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이 된 뒤 나는 세상의 대부분을 내려다보았다.
높은 성벽 위에서 전장을 내려다보았고, 하늘을 나는 괴수의 등에서 적국의 성채를 내려다보았다. 바다만큼은 언제나 멀리서 보았다. 검은 물결은 명령을 듣지 않았고, 내가 불을 뿜으면 항구의 사람들부터 다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그 바다 한가운데로 가야 했다.
“동쪽 섬으로 향하는 배를 구해라.”
내 명령에 바르톨은 곧바로 군사 지도를 펼쳤다.
“전하. 마왕 해군의 전함 열여덟 척을 준비하겠습니다.”
“전함은 필요 없다.”
“그렇다면 열 척?”
“두 척이면 된다. 하나는 조사선, 하나는 구조선.”
바르톨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상륙 전투에서 두 척은 적습니다.”
“우리는 점령하러 가는 것이 아니다.”
나는 140화의 마지막 기록을 그에게 내밀었다.
[안전한 도착지 확인 필요.]
[현재 지정 좌표: 동쪽 해역의 무명도.]
그 섬은 제국의 지도에도, 성왕국의 해도에도 없었다. 북부 관측소에서 나무문을 통해 사람을 돌려보내면 지금의 도착지는 그곳을 가리킨다. 바다라면 익사할 수 있고, 바위라면 뼈가 부러질 수 있다. 문을 여는 기술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도착한 사람이 발을 디딜 땅을 찾는 것이었다.
“배의 갑판이 아닌 육지를 확인한다. 풍랑 속에서도 구조할 방법을 마련한다. 그리고 돌아오는 두 사람의 허락 없이는 문을 열지 않는다.”
“대상자 두 분은 아직 안에 계시지 않습니까?”
“그러니 더더욱 준비가 필요하지.”
바르톨은 한참 생각하다 물었다.
“그렇다면 요람은 몇 개 싣습니까?”
“……왜 요람을?”
“레온 님과 이안 님의 장거리 원정에 대비해야 하지 않습니까?”
나는 즉시 고개를 저었다.
“아이들은 마왕성에 남는다.”
그는 아쉬운 듯 창밖을 보았다. 내가 데려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벌써 걱정하는 눈이었다.
***
출항을 준비하는 항구는 예상보다 부산했다.
검은 부두에는 어부들이 그물을 말리고 있었고, 소금을 가득 실은 수레가 오갔다. 아이들은 게를 잡는다며 돌틈에 손을 집어넣었다. 바닷바람에 섞인 비린내와 타르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내가 다스리던 나라에 이런 항구가 있었는데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선장 이브라는 검붉게 탄 얼굴과 짧게 자른 머리칼을 가진 여자였다. 그녀는 마왕이 왔다는 소식에도 무릎을 꿇지 않았다. 대신 뱃전의 밧줄부터 점검했다.
“전하의 배라고 해서 파도가 비켜 주지는 않습니다.”
나는 그 말이 마음에 들었다.
“그렇겠지.”
“목적지는 어디입니까?”
내가 해도에 점을 찍자 이브라의 손가락이 멈췄다.
“여기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가 보려는 것이다.”
“무엇을 기대하십니까?”
“사람이 설 수 있는 땅.”
이브라는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연필을 꺼냈다.
“그렇다면 물 깊이부터 재야겠습니다. 바닥을 모르면 닻도 함부로 내릴 수 없어요.”
옆에서 브람이 작은 모래시계를 꺼냈다. 그는 동행자 출구의 시간 관측을 맡고 있는 기술자였다. 라기스는 섬에 도착하더라도 통로와 배 사이를 무턱대고 연결하지 않겠다고 다시 확인했다.
“시계가 다르게 간다면 어떻게 하지?” 내가 물었다.
“그 차이만 기록하겠습니다. 맞추려고 손대지 않고요.”
우리는 승무원 전원에게 위험을 설명했다. 배가 사라지거나 하루가 반복되는 등의 현상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관측소의 기록만으로 항해가 안전하다고 약속할 수도 없었다. 돌아가겠다는 사람을 억지로 붙잡지 않도록 이브라가 출항 전 명단을 다시 만들었다.
다섯 명은 승선을 거부했다. 나는 그들에게 불이익을 주지 말라고 명했다.
예전의 나는 명령을 거부한 군인을 기억해 두었다. 이제는 그들이 왜 거부했는지를 기억하려 했다.
***
출항 전날, 나는 레온과 이안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아빠, 바다?”
레온이 작은 손으로 창밖을 가리켰다.
“그렇다. 멀리 있는 섬을 보러 간다.”
“나도!”
“안 된다.”
녀석의 얼굴이 순식간에 구겨졌다.
나는 신성 추적대를 상대할 때보다 긴장했다. 울음이 나오기 직전의 저 입술 모양을 알고 있었다.
미아가 가만히 내 옆구리를 찔렀다.
“왜 안 되는지도 말씀하셔야죠.”
“위험해서다.”
“조금 더요.”
나는 레온 앞에 쪼그려 앉았다.
“배는 흔들리고 바람이 차다. 아빠가 먼저 가 보고 안전한 곳인지 확인하겠다. 너는 미아와 여기서 지내는 거다.”
이안이 물었다.
“안전하면 우리도 갈 수 있어요?”
나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그 섬이 정말로 존재하는지도 모르니까.
“그때 다시 이야기하자. 약속할 수 없는 것을 약속하지 않겠다.”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레온은 여전히 입을 삐죽 내밀더니 푸른 곰을 들어 올렸다.
“곰 가.”
“곰도 여기 남아야 한다.”
“곰 배!”
미아가 웃었다.
“그럼 곰 모양 작은 깃발을 만들어 보내면 어떨까요?”
그 제안은 협상을 끝냈다. 레온은 서툰 손으로 파란 천에 눈 두 개를 그렸다. 바르톨은 그 깃발을 받아 들고 마치 제국의 군기를 하사받은 장군처럼 가슴을 폈다.
“특별 해상 작전의 표장으로 지정하겠습니다!”
나는 말리려다 포기했다.
그날 밤, 아이들이 잠든 뒤 그 작은 깃발을 내 망토 안쪽에 넣었다.
***
이튿날 아침 배가 항구를 떠났다.
흰 물보라가 선체를 때렸다. 이브라는 동풍을 이용해 돛을 돌렸고, 멀어지는 부두에서 미아와 아이들이 손을 흔들었다. 레온은 팔을 크게 휘두르다 이안의 모자를 떨어뜨렸다. 바르톨이 급히 주워 주는 모습까지 보였다.
한참 지나 육지가 사라지자, 라기스가 관측석을 켰다.
좌표는 변하지 않았다. 북부 관측소에서 가져온 기록과도 일치했다.
그런데 해도에는 없는 작은 글자가 수면 위에 나타났다.
[귀환 도착지: 접근 중.]
[수신 시설: 해상 귀가실.]
나는 바닷물을 내려다보았다.
“시설이라니. 섬이 아니라는 뜻인가?”
브람은 즉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고정된 좌표를 가리켰다.
“조금 전까지는 땅을 찾고 있었는데…… 신호가 우리 배의 위치를 알고 있습니다.”
같은 순간, 선장 이브라가 외쳤다.
“전방에 안개! 그런데 바람이 안개를 밀어내질 않습니다!”
나는 망토를 여몄다.
먼바다에 흰 장벽처럼 선 안개가 나타났다.
그 안에서 오래된 종소리가 두 번 울렸다.
땡. 땡.
나는 미처 묻지 못했다.
누가 저 안에서 종을 울린 것인가.
그리고 어째서 그 소리가, 어린 시절 집 앞에서 듣던 종과 꼭 같은 것인가.
제141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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