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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124화
PAYLUA ORIGINAL · 제124화

124화. 아르헨의 짧은 이야기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3,508자

오프라인 책장
누군가 내게 어머니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대답할 수 없다. 마왕에게는 혈통이 중요하다. 역사책에는 왕의 아버지와 조부와 증조부까지 줄줄이 기록한다. 그러나 정작 내 첫날을 알려 주는 문서는 없다. 북부 제로 관측소에서 나는 '영'이라는 번호였고, 아르헨이라는 여자가 나를 데리고 문밖으로 걸어 나갔다는 기록만 남았다. 나는 그 여자를 어머니라 부르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정말 그녀가 원하는 이름인지는 아직 묻지 못했다. *** 아르헨이 머무는 시각시 외곽의 작은 집에는 사과나무 두 그루가 있었다. 지난번에 보았을 때는 잎이 거의 없었다. 이번에는 가지 끝에 꽃눈이 맺혀 있었다. 시간이 뒤틀린 도시에서 꽃이 피는 시각은 좀처럼 믿기 어려웠지만, 나무만큼은 스스로 계절을 만들고 있었다. 아르헨은 창가의 긴 의자에 앉아 있었다. 몸이 약해 긴 대화를 이어 가지 못했고, 많은 기억이 여전히 조각난 상태였다. 나는 찾아온 이유를 바로 말하지 않았다. “몸은 좀 어떠십니까?” “어제보다 나아.” 그녀는 내 뒤를 보더니 물었다. “아이는?” “마왕성에서 잘 지냅니다.” “어린애를 데리고 올 필요 없어. 여긴 길이 아직 불안정해.” 나는 그 말에 웃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방 한편에는 찻잔 두 개가 놓여 있었다. 아르헨은 내게 따뜻한 차를 권했다. 나는 그녀가 먼저 말할 때까지 기다렸다. 한참 뒤, 그녀가 물었다. “무얼 알고 싶은 거지?” “오래전 북부 관측소에 있던 아이 '영'을 기억하십니까?” 아르헨의 손이 잠시 멈췄다. “기억하지.” “제가 그 아이입니까?” “그랬을 가능성이 높아. 하지만 아이가 커서 다른 사람이 된 건 내 눈으로 다 보지 못했어.” “그 아이와 어떤 관계였습니까?” 그녀는 오래 생각했다. “처음엔 나도 관리 인력이었지. 아이에게 밥을 주고, 아프면 체온을 재는 일을 했어. 원래 맡은 일은 거기까지였어.” 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왜 문을 막으셨습니까?” “아이를 다른 시간으로 보내라는 명령이 내려왔거든.” “어디로?” “미래의 누군가가 그 아이를 필요로 한다고 했어. 누구인지는 적혀 있지 않았지.” 아르헨은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는 그 아이가 그냥 밖에서 자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놀다가 넘어지면 무릎이 까질 수도 있는 곳에서.” 나는 그 말이 왜 이토록 익숙하게 들리는지 알 것 같았다. 내가 레온에게 바라는 것도 똑같았다. “당신은 그 아이의 어머니입니까?” 나는 결국 물었다. 그녀는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낳았느냐고 묻는 거라면 아니야. 기록에도 없을 거야.” 가슴속에서 무언가 조용히 가라앉았다. 이상하게도 실망보다는 안도에 가까웠다. 적어도 그녀가 알지 못하는 진실을 내 욕심 때문에 꾸며 낼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 나는 그 애가 울 때 품에 안았어.” 그녀가 덧붙였다. “그건 기록이 아니라 내가 기억하는 일이야.”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 아르헨은 오래 이야기한 탓인지 손끝을 떨었다. 나는 더 묻고 싶었지만 입을 다물었다. 지금 내가 알고 싶은 것이 그녀에게는 며칠을 써야 겨우 꺼낼 수 있는 기억일지도 몰랐다. 그녀의 집에는 마법 시계가 없었다. 벽에는 태엽으로 움직이는 작은 시계만 걸려 있었다. “시간 장치는 싫으십니까?” 내가 묻자 그녀가 웃었다. “싫다기보다, 저렇게 조그만 바늘이 움직이는 게 좋아. 한 번 지나간 분을 다시 붙잡겠다고 하지 않잖아.” “그래도 지난 시간을 고칠 수 있다면?” “고칠 수 있는 일은 고쳐야지. 다만 누군가를 그날로 다시 던져 넣어야만 고쳐지는 일이라면, 고치는 방법부터 의심해 봐야 할 거야.” 나는 고개를 숙였다. “처음으로 누군가 내게 잘 살아 있으라고 말해 준 기분입니다.” 그녀는 잠시 나를 바라보았다. “너에게 그런 말을 해 준 사람이 없었니?” “있었을지도 모르지요. 내가 제대로 듣지 않았을 뿐.” 아르헨은 책상 위의 작은 접시를 내 앞으로 밀었다. 안에는 무른 사과 조각이 있었다. “그럼 지금이라도 먹어. 밥부터 먹고 이야기하자.” 나는 사과 한 조각을 집어 들었다. 그 순간 마음 깊은 곳에서 아주 희미한 풍경이 스쳤다. 누군가 창가에 앉아 나를 향해 숟가락을 내밀고 있었다. 그가 아르헨이었는지, 내 기억이 지금의 장면을 과거에 끼워 넣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사과 맛만큼은 지금 분명했다. 달았다. ***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아르헨은 낡은 천 가방을 건넸다. 안에는 작은 천 신발 하나가 있었다. 밑창에는 숫자 영이 아니라 꽃 한 송이가 수놓아져 있었다. “아이에게 주려다가 못 줬어.” “왜요?” “그날 문이 열렸거든. 나는 한쪽 신발만 들고 있었고, 다른 한쪽을 신긴 아이는 벌써 밖으로 뛰어나갔어.” 나는 손바닥 위의 작은 신발을 보았다. “이건 가져가도 됩니까?” “네 물건이라면 네가 가져야지. 하지만 정말 네 것인지 확신할 수 없으면 조금 더 보관해 줄 수도 있어.” “가져가겠습니다. 기록과 함께 보관하죠.” 아르헨이 미소 지었다. “카르딘.” 그녀가 내 이름을 부른 것은 그날 처음이었다. “네가 그 아이와 같은 사람인지 아직 다 기억하지 못해도, 네가 지금 누군가는 알겠어.” “누구입니까?” “계속 집에 돌아가려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 돌아올 집을 지키는 사람이구나.” 나는 고개를 숙였다. *** 집을 나서면서 나는 문 앞에 놓인 작은 빗자루를 보았다. “쓰실 수 있습니까?” 아르헨이 눈썹을 올렸다. “왜? 청소해 주려고?” “뭐, 필요하다면.” 그녀는 소리 내어 웃었다. “마왕이 남의 마당을 쓸어 준다니, 이야기책에나 나올 법하구나.”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빗자루를 들었다. 떨어진 잎사귀 몇 장을 모으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한 장이 바람에 굴러가자 나도 모르게 그것을 쫓았다. 마력으로 붙잡으면 쉬웠겠지만 손을 쓰고 싶었다. 아르헨은 문턱에서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 아이도 그랬어.” “누가요?” “영. 바람에 날린 잎을 꼭 손으로 잡으려고 했지.” 나는 나뭇잎을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같은 행동이 같은 사람이라는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이 기억이 거짓이 아니기를 바랐다. 나는 빗자루를 제자리에 돌려놓고 다시 인사했다. “조만간 또 오겠습니다. 괜찮으시다면요.” “그땐 차 말고 수프를 만들지.” 그 소박한 약속이 이상하게도 가장 오래 남았다. *** 성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렌이 천 신발의 안쪽에서 얇은 실 하나를 찾아냈다. 실은 일정한 간격으로 다섯 번 묶여 있었다. “시간 좌표를 표시하는 옛 매듭법입니다.” “어디를 가리키지?” “관측소의 귀환 접수실이 아니에요. 그보다 깊은 곳, 처음 설계 때만 존재했던 통로입니다.” “이름이 있나?” 마렌은 매듭을 천천히 풀어 적었다. [동행자 출구. 목적지 지정 없이 두 사람이 함께 나갈 수 있음.] 나는 웃음과 한숨을 동시에 내쉬었다. 우리에게 필요했던 것은 새로운 왕좌가 아니라, 오래전에 잊힌 작은 출구일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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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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