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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121화
PAYLUA ORIGINAL · 제121화

121화. 잠든 아이가 대답하지 않은 질문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3,289자

오프라인 책장
스무 해 뒤의 레온은 내게 마지막으로 무엇을 말했을까. 죽기 직전에는 들을 수 없었다. 왕좌가 무너지는 굉음 속에서 성검을 쥔 청년의 입술만 움직였다. 나는 그 표정을 원망이라고 생각했다. 내 심장에 검을 꽂은 자에게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고. 그런데 이번에는 똑똑히 들었다. '이번에는…… 나도 데려가 줘.' 나는 레온의 방문 손잡이를 놓지 못했다. “아빠?” 문틈으로 작은 머리가 나타났다. 한쪽 뺨에는 이불 자국이 선명했고, 다른 손에는 귀가 반쯤 뜯어진 푸른 곰이 들려 있었다. “왜 안 와?” 나는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왔지.” 레온은 내 목을 끌어안았다. 살아 있는 아이의 체온이 목덜미로 번졌다. 이 아이는 아직 성검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며칠 전에는 내 부츠를 배로 착각하고 장난감 오리를 태웠다. 그런 아이를 스무 해 뒤의 절박한 목소리와 겹쳐 볼 수는 없었다. “무서운 꿈을 꿨느냐?” “아빠 없는 꿈.” “그랬구나.” “그래서 부르니까 왔어.” 나는 대답 대신 등을 토닥였다. 내가 온 것은 아이가 불렀기 때문이다. 저 먼 곳에서 누가 속삭였기 때문이 아니라. *** 레온을 다시 눕히는 데에는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이는 잠이 오면서도 내 손을 놓지 않았다. 손을 조금만 빼면 눈을 뜨고 다시 붙잡았다. 나는 결국 침대 옆에 앉아 가장 작은 손가락 하나만 남겨 주었다. 거대한 바위산을 손바닥으로 들어 올렸던 나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손가락을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침대 곁에는 미아가 적어 둔 종이가 붙어 있었다. '아이가 밤에 깨면 물을 먼저 확인하세요. 배가 아프다고 하면 따뜻한 손으로 등을 쓸어 주세요. 혼자 있는 것 같아 부르면 대답해 주세요.' 나는 마지막 문장을 몇 번 읽었다. 누군가의 부름에 대답해 주는 일. 전쟁에서는 수많은 부하가 내 이름을 불렀지만 나는 늘 가장 급한 보고부터 들었다. 그때 놓친 이름도 있을 것이다. 레온의 숨이 고르게 변했을 때 비로소 손을 뺐다. 그리고 방을 나서기 전, 미아에게 내일 아침 가장 먼저 할 일을 물었다. “아침 식사 준비죠.” “나는 혹시 또 누군가 깨면…….” “그럴 땐 다시 오시면 돼요.” 너무 단순한 답이라 웃음이 났다. 나는 방해가 되지 않도록 문을 조용히 닫았다. *** 해가 뜨자마자 마렌과 브람을 불렀다. 서재의 유리판에는 밤새 일어난 기록을 세 갈래로 펼쳐 놓았다. 첫째, 내 어린 시절의 귀가 요청. 둘째, 마지막 전투에서 발생한 보호자 희생 신호. 셋째, 전날 밤 레온의 방문 앞에서 들은 문장. “세 번째는 통신석에 기록이 남지 않았습니다.” 마렌이 말했다. “그럼 내가 잘못 들었을 수도 있겠군.” “전하의 청각을 의심하는 게 아닙니다. 시각시는 목소리를 흉내 낸 적이 있어요. 출처를 확인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좋아. 내가 확신한다고 적지 마라. '카르딘이 청취했다고 진술'이라고 적어.” 브람이 황동 나팔처럼 생긴 장치를 들고 들어왔다. 끝에 붙은 수정이 잘게 떨렸다. “어젯밤 서쪽 탑에서 발견한 음성 잔향 저장기입니다. 마력이 아니라 벽의 미세한 진동을 기억하지요.” “그런 게 왜 유아 보호 구역에 있지?” “글쎄요. 누가 설치했는지부터 찾아야 합니다.” 브람은 장치를 돌렸다. 처음에는 바람 소리만 들렸다. 다음으로 내 발소리, 문고리의 움직임, 레온이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리고 그 사이에 아주 짧은 소리가 끼어들었다. '……나도.' 우리는 동시에 침묵했다. “뒤쪽을 더 들어 보십시오.” 브람이 말했다. 희미한 금속 마찰음이 들렸다. 그건 성검이 마왕성 대전의 바닥을 긁던 소리와 닮았다. 나는 죽던 날 그 소리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억이 닮았다는 것과 실제로 같은 소리라는 것은 다르다. “이 저장기를 로잘린에게 보내라. 신성 잔향과 비교해 달라고 해.” 마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하, 하나만 더요. 문장을 누가 말했든 이상한 부분이 있어요.” “무엇이지?” “'나도'라는 말입니다. 누군가 이미 가고 있다는 걸 전제로 하잖아요.” 나는 어린 시절의 기록을 떠올렸다. 아르헨이 문을 막고, 어린 내가 밖으로 나간 뒤에도 돌아오지 못한 누군가가 있었다. 그 누군가를 우리는 아직 모른다. *** 점심때 바르톨이 전투 지도 대신 그림책 세 권을 가져왔다. “오늘 독서 당번은 전하십니다.” “내 일정에 그런 업무가 있었나?” “레온 님께서 직접 기입하셨습니다.” 장부의 한쪽에 삐뚤빼뚤한 동그라미가 열다섯 개나 그려져 있었다. “무슨 뜻이지?” “열다섯 번 읽어 달라는 뜻으로 해석했습니다.” “바르톨. 적의 암호문보다 해석을 더 신중히 해야 한다.” 레온이 곁에서 외쳤다. “두 번!” “봐라.” “근데 두 권!” 결국 나는 그림책 네 번을 읽었다. 마지막 장의 그림에는 숲에서 길을 잃은 곰이 나왔다. 곰은 자기 집을 찾으러 돌아가다가 친구를 만나 함께 걷는다. 레온이 그림을 짚었다. “곰도 같이.” “그래. 혼자 두지 않는구나.” “아빠도.” 녀석은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책장을 넘기지 못했다. 그날 저녁, 로잘린에게서 짧은 답신이 왔다. [잔향에 성검 고유의 진동이 일부 존재. 단, 전투 시점의 원본인지 재생된 모사인지 미확인.] 나는 로잘린의 응답이 도착하기 전까지 기록을 다섯 번 검토했다. 한 번은 바르톨에게 내가 들은 문장을 그대로 적게 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이번에는 나도 데려가 줘'라고 적었다. 그다음에는 마렌에게 내가 무슨 문장을 들었는지 알리지 않고 잔향을 들려주었다. 그녀가 적은 문장은 '나도' 두 글자뿐이었다. “나머지는 들리지 않았나?” “들리는 것 같기는 해요. 하지만 전하께서 먼저 알려 주시면 제가 그 문장에 맞춰 듣게 될까 봐 싫습니다.”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예언도 그렇게 사람을 속이는 모양이군. 먼저 답을 보여 준 다음 모두가 그렇게 들었다고 믿게 만들지.” 브람은 나팔 모양 저장기의 입구를 천으로 감쌌다. “내일 다시 들을 때도 같은 소리가 나오는지 확인하겠습니다. 마력 잔향은 듣는 사람의 감정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거든요.” 그날부터 우리는 추측을 기록할 때마다 글씨 색을 바꾸었다. 확인한 사실은 검은색, 전언은 푸른색, 아직 검증하지 못한 짐작은 붉은색. 재미있게도 내 생각 중에는 붉은색이 가장 많았다. 그 밑에는 별도의 문장이 있었다. [성검이 마지막으로 마주한 대상은 한 명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임.] 나는 곧장 옛 전투의 지도를 꺼냈다. 내가 죽던 날, 왕좌 앞에 선 사람은 분명 레온뿐이었다. 그렇다면 검이 마주한 또 다른 존재는 누구였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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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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