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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12화
PAYLUA ORIGINAL · 제12화

12화. 마왕성에 남긴 열두 가지 규칙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4,800자

오프라인 책장
나는 전쟁터에 나갈 때마다 열두 가지 규칙을 정했다. 첫째, 적의 숫자를 확인한다. 둘째, 퇴로를 확보한다. 셋째, 보급을 끊지 않는다. 열두 번째까지 읽고 나면 대개 전쟁이 끝나 있었다. 내가 직접 나서는 싸움은 오래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떠나기 전에 다른 종류의 규칙을 남겨야 했다. “전하, 양육 지침서를 쓰셨다고 들었습니다.” 바르톨이 기대 가득한 얼굴로 종이 뭉치를 받아 들었다. 첫 장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하나. 레온이 울면 먼저 배가 고픈지, 기저귀가 불편한지, 피곤한지 확인할 것.' '둘. 열이나 호흡 이상이 보이면 즉시 엘라와 미아에게 알릴 것.' '셋. 신성 반응이 나타나도 아이에게 실험 마법을 쓰지 말 것.' 바르톨은 셋째 규칙을 읽으며 눈살을 찌푸렸다. “전하. 그럼 적의 공격 원인을 어떻게 연구합니까?” “아이에게 무언가를 꽂아 봐야만 연구가 되는 건 아니다. 종과 기록을 조사해라.” “역시 전하. 새로운 연구 방법을 제시하시는군요.” “그걸 새로운 방법이라고 부르지 마라.” 내가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마지막 규칙이었다. '열둘. 카르딘이 돌아오지 않더라도 레온의 하루는 계속될 것.' 바르톨이 입을 다물었다. “전하, 이런 불길한 문장을…….” “내가 없으면 성이 멈추는 구조는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전하께서는 마왕이십니다.” “그래서?” “명령이 없으면 장군들이 서로 다툴 수도 있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문제의 핵심이었다. 나는 삼백 년 동안 모든 결정을 내 손안에 모아 놓았다. 내가 자리를 비우면 누가 옳은지보다 누가 내 뜻을 잘 추측하는지가 중요해졌다. 아이를 돌보는 일까지 그런 방식으로 흘러가게 할 수는 없었다. “미아와 엘라가 아이의 돌봄을 결정한다. 바르톨은 성의 안전을 맡고, 마렌이 보낸 자료는 별도로 기록하라. 누구도 서로의 일을 빼앗지 마.” “만약 의견이 다르면요?” “그럼 서로 묻고 정해라. 내가 없다고 모두 바보가 되는 건 아니잖느냐.” 바르톨이 장부를 가슴에 안았다. “마왕성의 역사에 남을 명령입니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역사에는 조금 덜 남겨도 된다.” *** 그날 출발은 미뤄졌다. 정오 무렵 레온의 어깨 문양이 다시 빛났기 때문이다. 빛 자체는 약했다. 레온은 울지도 않았다. 오히려 엘라가 손바닥으로 등을 부드럽게 두드리자 이내 눈을 감았다. 문제는 빛이 향하는 방향이었다. 마렌이 투명한 수정판을 기울였다. “전하. 문양에서 나온 빛이 북쪽으로 향합니다.” “무명탑 방향이군.” “아직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종소리와 비슷한 진동이 있어요.” 유진이 곁에 있었다. 소리를 잃은 소년은 빛의 판에 글씨를 적었다. '종을 울리지 않아도 불려요.' 엘라가 손자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 말은 무슨 뜻이니?” 유진은 한참 손을 떨다가 문장을 덧붙였다. '이름을 읽으면 종이 대답해요.' 그 순간 나는 우리가 잘못 찾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우리는 신성 추적대가 사용했던 종을 적의 도구라고 여겼다. 실제로는 아이들의 이름을 읽고, 그 이름이 가리키는 누군가를 찾는 장치일지도 몰랐다. “마렌. 마왕성에 있는 모든 신성 기록물을 봉인해라. 단, 파괴하지 말고 반응을 관측할 것.” “왜 파괴하지 않으십니까?” “지워 놓으면 놈들이 같은 것을 다른 곳에서 만들 테니까. 먼저 누가 읽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때 레온이 손을 뻗어 유진의 빛의 판을 두드렸다. 판에 남아 있던 글자가 일그러졌다. '이름을 읽으면 종이 대답해요.' 그 아래 낯선 글씨가 나타났다. '그러나 이름을 바꿀 수는 없다.' 유진의 손에서 판이 떨어졌다. “누가 쓴 거냐?” 소년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마렌은 수정판을 두 장 더 덧댔다. 글씨는 어느 층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가 잠깐 우리 앞에 들어와 메시지를 남긴 것 같았다. 나는 레온을 안아 올렸다. “누가 네 이름을 만지려고 하는구나.” 아이는 내 뺨에 손을 댔다. 그 손은 너무 작아서 손가락 하나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걱정 마라. 네 이름은 네 것이다.” 미아가 작게 웃었다. “전하, 오늘은 아주 아버지 같은 말씀을 하시네요.” “나는…….” 잠시 멈췄다. 예전 같았으면 아니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얼마 전 아이에게 끝까지 키우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던가. “그래. 그런 모양이다.” 미아는 웃음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괜히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날 오후 마렌은 레온의 표식 주변에 얇은 유리틀을 세웠다. 아이의 몸에 닿지 않는, 요람 바깥에서 빛을 관찰하는 도구였다. 나는 그녀가 도구를 세우는 모습까지 지켜보았다. “전하. 이렇게까지 감시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관측판이 넘어지면 어떡하느냐.” “바닥에 고정했습니다.” “마력선이 새면?” “아기에게 닿는 마력은 전혀 없어요.” “그럼 유리틀이 반짝거려서 아이가 놀랄 수도 있잖느냐.” 마렌은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관측판을 내 손에 쥐여 주었다. “그렇다면 전하께서 직접 밖으로 나가 확인해 보시죠.” 나는 관측판을 들고 문밖으로 나갔다. 미아가 웃고 있었다. “왜 웃느냐?” “전하께서 누구보다 조심하신다는 게 좋아서요. 하지만 전문가가 할 일을 맡겨 주셔도 괜찮아요.” 나는 여전히 문틈을 보고 있었다. “내가 자리를 비워도 되는지 모르겠다.” “아까 열두 번째 규칙을 쓰셨잖아요.” “그건 내가 돌아오지 못했을 때를 대비한…….” “그러니까요. 돌아오실 계획이라면 더더욱 사람들을 믿으셔야죠.” 미아는 문을 닫았다. 아기 방 안에는 엘라가 있었고, 유진이 조용히 장난감 바구니를 정리하고 있었다. 바르톨은 야간 경비 명단을 두 번이나 확인했다. 성 안에는 나보다 아이를 잘 돌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내게는 이상할 만큼 어려웠다. 나는 바르톨에게 물었다. “네가 보기에 이 성은 내가 없어도 돌아가겠느냐?” “전하가 없으면 저는 상당히 곤란합니다.” “역시 그렇겠지.” “하지만 제가 곤란한 것과 레온 님이 안전한 것은 별개입니다. 돌봄은 미아와 엘라가 맡아 주실 겁니다.” 나는 바르톨을 보았다. “그런 말을 하다니 놀랍군.” “전하께서 제게 물으셨으니까요.” 그는 갑자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혹시 제 대답이 무례했습니까?” 나는 웃었다. “아니다. 도움이 됐다.” 그는 살아남았다는 듯 긴 숨을 내쉬었다. 나는 그제야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솔직한 대답을 듣지 못했는지 알았다. *** 해 질 무렵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회색다리 시장에서 온 것이었다. 발신인은 엘라의 오래된 친구인 인쇄공 노인, 이름은 네스. 편지에는 조악한 목판화가 동봉되어 있었다. 검은 버드나무 숲 앞, 몸집이 작은 아이를 데리고 선 여자. 판화 밑에는 오래된 광고 문구가 적혀 있었다. '무명탑의 종이 멎은 날. 세상에 없는 아기의 이름을 지어 주세요.' 네스가 덧붙인 설명에 따르면, 이 목판화는 삼백여 년 전 국경 여관의 벽에 붙어 있던 공고를 베낀 것이었다. 왜 그런 것을 그렸는지 아무도 몰랐다. 목판을 만든 사람은 이름을 남기지 않았고, 주문자는 인쇄비를 두 배로 주고 익명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 여자가 아기의 손을 잡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나는 종이를 불빛에 비추었다. 여자의 얼굴은 의도적으로 지워져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어깨에 걸린 망토는 내 그림 속 요람 옆에 있던 것과 똑같았다. “누군가 아이를 숨기려고 했던 거야.” 엘라가 중얼거렸다. “그렇겠지.” “아이를 빼앗으려는 사람들 때문에.” 나는 레온을 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삼백 년이 흐른 뒤에도 같은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누군가는 아기의 이름을 기록하려 하고, 누군가는 그 이름을 지워서라도 숨기려 한다. 나는 그 싸움에서 어느 쪽이어야 할까. 답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아이의 이름을 지킬 쪽. 저녁 식사 자리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논쟁이 벌어졌다. 유진이 적어 둔 이름 가운데 세 개가 서로 다른 글자로 보였기 때문이다. 엘라는 오래된 지역 이름일 수 있다고 했고, 마렌은 마법으로 바뀐 흔적일 수 있다고 했다. 나는 둘 중 누가 맞는지 결정하려 했다. 그러나 유진이 판을 두드렸다. '제가 직접 적은 이름이 맞아요.' 나는 판을 다시 보았다. “그럼 그렇게 남겨 두자.” 마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록을 복구할 때 원본의 의미를 바꾸면 안 되겠네요.” “그래.” 어쩌면 처음부터 필요한 것은 정답을 아는 강한 사람이 아니라, 자기가 겪은 일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나는 자리에 앉아 묵묵히 밥을 먹었다. 바르톨이 소곤거렸다. “전하께서는 오늘 회의를 한 번도 강제로 끝내지 않으셨습니다.” 나는 수프를 삼키다 사레가 들렸다. “그런 것까지 세고 있었느냐?” “역사적 순간이라서요.” 정말이지, 내 부하들은 사소한 일에 호들갑을 떠는 재주가 있다. 그런데 그 호들갑이 싫지는 않았다. 그날 밤 나는 레온의 침대 곁에 규칙 열두 개를 걸어 두었다. 종이가 흔들릴 때마다 작은 바람 소리가 났다. 열두 번째 줄을 보며 미아가 말했다. “전하가 돌아오지 않더라도 아이의 하루는 계속될 것. 이건 꼭 필요하겠네요.” “그래.” “하지만 돌아오시는 것도 꼭 필요합니다.” 나는 그 말에 답하지 못했다. 미아가 이미 내 망토 주머니에 작은 천을 넣어 두었기 때문이다. 레온이 손에 쥐었다 놓은 조각이었다. “길을 잃으시면 이걸 보세요.” 나는 천을 꺼내 쥐었다. 한쪽에 아주 작은 이 자국이 남아 있었다. “용사답게 벌써 검을 갈았군.” 미아가 웃었다. 그리고 그 새벽, 나는 마렌과 함께 북쪽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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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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