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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120화
PAYLUA ORIGINAL · 제120화

120화. 마왕의 두 번째 시작은 서명이 아니다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3,940자

오프라인 책장
나는 세상을 바꾸려면 왕이 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왕이 되면 누구도 내 뜻을 거스를 수 없고, 내 뜻이 올바르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 믿음이 틀렸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 삼백 년과 한 번의 죽음이 필요했다. 그리고 오늘 나는 또 하나를 배웠다. 세상을 구하는 데 필요한 것은 가장 강한 사람의 서명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 *** 시각시의 회의실에는 서로 다른 곳에서 온 사람들이 모였다. 성왕국의 로잘린, 북부 상단의 오렌, 나울 마을의 네라, 기록 담당 마렌, 대장장이 브람, 관문 지휘관 헤딘. 루멜과 엘다의 증언은 당사자가 허용한 범위에서만 별도로 보관했다. 아르헨은 아직 긴 회의에 참석할 수 없었다. 나는 그녀의 이름을 빈 의자에 새기지 않았다. 대신 회의록에 현재 상태를 적었다. '본인 의사 직접 확인 제한. 대리 서명 불가.' 그 옆에는 나 자신의 이름도 있었다. '카르딘. 회귀 요청 당사자로 표시되어 있으나 원문과 승인 경위 검증 중.' “이렇게 적어도 됩니까?” 마렌이 물었다. “그것보다 정직한 문장이 있겠나?” 나는 유리판을 회의실 중앙에 놓았다. [관리자 승계 권고. 카르딘의 서명을 요구합니다.] 모두가 나를 바라봤다. 예전 같았으면 마왕이 서명 하나로 위기를 끝낼 수 있다는 말에 흡족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같은 수법이 사람을 어떤 모습으로 만드는지 미래의 기록에서 보았다. “나는 관리자 권한을 혼자 이어받지 않겠다.” 내가 말하자 판이 흔들렸다. [대안 부재.] “대안은 있다.” 나는 네라와 오렌, 로잘린을 돌아봤다. “이들이 각자 다른 장소에서 확인한 사실은 네가 마음대로 바꾸기 어렵다. 서로의 기록을 고쳐 쓸 수 없게 하고, 피해 당사자가 언제든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 네라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왕님, 우리 마을 사람들이 자기 일을 스스로 기록해도 되는 겁니까?” “당연하지. 오히려 그럴 수 있어야 한다.” 로잘린이 덧붙였다. “성왕국도 독립 보관소를 열겠습니다. 다만 어떤 나라가든 원본을 독점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오렌은 손을 들었다. “저 같은 짐꾼이 남긴 하루도 받아 주는 겁니까?” “네가 원한다면. 무엇을 공개할지는 네가 정할 수 있다.” 그는 주머니에서 오래된 짐표를 꺼냈다. 그 위에 흔들리는 손으로 날짜를 적었다. 나는 그 작은 몸짓이 마음에 들었다. ***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관측 장치가 갑자기 빛났다. 렌오의 모습이 나타났다. “당신은 아직도 시간이 없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군요.” “이번에는 이해했다. 그래서 혼자 판단하지 않으려고 사람을 모았다.” “검증을 기다리다 세계가 무너지면 누가 책임집니까?” “모두에게 위험을 알리고 가능한 일을 나누어야겠지. 책임을 나눌 수 있다고 해서 책임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렌오는 한참 말이 없었다. “그럼 당신은 자신이 영원히 살아남을 가능성도 포기하겠다는 겁니까?” “그 가능성을 레온의 기억과 바꾼다면 포기하겠다.” “당신은 후회할 겁니다.” “그럴 수도 있지.” 나는 웃었다. “후회할 수 있는 내일이 남아 있다면, 그때 다시 생각해 보겠다.” 렌오의 표정이 처음으로 흐려졌다. “나는 누구도 죽지 않는 결과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 마음 자체는 알겠다.” 나는 말했다. “하지만 죽지 않게 만들려고 살아 있는 사람의 이름과 기억을 지워서는 안 된다.” 그는 고개를 돌렸다. 어디를 보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짧았다. “그렇다면 이제 당신은 원본 기록을 보게 될 겁니다.” 화면이 꺼졌다. *** 우리가 완성한 것은 새로운 왕의 칙령이 아니었다. 세 가지 약속이었다. 첫째, 누구도 다른 사람의 미래를 대신 승인하지 않는다. 둘째, 위험을 막기 위한 행동은 공개 가능한 범위에서 외부 증인과 함께 확인한다. 셋째, 기록을 지우는 것으로 사람의 부재를 정당화하지 않는다. 나는 종이에 내 이름을 쓰려다 멈췄다. “왜 그러십니까?” 바르톨이 물었다. “서명은 필요한 곳에만 하려고 한다.” 나는 펜을 네라에게 건넸다. 그녀가 자신이 확인한 부분에 이름을 적었다. 오렌은 짐꾼으로서 증언한 하루의 끝에 서명했다. 로잘린은 성왕국의 외부 보관 책임을 맡았고, 브람은 기술 기록에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 마지막으로 나도 내가 직접 목격한 사실에만 서명했다. 종이는 장치에 삼켜지지 않았다. 각자 자신의 사본을 가지고 회의실을 나갔다. 나는 그것이 오늘의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했다. *** 해가 질 무렵 마왕성에 돌아왔다. 레온은 작은 케이크를 들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번 내가 없을 때 끝내지 못한 생일잔치를 다시 하려는 모양이었다. “아빠! 오늘 후!” “오늘도 내 생일이냐?” “응!” “그럼 내가 태어난 날은 앞으로 매일 바뀌겠군.” 미아가 웃었다. “오늘이 마음에 들면 오늘을 축하하면 되는 거죠.” 나는 식탁 앞에 앉았다. 레온이 촛불 하나를 가리켰다. 이안이 옆에서 노래를 흥얼거렸다. 바르톨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군악대를 부르려다가 미아에게 제지당했다. “전하의 생일인데 군악대가 없으면…….” “네가 노래하면 되지 않나?” 내 말에 바르톨이 갑옷을 바로잡았다. 그리고 세상이 멸망하는 것처럼 장엄한 목소리로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레온은 웃다가 케이크 위에 얼굴을 묻을 뻔했다. 나는 급히 아이를 받쳤다. “촛불은 내가 끌 테니, 넌 조금 물러서 있어라.” “아빠, 후!” 나는 숨을 불었다. 작은 불빛이 꺼졌다. 이번에는 어느 신의 허락도 필요하지 않았다. *** 아이들을 재운 뒤 서재로 돌아왔다. 책상 위에는 북부 제로 관측소에서 온 봉투 하나가 놓여 있었다. 렌오가 말했던 원본 기록이었다. 봉투 겉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두 번째 요청: 원본 음성 보관.] 마렌과 바르톨을 불렀다. 로잘린도 원격으로 참관하게 했다. 봉투를 여는 것이 서명이나 승인으로 취급되지 않는지 확인한 뒤, 우리는 원본을 함께 들었다. 무너지는 대전의 굉음. 성검이 갑옷을 꿰뚫는 금속성 소리. 그리고 죽어 가던 내 목소리. '레온을…….' 나는 숨을 멈췄다. '레온을 보내 줘.' 아주 긴 침묵 뒤에 두 번째 목소리가 들렸다. 젊은 레온의 목소리였다. '저는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무엇인가 깨지는 소리가 났다. 다음 문장은 내 목소리가 아니었다. '보호자 희생을 확인했습니다. 귀환 요청의 수신처를 변경합니다.' 마렌이 눈을 크게 떴다. “전하. 이건 전하께서 회귀를 신청한 기록이 아니에요.” 나도 알았다. 나는 마지막 순간 누군가를 보내 달라고 말했다. 그 말에 누가 어떤 의미를 붙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런데 레온은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누군가 수신처를 바꾸었다. 나는 원본 마지막 줄을 읽었다. [수신처: 카르딘의 과거.] [실제 귀환 대상으로 지정된 자: 레온.] 그 아래 더 작은 글씨가 있었다. [오류: 지정된 자와 도착한 자가 다름.] [도착 확인: 카르딘.] 나는 한참 움직이지 못했다. 내가 회귀한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돌아왔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었다면? 그리고 어린 레온이 내 품으로 오게 된 일조차 우연이 아니었다면? 창밖에서 붉은 별이 다시 빛났다. 이번에는 내가 먼저 일기장을 펼쳤다. '백스무 번째 밤.' '나는 돌아온 이유를 찾고 있었다.' '그런데 어쩌면 그보다 중요한 질문은, 누가 돌아오지 못했는가일지도 모른다.' 펜을 내려놓으려는 순간 레온의 방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아빠.” 나는 일어났다. 질문은 아직 남아 있었다. 그러나 아이를 혼자 기다리게 할 이유는 없었다. 나는 방문 쪽으로 걸었다. 그리고 문고리를 잡는 순간, 어딘가 먼 곳에서 또 하나의 목소리가 속삭였다. '이번에는…… 나도 데려가 줘.' 그것은 내가 기억하는 레온의 목소리였다. 스무 해 뒤, 성검을 들고 서 있던 청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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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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