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회의실의 의자가 많을수록 일이 빨리 끝난다고 믿지 않는다.
왕좌 하나만 두었을 때는 간단했다. 내가 말하면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으니까. 하지만 그 시절의 결정은 자주 틀렸다. 누구도 틀렸다고 말하지 못하는 왕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비싼 실수를 저지르는 법이다.
오늘 시각시 회의실에는 여덟 개의 의자가 놓였다.
성왕국의 로잘린, 기술자 브람과 라기스, 기록자 마렌, 북부에서 온 헤딘, 나울 마을의 네라, 옛 신전 사제 테란, 그리고 나.
그런데 마렌이 아홉 번째 의자를 가져왔다.
“누가 더 오나?”
“아직은 아무도요.”
“그럼 왜 놓았지?”
“우리에게 아직 말하지 못한 사람이 있다는 걸 잊지 않으려고요.”
나는 의자를 보았다.
빈자리는 사람을 대신할 수 없다. 하지만 빈자리를 없애 버리면, 우리가 누구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는지조차 잊어버릴 수 있다.
“좋아. 다만 자리에 이름을 쓰지는 마라.”
***
우리는 동행자 출구를 고치는 계획을 펼쳤다.
장치에는 두 가지 서로 다른 기능이 붙어 있었다. 하나는 귀환자의 도착을 기록하는 일. 다른 하나는 길이 닫히지 않도록 누군가의 시간을 붙잡는 일.
본래는 별개의 작동이어야 했다. 하지만 오르세 계정의 개정 이후 두 기능이 하나가 되었다. 한 사람이 도착하면 다른 사람은 경로를 지키는 역할로 남았다.
“둘을 분리하면 되지 않나?” 바르톨이 물었다.
브람은 고개를 저었다.
“평범한 문이라면 경첩을 갈면 되겠지요. 하지만 지금 두 기능 사이에는 시간이 흘러갑니다. 한쪽을 끊으면 다른 쪽에서 사람이 튕겨 나갈 수도 있어요.”
나는 테란이 가져온 종의 추를 꺼냈다.
“그럼 길을 유지하는 일을 사람 대신 이것에 맡길 수 있나?”
라기스가 조심스럽게 추를 살폈다.
“추는 주기를 기억합니다. 하지만 무한히 버틸 수는 없어요.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동력이 필요합니다.”
“사람의 시간이 아닌 다른 에너지를 쓸 수 있다면?”
브람이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마왕성의 화염로. 거기는 매일 버려지는 열이 많습니다.”
“그걸 그대로 쓰면 문이 녹아내릴 것이다.”
“그래서 제가 필요하지요.”
마렌이 웃었다.
“브람이 자신을 칭찬하다니 보기 드문 일이네요.”
“대장장이는 문을 잘 고칩니다. 다만 이번에는 못이 좀 특이하군요.”
로잘린은 신성 결계로 열을 분산시키는 방법을 제안했다. 나는 잠시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마왕의 화염과 성왕국의 신성이 나란히 쓰일 날이 올 줄 누가 알았을까.
***
시험 전에 우리는 두 마을의 대표에게 먼저 알렸다. 통로 실험이 실패하면 북부 관측소 주변의 시간 감각이 잠시 어긋날 수 있었다. 이전에 나울에서 벌어진 기억 소실과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었다.
“그럼 실험을 아예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네라가 물었다.
“그렇게 판단할 근거가 생기면 멈출 거다.”
나는 준비한 지도를 펼쳤다.
“지금은 위험 지역에서 사람을 이동시키고, 남아 있는 주민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하려 한다. 이동하지 않겠다는 사람에게는 독립된 기록 장치를 제공하겠다.”
헤딘이 덧붙였다.
“대피로는 두 개입니다. 통신이 끊겨도 하루에 세 번 순찰할 사람을 배치했습니다.”
“아픈 사람이나 아이는요?”
“의료진과 양육자가 함께 이동할 수 있도록 먼저 길을 살폈습니다.”
나는 네라를 바라보았다.
“모든 위험을 없앨 수 있다고 거짓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네 마을에 무슨 일이 생기면 그 사실부터 숨기는 일은 없게 하겠다.”
네라는 한참 지도를 보았다.
“알겠습니다. 주민들에게도 그렇게 설명하죠.”
마렌은 그 대화를 기록했다.
무척 번거로운 절차였다. 내가 왕좌에서 손가락 하나만 들어도 끝낼 수 있을 법한 일이었다.
그러나 힘으로 시간을 줄이면 누군가 그만큼의 설명을 잃는다. 나는 이제 그 값을 조금은 안다.
***
시험은 사람 대신 두 개의 모래시계로 했다.
첫 번째 시계가 문 안에 들어가면 두 번째는 밖에서 같은 속도로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어느 쪽도 시간이 없어지거나 늘어나지 않아야 한다.
첫 시도에서는 모래가 한쪽으로 쏠렸다.
두 번째에는 문이 열리지 않았다.
세 번째에는 두 시계가 동시에 멈췄다.
“실패.”
브람이 기록했다.
“그래도 사람은 다치지 않았지.” 내가 말했다.
“맞습니다. 그 점에서는 성공입니다.”
라기스가 새 회로를 연결하자 네 번째 시험에서 두 시계가 같은 속도로 움직였다.
모래 한 줌이 더해지지도 빠지지도 않았다.
나는 처음으로 어깨의 힘을 풀었다.
“이제 사람을 보낼 수 있나?”
“아직입니다.”
“그럴 줄 알았다.”
“신호가 어디로 향하는지 확인해야 해요. 통로가 열려도 도착지가 안전하지 않으면 소용없습니다.”
그 말은 옳았다.
***
그러던 순간 회의실의 중앙 시계가 멈췄다.
유리판 위에 낯익은 문장이 나타났다.
[오르세 관리자 권한 회수. 실험 승인 취소.]
렌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카르딘. 나는 이미 경고했습니다.”
“내가 뭘 하려는지 보았나?”
“보았습니다. 당신들은 저장된 시간을 해방하려 합니다. 그러면 다른 지역의 보정이 무너집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수치와 위험 범위를 보여라.”
“지금 공개하면 혼란이 벌어질 겁니다.”
“혼란이 무서워 사실을 숨긴 결과가 지금의 이 꼴이다.”
렌오는 잠시 침묵했다.
“나는 모든 사람을 한꺼번에 구하고 싶었습니다.”
“그 마음은 알겠다. 하지만 하나의 장치가 모든 사람을 계산하도록 만들면, 누군가는 영원히 대기 중으로 남는다.”
“그럼 당신에게는 방법이 있습니까?”
“아직 완전하지는 않다. 그래서 여기에 다른 사람들을 불렀지.”
나는 빈 의자를 가리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빠진 사람의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
***
렌오가 사라진 뒤 중앙 시계 아래에서 작은 틈이 열렸다.
그 안에는 오래된 기록판 하나가 숨겨져 있었다.
[관리자 변경 이전 안전장치: 잔류자의 직접 응답이 없는 한 이동 완료 처리 불가.]
[현재 상태: 우회됨.]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아홉 번째 의자가 누구를 위한 자리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 자리는 내가 대신 앉을 수 없었다.
회의가 끝날 무렵 브람은 긴급 차단 장치를 한 번 더 시험했다.
커다란 붉은 손잡이를 당기면 귀환 실험에 쓰는 에너지가 차단됐다. 문을 완전히 파괴하지 않으면서 위험한 이동만 멈추는 장치였다.
“여기 손잡이는 누가 당깁니까?”
내가 묻자 브람은 나를 가리켰다.
“전하께서……”
“아니다. 내가 없는 때에는?”
“그럼 제가……”
“네가 쓰러지면?”
브람은 한동안 입을 벌리고 있었다.
결국 우리는 손잡이를 세 곳에 설치했다. 외부 관측실 하나, 지하 작업실 하나, 그리고 관측소 바깥의 통제실 하나. 어느 쪽에서든 긴급 정지가 가능하도록 했다.
그 모습을 본 로잘린이 말했다.
“마왕께서 가장 강한 무기를 세 사람에게 나누어 주셨네요.”
“무기는 아니다.”
“전하에게는 무기보다 중요한 권한일 수도 있겠지요.”
나는 부정하지 않았다.
한때는 내가 곁에 있을 때만 안전한 성이 훌륭한 성이라고 믿었다. 지금은 내가 잠들어 있거나 전장에 있더라도 사람들이 스스로 위험을 막을 수 있어야 좋은 성이라는 것을 안다.
그때까지도 우리는 그 사실이 곧 시험에 들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
그때 종의 추가 혼자 울렸다.
땡.
회색 유리 너머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 누구 있습니까?'
나는 손을 뻗었지만 유리를 건드리지 않았다.
“마왕 카르딘이다. 네가 누구인지 직접 말해 줄 수 있겠나?”
오래 침묵하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내 이름은 레온입니다.'
나는 숨을 멈췄다.
'하지만 당신이 아는 레온과 같은 시간에 살고 있지는 않습니다.'
제129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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