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13화
PAYLUA ORIGINAL · 제13화

13화. 내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탑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4,896자

오프라인 책장
마계 북방의 길은 지도보다 훨씬 조용했다. 산맥을 넘으면 땅은 검게 변하고, 나무 대신 돌기둥이 솟아난다. 과거에는 수천 명의 병사가 이 길을 행군했다. 지금은 바람만 지나갔다. 나는 마렌과 낡은 마차를 타고 사흘을 이동했다. “전하, 말을 한 마리 더 준비해 드릴까요?” “필요 없다.” “제가 보기에는 마차 속도가 전하께 지나치게 느릴 텐데요.” “빠르게 가서 시간을 아끼는 것과 안전하게 돌아오는 것은 다른 문제다.” 마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육아가 여행 방법까지 바꾸었군요.” “입 다물고 지도나 보아라.” 그녀는 웃음을 참으며 지도를 펼쳤다. 나는 레온이 태어나기 전까지 여행의 목적을 달성하는 속도만 생각했다. 산을 가로막으면 부수고, 강이 흐르면 얼렸다. 길이 위험하다는 말은 부하들이나 하는 핑계라고 여겼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을 헤아리고 있었다. 우습게도 그 덕분에 주변 풍경을 처음 제대로 보았다. 멀리 폐광촌의 굴뚝이 보였다. 그곳에 마족들이 살고 있었지만, 우리 군대가 철수한 뒤로 세금을 걷으러 오는 관리조차 없었다. 마렌이 마차 바퀴를 고치는 동안 나는 광산 입구의 안내문을 읽었다. '겨울 급식 중단.' 아이들을 위한 식당이 문을 닫았다는 뜻이었다. “마렌. 돌아가면 북부 총독의 보고서를 가져와라.” “무슨 일로요?” “내가 다스리는 땅이라면 저곳도 내 책임이다.” 그녀는 대답 대신 장부에 한 줄을 더 적었다. *** 무명탑에 다다르기 전 우리는 끊어진 다리를 건너야 했다. 다리 밑으로는 빛이 들지 않는 계곡이 뻗어 있었고, 바닥에서는 차가운 안개가 솟았다. 내 마력으로 계곡을 건너는 것은 간단했다. 하지만 마렌은 무너진 다리의 돌을 하나씩 확인했다. “전하, 이곳에 사람들이 다녔던 흔적이 있습니다.” “당연하지. 다리니까.” “오래전에 무너진 것 같은데, 최근에도 누군가 돌을 새로 쌓았어요.” 나는 발밑을 살폈다. 작은 발자국들이 보였다. 마족 아이의 것처럼 발가락 끝이 둥글었다. 그 옆에는 지팡이가 찍힌 구멍이 이어졌다. “살아 있는 사람이 있다.” 나는 무너진 다리 끝에 마력으로 낮은 돌판을 이어 놓았다. 길은 넓지 않았지만 마차 하나가 안전하게 지날 정도는 되었다. 마렌이 의아한 듯 물었다. “전하, 그냥 공간 이동을 하실 줄 알았습니다.” “우리는 그럴 수 있지.” 나는 길 아래의 발자국을 가리켰다. “하지만 다음에 오는 사람은 아닐 수도 있잖느냐.” 돌판을 세우는 사이 계곡 건너편의 숲에서 아이 둘이 우리를 지켜보았다. 얼굴에는 먼지가 묻어 있었고, 손에는 작은 바구니가 들려 있었다. 나는 손을 흔들려다가 멈췄다. 마왕의 얼굴을 보고 도망칠지도 몰랐다. 그래서 멀찍이 서서 말했다. “다리가 튼튼한지 확인하고 건너라. 아직 완전히 고친 건 아니다.” 아이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참 뒤 큰아이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한 번의 끄덕임이 이상하게 기뻤다. 나는 무명탑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어릴 적의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식으로 길을 안내받았을까? 잠깐 기억이 스쳤다. 어두운 숲에서 넘어졌을 때 누군가 기다려 주던 장면. 손을 잡아 끌지 않고, 스스로 일어설 때까지 조금 떨어져 기다려 주던 사람. 그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 처음으로 내가 어린 시절에도 두려움을 느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나는 처음부터 강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리고 아마, 누군가가 나를 지켜 주었을 것이다. 무명탑은 마침내 검은 버드나무 숲 너머로 모습을 드러냈다. 탑에는 문이 없었다. 정확히는 문이 있었을 자리가 모두 돌로 메워져 있었다. 창문마다 낡은 쇠판이 박혀 있었고, 종탑 꼭대기에는 종을 매달았던 굵은 사슬만 남아 있었다. 검은 버드나무들은 뿌리를 탑 벽까지 뻗어 놓았다. 잎이 없는 가지들이 성벽의 갈라진 틈을 붙들고 있었다. “여기군.” 나는 손바닥을 벽에 댔다. 순간 돌 속에서 숨소리가 들렸다. 작고 고른 호흡. 아기의 숨소리였다. “전하, 들리십니까?” 마렌도 표정이 굳었다. “들린다.” “벽이 기억을 재생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이 공간을 기록 저장소로 만든 것 같아요.” 나는 돌을 부수지 않았다. 벽의 숨소리가 계속되도록 손바닥의 마력을 아주 약하게 흘렸다. 그러자 문이 없던 자리에서 그림자들이 움직이며 작은 손잡이 하나를 드러냈다. 손잡이는 성인의 키보다 훨씬 낮았다. 아이의 손이 닿을 위치였다. “누가 문을 이렇게 만들었지?” 나는 무릎을 굽혀 손잡이를 잡았다. 딸깍. 벽이 옆으로 미끄러졌다. 마렌이 감탄했다. “전하가 문을 열기 위해 무릎을 꿇다니.” “여기서 그런 말을 해야겠느냐?” 하지만 그녀의 말은 맞았다. 어릴 적의 내 키를 기준으로 만든 문이라면, 이곳에 나를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었다는 뜻이다. *** 탑 내부는 먼지투성이였다. 벽에는 빛이 사라진 별자리 그림과 작은 손자국들이 남아 있었다. 계단은 어른 한 명이 간신히 지날 폭이었고, 곳곳에 작은 의자가 놓여 있었다. 가장 이상한 것은 계단 아래의 손잡이였다. 높이가 전부 달랐다. 걷기 시작한 아기부터 더 자란 아이까지, 손을 짚을 수 있는 높이에 맞춰져 있었다. 나는 무심코 가장 낮은 손잡이를 쓸어 보았다. 그러자 눈앞에 낯선 장면이 스쳤다. 어두운 방. 따뜻한 손. 그리고 누군가 내 손가락을 잡고 걷는 연습을 시키고 있었다. '하나. 둘. 넘어져도 괜찮아.' 나는 비틀거렸다. “전하!” 마렌이 팔을 붙잡았다. “……괜찮다.” 그러나 아니었다. 나는 누가 나를 가르쳤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전투는 스스로 배웠고, 마법은 빼앗은 책에서 익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걷는 법을 가르친 목소리가 있었다. 그 목소리의 주인이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조차 모른다. 탑의 맨 위층에는 작은 방이 있었다. 창가에는 오래된 요람이 놓여 있었다. 검은 버드나무로 만든 요람. 테두리에 흰색으로 새겨진 이름. '카르딘.' 그 글씨를 보는 순간 심장이 묘하게 조여 왔다. 내 이름이었다. 하지만 나는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부터 카르딘이라 불렸던 걸까? 내 기억 속에서는 스무 살쯤 되었을 때 스스로 그 이름을 택했다고 믿었다. 그렇다면 이 요람에는 어떻게 같은 이름이 적혀 있는가. 요람 아래에는 얇은 서랍이 있었다. 마렌이 손을 뻗으려 하자 내가 막았다. “내가 열겠다.” 안에는 천 조각과 작은 금속판이 들어 있었다. 천에는 자장가의 음계가 손으로 수놓아져 있었고, 금속판에는 일곱 개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나는 유진이 적어 주었던 자장가의 음계를 떠올렸다. 같은 노래였다. 하지만 수놓아진 음계의 마지막 부분이 달랐다. 유진의 노래에는 없던 짧은 쉼표가 하나 있었다. 마렌이 천을 비추었다. “전하. 이 부분은 음이 아니라 기록 장치의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자장가를 불러서 기록을 막는다는 말이냐?” “그럴 수도 있습니다. 아직 확인이 필요하지만요.” 나는 천을 조심스럽게 접었다. 레온이 잠들 때 부르던 노래. 그 노래가 삼백 년 전 내 요람에도 있었다. 나는 요람 가장자리의 이름을 손가락으로 따라갔다. 카르딘. 글씨는 어설펐다. 마지막 글자의 획이 조금 길었고, 첫 번째 글자는 두 번 고쳐 쓴 흔적이 있었다. 궁정의 서기관이라면 이런 글씨를 절대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 흔적에서 이상한 따뜻함을 느꼈다. 누군가 내 이름을 쓰기 위해 여러 번 연습했을 것이다. 내가 태어난 날을 축하했을까. 몸을 씻겨 주고, 잠들 때까지 기다려 주었을까. 아픈 날에는 뜬눈으로 밤을 새웠을까.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그런 질문이 단 한 번도 떠오르지 않았다. “전하.” 마렌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요람 아래에 눈금이 있습니다.” 내 시선이 내려갔다. 작은 칼자국이 줄지어 있었다. 아이가 자랄 때마다 키를 재어 표시했던 것 같았다. 그 옆에는 고작 두세 글자로 된 짧은 메모가 있었다. '오늘 앉음.' '첫걸음.' '어둠을 무서워함.' 나는 세 번째 문장을 오래 보았다. “내가 어둠을 무서워했다고?” 마렌은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어둠을 다루는 마왕이 된 것은 그보다 훨씬 뒤였다. 그런 사람이 어린 시절에는 불을 켜고 자야 했다는 것이 우스워 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웃음이 오래가지는 않았다. 나는 레온의 돌봄 일지에도 비슷한 문장을 적었기 때문이다. '오늘 아버지를 보자 웃었다.' 아버지라는 단어를 쓸 때 손이 떨렸던 기억이 났다. 어쩌면 이 요람 옆에 글씨를 남긴 사람도 그랬을 것이다. 나는 요람을 그대로 두기로 했다. 버려진 기억이라도 내가 함부로 옮기고 부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 탑을 떠나려던 순간 아래층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나는 검을 뽑았다. “누구냐?” 대답은 없었다. 대신 작은 등불 하나가 계단을 올라왔다. 등불을 든 것은 늙은 마족 여인이었다. 얼굴에는 깊은 주름이 새겨져 있었고, 한쪽 다리는 나무 지팡이에 의지하고 있었다. “그 검, 여전하구나.” 나는 그녀를 알지 못했다. “누구지?” 여인은 내 이름이 새겨진 요람을 보았다. “삼백 년을 기다리게 했으면 인사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니니?” “질문에 답해라.” “내 이름은 나이라.” 그녀는 숨을 골랐다. “이 탑에서 아이들을 돌보던 사람이야.” 마렌이 조용히 물었다. “카르딘 전하도 돌보셨습니까?” 나이라는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분노도 두려움도 없었다. 오래 기다린 사람이 마침내 문 앞에 섰을 때의 표정이었다. “그래.” 그녀가 대답했다. “이 아이를 맨 처음 안아 준 사람이 나야.” 나는 검을 내리지 못했다. 나이라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카르딘. 혹시 내가 부르던 노래를 아직 기억하니?” 대답하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내가 평생 모른다고 믿었던 어린 시절이, 낡은 탑과 여인의 눈빛 속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13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13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