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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122화
PAYLUA ORIGINAL · 제122화

122화. 성검에는 젖병이 비치지 않는다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3,436자

오프라인 책장
전쟁터에서 가져온 검을 유아용품 옆에 놓는 일은 하지 않는 편이 좋다. 이것은 오랜 마왕 생활이 아니라 육아를 시작한 뒤 배운 교훈이다. 그날 아침 브람이 성검의 잔향을 분석하겠다고 부른 장소는 마왕성 동쪽 실험실이었다. 나는 그곳에 레온의 젖병이 놓여 있는 것을 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저건 왜 여기 있지?” “높이가 적당해서 실험대 받침으로……” “브람.” “예?” “그건 아기가 먹는 물건이다.” 브람은 대장간 망치로 맞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당장 씻어 놓겠습니다.” “소독도.” “물론입니다.” 한때 나는 불타는 성검을 손으로 움켜쥐고도 미동하지 않았다. 지금은 젖병이 먼지 묻은 실험대에 닿았다는 사실에 더 화가 났다. 어느 쪽이 나다운 모습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 로잘린은 전날 보내온 잔향 기록과 성왕국 보관본을 들고 도착했다. 성검의 원본은 스무 해 뒤에 있다. 지금 우리 손에 있는 것은 옛 신전에 남아 있던 재현용 금속편뿐이었다. 그래도 특유의 진동을 비교하는 데는 쓸 수 있었다. “마지막 전투에서 검이 세 번 울린 기록이 있습니다.” 그녀가 설명했다. “첫 번째는 갑옷과 충돌했을 때. 두 번째는 전하의 심장에 닿았을 때. 세 번째는…….” “그 이후?” “예. 전하가 죽은 뒤입니다.” 내가 눈을 가늘게 뜨자 로잘린은 서둘러 덧붙였다. “왕실 연대기에는 세 번째 진동이 없습니다. 그 기록을 삭제한 것인지 측정 장치가 다른 것인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실험실 바깥 복도에는 작은 경고문을 붙였다. 신성 마법에 민감한 사람은 출입을 피하라는 내용이었다. 예전에는 그런 표지가 필요 없었다. 내가 위험을 견딜 수 있으면 부하들도 견뎌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테이블 너머에 서 있던 젊은 병사 하나가 얼굴을 찡그렸다. “몸이 불편하냐?” “괜찮습니다, 전하.” “묻는 말에 대답해라.” “성검 진동이 나올 때마다 오른쪽 귀에서 소리가 울립니다.” 나는 곧바로 그를 밖으로 내보냈다. 병사는 도망치듯 물러나면서도 몇 번이나 뒤돌아봤다. “전하께서 화나신 건 아닙니까?” “네 귀가 아픈 것이 내 명예와 무슨 관계가 있겠느냐.” 그는 잠깐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로잘린이 진동 기록을 가리켰다. “그 병사가 느낀 통증도 중요한 정보입니다. 성검의 소리가 기록보다 넓게 퍼질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그렇다면 주변의 귀부터 지키고 실험하자.” 우리는 벽에 방음 결계를 치고 출력량을 낮췄다. 덕분에 결과를 읽는 데 시간이 더 걸렸지만 그날 실험실에서 다친 사람은 없었다. 나는 그 사실을 보고서 첫 줄에 적었다. '오늘의 실험으로 다친 사람 없음.' 다른 결과만큼이나 중요한 성과였다. 우리는 금속편에 기록을 흘려보냈다. 챙. 첫 번째 소리와 함께 내가 성검을 막던 감각이 되살아났다. 손바닥의 뼈가 울렸다. 챙. 두 번째 소리는 둔탁했다. 오래전 내 가슴속에서 일어났던 일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 팅. 뜻밖에도 아주 작은 소리였다. 검날이 다른 검에 닿았다기보다 누군가 손끝으로 금속을 두드린 것 같았다. “누가 검을 만졌을까?” 내가 물었다. 로잘린이 숨을 고르며 대답했다. “마지막 전투가 끝난 뒤에도 용사는 검을 놓지 않았어요. 기록상 검을 만질 수 있었던 다른 사람은 신관 한 명뿐입니다.” “이름은?” “기록에서 지워졌습니다.” 나는 웃음이 났다. “세상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자들은 기록을 지우는 놈들이군.” “그건 칭찬이 아니겠지요?” “아니다.” 로잘린은 검은 표지의 작은 장부를 내밀었다. 표지 안쪽에 허술하게 긁힌 문장이 있었다. '용사가 떠난 뒤에야 두 번째 귀가 요청이 울렸다.' “이 글은 누가 썼지?” “옛 신전의 청소 담당 사제요. 사고 직후 자리를 그만뒀는데, 가족이 장부를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만날 수 있나?” “본인에게 의사를 물어보겠습니다. 억지로 끌어오지는 않을 거예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 그날 오후에는 예기치 못한 또 다른 전투가 벌어졌다. 레온의 젖병을 모두 소독했다는 보고를 받고 놀이방으로 가니, 녀석이 푸른 곰과 함께 나무 검을 들고 있었다. “아빠, 싸움!” “검은 사람을 다치게 한다.” “나무!” “나무라도 눈에 맞으면 아프다.” 그러자 레온은 나무 검을 내려놓고 젖병을 집어 들었다. “그럼 이거!” “그것으로 무엇을 할 생각이지?” “물 줘!” 마왕이 젖병으로 패배한 지 어느덧 여러 달이었다. 이번에는 전투도 시작하지 못했다. 나는 놈을 안아 식탁에 앉혔다. 미아가 작은 잔을 가져오자 레온은 내게 먼저 마시라고 내밀었다. “아빠 먼저.” “독이 없는지 확인하려는 것이냐?” “아빠 목마.” 나는 받아 마셨다. 물을 나누어 마시는 동안, 미래의 내 모습을 떠올렸다. 성검 앞의 나는 누구도 믿지 않았고 누구에게도 먼저 등을 보이지 않았다. 레온에게 도움을 청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이 아이는 내가 목마를까 봐 물을 내민다. 너무나 작은 변화여서, 세상의 역사책에는 결코 실리지 않을 일이다. *** 놀이방에서 나온 뒤, 나는 미래의 마지막 전투를 종이에 그려 보았다. 대전의 입구는 서쪽이었다. 레온은 곧장 왕좌를 향해 걸어왔다. 검을 부딪친 곳은 여섯 군데였다. 나는 그중 세 군데만 아직도 정확히 기억했다. 마렌이 지도를 보더니 물었다. “전하께서는 왜 죽은 뒤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십니까?” “죽었으니까.” “그렇네요.” 우리는 잠깐 웃었다. 그러나 곧 마렌은 지도의 오른쪽 구석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전하께서 쓰러진 직후, 성검은 여기에서 세 번째 소리를 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왕좌 뒤쪽이 아니라, 방 입구 쪽이에요.” “그렇다면 누군가가 들어왔군.” “혹은 성검을 든 레온이 그쪽으로 움직였을 수도 있지요.” 나는 지도를 다시 보았다. 내가 죽고도 전투가 계속되었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승리한 용사는 검을 들고 환호하는 군중에게 돌아갔을 거라고만 믿었다. 그런데 레온은 아마도 사람들의 환호를 들으러 가지 못했다. 그가 홀로 남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그날 저녁, 나는 기록실 문 앞에 의자 하나를 두었다. 조사하러 온 사람들이 지치면 앉을 수 있도록. 별것 아닌 조치였지만 누군가 오래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두고 보고 싶지 않았다. *** 해 질 무렵, 로잘린이 새로 찾아낸 사제의 연락처 대신 그가 남긴 증언 한 줄을 보내 왔다. '성검의 세 번째 소리가 들렸을 때 용사는 이미 죽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를 붙잡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몇 번이고 그 문장을 다시 읽었다. 레온은 나를 죽인 뒤에도 살아 있었을까. 내가 죽었다고 믿고 있던 시간은 그의 이야기에서는 아직 끝나지 않았던 것일까. 젖병을 깨끗이 씻어 선반에 올려 둔 뒤, 나는 로잘린에게 답장을 보냈다. '그 사제가 원한다면 만나고 싶다. 다만 먼저 물어봐라. 그가 기억하는 용사는 누구에게 도움을 청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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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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