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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128화
PAYLUA ORIGINAL · 제128화

128화. 성검을 놓지 못한 용사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3,870자

오프라인 책장
죽음 뒤의 일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나는 한 번 죽고 돌아왔다고 생각했지만, 돌아왔다는 사실이 내가 죽은 뒤의 모든 일을 안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그때부터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을 놓쳤을지도 모른다. 로잘린이 성왕국의 퇴역 사제를 데려왔을 때 나는 그 사실을 깨달았다. 노인의 이름은 테란이었다. 그는 검은 가죽 가방을 가슴에 안고 있었다. 오른쪽 손가락 두 개가 굳어 있었고, 긴 계단을 오르느라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앉으시오.” 나는 의자를 당겨 주었다. 테란은 잠시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나는 당신을 죽이러 행진했던 사람입니다.” “기억하고 있소.” “그런데 이제는 당신이 의자를 빼 주는군요.” “살다 보면 이상한 일도 일어나지.” 우리는 마주 앉았다. *** 테란은 가방에서 작은 손수건을 꺼냈다. 손수건에는 연한 푸른 실로 별 하나가 수놓아져 있었다. “딸아이가 어릴 때 만들어 준 겁니다.” “지금은?” “이미 어른이 되었습니다. 저는 그 애가 자랄 때 집에 잘 없었지요. 신전에서 마왕을 어떻게 쓰러뜨릴지 토론하느라 바빴으니까요.” 노인은 손수건을 조심스럽게 접었다. “용사가 돌아오지 않은 뒤, 딸은 저에게 물었습니다. '영웅은 집에 못 와도 영웅이에요?' 저는 대답을 못 했습니다.” 나는 그 질문을 들으며 마음이 무거워졌다. “당신은 레온이 영웅이라고 생각하오?”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그 영웅이 무엇을 원했는지도 물어야겠군.” 테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우리는 승리했다는 사실만 기록했습니다. 누가 어떻게 살아남았고 누가 돌아오지 못했는지는 역사에 남기지 않았지요.”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가 물었다. “마왕께서는 저를 죽이고 싶지 않습니까?” “당신이 내 적이었다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오늘 필요한 것은 오래전 원한보다 당신이 본 장면이다.” “다른 사람이라면 저를 비겁하다고 부를 겁니다.” “그럴 수도 있다.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증언이 그때의 실수를 없애 주지는 않으니까.” 나는 잠깐 말을 멈췄다. “그래도 듣겠다.” 그는 손수건을 무릎에 올려놓고 전투의 마지막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 테란은 마지막 전투 당시 성검의 기록을 담당했다고 했다. “왕좌의 방에 들어간 사람은 용사 한 명이었습니다.” “그것은 나도 기억하오.” “하지만 제가 도착했을 때는 마왕의 몸이 없었습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시신이 없었다고?” “검은 재만 남아 있었습니다. 용사는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지요.” 그가 오래된 책을 펼쳤다. 그림 속 성검에는 피 대신 희미한 시곗바늘 모양이 새겨져 있었다. “당시 성검은 살아 있는 자를 죽이면 빛을 잃도록 설계됐습니다. 그런데 빛이 사라지지 않았어요.” “그럼 검이 나를 죽이지 않았다는 뜻인가?” “아닙니다. 검은 이미 목적을 이루었습니다. 다만 다른 일을 계속하고 있었다는 뜻이지요.” 노인은 잠시 숨을 골랐다. “용사는 저에게 말했습니다. '마왕이 돌아갔다'고.” 나는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 말은 내게 매우 익숙하면서도 기묘했다. 나는 분명 스무 해 전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때 레온이 그것을 알고 있었다면? “그 녀석이 또 무엇을 말했소?” 테란은 책을 덮었다. “'이번에는 이 사람이 아이를 만나게 해 주세요.'” 내 손끝이 굳었다. “……무슨 아이?” “모릅니다. 그에게 물으려 했으나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레온은 다쳤소?” “상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성검이 계속 그의 시간을 끌어다 쓰고 있었습니다. 마치 길을 열어 두려고 횃불을 태우듯이.” 나는 오래전 전쟁터의 냄새를 떠올렸다. 불타는 돌, 피, 차가운 성검. 그때 나는 내가 레온에게 죽는다고 믿었고, 레온은 내가 돌아갈 것이라고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서로를 오해한 채 마지막을 맞이한 것이다. *** “그다음은 어떻게 됐지?” 테란의 목소리가 떨렸다. “저는 지시에 따라 성검을 봉인하려 했습니다. 그러자 용사가 제 손목을 붙잡더군요.” “무엇을 원했소?” “종을 치지 말라고요.” “종?” “신전의 승전 종입니다. 그 종이 울리면 기록 체계가 승리한 편의 시간을 기준으로 세계를 정리한다고 했습니다.” 나는 시각시의 종을 떠올렸다. 한 사람의 기억을 돌려주며 다른 사람의 기억을 빼앗던 장치였다. “당신은 종을 쳤나?” 테란은 고개를 숙였다. “쳤습니다. 저는 전쟁이 끝났다는 걸 알려야 한다고 믿었어요.” “그럼 무엇이 일어났지?” “용사가 저를 밀어내고 종 아래로 달려갔습니다. 그 순간 두 번째 빛이 났지요. 그 후로 저는 용사를 다시 보지 못했습니다.” 테란의 가방 안에는 작은 종의 추 하나가 들어 있었다. “그 자리에 남은 물건입니다. 제가 훔쳤습니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말해야 한다고 생각해서요.” “왜 지금까지 말하지 않았소?” “아무도 듣지 않았습니다. 용사는 위대하게 승리했고, 마왕은 사라졌고, 전쟁은 끝났다는 이야기면 충분하다고 했으니까요.”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지금 말한 것을 들었다. 기록할 거요. 원한다면 이름을 밝히지 않고.” 테란은 처음으로 고개를 들었다. “이름을 남겨 주십시오. 제가 종을 친 것도.” *** 테란은 모든 이야기를 마친 뒤 스스로 이름을 적었다. 손가락이 굳어 글씨가 삐뚤었지만 그는 대필을 거절했다. “제가 한 일을 제가 남기겠습니다.” 나는 그가 끝까지 쓸 때까지 기다렸다. 적게는 세 번, 많게는 다섯 번이나 펜을 내려놓고 손을 주물렀다. 바르톨은 그 모습을 보며 의자를 조금 더 가까이 당겨 주었다. “고맙소.” 테란이 말했다. “나중에 이 기록을 누가 보게 됩니까?” “당신이 허락한 사람부터. 검증 절차가 끝나면 공개 가능한 부분을 구분해 보여 줄 거요.” “용사의 이름은 남겨야 합니다.” “그의 행적은 남길 거다. 다만 그가 원하지 않았을 내용까지 영웅담이라는 명목으로 팔지는 않겠소.” 테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문 앞까지 배웅하자 그는 갑자기 돌아섰다. “마왕님. 그날 용사는 울지 않았습니다.” “무슨 말이지?” “많이 슬퍼 보였지만 울지는 않았어요. 끝까지 무언가를 붙잡아야 하는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그 말이 내 가슴에 박혔다. 나는 그를 죽인 자의 얼굴만 기억했다. 이제야 그날 레온이 무엇을 견디고 있었을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 그날 밤 우리는 종의 추를 관측소에 가져갔다. 추는 마력에 반응하지 않았다. 대신 오래된 시계와 같은 박자로 떨었다. 라기스가 납작한 판을 바닥에 놓았다. “여기서만 울립니다.” “무엇과 연결돼 있지?” “관측소의 동행자 출구입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 다른 통로가 하나 더 있어요.” [잔류 구역. 귀환자의 이동을 유지한 동행자 보관.] 나는 그 문장을 읽자마자 바르톨을 불렀다. “구조 준비를 해라.” “병력을 모으겠습니다.” “병사만 모으지 마라. 의사와 기술자도. 길이 열렸다고 그 안에 있는 자가 멀쩡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알겠습니다.” *** 마왕성에 돌아오자 레온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빠, 책.” “오늘은 좀 피곤하다.” 레온의 얼굴이 금방 시무룩해졌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한 권만이다.” 우리는 곰 그림책을 펼쳤다. 마지막 장에 곰과 친구가 함께 돌아오는 그림이 나오자 레온이 물었다. “늦으면 기다려?” “그럼.” “얼마나?” 나는 잠시 생각했다. “기다리는 사람에게도 밥을 주고 잠잘 곳을 마련해 줄 수 있을 만큼.” 녀석은 그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웃었다. 한참 뒤 잠든 아이를 내려놓으면서 나는 마음속으로 말했다. 스무 해 뒤의 레온. 네가 진짜 그 문 안에 있다면, 네가 원할 때 나올 수 있는 길을 열겠다. 다만 지금의 이 아이를 대신 집어넣지는 않을 것이다. 그 약속만큼은 반드시 지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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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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