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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14화
PAYLUA ORIGINAL · 제14화

14화. 마왕에게도 돌보던 사람이 있었다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4,834자

오프라인 책장
나이라가 처음 내게 한 말은 예상 밖이었다. “밥은 잘 먹고 다니니?” 나는 삼백 년 동안 수많은 질문을 받았다. 언제 침공할 것인가. 어느 왕국을 정복할 것인가. 신을 죽일 수 있는가. 그런데 내 앞에 선 늙은 여인은 먹는 것부터 물었다. “그런 질문을 할 때가 아니다.” “배고프면 이야기가 길어져도 견디기 어렵잖니.” 그녀는 의자를 두 개 끌어다 놓고, 낡은 주전자에서 차를 따랐다. 나는 차를 받지 않았다. “네가 정말 나를 돌봤다는 증거가 있느냐?” “물론 있지.” 그녀는 가방에서 작은 천을 꺼냈다. 거기에는 검은 실로 수놓은 삐뚤빼뚤한 글씨가 있었다. '카르딘. 불꽃을 함부로 삼키지 말 것.' 마렌이 입술을 깨물었다. 웃음을 참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불꽃을 삼켰다고?” 내가 묻자 나이라가 미소 지었다. “어릴 때부터 그랬지. 손에서 불이 피어나면 과자인 줄 알고 입에 넣었어.” “말도 안 된다.” “주방 벽을 세 번 태웠단다.” “난 어렸을 때부터 마력을 조절할 수 있었다.” “걷기 시작한 날부터는 아니었어.”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나이라는 차를 내 앞으로 밀었다. “네가 어떤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지 들었어. 사람들이 무서워한다더구나.” “그럴 만한 일을 했으니까.” “그래.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너는 작은 불꽃이 손에서 꺼지면 밤새 울던 아이였어.” 그 말에 가슴 한쪽이 뻐근해졌다. *** 나이라가 차를 따르는 동안 나는 방을 둘러보았다. 옛날 물건들은 모두 제자리에 놓여 있었다. 조금만 손대면 무너질 듯 낡았지만, 누군가 주기적으로 먼지를 털어 낸 흔적이 있었다. 창가에는 손바느질한 작은 장갑 한 짝이 놓여 있었다. 검은 천에 붉은 실을 사용했다. 나는 그것을 들어 올렸다. “이것도 내 것이었느냐?” “그래. 네가 처음 손에서 불꽃을 만들던 때 쓴 장갑이지.” “불꽃을 막아 주었나?” “아니. 전혀.” “그럼 왜 씌웠지?” 나이라는 조금 웃었다. “네가 장갑을 벗으려고 애쓰는 사이 나는 부엌에서 물을 끓일 수 있었거든.” 나는 장갑을 내려다보았다. 마계의 강력한 마법사가 된 나도 어릴 때는 사람 하나를 지치게 했던 모양이다. “많이 울었나?” “그랬지. 특히 배가 고프면.” “…….” “잠들기 직전에는 꼭 내 손가락을 잡았고.” 내가 움직임을 멈췄다. 레온이 내 손가락을 붙잡고 잠들던 밤이 떠올랐다. “모든 아기가 그러는 것이냐?” “어떤 아이는 손을 잡고, 어떤 아이는 담요를 꼭 붙들어. 아무것도 붙들지 않는 아이도 있지.” 나이라는 내 표정을 살폈다. “왜 그런 걸 묻니?”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지금 내 성에 아기가 하나 있다.” “들었어. 무슨 아이니?” “미래에 나를 죽일 놈이다.” 나이라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래도 안아 주니?” “그래.” “밥도 먹이고?” “그건 미아가 더 잘한다.” “잠도 재워 주고?” “가끔.” 나이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네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미 알고 있구나.” 나는 괜히 찻잔을 돌렸다. “대체 뭘 말하는 거지?” “네가 어릴 때 내가 했던 일을 지금 네가 하고 있는 거란다.” 나는 창밖의 검은 숲을 바라보았다. 그 말이 마법보다 더 오래 내 마음에 남을 것 같았다. 나는 나이라에게 요람의 비밀을 물었다. 그녀는 창밖의 검은 버드나무를 바라보았다. “여기는 원래 전쟁 고아를 돌보는 집이었어. 인간과 마족, 종족이 달라도 이름 없는 아이들을 받았지.” “그런데 어째서 기록에 남아 있지 않나?” “중앙 기록실이 이곳을 실험 장소로 지정했기 때문이야.” 마렌이 펜을 멈췄다. 나이라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아이들을 돌본다고 했지만, 그들은 돌봄보다 결과를 원했어. 어떤 아이가 신탁에 더 잘 반응하는지, 어떤 이름이 미래를 바꾸는지, 어떤 두려움이 명령을 잘 듣게 만드는지.” 나는 나이라의 손목을 보았다. 오래된 쇠고리 자국이 있었다. “너도 갇혀 있었느냐?”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려고 했다가 붙잡혔지.” “왜 처음부터 거부하지 않았지?” 질문이 입에서 나오자마자 후회했다. 나이라는 오래 침묵했다. “처음에는 병든 아이를 고쳐 준다고 했거든. 먹을 것과 약을 지원한다고 했어. 나는 그 말을 믿었지. 그게 내 잘못이었어.” 나는 차에 비친 내 얼굴을 보았다. 약속으로 사람을 움직인 뒤, 그 약속을 권력의 도구로 쓰는 일. 내가 정복한 왕국에서도 반복했던 방식이었다. 나이라를 비난할 자격이 내게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다음에는?” “너를 데리고 도망쳤어.” 그녀가 내 이름을 가리켰다. “네가 태어날 때 붙어 있던 표식은 이름이 아니라 숫자였어. 영(零).” “영?” “첫 번째 시험 대상이라는 뜻이었지. 나는 그걸 떼어 냈어.” “그래서 카르딘이라는 이름을 지었나?” “맞아. 내가 지어 줬어. 아무 뜻도 없는 소리였지만, 이름 하나는 숫자가 아니기를 바랐거든.” 나는 요람을 보았다. 표식 대신 새겨진 내 이름. 누군가 나를 실험 대상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 부르기 위해 지어 준 이름이었다. *** “그럼 왜 나는 너를 기억하지 못하는 거지?” 나이라는 웃지 않았다. “도망치는 밤에 종이 울렸어.” 그녀의 손가락이 떨렸다. “기록실은 종으로 아이들의 기억을 묶을 수 있었지. 나는 네게 자장가를 불렀어. 마지막 음을 남겨 두고.” “왜 마지막 음을?” “종의 명령은 끝나는 소리를 따라오거든. 노래가 끝나지 않으면 닿지 못하는 때가 있어.” 마렌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기억이 지워진 것과도 연관이 있나요?” “그날 종을 멈추는 대신 네가 가진 기억 일부를 숨겨야 했어. 이름을 지키려면 다른 것을 포기해야 했지.” “그런 선택을 누가 했느냐?” “내가.” 나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나에게 묻지도 않고?” “그때 너는 내 손가락을 놓지도 못하는 아기였으니까.” 기묘하게 익숙한 장면이 떠올랐다. 숲에서 레온을 발견한 나 역시 아이에게 묻지 않고 성으로 데려왔다. 적어도 죽게 둘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나이라를 쏘아보려다가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선택이 옳았는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그 밤 아이를 살리려고 무언가를 포기했다는 사실만큼은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한 가지 더 확인하고 싶었다. “나이라.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느냐?” 그녀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모두 데리고 나오진 못했어.” 나는 갑자기 목이 막혔다. 나이라는 무명탑 지하를 가리켰다. “기록실은 아이들을 숫자로 부르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다른 곳으로 옮겼지. 어떤 아이는 다시 돌아왔고 어떤 아이는 이름도 남기지 못했어.” “너는 그들을 구하지 못했나?” “몇 명은 구했어. 하지만 내가 너를 품에 안고 도망친 밤에는 다른 아이들이 아직 탑 안에 있었지.” 나는 불쑥 일어섰다. 그녀를 비난하고 싶었다. 왜 나만 데려왔느냐고. 그런데 입을 열기 전에 생각했다. 나는 레온을 숲에서 데려온 뒤 다른 곳의 아이들을 떠올리지 않았다. 성 안에 한 아기가 들어오자 비로소 주변의 아픔에 눈을 뜨기 시작했을 뿐이다. 나이라는 말을 이었다. “내가 한 선택이 옳았는지는 아직도 몰라. 어느 밤에는 네가 무사히 살아남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어느 밤에는 다른 아이들을 떠올리며 잠을 못 이뤄.” 나는 다시 앉았다. 무슨 말로 위로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예전의 나라면 '최선이었다'고 말했을 것이다. 그럼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다는 뜻이 되고, 더 질문할 필요도 없어진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끝내고 싶지 않았다. “그 아이들에 관한 기록이 남아 있느냐?” 나이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는 아니지만.” “그럼 찾아보자. 살아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 네가 혼자 감당할 일은 아니다.” 그녀가 눈을 감았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돌봄은 아이를 품에 안는 일에서 끝나지 않는다. 잃어버린 사람을 찾는 일도 그 일부일 수 있다. “그 뒤에는 왜 나를 찾지 않았지?” “찾았어.” 나이라는 천천히 차를 마셨다. “하지만 네가 마왕이 되었을 때, 탑에 연결된 기록실의 눈이 너를 보고 있었어. 내가 다가가면 숨겨 둔 흔적이 모두 드러날 것 같았지.” “그래서 삼백 년을 기다렸다고?” “네가 스스로 돌아올 때까지.” 그 말에 화가 났다. 삼백 년을 기다린 사람도 괴로웠겠지만, 그동안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살아왔다. 나는 마음속에서 분노를 느꼈다. 쉽게 사라지는 종류의 분노가 아니었다. 그러나 레온을 품에 안았던 첫날이 생각났다. 그 아이가 언젠가 내 선택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아이의 질문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 “나이라.” “응.” “내가 모르는 이야기를 전부 들려줘. 좋은 이야기든 나쁜 이야기든.” 나이라는 오랫동안 나를 바라보았다. “그럼 먼저 알아야 할 게 있어.” 그녀는 탑 바닥의 돌 하나를 들어 올렸다. 안쪽에는 낡은 금속판이 있었다. 내가 요람에서 찾은 판과 같은 모양이었다. 표면에는 아이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첫 번째 줄은 비어 있었다. 그 아래에는 오래된 글씨가 남아 있었다. '후보 영. 생존. 자체 선택 발생.' 마지막 문장은 더 작았다. '보호자 이탈 이후, 보호 대상이 보호자가 됨.' 나는 그 문장을 오래 바라보았다. 레온을 키우게 된 지금의 나를 설명하는 것 같았지만, 기록 날짜는 삼백여 년 전이었다. “이걸 누가 쓴 거지?” 나이라는 고개를 저었다. “나도 몰라. 내가 이걸 찾았을 땐 이미 적혀 있었거든.” 처음으로 내가 무명탑에 갇혀 있던 아이였다는 사실보다 더 두려운 것을 알았다. 나의 선택이 처음이 아닐 수도 있었다. 누군가는 아주 오래전부터 내가 어떤 사람이 될지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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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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