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승전 종을 싫어하게 되었다.
한때는 전쟁이 끝날 때마다 가장 높은 탑에서 종을 울리게 했다. 사흘 동안 쉬지 않고 울리는 종소리를 들으면 적국도 우리의 승리를 인정할 거라고 믿었다.
스무 해 뒤의 레온은 그 종을 멈추려 했다고 한다.
그리고 결국 멈추지 못했다.
관측소의 회색 유리 앞에 앉아 나는 청년의 숨소리를 들었다.
'사제 테란을 기억합니다.'
“그가 우리에게 증언했다.”
'종을 친 사실도요?'
“그 사실까지 직접 적었다.”
유리 너머에서 잠시 아무 말도 없었다.
'그분을 미워하지 말아 주세요.'
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의 행동이 가져온 결과는 알아볼 것이다. 하지만 네가 용서한다고 해서 그 일이 없었던 것처럼 쓰지는 않겠다.”
'……알겠습니다.'
“너는 종이 울린 뒤 무엇을 했지?”
미래의 레온이 아주 천천히 대답했다.
'저는 종의 줄을 끊었습니다.'
“테란이 너를 다시 보지 못했다고 하더군.”
'종은 끊어졌는데 소리는 계속 났어요. 그러자 성검이 제 손에서 빠지지 않았습니다. 마치 누군가 제 손목을 붙잡고 있는 것처럼.'
나는 죽던 날의 성검을 떠올렸다.
그 검은 내 가슴을 꿰뚫은 뒤에도 빛을 잃지 않았다.
“그다음은?”
'벽에 아이 하나가 보였어요. 작은 신발을 신고 있었죠. 울고 있었는데 누구도 그 아이를 보지 못했어요.'
나는 벌떡 일어났다.
“그 아이의 얼굴을 보았느냐?”
'아니요. 하지만…… 그 아이가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걸 들었습니다.'
“그 아이가 영이었을까?”
'모릅니다. 그때 저는 당신이 돌아갈 길을 열어 준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제가 뭘 열었는지도 확신하지 못해요.'
나는 의자에 다시 앉았다.
청년의 솔직한 대답이 오히려 믿음직스러웠다. 미래의 레온을 흉내 내는 자라면 아마 모든 질문에 답을 준비해 두었을 것이다.
***
나는 테란에게 연락을 보냈다.
노인은 관측소로 오지 않고도 대화에 참석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했다. 긴 계단을 오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우리는 작은 통신석을 그의 집으로 보냈다.
“테란.”
내가 말했다.
“레온이 종을 끊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오?”
'……용사가 종 아래로 뛰어가는 장면까지 봤습니다. 그다음에는 빛이 났지요.'
“그가 줄을 끊었을 가능성은?”
'그럴 수 있습니다. 종루의 밧줄이 끊어져 있었다는 기록을 본 적이 있어요.'
우리는 두 사람의 증언을 나란히 적었다.
일치하는 부분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을 따로 표시했다. 테란이 보지 못한 장면은 레온의 진술로만 남겨 두었다. 아직 어느 쪽도 최종 사실이라고 쓰지 않았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테란. 그때 용사가 무슨 표정을 지었는지는 기억하오?”
'겁에 질린 것 같았습니다.'
그 말에 유리 너머에서 숨소리가 멎었다.
'맞아요.'
레온이었다.
'저는 무서웠어요. 영웅이 됐다고 세상이 끝나는 건 아니었으니까요. 종을 울리면 사람들의 시간이 다시 정리된다고 했는데, 누가 남겨지는지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았어요.'
그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검이 손에서 떨어지지 않아서 더 무서웠습니다. 제 손으로 한 일이 누군가를 가두는 건 아닐까 해서.'
나는 책상 아래에서 주먹을 쥐었다.
“레온. 네게 그 책임을 모두 지우지 않겠다.”
'하지만 제가 검을 들었잖아요.'
“네가 한 선택은 따져 봐야 한다. 그렇다고 그 검을 만든 자와 명령을 내린 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멀리서 테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말은 저에게도 필요하군요.'
테란과의 통화가 끝난 뒤 나는 관측소 창가에 서 있었다.
마렌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미래의 레온이 무서웠다고 말했을 때, 전하 표정이 조금 바뀌셨어요.”
“그런가?”
“어릴 때의 레온이라면 바로 안아 주셨을 것 같아서요.”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스무 해 뒤의 레온은 키가 크고 검을 들 줄 아는 청년이었다. 그런 사람에게 '괜찮다'고 말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나는 그를 오랫동안 적으로만 기억했으니까.
“그때는 내가 그를 무서워했다.”
“마왕께서요?”
“죽이는 힘을 가진 자였으니까.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했고, 그가 원하는 것은 세상을 구원하는 것뿐이라 생각했다.”
마렌은 창밖을 잠시 바라보았다.
“전하도 그때는 두려우셨겠군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두려웠다는 사실이 내가 한 일을 가볍게 만들지는 않는다.”
창밖 산기슭에는 어린아이를 데리고 대피하던 가족들이 남긴 수레바퀴 자국이 있었다. 그들 중 많은 사람이 내가 일으킨 전쟁 때문에 집을 떠났을 것이다.
나는 새로운 전쟁을 벌여 모든 과거를 지울 수 없다.
다만 이제부터 누군가가 무섭다고 말할 때 그 말을 조롱하지는 않으려 한다.
그게 나와 레온 사이에서 가장 늦게 시작된 대화인지도 모른다.
***
통신을 마칠 무렵 레온이 한 가지 더 말했다.
'카르딘. 저는 그 복도에서 그분을 본 적이 있어요.'
“아르헨을?”
'네. 문이 열리지 않자 제게 손을 내밀었어요. 그런데 손을 잡으려던 순간 종이 울렸습니다. 그러면 저는 같은 문 앞에서 다시 시작했죠.'
“몇 번이나?”
'셀 수 없을 만큼요.'
나는 가만히 유리를 바라보았다.
“그분이 네게 이름을 물었나?”
'한 번은요. 저는 레온이라고 했습니다. 그분은 이상하게 웃으면서 말했어요. 자기 아이도 언젠가 그 이름을 듣게 될 거라고.'
“영을 말하는 것인가?”
'아마도요. 그런데 그다음 말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나는 기록판을 덮었다.
또렷해진 사실은 몇 가지뿐이었다. 성검과 종이 같은 기계에 묶여 있었고, 누군가는 그 틈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었다. 미래의 레온은 마지막 전투 뒤에도 누군가를 지키려 했다.
그리고 그가 '집에 가고 싶다'고 말했을 때, 나는 처음으로 그 말을 용사의 간청이 아니라 아이가 성장해 할 수 있는 가장 평범한 부탁으로 들었다.
***
마왕성에 돌아와 레온의 방에 들어가니 녀석이 내 검집 위에 딱지를 올려놓고 있었다.
“아빠, 이겨!”
“무엇을?”
“딱지!”
나는 마왕이므로 대충 질 수 없었다.
그런데 세 번을 연속으로 졌다.
레온은 기뻐서 소리를 질렀다.
나는 웃었다.
미래의 레온이 승리라는 말을 조금은 다른 뜻으로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쓰러뜨리는 것 말고도 이기는 방법이 있다는 뜻으로.
제138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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