었다.
그는 내 앞에 허리를 숙였다.
“마왕 폐하.”
“노엘 베른. 오래된 시계들을 고친다지.”
“예. 고장 난 것을 고치고, 돌릴 수 없는 것을 멈추는 일을 합니다.”
“그럼 말해 보아라. 아이를 방에 가둔 시계는 어떻게 고쳐야 하지?”
그의 얼굴이 굳었다.
“……폐하께서 어디까지 알아내셨는지 모르겠군요.”
나는 그를 기록실로 안내했다. 서명과 시간, 손도장과 봉인 장치의 구조를 보여 주었다. 그것이 실제로 언제 사용됐는지 아직 모르며, 그가 모든 장치를 만든 사람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말도 했다.
노엘은 한참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장갑을 벗었다.
왼손의 손가락 두 개가 없었다.
“종루의 톱니에 끼였습니다. 어린 사람 하나를 내보내려 했을 때였죠.”
“누구를?”
“이름을 모릅니다. 기록에는 영이라고만 적혀 있었어요.”
나는 노엘의 얼굴을 똑바로 보았다.
“왜 내 이름을 알고 있지?”
“그 장치가 이름을 중복으로 분류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먼저 나왔으니, 안에 남은 영의 이름은 무효로 처리됐습니다.”
나는 주먹을 쥐었다.
“무효라니.”
“당시에는 그렇게 기록했습니다. 저는 그 말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노엘의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다. 변명을 준비해 온 사람처럼도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죄책감과 고집이 섞인 눈빛이었다.
“그럼 왜 최근에도 기록실에 왔지?”
“봉인을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방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바르톨이 검을 반쯤 뽑았다.
나는 손을 들었다.
“계속 말해라.”
노엘이 나를 바라봤다.
“봉인을 한꺼번에 끊으면 그 아이가 붙잡혀 있던 시간까지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 위험을 알았기 때문에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매번 기억을 잃는다는 사실은…… 뒤늦게 알았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했나?”
“다른 출구를 찾았습니다. 옛 등대로 도착지를 바꾸었고, 닫힌 귀가실에서 사람을 끌어내지 않고 스스로 열게 하는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그게 그 섬을 도착지로 바꾼 이유였나?”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하지만 장치를 더 오래 운영하면서 잘못된 행동도 했습니다. 당신의 어린 시절 서명을 이용했고, 아이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봉인 연장을 승인했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나를 찾아오지 않았지?”
노엘이 어두운 웃음을 지었다.
“그때의 당신은 마왕이었습니다.”
나는 말문이 막혔다.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과거의 나는 부하가 실수했다고 보고하면 사람부터 벌했다. 봉인된 아이의 존재를 말해도, 그 이야기를 끝까지 들었을까. 아니면 내 이름을 이용했다는 사실만 듣고 장치를 불태웠을까.
“그래도 내게 말하지 않은 책임은 당신에게 있다.”
“압니다.”
“장치를 임의로 조작한 기록도 전부 공개해야 한다.”
“그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
노엘은 저녁까지 머물러 수리 기록을 제출했다.
그 가운데 특이한 부품이 있었다. 붉은 종판이라는 이름으로 보관되던 조각이었다. 아이의 이름이 지워지는 순간을 알리는 장치였고, 원래는 외부에서 확인하는 경보였다고 했다.
“그런데 왜 아이의 기억까지 지웠지?”
“누군가 경보를 봉인 명령에 연결해 놓았습니다.”
“누가?”
“제가 아는 이름은 하나뿐입니다. '기록원장'.”
“사람인가?”
노엘이 고개를 저었다.
“옛 시각시에서는 사람을 그렇게 불렀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원장이 죽은 뒤에도 명령이 내려왔어요. 장치에 남은 권한인지, 누가 그 자리를 이어받았는지 저는 모릅니다.”
나는 그의 말을 기록했다.
노엘이 모든 것을 안다고 믿을 수는 없었다. 그의 변명은 검증할 필요가 있고, 잘못된 승인에는 책임이 따를 것이다. 그러나 장갑만 보고 처형했다면 얻지 못했을 정보였다.
***
그가 돌아가기 전, 나는 마지막으로 물었다.
“어린 영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노엘은 오래 고민했다.
“방법은 있습니다. 다만 이름을 다시 등록하는 것으로는 안 됩니다. 먼저 '두 사람이 동시에 존재할 수 없다'는 규칙을 무효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 규칙의 권한은 누구에게 있지?”
“시각시의 기록원장입니다.”
나는 지도를 펼쳤다.
그곳은 우리가 한 번 다녀온 도시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이를 꺼낼 수 있는지를 묻기 전에, 아이를 가둘 수 있다고 믿는 규칙을 먼저 상대해야 했다.
그때 등대에서 메시지가 왔다.
[잔류자 영: 오늘의 기억 유지 확인]
[그림자 재출현: 없음]
나는 입술 끝을 조금 올렸다.
첫날은 지켰다.
문 안의 아이가 적어도 오늘을 내일로 가져갈 수 있게 됐다.
제156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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