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나는 창문부터 닫는다.
예전에는 창문이 젖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다. 마왕성의 복도는 넓고 난로는 많았다. 그러나 레온은 비 오는 날 창턱에 올라가 물방울을 세려 한다. 그 뒤로 나는 기상 보고서보다 창문 잠금장치를 더 꼼꼼히 확인하게 되었다.
그날 북부 관측소에는 비가 왔다.
유리 바깥의 산길은 진흙탕이 되었고, 굵은 빗줄기가 지붕을 두드렸다. 그런데 유리 너머의 복도에는 물기가 하나도 없었다.
“그쪽 날씨는 어떻지?”
내가 물었다.
미래의 레온이 잠시 생각하더니 답했다.
'항상 같습니다. 하늘이 보이는 창이 있는데, 구름도 움직이지 않아요.'
“창밖에 무엇이 있나?”
'검은 산 하나. 끝에 흰 탑이 있습니다.'
브람이 지도를 펼쳤다.
“영번 관측소의 옛 그림과 비슷합니다.”
라기스는 펜을 들었다.
“하지만 저쪽에서 보는 풍경이 실제 위치라는 보장은 없어요. 기록된 이미지일 수도 있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먼저 물건을 보내 보자.”
“어떤 걸요?”
“사람이 아니라 물건. 다만 문에 들어가기 전에 우리가 다시 가져올 수 있는 것.”
우리는 작은 쇠종 하나에 끈을 달았다.
***
쇠종을 보내기까지 반나절이 걸렸다.
끈은 내화성 섬유로 만들었고, 마력을 흘리지 않는 피복으로 감쌌다. 실험대 옆에는 모래시계 두 개가 놓였다. 하나는 안쪽 통로에, 다른 하나는 바깥에 두어 시간이 엇나가는지 확인했다.
브람이 말했다.
“전하. 들어간 물건이 돌아오지 않으면 즉시 중단합니다.”
“좋다.”
“그리고 절대로 검을 넣지 마십시오.”
“왜?”
“칼집째 넣으실까 봐요.”
“나는 그렇게 성급하지 않다.”
브람은 대답 대신 나를 보았다.
나는 시선을 피했다.
어쩌면 옛날에는 그랬을 수도 있다.
쇠종은 천천히 문턱을 넘어갔다.
끈의 첫 마디가 사라지고, 두 번째 마디가 유리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당기는 힘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바깥 모래시계가 세 번 멈칫했다.
“수치 기록!”
라기스가 외쳤다.
나는 곧바로 끈을 잡았다. 손끝에 차가운 떨림이 느껴졌다.
'거기 무엇이 왔어요?'
미래의 레온이 물었다.
“작은 종이다. 만지지 마라.”
'보입니다. 그런데 움직이지 않아요.'
“무슨 뜻이지?”
'공중에 매달려 있어요. 소리도 안 나요.'
나는 끈을 한 번 흔들었다.
쇠종은 우리 쪽에서는 분명 흔들렸지만 저쪽에서는 움직이지 않았다. 문턱을 넘은 물체와 관측된 모습이 어긋났다.
“당겨.”
나는 명령했다.
브람이 천천히 끈을 되감았다.
쇠종이 돌아왔다. 실험대에 올려놓고 보니 금속 표면에 작은 물방울 하나가 맺혀 있었다.
“이상하군. 저 안에는 비가 오지 않는다면서.”
라기스가 물방울을 수정병에 담았다.
“성분을 확인하겠습니다.”
브람은 모래시계의 차이를 기록했다.
바깥에서는 여덟 번의 호흡이 흘렀다.
안쪽에서는 두 번이었다.
나는 실험을 중단했다.
사람을 넣었더라면, 우리가 말을 몇 마디 하는 동안 그에게는 몇 년이 흘렀을지 알 수 없었다.
장치를 분리한 뒤에도 우리는 실험대를 떠나지 않았다.
헤딘이 굳은 표정으로 나타났다.
“바깥 감시병들이 문이 열렸다고 오해하고 있습니다. 소문이 벌써 마을까지 퍼졌어요.”
나는 창밖의 빗줄기를 보았다. 누군가 기쁜 소식을 기다릴 때, 작은 실험 하나도 기적처럼 번지는 법이다. 그 기대를 이용하면 왕은 쉽게 영웅이 될 수 있다. 내가 예전에 쓰던 수법이었다.
“주민들에게 사실 그대로 알리자. 물건 하나가 문을 넘었고, 사람은 아직 못 보낸다고.”
“실망할 텐데요.”
“그래도 알아야 한다. 나중에 더 위험한 시험을 막아 줄 사람들도 그들이다.”
헤딘은 고개를 끄덕이고 통신실로 내려갔다.
잠시 후 브람이 쇠종의 표면을 확대해서 보여 주었다. 녹슨 부분이 앞뒤로 바뀌어 있었다. 문턱을 넘기 전에는 손잡이 쪽에 있던 작은 긁힘이 돌아온 뒤에는 아래쪽에 있었다.
“내가 잘못 본 건가?”
“아니요. 저도 확인했습니다. 기록 수정은 하지 않았어요.”
그는 두 장의 도면을 나란히 놓았다.
“물건이 옮겨 간 게 아니라 그 모양을 기억한 다른 물건이 돌아온 걸 수도 있습니다.”
나는 식은땀이 났다. 사람이 저 문을 넘었다가 돌아왔다면, 그가 진짜 그 사람인지 확인하는 일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뜻이었다.
“이번 물건은 따로 봉인해라. 원래 쇠종은 어디에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브람은 대답했다.
“그래서 다음 시험은 더 신중해야 합니다.”
나는 쇠종을 내려다보았다. 작은 금속 조각 하나가 내게 가르친 것은 통로가 열린다는 사실보다, 우리가 모르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하는 사실이었다.
***
해 질 무렵 결과가 나왔다.
쇠종에 맺힌 것은 물이 아니었다. 수정병 안에는 빛나는 작은 실 한 가닥이 떠 있었다.
마렌이 기록을 대조했다.
“영번 귀가실에 쓰인 붉은 실과 성질이 같습니다. 다만 색이 하얗게 바랬어요.”
나는 신발 안쪽에서 발견한 붉은 실을 떠올렸다.
“그렇다면 통로 안에는 아직 옛 출구의 흔적이 남아 있는 건가.”
“가능성이 있습니다. 문제는 그 흔적을 따라가려 하면 장치가 사람의 시간을 붙잡는다는 거예요.”
나는 기록판에 적힌 시간을 보았다.
우리는 길을 찾으려고 왔다. 그러나 이 길은 누군가를 먼저 묶어 두도록 고쳐져 있었다.
문을 무너뜨리면 잔류자들을 잃을 수 있다. 열어 놓기만 하면 현재의 아이가 위험하다.
싸우기 편한 상대였다면 좋았을 것이다. 검으로 베면 적어도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있으니까.
그때 라기스가 말했다.
“전하, 이 실에는 매듭이 있습니다.”
“매듭?”
“문자처럼 묶여 있어요. 여러 번 묶은 흔적이 아니고, 의도적으로요.”
나는 가까이 다가갔다.
붉은 실을 묶던 아르헨의 손가락이 기억났다.
그녀는 내가 글자를 배우기 전에도 매듭으로 말을 남길 수 있다고 했다. 세 번 묶으면 '기다려', 두 번 묶으면 '돌아가자'였다.
하얗게 바랜 실에는 작은 매듭이 네 개 있었다.
나는 그 의미를 몰랐다.
이제는 그녀에게 물을 수 있었다.
“아르헨을 불러라. 다만 지금 곧바로 오시라고 하지 말고. 오늘은 이미 먼 길을 걸으셨으니까.”
마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밤, 나는 창문을 닫았다.
레온은 침대에서 물었다.
“아빠, 비 안 와?”
“밖에는 온다.”
“여기는?”
“따뜻하니까 괜찮다.”
녀석은 창을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나는 그런 평범한 밤을 누군가에게도 되돌려 주고 싶었다.
하지만 내일 확인해야 할 매듭이 하나 더 있었다.
제134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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