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이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문은 열리지 않는 문이다.
예전 같으면 부숴 버렸다. 돌문이면 폭발 마법을 쓰고, 성문이면 용을 불렀다. 문을 만든 장인이 살아 있다면 그에게 직접 열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북부 제로 관측소의 안쪽 문은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저 너머에는 스무 해 뒤의 레온이 남긴 신호가 있을지도 몰랐다. 힘으로 문을 부수면 신호도 같이 사라질 수 있었다.
***
우리는 아르헨의 신발에서 얻은 매듭 좌표를 따라 관측소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 통로에는 두 개의 문이 있었다. 하나는 철로 만들어졌고, 다른 하나는 오래된 나무였다. 철문에는 '귀환', 나무문에는 '동행'이라는 글씨가 있었다.
“이상하군.” 내가 말했다.
“무엇이요?”
“세상을 뒤흔드는 귀환 장치보다 옆의 작은 문이 더 초라하다.”
브람이 나무문을 두드렸다.
“초라한 문은 고치기도 쉽지요.”
라기스가 문틀을 살폈다.
“철문은 반드시 수신처와 귀환 대상을 따로 지정해야 합니다. 동행자 출구는 그런 칸이 없어요.”
“그럼 누구든 함께 걸어 나올 수 있나?”
“그렇게 설계됐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실제로 작동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마렌이 기록을 뒤졌다.
“마지막 사용자는 아르헨과 영. 그리고 그 이후 출구가 봉쇄됐습니다.”
나는 문에 손을 댔다.
차가운 감각이 손바닥을 타고 올라왔다. 동시에 어린 시절의 어떤 장면이 스쳤다. 희미한 비누 냄새, 누군가 내 뺨의 흙을 닦아 주는 손, 걸음이 느려 자꾸 뒤를 돌아보던 사람.
그것이 진짜 기억인지 장치가 보여 준 환상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실험부터 하자.”
브람이 손수건에 싸 둔 작은 나무 인형을 꺼냈다.
“이 녀석을 또 쓰시겠습니까?”
“전에 쓴 인형은 팔이 부러져 있었다.”
“그게 어떻습니까?”
“그럼 이번에는 고친 뒤 보내자. 어느 상태로 돌아오는지 알 수 있잖아.”
브람은 피식 웃더니 인형의 팔에 작은 경첩을 달았다. 나는 주머니에서 레온이 그린 곰 그림을 꺼냈다. 그림을 인형에 묶는 대신 독립된 기록 상자에 복사본을 넣었다. 원본은 집에 돌려보내야 한다.
“인형을 잃어버려도 사람은 다치지 않겠지.”
“그렇습니다.”
“그럼 보내라.”
브람이 작은 수레에 인형을 태워 나무문 틈으로 밀어 넣었다.
문은 소리 없이 열렸다가 닫혔다.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서로 다른 시계 세 개를 지켜봤다. 삼 분이 지났다. 다섯 분. 열 분.
그리고 반대쪽 작은 구멍에서 수레가 굴러 나왔다.
인형은 멀쩡했다. 팔의 경첩도 그대로였다. 하지만 인형이 들고 있던 종이에는 뜻밖의 글씨가 생겨 있었다.
'혼자 돌아올 수 있는 것만 통과.'
마렌이 종이를 읽고 인상을 찌푸렸다.
“동행자 출구라고 해 놓고 혼자 돌아오라니.”
“누군가 뒤늦게 제한을 붙인 모양이군.”
***
첫 번째 시험이 끝나자 헤딘이 기록판을 들고 내게 다가왔다.
“전하, 한 가지 불안한 점이 있습니다.”
“말해라.”
“돌아온 물건은 처음 보냈던 물건과 정말 같은 것입니까?”
내가 눈썹을 찌푸리자 헤딘이 부러진 인형 팔을 가리켰다.
“겉모습이 똑같은 복제품을 내보내는 장치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물건 하나가 왕복했다고 가정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하나가 사라지고 다른 하나가 생겼을 수도 있어요.”
나는 브람을 바라봤다.
“구별할 방법은?”
“내부의 흠집을 확인하겠습니다. 복제할 수 없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쉽게 모방하지 못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지요.”
그는 인형의 팔 안쪽에 작은 홈을 팠다. 라기스는 외부 시계와 연결되지 않은 모래시계를 따로 봉인했다. 세 사람의 눈앞에서 기록을 남긴 뒤에야 다음 시험이 가능했다.
“정말 이것까지 해야 합니까?”
젊은 보조 기술자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물건에서 잘못 이해한 것은 다시 고칠 수 있다. 사람에게 잘못 적용한 뒤에는 그럴 수 없을지도 모르지.”
실험실 안은 조용해졌다.
사람을 들여보내지 않기로 한 결정은 장치가 안전하다는 증거가 나올 때까지 계속 유지했다.
***
우리는 바로 두 번째 시험을 준비했다. 인형을 두 개 만들고, 두 인형을 서로 연결하지 않은 채 함께 밀었다. 한 인형은 빨간 리본, 다른 하나는 파란 리본을 매었다.
이번에는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돌아온 수레에는 빨간 인형 하나만 있었다.
나는 팔걸이를 움켜쥐었다.
“파란 것은?”
브람이 얼굴을 굳혔다.
“수레에 없었습니다.”
“그럼 실험 중단이다.”
“하지만 통과 조건을 더 알아볼 수 있다면…….”
“사람으로 시험할 생각이라면 더더욱 안 된다.”
그때 나무문 너머에서 조용한 두드림이 들렸다.
똑. 똑. 똑.
우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세 번째 두드림 다음에 무언가 바닥을 미끄러졌다. 문틈으로 파란 리본이 나왔다. 그 안쪽에는 인형이 있었다.
수레와 떨어졌을 뿐,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마렌이 두 인형의 상태와 시간을 일일이 기록했다. 그제야 우리는 작은 안도의 숨을 쉬었다.
“돌아오는 속도가 달랐군.”
라기스가 말했다.
“둘을 하나의 이동으로 처리하지 않고 각각 돌려보냈습니다.”
나는 출구의 이름을 다시 보았다.
동행자.
지금 이 장치는 두 사람이 함께 걷는 것을 잊어버린 것 같았다.
***
두 번째 시험 뒤 우리는 문을 곧바로 닫지 않았다. 두 인형의 도착 시각을 비교하느라 한참 걸렸기 때문이다. 붉은 인형은 먼저 나왔고, 파란 인형은 세 번의 두드림 뒤에 나왔다. 같은 출발에도 서로 다른 시간이 걸렸다.
“이곳의 시간은 길이처럼 늘어나는군.”
내 말에 라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늦게 돌아오는 사람을 실종이라고 곧바로 표시하면 안 됩니다. 아직 길을 걷고 있을 수도 있거든요.”
나는 그 말을 듣고 오래전 전쟁터를 떠올렸다. 후퇴 대열에서 뒤처진 병사들을 실종으로 처리한 순간부터 그들을 찾으러 보내는 인원이 줄었다. 길에 남은 자들은 통계가 되었다.
“그럼 귀환 장부에도 새로운 칸을 넣어라.”
“어떤 칸입니까?”
“'아직 돌아오는 중.'”
마렌이 펜을 들었다.
“기존에는 도착 또는 실패뿐이었어요.”
“그 둘만으로는 부족하지. 기다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우리는 시간에 따라 상태를 갱신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독립된 수색 담당자에게 알리는 규칙을 적었다.
아주 평범한 제도였다. 그런데 이 도시에서는 아무도 만들 생각을 하지 못했다.
누군가 늦으면 기다릴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잊고 있었기 때문이다.
***
밤이 되자 집에 돌아왔다.
레온은 바닥에 인형 두 개를 세워 놓고 있었다. 하나는 내 모습을 흉내 낸 검은 망토 인형이고, 다른 하나는 파란 곰이었다.
“둘이 간다.”
녀석이 말했다.
“어디로?”
“집.”
“집이 여기인데?”
“놀고 와서 집!”
아주 훌륭한 계획이었다.
나는 인형 둘을 한 손씩 잡았다.
“그럼 둘 다 돌아와야겠군.”
“응. 같이.”
그 말이 묘하게 마음에 남았다.
잠시 뒤 마렌에게서 전갈이 왔다.
[나무문 내부에서 숨겨진 조건 발견. '동행' 기능은 삭제된 것이 아니라 대기 상태. 마지막 승인 항목: 보호자가 아니라 귀환자 본인의 응답.]
나는 고개를 들었다.
문을 열 열쇠는 왕의 명령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직접 돌아오겠다고 말해야 했다.
제125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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