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로 나는 요람을 두 개 갖게 되었다.
하나는 레온이 잠드는 작은 나무 요람이다. 미아가 모서리를 부드럽게 갈고, 엘라가 천의 올을 하나하나 확인한 물건. 세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인간을 가장 조용하게 만드는 신비한 장치이기도 하다.
다른 하나는 그림이었다.
중앙 기록실이 보낸 문서의 마지막 장. 검은 망토를 덮은 낡은 요람, 그 가장자리에 새겨진 내 이름.
카르딘.
그것을 보고 난 뒤 나는 사흘째 제대로 잠들지 못했다.
“전하. 요람이 자꾸 늘어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바르톨이 아침 회의에 들고 온 서류의 제목은 《영유아 가구의 이중화에 관한 건》이었다.
“그림 한 장도 가구로 분류하느냐?”
“실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어서 예산을 확보했습니다.”
“어디에?”
“요람 보관 창고를 새로 짓는 데…….”
나는 서류를 찢으려다가 참았다. 이놈이 예산을 이상한 곳에 쓰는 건 내 잘못도 있었다. 얼마 전까지 나는 모든 문제에 성벽을 쌓아 해결했다. 놈이 요람에도 같은 전략을 적용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창고는 필요 없다. 대신 삼백 년 전 성의 물품 대장을 가져와라.”
“그렇게 오래된 문서가 남아 있을까요?”
“남아 있다. 내가 태어난 기록이 없더라도, 내가 정복한 성의 기록은 남아 있을 테니까.”
입에 담고 나서야 이상함을 느꼈다.
내가 태어났다는 기억은 없는데, 내가 정복한 전쟁들은 날짜까지 기억하고 있다.
***
궁정 서고는 대전 아래 네 층에 걸쳐 있었다. 한 층은 조약과 세금, 한 층은 전쟁 보고서, 나머지 두 층은 읽는 자가 거의 없는 오래된 장부였다.
서고를 관리하는 마렌은 나보다 훨씬 잠을 적게 자는 마법사였다. 정확히는 잘 수 있을 때도 기록을 정리하느라 자지 않는 사람이었다.
“전하. 출생 기록을 통째로 지우는 것은 단순한 은폐보다 어렵습니다.”
그녀가 검은 책을 펼쳤다.
“기록 마법에는 세 가지 흔적이 남습니다. 적힌 내용, 내용이 적혔던 자리, 그리고 내용을 지운 사람의 손길이죠.”
“내 기록에는 무엇이 남았느냐?”
“이상하게도 세 번째만 남았습니다.”
그녀가 유리판을 들어 보이자 빛 속에서 가느다란 바늘 자국들이 떠올랐다. 글자를 긁어낸 흔적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종이의 결 사이에 조그만 구멍들을 뚫어 둔 것 같았다.
“누군가 전하의 출생을 지운 게 아니라, 기록될 수 없도록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기록을?”
“그렇습니다.”
나는 웃을 뻔했다.
마왕에게도 출생 신고가 필요하다니. 그런데 누군가는 그 신고가 이루어지기 전부터 방해했다는 뜻이었다.
“요람의 장소를 알 수 있겠느냐?”
“그림의 나무 결을 보세요. 검은 버드나무입니다. 삼백 년 전 마계 북쪽의 '무명탑'에서만 자랐어요.”
나는 그 이름을 안다.
아니, 알아야 했다.
그런데 그 두 음절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텅 비었다.
무명탑.
젖은 돌바닥과 흔들리는 촛불이 눈앞에 겹쳤다. 누군가 아주 작은 손을 잡고 있었다. 부드러운 목소리가 말했다.
'이름은 네가 가져도 돼.'
나는 책상을 붙잡았다.
“전하?”
“괜찮다.”
하지만 괜찮지 않았다.
기억이 없던 자리에 누군가 다른 사람의 기억을 밀어 넣는 듯했다.
서고에서 나와 복도를 걷는 동안 나는 오래된 승전 기념화 앞에 멈췄다.
그림에는 수십 년 전 북부 전쟁의 내가 있었다. 검은 검을 든 젊은 마왕. 내 뒤에는 타오르는 성과 쓰러진 군사들이 그려져 있었다. 화가는 나를 승리한 군주로 묘사하려 애썼다. 그런데 그림 속 내 얼굴은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았다.
“이 그림도 내가 직접 고른 것이냐?”
옆에서 보고서를 정리하던 마렌이 고개를 들었다.
“예. 이전 궁정 화가가 초안을 세 번 고쳤다고 합니다.”
“왜?”
“처음 두 번은 웃고 있는 얼굴을 그렸다고 합니다. 전하께서 다 버리셨다네요.”
나는 그림을 다시 보았다.
승리하면 웃어야 한다. 적어도 인간들의 승전가에는 그런 장면이 많았다. 그러나 당시의 나는 곁에 선 자들을 믿을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약해 보이는 순간 누군가 왕좌를 노릴 거라고 생각했다.
“마렌. 네가 보기에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살았지?”
그녀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전하를 처음 뵈었을 때부터요. 다만 어릴 적 이야기는 거의 하시지 않았습니다.”
“내가 이야기하지 않은 것인가, 아니면 이야기를 할 수 없는 것인가.”
나는 혼잣말처럼 말했다.
그녀는 잠시 침묵한 뒤 지팡이를 벽에 기대었다.
“전하께서 기억을 잃으셨다는 사실이 두려우십니까?”
나는 곧장 대답하지 못했다.
두려움이라. 나는 스스로 무엇도 두렵지 않다고 믿었다. 성검에 찔려 죽은 기억조차 두 번째 기회를 얻은 지금은 계산 가능한 위험으로 취급했다.
그런데 내가 살아온 삼백 년 중 어느 한 부분이 거짓일 수 있다는 사실은 다른 종류의 공포였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것보다, 내가 누구인지 안다고 믿었던 게 틀렸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
마렌은 기록 도구를 꺼내지 않았다.
그저 그림 옆에서 조용히 기다렸다.
나는 그녀에게 처음으로 물었다.
“내가 돌아온 뒤 달라졌다고 생각하느냐?”
“예. 전하께서는 요즘 질문을 하십니다.”
“원래도 질문은 했다.”
“전에는 답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질문한 사람을 내보내셨죠. 이제는 끝까지 들으려고 하십니다.”
그 말에는 반박할 수 없었다.
나는 승전 기념화에서 시선을 떼었다.
“그럼 이것도 끝까지 확인하자. 기록에 없는 내 어린 시절이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마렌이 작게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눈에는 전쟁을 앞둔 장수의 흥분이 아니라 미지의 자료를 앞에 둔 학자의 긴장이 있었다.
이런 동료와 함께 가는 길이라면 조금 덜 외로울지도 모른다.
***
점심 무렵 아이 방으로 올라갔다.
레온은 요람에서 작은 천 조각을 붙들고 씨름하고 있었다. 미아가 말하길 요즘은 손에 닿는 물건을 무조건 쥐려고 한다고 했다.
나는 새로 산 장난감을 내밀었다. 금속 장식을 모두 제거하고, 잘 부서지는 부분도 없게 만든 나무 고리였다.
“자, 이것을 잡아라.”
레온은 고리를 잠깐 쳐다보더니 내 손가락을 잡았다.
“그건 장난감이 아니다.”
“아기에게는 둘 다 재미있나 보네요.”
미아가 웃었다.
나는 아이가 손을 놓을 때까지 그대로 앉아 있었다. 무엇을 찾아 떠나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미아. 내가 며칠 성을 비워야 할지도 모르겠다.”
“전하의 과거를 찾으러 가시나요?”
나는 놀라서 그녀를 보았다.
“어떻게 알았느냐?”
“요즘 거울을 보실 때 표정이 달라지셨거든요. 평소에는 적을 찾으시는 얼굴이었는데, 이번에는 길을 잃은 사람 같았어요.”
무례한 말이었다. 하지만 묘하게 정확했다.
“레온은 네가 돌보고, 엘라에게도 상태를 계속 확인받아라. 바르톨은 성에 남긴다.”
“전하 혼자 가시려고요?”
“마렌과 갈 생각이다. 군대를 이끌면 적이 눈치챌 테니까.”
미아는 아이의 담요를 고쳐 덮고 말했다.
“전하, 한 가지만 약속해 주세요.”
“무엇이지?”
“무언가를 찾지 못하더라도 돌아오셔야 해요. 여기에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나는 레온의 손에 붙잡힌 손가락을 내려다보았다.
삼백 년 동안 내가 돌아갈 이유는 왕좌였다. 성벽이 무너지면 다시 세우고, 깃발이 타면 새로 만들면 되었다.
하지만 작은 손 하나가 내 손가락을 기다릴 수 있다는 생각은 이상하게도 무거웠다.
“약속하지.”
미아는 그제야 내 손을 놓아 주었다.
해가 지기 전, 나는 레온의 기록장을 넘겼다.
미아는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빠짐없이 적어 두었다. 먹은 양, 잠든 시간, 낯선 소리에 놀란 시각. 그 아래에는 내가 쓰지 않은 문장 하나가 있었다.
'오늘 카르딘 님을 보자 웃었다.'
나는 그 줄을 두 번 읽었다.
“이건 왜 적었느냐?”
미아가 물었다.
“나쁜 일이었나요?”
“아니다. 다만 너무 사소하지 않으냐.”
“사소하지만 내일은 없을 수도 있는 순간이라서요.”
그 말이 마음에 걸렸다.
태어나자마자 기록에서 지워진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가 웃었던 순간도 함께 사라질 것이다. 내가 찾고 있는 과거는 어쩌면 전쟁과 권력의 비밀이 아니라 그런 작고 평범한 날들일지도 모른다.
나는 펜을 들어 한 줄을 덧붙였다.
'아이가 웃는 것을 보고 나도 웃을 뻔했다.'
한참 고민하다가 '뻔했다'를 줄로 지웠다.
그 아래에 다시 적었다.
'나도 웃었다.'
미아가 기록장을 흘끗 보더니 모른 척 뒤돌아섰다.
나는 그 배려를 고맙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
밤에는 옛 전쟁 지도를 펼쳤다.
무명탑은 마계 북방의 황무지 끝에 있었다. 이상한 것은 내 첫 정복 전쟁의 지도마다 그 지역이 빈칸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명령한 측량병들은 그곳만 우회했다.
왜?
나는 오래된 지휘 일지를 뒤졌다. 똑같은 명령이 다섯 번 반복되어 있었다.
'북방 검은 버드나무 숲 진입 금지. 사유 비공개.'
그리고 마지막 줄의 서명을 본 순간 손이 굳었다.
명령자 카르딘.
내 글씨였다.
하지만 나는 그런 명령을 내린 기억이 없다.
더욱 이상한 것은 날짜였다.
내가 마왕군을 창설하기 열일곱 해 전.
그 시절의 나는 지휘관이 아니었다. 황무지에서 홀로 생존하고 있었다고 믿었다.
문서 뒤편에는 작은 손글씨가 덧붙어 있었다.
'첫 번째 아이가 길을 찾으면 종을 치지 말 것.'
나는 그 문장을 여러 번 읽었다.
첫 번째 아이.
그것이 나를 뜻하는지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적어도 한 가지는 알았다. 잃어버린 내 기억 속 누군가는 종소리를 두려워했다.
다음 날 새벽, 나는 무명탑으로 떠나려 했다.
그런데 성문을 막 나서려던 순간 레온의 방에서 소리가 들렸다.
“아…….”
돌아보니 미아가 아이를 안고 서 있었다. 레온은 잠이 덜 깬 얼굴로 허공에 손을 뻗고 있었다.
나는 말에서 내려 가까이 다가갔다.
“금방 돌아오마.”
아기는 내 망토 끝을 붙잡았다.
옛날의 나라면 그 손을 떼어 냈을 것이다.
이번에는 조금 기다렸다.
손가락 하나가 풀릴 때까지.
마왕에게도 출정 인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제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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