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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137화
PAYLUA ORIGINAL · 제137화

137화. 아르헨이 서명하지 않은 두 번째 계약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3,032자

오프라인 책장
나는 자주 서명을 했다. 전쟁에 나갈 군대가 정해지면 서명했고, 적국이 항복하면 서명했고, 식량 창고가 비면 또 서명했다. 내 이름을 적으면 세상이 움직인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어린 영이 어떤 서명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들었을 때는 웃음부터 나왔다. 당시의 나는 글을 몰랐다. 영이라는 한 글자조차 손가락으로 따라 그리기 어려웠다. 그런 아이가 동행자 출구의 대체 도착을 승인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었다. “서명 원본을 찾았다면서?” 나는 마렌에게 물었다. “네. 이번에는 복제된 글씨가 아니라 실제 입력 장치를 찾았습니다.” 그녀는 오래된 목판을 내밀었다. 작은 손바닥 크기의 오목한 홈이 파여 있었다. 손바닥을 대면 잉크 대신 마력의 흔적을 남기는 방식이었다. “손도장을 받았군.” “받았을 수도 있고 강제로 눌렀을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인지 목판만으로는 알 수 없어요.” 나는 오목한 홈을 바라보았다. 손바닥 크기는 지금 레온의 손만 했다. 내 어린 시절의 손이었다. *** 아르헨은 목판을 보자마자 표정이 굳었다. “그거…… 기억나.” “언제 보셨습니까?” “북쪽 집을 떠나기 전날. 누군가 아이가 집으로 돌아가려면 손을 대야 한다고 했어.” “누가?” 그녀는 한참 망설이다 대답했다. “검은 장갑을 낀 안내인.” 나는 이가 맞부딪칠 정도로 턱에 힘을 주었다. 기억 속에서 검은 장갑의 남자가 나를 문 앞으로 데려가던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그가 친절한 사람이라고 믿었다. 신발이 젖었다며 마른 천도 건네주었으니까. 아르헨이 말을 이었다. “나는 싫다고 했어. 영은 무슨 뜻인지 모르는 아이였으니까.” “그 뒤에는?” “그 사람이 내가 아니라 아이의 손이 필요하다고 했어. 그러면 모두 안전하게 집에 갈 거라고.” 그녀는 목판의 가장자리를 짚었다. “나중에 문이 열렸을 때, 너는 밖으로 나왔어. 그런데 다른 쪽 문은 닫히지 않았지.” 나는 숨을 고르며 물었다. “그때 다른 분은?” “……기다리고 있었어. 나는 한 발 늦게 닫히는 문 쪽을 봤는데, 내 얼굴이 보였던 것 같아.” 그녀는 자기 기억을 믿지 못했다. 하지만 기억하지 못하는 틈을 누가 임의로 채워 넣게 두고 싶지는 않아 보였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모르겠어. 내가 아이를 데리고 나온 건지, 그 아이를 데리고 나오는 나를 누군가 보고 있었던 건지.”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모르셔도 됩니다. 함께 확인합시다.” *** 회색 유리 너머의 아르헨은 목판 이야기를 듣더니 오래 침묵했다. '그 사람은 오른손에 장갑이 없었어요.' 나는 고개를 들었다. “어느 손에?” '왼손만 검게 가리고 있었죠. 오른손에는 작은 상처가 있었어요. 손목 가까이, 별 모양.' 나는 마렌에게 기록을 확인하게 했다. 관측소에서 발견한 오래된 그림에는 안내인의 오른손이 그려져 있었다. 마모되어 잘 보이지 않았으나 손목 바로 위에 작은 점 다섯 개가 있었다. “당신은 그 사람이 무엇을 말했는지 기억하십니까?” '아이의 손은 허락이 아니라 열쇠라고 했어요.' “그 말의 뜻은?” '모르겠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 말을 믿지 않아요.' 그녀가 숨을 골랐다. '그 아이는 우리에게 돌아오고 싶다고 했지, 다른 사람을 가두어 달라고 한 적이 없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을 것이다. 어린 영은 세상을 바꿀 힘도, 계약을 읽을 능력도 없었다. 그저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을 뿐이다. 나는 목판을 다시 들여다봤다. 손바닥 자국의 바깥쪽에는 작은 홈이 하나 더 있었다. 자국을 남긴 사람이 다른 손으로 무언가를 쥐고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이건 무엇이지?” 마렌이 확대경을 가져왔다. “물체가 눌린 흔적이에요. 천의 매듭 같기도 하고, 작은 돌멩이 같기도 합니다.” 나는 어린 시절 천 신발을 떠올렸다. 아르헨은 내가 겁먹을 때마다 손에 쥐여 주던 둥근 나무구슬이 있었다. 움직이면서 하나씩 세라고 했다. 세는 동안 숨을 천천히 쉬게 하려고. “작은 구슬일 수도 있나?” “가능하죠.” 나는 구슬의 크기를 손가락으로 표시했다. 그때 관측소 기록실에서 기술자 하나가 달려왔다. “장치의 작동 순서가 복원됐습니다!” 기록에는 손바닥 입력 다음에 관리자 이름이 채워졌다는 사실이 남아 있었다. 순서가 중요했다. 어린 손이 닿았기 때문에 허락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손이 닿자 관리자가 허락란을 자동으로 채운 것이었다. “그럼 내 이름을 적은 건 내가 아니군.” “네. 적어도 이 화면에 보이는 서명은 관리자 자동 처리입니다.”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것으로 모든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미래의 나는 사람을 죽이고 나라를 빼앗았다. 과거의 행동은 따로 책임져야 한다. 하지만 어린 시절 누군가 강제로 만든 계약까지 내 의지였다고 받아들일 이유는 없었다. 나는 목판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이 차이를 기록하자.” 마렌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어린아이의 손을 썼다는 사실과 그 아이가 동의했다는 주장은 같지 않으니까요.” *** 조사가 끝나자 마렌이 새로운 증거 대장을 만들었다. '영의 손바닥 입력: 실재 가능성 높음.' '동의로 해석할 근거: 확인되지 않음.' '원본 설계: 직접 응답 없는 이동 완료 불가.' 나는 마지막 문장에 길게 선을 그었다. 그렇다면 길을 고친 자는 어린아이의 손을 갖다 댄 뒤 그걸 허락으로 둔갑시킨 셈이었다. 바르톨이 물었다. “전하. 그놈을 찾아 처단하실 겁니까?” “찾을 것이다.” “그다음에는?” “먼저 다른 아이에게 같은 짓을 못 하게 만들겠지.” “처단은?” 나는 잠시 생각했다. “그 뒤에도 할 일이 남아 있으면 법정에 세워야 할 거다.” 바르톨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이었다. 나도 예전 같았으면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날 밤 레온이 종이를 내밀었다. 물감으로 찍은 작은 손바닥 자국이었다. “아빠, 선물.” 나는 종이를 받았다. “이건 누구 허락으로 찍었지?” “내가!” “그래. 네 손은 네 것이다.” 레온이 웃었다. 나는 그 그림을 왕좌 뒤가 아니라 아이 방 벽에 붙였다. 거기에는 계약도, 명령도 필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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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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