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듣고 싶은 목소리와 다시는 듣고 싶지 않은 목소리가 있다.
나는 둘 다 잘 안다. 전쟁터에서 나를 부르던 부하의 마지막 외침은 아직도 꿈에 나온다. 그리고 내가 어릴 적 들었던 자장가는 삼백 년이 지나도록 한 음절도 잊지 못했다.
그런데 북부 관측소의 통신석에서 흘러나온 것은 그 두 가지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다.
'영아. 너는…… 이제 집에 왔니?'
아르헨의 목소리였다.
틀릴 수 없었다. 어린 내게 신발 끈 묶는 법을 가르치고, 잠들기 전 창문을 세 번 확인하던 여자의 목소리. 다만 이상할 만큼 나이가 들어 있었다. 숨 사이에 마른 기침이 섞였고, 마지막 말끝은 먼 길을 걸어온 사람처럼 갈라졌다.
나는 천 신발을 넣어 둔 서랍 앞에 멈춰 서 있었다.
아르헨은 살아 있다. 며칠 전 시각시 외곽에서 직접 만났다. 그녀는 내 손을 잡았고, 내가 어린 시절 신던 신발의 다른 한 짝을 보여 주었다. 죽은 사람의 유령을 착각할 여지는 없었다.
그런데 왜 거기에도 아르헨이 있는가.
“전하?”
문 앞에 선 미아가 물었다.
“얼굴이 좋지 않으세요.”
“북쪽에서 목소리가 왔다.”
“그분의 목소리인가요?”
내가 대답하지 않자 미아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레온은 내 무릎에 기대 잠들어 있었다. 푸른 곰의 꿰맨 귀를 손에 쥔 채였다.
“지금 가실 건가요?”
나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가야 한다.”
“그럼 먼저 재우고 가세요. 안고 뛰어가실 수는 없으니까.”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었다. 나는 미래의 용사와 두 번째 아르헨을 찾아 헤맬 수 있는 마왕이지만, 아이를 안고 찬바람 속으로 뛰어나갈 만큼 무책임한 보호자는 아니었다.
레온을 침대에 눕히자 녀석이 눈을 반쯤 떴다.
“아빠?”
“잠깐 다녀오마.”
“문?”
“그래. 문을 살펴보러.”
“꼭 닫아.”
“……알겠다.”
나는 방문을 아주 조용히 닫았다. 그것이 오늘 밤 첫 번째 성공이었다.
***
관측소에서는 아무도 종을 치지 않았다고 했다.
나는 통신석으로 연결된 마렌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뒤에는 브람과 라기스가 장치를 분해하지 않은 채 관찰하고 있었다. 129화에 설치한 세 곳의 긴급 차단 장치는 모두 봉인된 상태였다.
“음성이 다시 들렸나?”
“한 번 더요. 다만 처음과 똑같았습니다. 쉼표까지.”
마렌이 기록판을 보여 주었다.
'영아. 너는 이제 집에 왔니?'
“녹음된 말일 수 있겠군.”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앞에 있던 호흡 소리는 달랐어요.”
나는 유리판을 보았다. 나무문을 통한 실제 이동 기능은 꺼져 있었다. 그 안쪽에 연결된 음성 통로만 열려 있었다. 이전에 그런 구분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레온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생각하기도 싫었다.
“생존 반응 두 명이라는 표시는?”
“남아 있습니다. 다만 실제 육체 둘을 확인한 건 아닙니다. 장치가 두 개의 독립된 응답원을 읽었다는 뜻이에요.”
라기스는 '생존'이라는 글자에 붉은 선을 긋고 그 옆에 '응답'이라고 적었다.
나는 그 수정이 마음에 들었다. 불확실한 사실을 확정된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언제나 문제의 시작이었다.
“그럼 아르헨에게 직접 물어야겠군.”
“모셔올까요?”
“먼저 설명부터 드려라. 그녀의 목소리를 닮은 무언가를 찾았다고. 만나기를 원하지 않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마렌이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때 회색 유리 너머에서 청년의 목소리가 들렸다.
'카르딘. 아직 거기 있습니까?'
나는 의자에 앉았다.
“레온. 듣고 있다.”
'또 다른 사람이 말했죠?'
“들었느냐?”
'그 목소리는 저보다 먼저 복도를 걸었어요. 종이 울릴 때마다 누군가 아이 이름을 부릅니다.'
“아르헨이라는 이름을 아나?”
'모릅니다. 하지만…….'
레온이 숨을 골랐다.
'그분은 문이 열릴 때마다 먼저 밖을 보라고 했습니다. 자기는 마지막에 가겠다고요.'
나는 검지로 책상을 두드렸다. 마지막에 가겠다는 사람. 먼저 가야 한다고 정해진 사람. 그런 순서가 언제부터 생긴 것인가.
“네가 그곳에 들어온 날은 기억하느냐?”
'마지막 전투 다음입니다. 그런데 이 안에서는 다음 날이 오지 않아요.'
나는 당장 유리를 부수고 싶은 충동을 참았다.
“내가 알아보겠다. 넌 문을 억지로 열지 마라.”
'알겠습니다.'
짧은 침묵 뒤 청년이 덧붙였다.
'그런데…… 어린 저는 잘 지내나요?'
나는 웃음이 나왔다.
“곰의 귀를 수선하는 데 나라의 예산을 쓸 뻔했다.”
'그 곰이 아직 있군요.'
“네가 아는 곰인가?”
'……네. 귀가 조금 삐뚤게 달렸죠.'
나는 잠시 말을 잊었다. 미래의 목소리가 현재의 장난감까지 안다는 것이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녀석의 말끝에서 이상하게도 웃음이 들렸다.
“레온.”
'네?'
“오늘은 저녁을 먹었느냐?”
한참 대답이 없었다.
'이곳에서는 배가 고프지 않습니다.'
그 말이 나를 더 아프게 했다.
“그럼 나올 때 가장 먼저 먹고 싶은 걸 생각해 둬라.”
'수프요.'
나는 눈을 감았다. 지금의 레온도 저녁마다 수프를 찾는다.
“좋다. 미아에게 두 그릇을 부탁해 두마.”
나는 통신석을 끄고도 한참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마렌이 조용히 질문했다.
“전하, 두 목소리의 공통점이 뭔지 아세요?”
“레온과 아르헨 말인가?”
“둘 다 자기 위치를 정확히 설명하지 못해요. 복도와 문, 종소리는 말할 수 있는데 밖에서 보면 어디인지 몰라요.”
그녀는 기록판 한쪽에 세 개의 작은 칸을 그렸다. '보이는 것', '들리는 것', '확인된 것'.
“이렇게 분리하면 어떨까요? 나중에 누가 원래 목소리를 흉내 내더라도, 우리가 사실과 추측을 혼동하지 않을 테니까요.”
“좋다. 아까 오리를 이야기한 건 어디에 넣겠나?”
“들리는 것에요. 현재의 레온이 오리를 알고 있다는 것도 따로 기록하고요. 하지만 두 사실이 연결됐다는 주장은 아직 못 하죠.”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미래의 내 아들 목소리를 들었는데도 확인된 건 적군.”
“전하께서 가장 먼저 그렇게 하자고 하셨잖아요.”
맞는 말이었다. 나는 혼자라면 분명 유리에 손을 갖다 대고 문을 부쉈을 것이다. 그 안에 누가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는 조급함 때문이었다.
마렌이 빈 기록판을 내밀었다.
“확인된 것에는 뭘 적을까요?”
나는 잠시 생각했다.
“두 목소리를 들었다. 어린 레온에게 자동 연결되던 경로는 현재 차단돼 있다. 그리고…….”
“그리고요?”
“우리는 그들의 질문에 아직 답하지 못했다.”
마렌은 마지막 문장을 적었다.
그것이 부끄럽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거짓으로 답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
밤이 거의 끝날 무렵 마렌의 답장이 도착했다.
'아르헨 님께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직접 듣겠다고 하십니다. 단, 목소리가 자기 것이라는 전제로 검사를 진행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셨습니다.'
나는 짧게 답했다.
'그렇게 하라.'
그리고 창문을 열었다. 북쪽 하늘에 붉은 별이 희미하게 떠 있었다.
나는 아르헨의 목소리를 알아보았다.
그러나 목소리를 알아보는 것과 그 사람의 삶을 아는 것은 달랐다. 과거의 나는 그 차이를 너무 늦게 배웠다.
이번에는 누가 무엇을 기억하는지부터 묻기로 했다.
제131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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